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 엔데믹 오해와 진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정부가 지난 18일 대대적인 방역 규칙 조정을 단행했다. “우리나라가 ‘엔데믹’의 출발선에 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많은 이들이 해방감을 만끽하며 들뜬 모습이다. 하지만 성큼 다가온 듯한 엔데믹이 꼭 ‘장밋빛’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의료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5일 오전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환호

정부는 새로운 조정안에 따라 그동안 시행돼왔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난 18일부터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사적 모임 인원, 다중이용시설 시간, 행사 및 집회, 종교활동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각종 방역 조치가 막을 내렸다.
이 같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중단’은 행정 조치가 동반된 2020년 3월 이후로 2년1개월 만에 처음이다.

권 1차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국민들께서 적극 노력해주신 덕분에 오미크론 유행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위중증 환자, 병실 가동률 등 모든 지표가 나아지며 의료체계도 충분한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지는 않겠지만 이제 다시 일상 회복을 조심스럽게 시도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현 유행 상황을 고려해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예외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실내에서는 전체 공간에서, 실외에서는 2m 이상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거나 집회·공연·행사에서 다수가 모일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마스크를 가장 효과적인 (코로나) 대응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실내 마스크 착용은 상당 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겠고, 실외 마스크 미착용 여부도 2주 정도 유행 상황을 보고 그 당시의 위험도를 평가한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다음 달 초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정부는 25일부터 실내 취식 금지 조치를 해제한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했지만 손 씻기와 환기, 소독 등 일상적 개인방역수칙 준수는 계속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정, 사회적 거리두기 2년 만에 종료
실외 마스크 의무 조만간 해제 거론 

정부가 방역 규제 해제에 속도를 내면서 우리나라가 ‘엔데믹(Endemic·풍토병)’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30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 엔데믹으로 향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영국·미국 등의 정점의 3배가 넘는 인구 대비 확진자를 기록하면서도 방역조치를 해제하고 있다”며 “확산을 통제하지 못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부겸 국무총리 역시 지난 1일 “우리나라는 엔데믹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이 같은 전망이 이어지고, 방역조치도 해제되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엔데믹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직격타’를 맞았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종교계‧관광업계 등은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영업제한 조치가 다시는 이 땅에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역시 정부에 무비자 입국 제도 재개를 공식 요청하는 등 엔데믹 상황을 대비하고 나섰다. 대다수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도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과도한 해방감은 금물”이라며 경고에 나섰다. 이들은 엔데믹에 대한 높은 기대감 중 일부는 엔데믹이 ‘종식’을 의미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부 사람들이 엔데믹을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과 끝이라는 의미의 ‘end’를 붙인 합성어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엔데믹은 원래부터 있던 용어로, 그 뜻이 ‘종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엔데믹은 고대 그리스어 ‘En(~안에, 한정된)’과 ‘Demos(사람, 지역)’의 합성어다. 우리 말로는 ‘풍토병’ 정도로 해석된다. 제한된 지역 안에서, 예상 범위 내로 유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에피데믹(Epidemic·국지적 유행)’에 이어 팬데믹보다 두 단계가량 낮은 전염병 등급이다.

문제는 이같이 등급을 가르는 기준은 전염률일 뿐, 치명률과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말라리아나 소아마비 등 감염 시 피해가 비교적 큰 질병들도 모두 엔데믹으로 분류돼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2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처럼,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어도 코로나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엔데믹은 종식이 아닌 ‘공존’이고, 승리보다는 패배 선언에 더 가깝다는 것.

국제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 역시 “엔데믹은 팬데믹의 끝이 아니고, 광범위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며 “더 위험할 수 있는 변이가 출현하는 걸 막기 위해 무차별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방역 당국의 임무”라고 지적했다.

“엔데믹, 종식 아닌 공생”
시기상조 우려 속 혼란만 

정부 또한 “코로나 유행 위험이 끝났거나 종식됐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8일 “거리두기 해제로 지나치게 방역 긴장감이 이완되면서 완전한 일상으로 가는 분위기가 강해질까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개개인의 방역수칙이 중요하며 60세 이상 고령자는 더욱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 이후 거리두기의 유행 억제 효과가 떨어진 만큼 (확진자 수 등의)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도 급격한 방역 해제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방역 당국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하루 1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재유행, 신종 변이 위협 등을 따져볼 때, 섣부른 방역 완화는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섣불리 방역 해제를 하지 않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불안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다음 달 초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 달 초에는 근로자의 날‧어린이날‧어버이날 등 휴일이 많은데, 이때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 대규모 유행으로 번질 수 있겠다는 불안 때문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

국내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올해 가을에 코로나 유행 상황이 한 차례 더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질병관리청이 주최한 ‘과학 방역 심포지엄’에 참가해 올 하반기 120만명대의 중규모 유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한 변이의 우세종 지속 기간이 평균 10~14주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 또한 오는 11월에서 내년 초 사이 코로나 재유행을 전망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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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