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공포’ 땅 꺼지는 공사 강행, 왜?

위험 경고에도 수직구 발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차가 달리던 도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길 한복판에 거대한 구멍이 입을 벌린다.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싱크홀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예정된 일대 주민들 역시 매일 창밖을 보며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공사가 인근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싱크홀 사고로 인해 주민들의 불안이 커진 가운데, 휘경동 일대 수직구 설치 계획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포비아 확산

서울시는 2015년부터 추진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의 일환으로 휘경동 인근에 급기소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급기소는 지하터널 내부 공기 순환을 위한 환기 시설로, 이를 설치하기 위해 지하 깊숙이까지 파내는 ‘수직구(수직 통로)’ 굴착이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 침하, 즉 싱크홀 위험이다.

휘경동 공사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해당 부지가 하천변에 인접해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일요시사>의 취재 결과, 실제로 공사가 예정된 위치는 중랑천 인근으로,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곳이다. 주민 A씨는 “이곳은 예전부터 비만 오면 침수되던 지역이다. 그런 땅을 깊이 파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안을 호소했다.


실제 약한 지반이 원인이 돼 싱크홀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은 수직구 공사를 우려하고 있다.

수직구는 발파 공법을 사용해 구멍을 파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발파 공법은 암석이나 단단한 지반을 효율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폭약을 이용해 폭발을 일으키는 공법으로 대부분의 지하공사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발파를 이용해 굴을 파내게 될 경우, 발파로 인한 진동과 충격이 지반 약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공사 부지 아래에는 약 3만2000톤 규모의 저류조가 설치돼있다. 저류조는 폭우 시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빗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시설로, 도시 침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주민들은 발파 공법으로 수직구를 굴착할 경우, 저류조 구조물에 금이 가거나 파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반대에도…
하천 옆 공사…주민들 “꺼질라” 우려

주민들은 저류조가 손상되거나 균열이 발생할 경우, 저장된 대량의 빗물이 한꺼번에 방출돼 인근 지역이 순식간에 침수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심도 터널 공사가 지하 70~80m 화강암층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 당시 전문가 자문 및 심의를 거쳐 설계 확정된 사항”이라며 우려에 대해 일축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문제의 본질이 터널이 아니라 수직구 굴착 과정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공사 예정지가 아파트 단지와 불과 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만약 지반침하가 발생할 경우 주거지에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수직구 직경이 12m에 달한다. 아파트 바로 앞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굴착이 5년 넘게 진행되는데, 어떻게 안 불안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서울시는 급기소만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60개월간 수직구를 만들고, 발파 작업을 반복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급기소에 대한 설명에 통합해서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해명했다.

주민 설명회 과정서도 논란이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 계획이 뒤늦게 알려졌으며, 초기에 충분한 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 만든 사업 세부 추진 현황에는 사업 초창기인 2019년 처음 주민 설명회를 가진 것으로 명시돼있었지만 실제 참석한 주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위치라도 옮겨라” 요구
시 “대체지 없다” 충돌

한편, 서울시는 대체 부지 검토 요청에 대해 “수년간 검토했지만 마땅한 부지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들은 하천변으로 부지를 옮기거나, 최소한 주거지와의 거리를 두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대안으로 휘경유수지 내 저류조, 동대문구 자재 야적장, 중랑교 인근 변전소 앞 공원 등을 검토했지만, 한강유역환경청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사유로는 복개 구조물 안전성, 통수단면 축소 등의 이유가 있었고, 특히 변전소 앞 공원은 교통 상충에 따른 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허가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동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서 발생한 싱크홀과 광명시 신안산선 터널 붕괴 사고 등이 주민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특히 하천 인근은 지질 구조상 토사층이 두껍고 지반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아, 발파 공법 사용 시 진동으로 인한 지반침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무조건적인 공사 강행이 아니라, 보다 안전한 방법과 위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반 조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사로 인한 소음도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5년 서울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휘경2동 주민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발파 빈도는 1일 2회로 예정돼있으며, 발파 시간은 약 1~2초 정도 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5년간 매일 폭발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데 너무한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에 서울시는 방음벽과 방음판 등 여러 가지 현장 방음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앞에서 공사를 하는데, 방음장치는 무용지물일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안전 불감증

주민들은 현재 공사 위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입주민 대표는 “우리는 공사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발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교통난 해소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지만, ‘싱크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안전 확보는 필수적이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대형 싱크홀 사고  대부분 지하 공사가 원인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 중 40% 이상이 지하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6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생한 깊이 5m 이상 대형 싱크홀 35건 중 15건(42.9%)이 굴착·매설 등 지하 공사 미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상하수도관 누수는 8건(22.9%), 나머지 12건(34.3%)은 원인 불명으로 분류됐다.

반면, 중소형 싱크홀까지 포함하면 상하수도관 누수 비율이 51.4%로 가장 많았고, 지하 공사 부실은 36.5%를 차지했다.

올해 서울 강동구 명일동과 경기 광명시 일직동서 발생한 초대형 싱크홀 사고도 모두 지하 공사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명일동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가 숨졌으며, 인근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를 원인으로 조사 중이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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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