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⑧사생관 놓고 입씨름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15 08:29:28
  • 호수 1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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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리사욕을 위해 광분하다가 남의 집안과 가족을 풍비박산낸 자라도 일단 죽으면 면죄부를 받는다. 

반면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는 피해자가 자살한다면 바보 멍청이로 조롱받고 마는 세상이다. 아름다운 허장성세 대한민국의 속살 속모습이리라.

허장성세
 
피에로씨는 단순한 증오심으로 인해 죽은 이에게 욕설을 뇌까렸는지 모르되, 급기야 한국 사람의 사생관(死生觀)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사실상 대부분의 하숙생은 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 또한 언제 비명횡사할지 모를 살벌한 세상에 처해 있긴 하나, 일단 생존경쟁에서 이겨 죽음보단 삶과 손잡고 싶지 않았을까.

혹은 이미 사물화(死物化)되어 곧 지수화풍으로 변해 사라질 텐데 뭐 그리 미워할 이유나 시간이 있으랴 싶었는지 몰랐다. 살아내기도 바쁜 판에….


그런데 개중엔 피에로씨에게 반박하며 비아냥거리는 하숙생도 있었다. 

“굳이 그런 쌍욕까지 할 건 없잖아요? 이미 저 세상으로 가 버린 귀신을 탓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구. 흥, 좀 사람답게 너그러워져 보세요. 당신이나 나나 누구든 언젠간 죽고 말 텐데….”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계속 악이 판을 치는 거여! 반성이 없는데 어떤 개선이 있으랴? 사람이 죽을 땐 본성으로 돌아간다지만… 과연 몇 명이나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칠까. 대부분 아집 아견을 벗어나지 못한 채 중음계를 떠돌며 흐느끼다가 만만한 사람 속에 들어가 귀신 짓을 벌이는 거지. 그러니만큼 우리가 죽은 자를 비판하는 건 사리분별을 깨달아 천당으로 가라는 축복 기원과도 같은 셈이지.”

피에로씨는 강한 어조로 지껄였다. 

“그런 건 천진무구한 아기나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잖아요. 아저씨는 죄가 없나요?”

명문대를 지망하는 삼수생이 물었다. 

“흐흐, 죄악이 많으니깐 천국으로 떠오르지 못한 채 뚜쟁이 노릇이나 슬슬 하는 거지 뭘.”


“뚜쟁이라니, 그게 여기서 무슨 필요 있어요?” 

순수한 청년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피에로 씨는 능글스레 웃었다. 

“뚜쟁이는 이 세상에 잔뜩 퍼져 있는걸. 대학 들어가기 전에 이것 하나만 잘 터득해도 여기서 하숙한 보람이 있을 거야.”

“네?”

“일단 죽고 난 후 혼령이 사라져 버리는지 남아서 허공을 떠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의상 살아 떠돈다고 가정해 보자구. 온갖 욕망(물질욕, 성욕, 명예욕 등등)으로 가득 찼던 육신을 벗어 둔 채 하늘로 떠오른 혼백은 아마 혹 안타까움 때문에 울부짖을지도 몰라. 아아, 여기서 내려다보니 그토록 애면글면 중요시했던 것들이 다 거품처럼 부질없구나. 아, 모조리 버릴 수 있으련만 내가 직접 저지른 악업은 화인(火印)인 양 뇌리에 박혀 도저히 어쩔 수가 없구나! 아, 이 무거움을 어찌할꼬… 그런 절박스러운 순간, 지상에서 과거의 죄악을 밝혀 욕설로나마 단죄해 준다면 혼백은 문득 깨달아 쇠사슬 몽치를 벗어낼 수도 있잖을까? 흠, 이게 내 철학이자 사상이지.” 

피에로씨와 하숙생 말싸움
도올에 관한 엇갈린 평가

피에로씨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따, 그 개똥철학 참 유치 찬란하군. 이봐, 학생은 괜히 잡소리에 물들지 말고 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구. 쯧쯧,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이삼류 잡대에 들어가는 건 천지 차이니까 말야.” 

부동산 중개업을 지망하는, 늙수그레한 중늙은이인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이 혀를 차며 주절거렸다. 

“작작하지 그랴. 그게 뭔 철학이니 사상이라구. 중뿔나게스리… 죽은 사람 탓하기보다 제 앞가림이나 잘할 노릇이지.”

“흐흐, 나 원 참… 도올 선생 같은 괴짜 양반도 철학 사상가라고 자칭하는데… 그건 바로 누구라도 이 시대를 진실하게 산다면 사상가로서 나설 수 있단 얘기지 뭐유, 응? 하다못해 동경대도 모자라 하바드 대학까지 나오신 분도 겸허한데… 만년 중개사 수험생님께서 중개하려기보다 파토를 만드시면 안 되죠. 흐흐….”

“파토는 뭔 개파토 같은 소리야! 당신 같은 어릿광대가 없다면 아마 이 세상은 훨씬 더 잘 굴러갈 텐데.” 


피에로씨는 넓은 미간을 찌푸리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아, 숨이 막히는구먼.” 

“쳇, 그리구 도올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 겸허하긴 뭐가 겸허해? 하늘 꼭지까지 찌를 듯 오만 독선으로 가득 찬 인간인걸. 일종의 광대 삐에로랄까. 제 잘난 자랑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 고려대를 깔보는 척하면서도 입만 열면 고대 고대 은근스레 자랑이야.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학벌주의자 같아. 동경대, 대만대, 하버드대… 그 자의 말에 허풍이 얼마나 섞여 있을까. 최소한 50%는 섞여 있지 않을까? 만일 다른 석학이 그 따위로 학벌 자랑을 했다간 곧장 매장됐을 텐데… 아마 삐에로 같아서 웃어 넘기는지도 몰라.”

“흠, 그래도 펄떡펄떡 뛰는 생선 같은 활기는 느낄 수가 있잖아요. 침이 튀는 노가리 속에 재미와 진실성을 버무려 넣는 게 쉬운 노릇은 결코 아니니깐 말유.”

“흥, 진실은 뭔 놈의 진실! 그 양반이 청산유수인 건 인정하지만, 강의든 책이든 가만히 살펴보면 자기류의 허장성세 속에 알맹이는 별로 없는걸.” 

“자기 스타일로 일가를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런 말을 하슈. 만년 중개사 지망생으로는 죽었다가 깨어도 어려울 텐데.” 


“흥! 자기류란 일반 보편성의 토지 위에 건축되어야만 구경꾼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과 개성미가 생겨나 유지되는 거야. 헌데 그 양반은 정말 유치스러운 허방이 하나 있어. 뭔지 알아?”

“…….” 

“알 턱이 있나. 무애 양주동 선생의 소위 국보론을 빌어 자칭 우주보라고 떠벌이는 사람이 때론 어린애보다 무지해져 싱크홀 같은 허방 속에 빠져 버리는 거야.”

“응…?” 

“만일 어떤 사람이 도올 양반을 칭송하면 설령 그 자가 바보 멍청이더라도 수재로 가공해 버려. 반면 자기를 비판하거나 대접이 좀 소홀하면 아무리 천재 진인일지언정 꺼병이 소인배로 침 튀기며 깔아뭉개 버리더군. 헛 참….”

대석학 사상가

“결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슈. 너무 그리 티잡지 마슈.”

“작은 잡티일 수도 있겠으나 대석학 사상가님껜 치명적일 만한 흑점이지. 그러한 순간엔 이성도 지성도 모두 아집 아견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 내려가 버리니까.”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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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