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⑧사생관 놓고 입씨름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15 08:29:28
  • 호수 1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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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리사욕을 위해 광분하다가 남의 집안과 가족을 풍비박산낸 자라도 일단 죽으면 면죄부를 받는다. 

반면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는 피해자가 자살한다면 바보 멍청이로 조롱받고 마는 세상이다. 아름다운 허장성세 대한민국의 속살 속모습이리라.

허장성세
 
피에로씨는 단순한 증오심으로 인해 죽은 이에게 욕설을 뇌까렸는지 모르되, 급기야 한국 사람의 사생관(死生觀)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사실상 대부분의 하숙생은 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 또한 언제 비명횡사할지 모를 살벌한 세상에 처해 있긴 하나, 일단 생존경쟁에서 이겨 죽음보단 삶과 손잡고 싶지 않았을까.

혹은 이미 사물화(死物化)되어 곧 지수화풍으로 변해 사라질 텐데 뭐 그리 미워할 이유나 시간이 있으랴 싶었는지 몰랐다. 살아내기도 바쁜 판에….


그런데 개중엔 피에로씨에게 반박하며 비아냥거리는 하숙생도 있었다. 

“굳이 그런 쌍욕까지 할 건 없잖아요? 이미 저 세상으로 가 버린 귀신을 탓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구. 흥, 좀 사람답게 너그러워져 보세요. 당신이나 나나 누구든 언젠간 죽고 말 텐데….”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계속 악이 판을 치는 거여! 반성이 없는데 어떤 개선이 있으랴? 사람이 죽을 땐 본성으로 돌아간다지만… 과연 몇 명이나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칠까. 대부분 아집 아견을 벗어나지 못한 채 중음계를 떠돌며 흐느끼다가 만만한 사람 속에 들어가 귀신 짓을 벌이는 거지. 그러니만큼 우리가 죽은 자를 비판하는 건 사리분별을 깨달아 천당으로 가라는 축복 기원과도 같은 셈이지.”

피에로씨는 강한 어조로 지껄였다. 

“그런 건 천진무구한 아기나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잖아요. 아저씨는 죄가 없나요?”

명문대를 지망하는 삼수생이 물었다. 

“흐흐, 죄악이 많으니깐 천국으로 떠오르지 못한 채 뚜쟁이 노릇이나 슬슬 하는 거지 뭘.”


“뚜쟁이라니, 그게 여기서 무슨 필요 있어요?” 

순수한 청년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피에로 씨는 능글스레 웃었다. 

“뚜쟁이는 이 세상에 잔뜩 퍼져 있는걸. 대학 들어가기 전에 이것 하나만 잘 터득해도 여기서 하숙한 보람이 있을 거야.”

“네?”

“일단 죽고 난 후 혼령이 사라져 버리는지 남아서 허공을 떠도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편의상 살아 떠돈다고 가정해 보자구. 온갖 욕망(물질욕, 성욕, 명예욕 등등)으로 가득 찼던 육신을 벗어 둔 채 하늘로 떠오른 혼백은 아마 혹 안타까움 때문에 울부짖을지도 몰라. 아아, 여기서 내려다보니 그토록 애면글면 중요시했던 것들이 다 거품처럼 부질없구나. 아, 모조리 버릴 수 있으련만 내가 직접 저지른 악업은 화인(火印)인 양 뇌리에 박혀 도저히 어쩔 수가 없구나! 아, 이 무거움을 어찌할꼬… 그런 절박스러운 순간, 지상에서 과거의 죄악을 밝혀 욕설로나마 단죄해 준다면 혼백은 문득 깨달아 쇠사슬 몽치를 벗어낼 수도 있잖을까? 흠, 이게 내 철학이자 사상이지.” 

피에로씨와 하숙생 말싸움
도올에 관한 엇갈린 평가

피에로씨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따, 그 개똥철학 참 유치 찬란하군. 이봐, 학생은 괜히 잡소리에 물들지 말고 가서 공부나 열심히 하라구. 쯧쯧,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이삼류 잡대에 들어가는 건 천지 차이니까 말야.” 

부동산 중개업을 지망하는, 늙수그레한 중늙은이인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생이 혀를 차며 주절거렸다. 

“작작하지 그랴. 그게 뭔 철학이니 사상이라구. 중뿔나게스리… 죽은 사람 탓하기보다 제 앞가림이나 잘할 노릇이지.”

“흐흐, 나 원 참… 도올 선생 같은 괴짜 양반도 철학 사상가라고 자칭하는데… 그건 바로 누구라도 이 시대를 진실하게 산다면 사상가로서 나설 수 있단 얘기지 뭐유, 응? 하다못해 동경대도 모자라 하바드 대학까지 나오신 분도 겸허한데… 만년 중개사 수험생님께서 중개하려기보다 파토를 만드시면 안 되죠. 흐흐….”

“파토는 뭔 개파토 같은 소리야! 당신 같은 어릿광대가 없다면 아마 이 세상은 훨씬 더 잘 굴러갈 텐데.” 


피에로씨는 넓은 미간을 찌푸리며 푹 한숨을 내쉬었다.

“아, 숨이 막히는구먼.” 

“쳇, 그리구 도올인지 뭔지 하는 양반이 겸허하긴 뭐가 겸허해? 하늘 꼭지까지 찌를 듯 오만 독선으로 가득 찬 인간인걸. 일종의 광대 삐에로랄까. 제 잘난 자랑을 얼마나 하는지 몰라. 고려대를 깔보는 척하면서도 입만 열면 고대 고대 은근스레 자랑이야.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학벌주의자 같아. 동경대, 대만대, 하버드대… 그 자의 말에 허풍이 얼마나 섞여 있을까. 최소한 50%는 섞여 있지 않을까? 만일 다른 석학이 그 따위로 학벌 자랑을 했다간 곧장 매장됐을 텐데… 아마 삐에로 같아서 웃어 넘기는지도 몰라.”

“흠, 그래도 펄떡펄떡 뛰는 생선 같은 활기는 느낄 수가 있잖아요. 침이 튀는 노가리 속에 재미와 진실성을 버무려 넣는 게 쉬운 노릇은 결코 아니니깐 말유.”

“흥, 진실은 뭔 놈의 진실! 그 양반이 청산유수인 건 인정하지만, 강의든 책이든 가만히 살펴보면 자기류의 허장성세 속에 알맹이는 별로 없는걸.” 

“자기 스타일로 일가를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런 말을 하슈. 만년 중개사 지망생으로는 죽었다가 깨어도 어려울 텐데.” 


“흥! 자기류란 일반 보편성의 토지 위에 건축되어야만 구경꾼들이 부러워할 만한 멋과 개성미가 생겨나 유지되는 거야. 헌데 그 양반은 정말 유치스러운 허방이 하나 있어. 뭔지 알아?”

“…….” 

“알 턱이 있나. 무애 양주동 선생의 소위 국보론을 빌어 자칭 우주보라고 떠벌이는 사람이 때론 어린애보다 무지해져 싱크홀 같은 허방 속에 빠져 버리는 거야.”

“응…?” 

“만일 어떤 사람이 도올 양반을 칭송하면 설령 그 자가 바보 멍청이더라도 수재로 가공해 버려. 반면 자기를 비판하거나 대접이 좀 소홀하면 아무리 천재 진인일지언정 꺼병이 소인배로 침 튀기며 깔아뭉개 버리더군. 헛 참….”

대석학 사상가

“결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슈. 너무 그리 티잡지 마슈.”

“작은 잡티일 수도 있겠으나 대석학 사상가님껜 치명적일 만한 흑점이지. 그러한 순간엔 이성도 지성도 모두 아집 아견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 내려가 버리니까.”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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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