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만나다> 너무 웃긴 이광수의 숙제

“이 꽉 물고 악역하고 싶어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에서 제일 웃긴 배우로 아마 이광수가 꼽힐 테다. SBS <런닝맨>에서 이광수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웬만한 개그맨들이 넘기에도 어렵다. 멤버들의 적극적인 도움 아래서 이광수는 간신, 배신자, 기린 등 다양한 별명을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을 웃겼다. 너무 웃긴 탓에 이미지가 굳어지는 악영향도 받았다. 특히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런닝맨>과 겹친다”는 평가가 잇달았다. 천부적인 예능감이 배우활동만 전념하기로 한 그에게 숙제가 된 셈이다.

2008년 데뷔 후 3년 차에 엉겁결에 들어간 SBS <런닝맨>에서 배우 이광수가 일요일마다 웃음을 주는 사이, 작품에 출연하면 취재진으로부터 늘 받는 질문이 있었다. 

이미지 고착화

“SBS <런닝맨> 언제까지 할 건가요?”나, “이번에 맡으신 역할이 <런닝맨> 이미지랑 겹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다.

“언제까지 <런닝맨>을 할 거냐”는 질문에는 연기자로서 매우 출중한 능력이 있는데, 예능으로 이미지를 언제까지 소모하겠냐는 속뜻이 있다. 대다수 관계자는 이광수의 연기력을 높이 샀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특색 있는 캐릭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처럼 웃음기를 완전히 뺀 역할이나 <돌연변이>에서 얼굴 없이 감정을 표현해낸 부분도 훌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tvN <괜찮아 사랑이야> <안투라지> <라이프> 등에서도 그의 연기는 안정감이 있었다. 


그럼에도 한계가 분명했다. 어떤 역할을 맡아도 웃음기가 느껴진다는 것.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미소만 짓고 있어도, 시청자는 웃음이 터지기 일쑤였다. <런닝맨>에서 보여주는 폭발적인 유머가 되레 그의 좋은 연기력에 방해가 되고 있었다. 이를 이광수도 알 것이라는 예상에 취재진은 늘 <런닝맨> 하차 시기를 질문했다. 

대답은 늘 똑같았다. “폐지될 때까지 <런닝맨>과 함께하겠다”였다. 가족보다 더 호흡이 잘 맞고 즐거운 멤버와 제작진에게 받은 고마움, <런닝맨>에서 늘 유쾌한 웃음을 주는 것에 반응하는 팬들의 응원 때문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해 심각한 다리 부상을 겪은 이광수는 끝내 <런닝맨>에서 하차했다. 하차할 때 쏟아지는 눈물이 <런닝맨> 팬들의 잔상에 깊게 남아있다. 그 눈물만 봐도 얼마나 그가 <런닝맨>을 사랑했는지 짐작된다. 

영화 <싱크홀> 친숙한 김 대리 역 맡아 열연
차승원 김성균 김혜준과 강력한 코믹 시너지

그럼에도 숙제는 여전하다. 11년이란 세월이 짧지 않듯, 여전히 그의 연기에서는 <런닝맨>의 인상이 감지된다. 신작 <싱크홀>에서도 마찬가지다. 상사의 집들이에 갔다가 갑자기 싱크홀에 빠져버린 빌라에 갇힌 김 대리(이광수 분)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이광수와 친숙하다.

초반부 어딘가 모르게 얄밉게 행동하는 모습이나, 상사인 동원(김성균 분)에게 아부하는 모습, 사랑하는 사람과 후배로부터 뒤통수를 맞는 모습, 겁에 질린 모습, 새로운 사람과 러브 라인이 생기는 장면까지, 연기를 못한 것이 아닌데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존재한다.

“예능 캐릭터와 겹쳐 보인다는 우려는 이전부터도 많이 들었던 얘기예요. 매 작품이 그랬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런닝맨>과 모습을 겹치지 않으려고 노력 한 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시나리오에서 보고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구현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이광수는 웃기다’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어쩌면 모든 배우에게 주어지는 숙제가 이광수에게도 주어진 셈이다. 배우란 크게 사랑받은 캐릭터와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이미지를 바꿔나가야 하는 숙명을 가진 직업이니까. 

“우려나 걱정을 주위에서도 많이 해주세요. ‘고착화되고 있다’거나 ‘됐다’는 식으로요. 사실 <런닝맨>이 있어서 제가 있는 것도 맞아요. 그 점을 우려하고 걱정한다고 해서, 시청자나 관객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매 작품 최선을 다해 표현하다 보면 다르게 봐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미지 변화의 성패는 주어지는 캐릭터에 따라 갈린다. 아무리 이광수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서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는 힘들 테다. 기존에 보여주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훌륭히 보여줄 때 가능한 일이다. 현재 이광수는 악역을 꿈꾸고 있다.

“이미지 변화?…그저 최선 다할 뿐”
“스릴러·오컬트에 강한 욕심 있다”

“스릴러나 오컬트 장르에서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지금도 어떻게 보면 보여드리지 못한 면이 많이 있는 것 같아서요. 무거운 작품들도 해보고 싶은 욕심이 강합니다.”

실제 이광수를 만나고 나면 당황하게 된다. <런닝맨>에서의 활기찬 이미지를 기대했는데, 정반대기 때문이다. 텐션이 극도로 낮으며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수줍은 표정으로 일관하며,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런닝맨>에서 그토록 웃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코믹한 연기를 잘하는 게 신기함에도, 그는 늘 코믹한 연기를 작품에서나 예능에서도 훌륭히 해냈다.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느끼는 걸 잘 활용하는 것 같아요. 이번 <싱크홀>도 일단 아이디어가 끊이지 않았어요. 차승원 선배, 성균 선배, 혜준이와 저,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리액션이 나왔거든요. 저 역시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 주변 동료들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월요일마다 달리고 달렸던 그는 요즘 월요일이 한가하다. 워낙 심하게 다쳤음에도, 초반에 재활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다음 달에나 수술한다. 한동안 반강제적인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영화 <해적:도깨비 깃발>과 <해피 뉴 이어>는 촬영이 끝났고, 새 작품을 검토 중이다. 이광수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무거운 욕심

“전 그저 매 작품 최선을 다하면 무언가 돼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목표가 사실 없어요. 제가 가진 코믹한 이미지도 잘 활용하면 그 역시 좋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 연기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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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