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테마주’ 상지건설 수상한 지배구조 대해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25 13:32:43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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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성 거래 정지 풀리자 ‘3만3000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언급되는 상지건설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임무영 전 상지건설 사외이사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에 합류했다는 점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된다. 다만, 상지건설 실소유주 오정강 회장과 ‘기업사냥꾼’ 간의 거래 정황은 풀리지 않는 의혹으로 남아있다.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 상지건설은 전일 대비 5900원(22.96%) 상승한 3만1550원에 거래됐다. 임무영 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퇴임했지만, 오리엔트정공, 형지글로벌 등과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 주가는 지난 2일부터 이날 거래일까지(매매 정지일 제외) 897% 올랐다.

투기 과열
매매 중지

투기성 매수세가 몰리자 상지건설은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고 지난 10일 한 차례 매매가 정지됐다. 이후에도 폭등세를 이어가자 상지건설은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전날 하루 또 한 번 매매가 정지됐다.

이재명 대표와 기업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시가총액이 1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작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존 발행주식의 60%에 달하는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전환사채(CB)가 존재하는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기업 본연의 사업과 무관하게 정치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만큼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효력 심사도 까다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상지건설은 지난 2월부터 200억원 규모 주주우선 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후 4차례에 걸쳐 정정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액면가 5000원에 신주 400만주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3월까지 주가가 유상증자 발행 예정 가격보다 낮았던 만큼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게 여겨졌다.

상지건설 주가는 연초부터 3월까지 줄곧 5000원을 밑돌았다. 이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유상증자가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한 이유다.

주가 급등 이후 지배구조와 관련된 변동성도 커졌다. 기존 상지건설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아틀라스팔천→ 광무·중앙첨단소재→ 상지건설’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아틀라스팔천 최대주주는 오정강 엔켐 회장이다. 오 회장은 엔켐 지분 21.5%를 보유한 최대주주기도 하다.

최근에는 엔켐과 함께 KT 손자회사 이니텍을 인수했다. 지난 1일 245억원을 썼고, 오는 30일 이니텍에 100억원을 추가 출자한다. 엔켐은 본격적인 수직 계열화에 나섰다. 이니텍 인수를 기점으로 기존 관계사였던 광무, 중앙첨단소재와의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하는 모양새다.

오 회장의 개인 회사에 분산돼있던 지분을 그룹사 내로 거둬들이면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대선 이캠프 출신 사외이사로
실소유주와 기업사냥꾼 거래 의혹

지난 3일 광무 최대주주는 아틀라스팔천에서 ‘협진’으로 변경됐다. 협진은 엔켐그룹의 전략적 투자처로 알려진 곳이다. 엔켐과 아틀라스팔천 등은 광무 및 중앙첨단소재 등의 2대주주로 남아있는 만큼 엔켐과 협진의 협력 관계는 이어질 전망이다.


협진은 상지건설 지분 14.82%도 보유하고 있는데, 광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상지건설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지분을 취득한 지 2년 만이다. 시장에서는 오 회장이 ‘아틀라스팔천→ 광무→ 중앙첨단소재→ 상지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전략적 파트너인 협진과 공동 경영하는 것으로 바라봤다.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노린 주식 거래 등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일 상지건설은 보유하고 있던 CB 120억원어치를 영파, 글로벌제1호조합, 엠제이앤리 등에 153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CB는 2022년에 발행된 건으로 약 1년 뒤인 2023년 11월 상지건설이 132억원에 매수한 것이다.

이번 거래로 상지건설은 약 2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해당 CB 전환가격은 액면가인 5000원으로 CB 신규 투자자는 단기에 3배 이상 수익이 발생한다.

해당 CB는 보통주 240만주로 전환 가능한데, 이는 기발행주식 수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상지건설 최대주주는 중앙첨단소재로 지분 18.6%(특수관계인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10% 초반대로 낮아진다.

시장 관계자는 “해당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기존 최대주주인 중앙첨단소재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미리 협진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해 경영 안정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테마주’로 엮인 상지건설을 지배하는 오 회장이 이니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언급됐다. 이니텍 투자처 측에 김 전 회장 등 문제의 인물들이 개입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당초 이니텍은 PEF 운용사인 로이투자파트너스 및 사이몬제이앤컴퍼니에 매각되는 것으로 예상됐으나 갑작스레 인수자가 엔켐으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KT DS 산하 금융보안 전문 업체 이니텍의 새 주인은 지난 1일 엔켐으로 낙점됐다.

다시 보이는
엔켐·이니텍

엔켐과 중앙첨단소재가 보유한 이니텍의 주식은 각각 342만주(17.3%), 328만주(16.6%)로 엔켐이 최대주주가 됐다. 문제는 이니텍을 인수하는 두 회사 실적이 모두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엔켐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650억원, 순손실 5711억원에 달했다. 2023년에도 매출 4246억원에 순손실 560억원을 냈다.

중앙첨단소재도 적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순손실 182억원, 2023년 484억원, 2024년 76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엔켐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020억원이지만 단기차입금은 1064억원에 달한다. 1년 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엔켐이 현재 보유한 현금보다 많은 셈이다.

지난해 말 엔켐의 유동비율은 70.1%에 불과하다. 유동비율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인 ‘유동자산’을, 같은 기간 내에 상환해야 할 ‘유동부채’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00%에서 150% 이상이면 기업의 단기적인 재무 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되나, 100% 이하일 경우 단기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신주 261만2288주를 배정받아 주당 7430원에 매입하기로 한 엔켐은 이달 30일까지 194억원을 납입해 이니텍 신주를 인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지 않은 엔켐의 유동비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인수 과정서 자금조달에 동참했던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은 지난 3월 김 전 회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유니베스트는 지난 3월12일 KT DS와 이니텍, 그리고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에 ‘이니텍 주식회사 양수도 계약자의 자격 확인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유니베스트는 이니텍 매각 과정에 범죄 연루 의혹이 있는 인물들이 개입해 투자자들과 고객들의 항의와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 공문을 발송하게 됐다고 밝혔다.

유니베스트는 “당사는 불법 대북송금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회장, 일명 ‘이용호 게이트’의 당사자인 이용호 전 G&G 회장을 비롯해 조직폭력배, 사채업자들과 함께 이니텍 인수전에 나섰다는 점에서 항의 및 피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니텍 우선협상대상자인 사이몬제이앤컴퍼니가 지난 2월27일 제3자인 김 전 회장 등에게 매각됐다는 것이 유니베스트의 주장이다. 사이몬의 주인이 바뀌면서 이니텍 인수 계약자 지위도 제3자에 양도됐다는 얘기다.

알게 모르게
희석된 구조


유니베스트는 “공동계약자 중 1인인 사이먼제이앤컴퍼니는 제3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대주주 지위를 제3자에 넘긴 뒤 대표이사를 선임해 본 계약자의 지위를 제3자에 양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수인 지위를 제3자에 양도하는 것에 대해 매도인 및 매각 주간사가 사전에 통보받고 양도인이 서면동의했는지 매도 측의 입장을 구한다”고 촉구했다.

이후 유니베스트와 서울프라이빗에쿼티(PE)가 본계약 체결일인 2월28일 각각 계약금 26억원, 58억5000만원을 준비했으나 사이몬이 제3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계약금을 지급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유니베스트는 “사이몬을 통해 지급된 대상 회사의 계약금은 쌍방울그룹이 인수해 운영 중인 코스닥 상장사 비투엔㈜의 관계사를 거쳐 유입된 자금으로 당사는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니텍 임원으로 선임해달라고 통보된 명단에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사외이사를 지낸 임무영 전 사외이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베스트는 이를 근거로 “매도인은 실질적인 양수인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이 같은 상황임에도 계약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로이투자파트너스와 사이몬 컨소시엄 측은 “사실무근”이라면서 “상대 측(유니베스트투자자문)이 이니텍 거래를 깨뜨리려고 일방적인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적인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상한 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우리도 금융기관인 만큼 불법자금을 받으면 계약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쌍방울 김성태 또 등장
얽히고설킨 ‘검은 손’

한편, 오 회장이 광무를 인수하는 과정에는 A씨가 등장한다. 오 회장이 최대주주(53%)인 아틀라스팔천은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법인이고 설립 이후 증자를 한 적이 없다. 오 회장의 출자금은 5300만원이고, 누군가가 4600만원을 투자했다는 얘기다.

오 회장 외의 주주로는 17.01% 지분을 보유한 이승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아틀라스팔천의 대표는 설립 당시부터 신진형씨로 아틀라스팔천의 주주는 아니다. 신씨는 광무(당시 릭스솔루션)의 전환사채 75억원어치를 매입한 에스엘파워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로 두 회사의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다.

에스엘파워는 에너토크가 지분 전부를 매각하자마자 타인의 자금을 빌려 광무의 전환사채 76억원을 매입했다. 또, 에스엘파워의 전환사채 60억원을 매입한 곳은 전고체 리튬이차전지업체인 비상장사 티디엘이다. 2023년 8월 엔켐의 자회사로 편입된 곳이다.

엔켐은 티디엘 대표이사 김유신의 지분을 198억원에 사기로 하고, 엔켐의 특수관계자인 솔리듐시너지펀드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억원을 투자한다.

당초 2021년 11월에 잔금 지급까지 끝내기로 했던 에스엘파워는 수차례 중도금과 잔금 지급일을 연기하다가 2022년 2월에 1차 중도금 18억원, 3월에 2차와 3차 중도금 33억원, 4월에 잔금 18억원 등으로 나눠 대금을 치른다. 그런데 그해 2월에 20억원어치, 3월에 25억원어치, 4월에 11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장외매도한다.

에스엘파워에 재매각된 전환사채는 그해 3월과 4월에 걸쳐 주당 464원에 전량 주식으로 전환된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동안 광무는 5대 1의 주식병합을 하게 되고 4605원으로 거래를 재개하는데, 전환한 주식을 바로 처분했더라도 100% 가까운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엘파워가 취득한 광무의 전환사채는 오 회장이 소유한 또 다른 회사인 상지카일룸이 인수했던 전량이다. 2021년 3월에 발행됐고 상지카일룸이 3개월 만에 상환을 요구하는 바람에 되샀다가 약 4개월 만에 에스엘파워에 재매각했다.

거미줄
관계도

당시 상지카일룸의 실질적인 주인은 신동걸이었고, 회장은 한종희, 대표는 A씨를 끌어들인 최기보였다. 상지카일룸은 광무 전환사채를 상환받고 난 직후 16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그렇게 발행된 신주를, 이미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오 회장의 중앙첨단소재서 인수한다.

광무 인수에 참여했던 엑시옴파트너스, 스트라타조합, 씨에도어투자조합, 리앤리파트너스 등은 모두 광무의 전 최대주주였던 중앙디앤엠과 상지카일룸과 연관된다. 거슬러 올라가면 리더스기술투자와 관련이 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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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