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2 11:05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흥, 전직 대통령들이 가장 문제야. 권력을 독점한 채 옛 왕조시대보다 더 제멋대로 굴잖아. 아마 옥황상제님보다 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한국 대통령일 거야. 더군다나 옥황상제님은 하지 않는 깡패 조폭 같은 짓도 마음만 먹으면 은근슬쩍 자행해 버리곤 미소 지을 수 있는 괴상스러운 옥좌야. 무소불위 아, 국민들이여! 무지한 인간들아!… 좌파든 우파든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기 파당의 이익을 위해 노력·봉사하지 않을 수 없어. 나보다 더 잘 알면서 왜 모르는 척만 하구 그래? 우파든 좌파든 국민 뜻을 빙자하면서 지들 멋대로 70, 80% 이상 선뜻 가져가 버리니까. 우리네 불쌍한 국민들은 그들의 똥찌끄러기나 빨아 먹어야 하는 거지.” 그는 상대방의 대꾸를 기다리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독백을 늘어놓았다.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사리사욕을 위해 광분하다가 남의 집안과 가족을 풍비박산낸 자라도 일단 죽으면 면죄부를 받는다. 반면 억울함을 호소할 길 없는 피해자가 자살한다면 바보 멍청이로 조롱받고 마는 세상이다. 아름다운 허장성세 대한민국의 속살 속모습이리라. 허장성세 피에로씨는 단순한 증오심으로 인해 죽은 이에게 욕설을 뇌까렸는지 모르되, 급기야 한국 사람의 사생관(死生觀)에 불을 지르는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사실상 대부분의 하숙생은 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 또한 언제 비명횡사할지 모를 살벌한 세상에 처해 있긴 하나, 일단 생존경쟁에서 이겨 죽음보단 삶과 손잡고 싶지 않았을까. 혹은 이미 사물화(死物化)되어 곧 지수화풍으로 변해 사라질 텐데 뭐 그리 미워할 이유나 시간이 있으랴 싶었는지 몰랐다. 살아내기도 바쁜 판에…. 그런데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그런 느긋한 시간이면 하숙집의 괴짜들이 하나둘 등장한다. 이 세상에 그 누군들 독특하지 않으랴만, 괴짜는 독특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존재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 같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하기사 요즘엔 평범인과 괴짜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순식간에 뒤바뀌기도 하니까. 마음속에 숨겨둔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시대이므로… 그런 만큼 누굴 특별히 골라 소개하지 않고 그저 흐름에 맡기려 한다. 가황의 꿈 2층으로부터 모창가수 지망생이 트로트 리듬에 맞춰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오며 한 곡조 뽑기 시작했다.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오늘도 술래~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면 어린 시절 술래잡기 생각이 날 거야 모두가 숨어 버려 서성거리다 무서운 생각에 나는 그만 울어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대통령에 관한 하숙생들의 견해는 각양각색이었다. “잘하겠지. 일단 한번 두고 보자구. 선덕여왕이 롤모델이라잖아.” “그러게. 사리사욕과 권력욕에 미쳐 당파 싸움이나 벌이는 사이비 정치꾼 모리배 놈들과는 다르겠지.” 모리배 “글쎄, 과연 그럴까? 그녀 뒤에도 당리당략에 눈이 벌건 모리배들이 파벌을 이루고 있을 텐데.” “남편도 자식도 없고 오직 이 나라만이 자신의 연인이라고 밝혔잖아.” “허 참, 그런 입에 발린 소릴 믿어?” “암튼 이미지 자체는 퍽 깨끗하잖아.” “허허, 엿이나 먹으며 입 닥쳐!” “왜?” “선덕여왕님에게 가서 한번 물어보든지.” “급변하는 시대를 두고 과거의 여왕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흠,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이란 건 있는 거니까.” “그게 뭔데?” “가서 한번 알
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방을 얻어 잠만 자고 식사는 외부에서 해결하는 현금파(간혹 한 끼 먹을 땐 즉석에서 현금 지불)는 소수인데,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볼 일이 별로 없다. 식권파는 실속을 추구하는 바 할인 가격으로 사서 먹을 때만 한 장씩 내주므로, 금전적으론 이익이지만 식판에 담긴 음식물 외의 가족적인 인정미를 느끼긴 좀 어려우리라(하지만 이미 삭막해져 버린 세상인지라 그런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꽤 많았다). 구석진 방 완불파는 한 달치 숙식비를 함께 낸 후 거주하는 정규 하숙생을 이른다. 그들 중엔 한 달 한 해 내내 꼬박꼬박 제때 들어와 밥을 챙겨먹는 사람도 있지만 사흘에 두세 끼만 먹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식권파 열차로 옮겨 타지 않는 건 하숙 자체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정
배우 박준규의 아내로 더 잘 알려진 진송아가 자신의 삶의 여정을 담백하게 전합니다. 3대가 배우의 길을 걷는 가운데, 주위의 남자들을 내조해온 진송아의 시선으로 우리네 일상을 되돌아봅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단꿈에 빠져 있는 새벽, 문득 그런 질문이 스친다. ‘왜 좋은 기억보다 힘들고 아픈 기억이 강렬할까?’. 이번에는 내 삶에 초라함을 느끼게 해준 하나의 프레임을 들여다볼까 한다. 시아버지가 당대 최고의 스타였기 때문에 당연히 남편은 ‘금수저 오브 금수저’였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시아버님이 돌아가신 뒤 우리 수중에는 3000만원이 전부였다. 시어머니와 아들 둘, 우리 부부가 서울에서 방 세 개짜리 집을 찾기에는 버거운 금액이었다. 겨우 방배동의 반지하 집을 얻었다. 불을 켜놔야 앞을 볼 수 있는 그런 집이었다. 애초에 욕심이 많지 않았던지라, 그럭저럭 살만은 했다. 장마철, 유난히 천둥 번개가 심했고, 창문을 치는 빗소리가 공포감마저 돌게 한 그날만 빼면 말이다.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발밑이 축축했다. 처음엔 실수로 물을 쏟은 줄 알았는데, 불을 켜고 나니 입이 떡 벌어졌다. 발목까지 물이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