우리만 안 갈 수도 없고…'코로나 시대' 여름휴가 신풍속도

연일 푹푹 찌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지난해 국내를 강타한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 휴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다. 이에 따라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과 업계는 거리두기가 가능한 휴가를 트렌드로 내세우고 있다. 

비대면,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휴가를 즐기기 위한 방법으로 최소 인원, 개인활동을 통한 휴가 각광을 받고 있다. 관련 업계도 코로나에 따른 여파로 ‘비대면 휴가’가 뜨고 있다.

4단계 비상
지방으로∼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전반적인 관광 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전국적으로 집 근처의 자연 친화적 공간이나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야외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에 따라 자신의 생활권역 내에서 일상과 연계된 관광을 즐기는 생활관광을 중심으로 관광활동이 재편되고 있다.

편안한 불안보다는 불편한 안전을 선택하는 원거리 청정지역, 자연 친화 관광수요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접근성이 나빠도 코로나 미발생 지역이나 청정 이미지가 강한 지역으로의 관광이 선호되고 있는 것.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조사한 ‘코로나 국민 국내여행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광 욕구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끝나지 않고 있는 코로나 위기와 국내 관광산업의 타격 등을 고려하면 온전한 수요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 업계는 백신 접종률이 30%를 넘기며 집단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여름 휴가철에 맞춰 여행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이달 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여행 트렌드도 함께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자들은 새로운 여행 방법을 모색했다. 해외에 간다는 기대감 역시 줄어든 상태다. 

여행자들은 곧바로 국내로 시선을 돌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인원 제한이 생기자 사람들은 소규모로 인원을 구성해 여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여행객 수가 증가하자 캠핑, 등산 등 자연을 택해 근교를 여행하는 방식도 각광받고 있다. 

셀프 거리두기로 스스로 안전 챙기기 
관광·수영은 위험…최대한 멀리 뚝

가장 관심 받는 여행 방식인 캠핑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활성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캠핑 인구는 약 600만명, 지난해에는 700만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내 캠핑 산업은 매년 30%씩 성장해 올해는 4조원대를 넘어섰다. 


폐업했던 캠핑장들이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캠핑의 상승세로 다양한 캠핑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캠핑용품 등을 챙기고 떠나던 2010년대에는 럭셔리 캠핑인 글램핑이 인기였다면 코로나를 겪으며 숙박시설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차박’(차에서 머무르며 숙식을 해결하는 형태)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차박이 주목받는 이유는 캠핑보다 훨씬 외부와 단절된 점과 독립된 공간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고가의 캠핑카와 달리 차량이 없어도 렌트만 한다면 차량 자체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또 최소한의 장비로 혼자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차박과 더불어 젊은 층이 선택한 휴가 방식은 다름 아닌 ‘등산’이다. 

등린이(등산+어린이 합성어)라는 말이 등장했을 만큼 최근 등산은 새로운 여행법 중 하나다. 실내보다 외부활동을 하는 게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인원 제한 탓에 혼자 떠날 수 있는 휴가 중 하나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년 대비 올해 등산객 수는 42%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등산을 선택한 이유는 언제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SNS에 등산을 인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등산객 수가 증가한 만큼 오히려 거리두기가 불가해 접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있다. 

호캉스, 집콕
치유관광 선호

이동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 두려움 때문에 한 곳에 머무는 것을 택하는 방식도 최근 트렌드다.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을 통해 한 곳에 머물며 장기 투숙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스테이케이션이란 집 또는 호텔이나 리조트 등의 숙소에서 머물며 여유를 즐기거나 조용하게 휴가를 보내는 여가 방식이다. 스테이케이션에서 가장 큰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호캉스는 코로나 시대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신 인프라를 적용해 디지털화된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를 투숙객에게 제공하는 숙박시설도 증가하는 추세다. 또 호텔 내부에서 캠핑을 즐기는 상품까지 출시됐다. 

이 같은 숙박업소들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적용해 고객이 장기투숙으로도 관심 갖도록 유도한다. 최근에는 호텔 등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쉼을 위한 휴가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직장인들이 개별적으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호텔 객실에서 업무를 볼 수 있어 호텔은 이제 객실이 아닌 사무실로도 활용된다. 

관련 상품으로 ‘워크케이션(Work+Vacaion)’이 등장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편안한 환경이 마련된 호텔에서 근무와 휴식을 동시에 하려는 고객들을 노린 상품이다.

집콕(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행위)족의 비율도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 바깥 외출이 자제된 최근 휴일이 되면 집에 텐트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집콕으로 인해 ‘홈 캠핑’을 즐기기 위해 베란다 같은 공간에 풀장 등을 마련해 간이 수영장을 만들기도 한다. 빔 프로젝터를 활용해 영상을 시청하는 일도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 여름휴가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소규모
야외활동

벽지와 가구 등 각종 인테리어 소품으로 여름휴가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직장생활로 인해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여름휴가를 활용해 진행하기도 한다.

자녀가 있는 가정의 휴가 풍경도 바뀌고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의 경우 대부분 자녀의 방학 시기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는 게 보통이다. 또 가족과 함께 동네 공원, 뒷산 등 동네탐방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관련업계도 여름휴가에 발맞춰 휴가에 관한 식품들을 내놨다. 그 결과 배달과 가정식의 비중이 증가했다. 그 중 밀키트(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 등이 포함된 가정 간편식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집에서 쉽게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안전하게 휴가를 보내고 싶은 이들의 선택 방식이다.


코로나로 인해 휴가 풍경도 바뀌었다. 호캉스, 집캉스 등 다양한 형태의 휴가 방식이 쏟아져 나온다. 해당 방식들의 장점은 별도의 계획을 하지 않아도 부담없이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 단순히 관광으로 여겨지던 휴가가 휴식을 지향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역할도 함께한다. 

다만 호캉스 등의 스테이케이션은 대중의 보복성 심리가 뒤따랐다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피로도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반발로 도심 등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이유로 힐링과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웰빙(Wellbing)과 건강(Fitness)을 의미하는 ‘웰니스’ 관광도 코로나로 몸과 마음을 달랜다는 취지에서 발생된 휴가 방식 중 하나다. 그동안 단순히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방식이 아니라 치유를 위한 관광의 목적이 더해진 셈이다. 

백신 접종으로 기대 컸는데
여행업계는 다시 암흑으로

제주도는 2016년부터 제주형 웰니스 관광산업을 도지사 공약 사업으로 선정해 추진해왔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된 뒤 급부상했다. 제주도는 지난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웰니스 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도 제정했다.

해당 조례는 웰니스 관광 협의체 구성, 인증제 도입, 상품개발 등 코로나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주민 소득 창출을 위한 행정, 재정적 지원 사항들이 포함된 조례다.

정부 관련 부처도 웰니스 관광 지속성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웰니스 관광과 지역관광, 지역의 네트워크가 결합된 형태의 관광 클러스터를 선정했다. 한국관광공사도 한국형 웰니스 관광지들을 선정해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착륙 없는 비행 상품도 있다. 지난해 여행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내놓은 상품으로 가장 이색적인 여행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상품은 평소처럼 입국수속을 밟은 뒤 상공서 머물다 비행기를 탄 곳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여행가는 기분을 내는 셈이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항공기를 이용하는 비행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여행객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인 편이다. 국내부터 해외까지 일시적인 무착륙 비행도 가능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당 현상들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펜데믹 장기화로 인해 “여행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백신으로 인한 ‘트래블 버블(코로나 유행 상황 속 방역이 잘되고 있는 국가 안에서는 자유로운 관광을 허용하는 말)’ 추진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여행업계는 여행객 증가를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되면서 당분간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호텔과 숙박업계 역시 정원의 2/3 수준까지만 고객을 받을 수 있어 늦게 예약한 고객부터 예약 취소를 요청하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건강 최우선

여행업계 등에서 어려운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결국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 이상 예년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 심리가 위축될 상황이 다시 도래했다”며 “여행업계가 또다시 생존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 피서지 표정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지난 13일 1100명대를 기록하며 일주일째 1000명을 넘는 수치를 나타냈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한 인도 유래 델타 변이가 전체 변이 바이러스 검출 건수의 60%를 넘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적용했다. 4단계가 적용된 후 수도권에 거주하는 이들은 휴가철을 맞아 비교적 확진자 수가 낮은 지방으로 떠나는 추세다.

지난 11일 동해안 해수욕장에만 수만명이 몰렸다. 강원 지역 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몰리면서 속초, 양양 등 각 지역 해수욕장에는 휴가를 즐기는 이들로 가득했다.

확진자수 적은 지방으로
벌써 해수욕장 사람 몰려 

부산의 경우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전국의 관광객들이 부산으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심각한 편이다. 최근 부산의 감염 확산이 지난달 서울의 한 확진자가 부산의 주점을 다녀간 뒤 시작됐기 때문이다.

부산은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했다. 해수욕장 입장객 수가 평년보다 줄었지만 인파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이 방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비수도권 해수욕장 등으로 관광객이 몰린 탓이다. 

서해안 보령 대천해수욕장에도 지난 11일 해수욕장을 찾은 인파는 6만여명이다. 휴가객이 몰렸지만 현지 상인들도 찾아오는 손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자칫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감염자 증가로 인한 휴업이 두렵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는 “수도권에서 방문하는 이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차>
 



배너

관련기사

1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