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기세 충만한 김혜준 “초심 잃지 않겠다”

연기력 논란 딛고 흥행 정조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 김윤석의 첫 연출작 <미성년>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다. 어린 나이임에도 어색할 법한 장면을 매끄럽게 풀어내는 연기가 탁월했다. 청룡영화상은 신인여우상을 김혜준에게 넘겼다. 이후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의 <킹덤>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 다음 향한 곳은 영화 <싱크홀>이다. 코믹 연기마저 매끄럽다. 배우 김혜준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딸마저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는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 충성을 다하는 오빠 사이에서 계비는 그저 칭호에 불과했다. 누구 하나 계비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움츠리면서 때를 기다린 계비는 결정적인 순간에 아버지를 배신한다. 목적은 권력이다. 권력욕에 천륜을 거스른 계비를 연기한 배우가 김혜준이다.

피칠갑

전 세계 좀비물 팬들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리즈를 보면서 가장 쾌감을 느꼈던 장면은 좀비가 된 중전이 피칠갑을 하고 미친 듯이 뛰어오는 장면이다. 권력의 꼭대기에서 결국 좀비에게 물려 인간 이하의 짐승이 된 그녀가 다른 가난한 좀비들과 똑같이 뛰는 장면에서 악을 징벌했을 때의 쾌감이 몰려왔다.

비록 시즌1에서는 연기력 논란이 있었지만, 시즌2까지 모두 보면 그의 어색했던 장면은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그에게 비판을 쏟아냈던 시청자들은 사라졌다. 오히려 뛰어난 연기자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영화 <미성년>으로 혜성같이 등장해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거머쥐고, 드라마 <십시일반>을 통해 MBC 연기대상 신인상까지 받았다.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혜준이 향한 영화는 <싱크홀>이다. 


어느 날 갑자기 빌라 한 동이 땅 밑으로 떨어졌다. 이 집은 팀장이 11년 만에 산 새집이다. 그 기념으로 연 집들이에서 술에 취해 아침까지 자다, 싱크홀에 함께 갇힌 인턴사원 은주가 김혜준이 맡은 역할이다. 

공포감이 온몸을 지배할 수 있는 최악의 고난에서 정신을 바로잡고, 차분하게 살 방법을 강구하는 배포 있는 여성이 은주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매우 침착한 모습이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이 은주에게서 보인다.

“진취적인 여성상을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대본에 사실 그렇게 쓰여 있었고, 모든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가기 위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어요. 은주가 인턴 생활을 잘 견뎌내잖아요. 억척스러운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싱크홀>서 위기에 강한 막내 
“좋은 연기자는 인품부터 훌륭”

이혼한 엄마가 친구의 아빠와 바람피우는 것을 안 고등학생으로 나왔던 <미성년>이나, 악의 화신이었던 <킹덤>, 아버지 없이 가난하게 자랐음에도 강단 있는 자아를 가진 딸인 <십시일반>까지, 김혜준은 늘 고난과 맞닥뜨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비교적 평범한 20대 회사원이라는 것. 김혜준은 배급사인 쇼박스 인턴 직원과 만남을 요청해 20대 회사원 캐릭터를 설계했다.

“쇼박스 직원분 중 막내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어요. 밥도 먹고 얘기도 하면서 회사생활의 고충을 들어봤어요. 제가 회사생활은 해본 적이 없다 보니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진짜 회사생활과 제가 상상한 막내의 삶에서 디테일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턴 직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구축했어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입은 김혜준은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빛을 낸다. 선배의 말 한마디에 억지스럽게 동조하는 모습, 때로 선배의 갈굼에 기죽는 모습, 술에 취한 뒤에는 제 멋대로 행동하는 모습 등이 매우 자연스럽다.

싱크홀에 빠진 뒤 벌어지는 유쾌하고 재밌는 상황에서의 코믹 연기와 김대리(이광수 분)와의 러브라인도 물 흐르듯 매끄럽다. 

“이 작품은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인데요. 저는 선배 복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늘 편안하게 대해주셨어요. 장난도 많이 쳐주셨고요. 멋진 연기를 하시는 선배님들은 인품부터 훌륭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누구보다 더 열정적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연차가 쌓이면 적당히 하지 않을까 싶은데, 더 솔선수범하시고 모든 걸 쏟아내세요. 그런 모습 보면서 반성도 많이 했어요. 이 현장에 열정과 애정을 갖게 해주셨어요. 선배님들 덕분에 매력적인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요.”

이광수는 앞서 김혜준을 두고 이름만 막내지, 실제는 상전이라는 표현을 했다. 선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농담을 받아치는 기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를 어려워만 하는 다른 후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예의와 존중이라는 범주 안에서 선배들과 이른바 ‘티키타카’가 되는 후배라는 뜻이다. 

어색했던 장면들이…
실제론 계산된 연기

“낯을 많이 가려서 누군가 장난을 걸고 짓궂게 하면 주눅 드는 편인데 <싱크홀> 선배들은 먼저 다가와 주셔서 편했다. 많은 놀림과 모함 속에서 저도 살아가야겠다는 의지가 생겨 맞받아치다 보니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실제 김혜준은 매우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 매우 건강한 자아가 엿보였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이자, 100명에 가까운 제작진, 동료 배우들 사이에서 팀워크를 발휘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배우의 업무는 절대 쉽지 않다. 숱한 난관 앞에서 김혜준은 늘 긍정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단다.

“일하면서 저만의 스트레스가 있긴 있었어요. 작은 말에도 상처를 잘 받는 편이기도 한데요. 스트레스나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해 치유하려는 편이에요. 극복이 안 되면 순리에 맡기기도 하고요. 걱정이 많은 편인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거나, 긍정적인 척이라도 해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높아지고 멘탈도 회복돼요. 그래서 매사 긍정적이려고 해요.”

<싱크홀> 이후에 김혜준은 이영애와 만난다. JTBC 새 드라마 <구경이>는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코믹극이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작품활동이 많지 않았던 이영애의 복귀작이다. 그의 파트너로 김혜준이 선택됐다는 것에 세간의 관심이 거세다.

긍정 마인드

“처음엔 이영애라는 이름의 무게감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면 이 기회는 다신 없을 기회에요. 부담감이 있지만, 충분히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행복하게 촬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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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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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