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⑩일단 당선되면 맘대로 욕심대로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29 17:13:54
  • 호수 1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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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흥, 전직 대통령들이 가장 문제야. 권력을 독점한 채 옛 왕조시대보다 더 제멋대로 굴잖아. 아마 옥황상제님보다 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한국 대통령일 거야. 더군다나 옥황상제님은 하지 않는 깡패 조폭 같은 짓도 마음만 먹으면 은근슬쩍 자행해 버리곤 미소 지을 수 있는 괴상스러운 옥좌야. 

무소불위

아, 국민들이여! 무지한 인간들아!… 좌파든 우파든 일단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기 파당의 이익을 위해 노력·봉사하지 않을 수 없어. 나보다 더 잘 알면서 왜 모르는 척만 하구 그래? 우파든 좌파든 국민 뜻을 빙자하면서 지들 멋대로 70, 80% 이상 선뜻 가져가 버리니까. 우리네 불쌍한 국민들은 그들의 똥찌끄러기나 빨아 먹어야 하는 거지.”

그는 상대방의 대꾸를 기다리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독백을 늘어놓았다. 

“그럼 어찌 해야 할까? 우선 낡아빠질 대로 빠진 헌법을 오늘날에 맞게 고쳐야 해. 헌법은 영원하겠지만 낡은 헌 법[法]은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게 순리야. 그런데 우리는 2020년대에 살고 있으면서, 헌법은 군사독재 시대인 1980년대 말에 대충 날조 개정한 과도기적 사꾸라 틀 아래 억눌리고 있다잖아.


흥, 국회의원 개새끼 나리들의 양복은 최고급 울트라 맞춤식이라 아무리 똥배가 튀어나온 뚱보라도 제 맘대로 늘어나건만…. 나 같은 일반 보통 국민들은 낡아빠지고 좁아터진 1980년 독재표 헌 잠바 속에 갇혀 끙끙거리는 상태인걸.

우리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이 시대에 알맞은 우리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해! 옛 옷 속엔 바늘이나 칼날 그리구 가위도 들어 있어. 뭔가를 위해 슬쩍 남겨둔 거겠지. 흐흘, 실수라기보다 속셈…

깡패나 조폭보다 더 비열한 정치꾼 모리배 년놈들! 국민들은 바늘 끝에 찔리고 칼에 토막나고 가위 날에 매일매일 삶이 생째로 잘리는데도, 그들은 껄껄 웃어대며 자기네의 이익을 챙기는 데 혈안이 돼 있어. 흥, 그들은 세월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참사를 인재가 아니라 자연재해라고 우기지만 저 참새 녀석마저 깔깔 웃겠구만.

아니, 인간이 신을 이기고 있는 판국인데 뭔 자연재해니 자연의 보복이니 뭐니 지껄여댈 필요가 있냐, 응? 참 개같은 인간들이라니깐! 인간들의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을 위한 사실 왜곡은 이미 도를 확 넘어 하늘까지 죄다 더럽혀져 버렸어.

그래서 역설적으로 외로워진 인간들은 영웅호걸 따위 좀 꽤나 특출하면서 독재적인 위인을 인신이니 신인이니 추앙하다가 결국엔 진짜 신처럼 만들어 버리는 거지. 아니할 말로 저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각종 신들, 기독교의 예수, 일본의 천황 등도 인간이 인간에게 신성을 투여한 게 아니냔 말야.

흠, 한국으로 오면 훨씬 저급스러워지지. 원래는 고급스러웠는데, 온갖 세월 동안 외세에 시달리다보니… 지금은 맥아더 이하 미군 사령관들과 박정희 전두환 김대중 노무현 이승만 등이 각종 당파에 따라 거의 뭐 신과 비스무리하게 대접받는 실정이랄까.

무당 집을 한번 둘러보면 알 수 있어. 진짜 신의 입장에서 보면 가관이겠지. 대체 왜 좌빨이니 우빨이니, 개미 똥구멍 빠는 진딧물 같은 좀비 인간이 많을까? 차라리 좌측 이빨로 오징어 무침을 씹고 우측 이빨로 두부조림을 꼭꼭 씹는다면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해 건강에 좋을 텐데…


왼쪽 이빨과 오른쪽 이빨이 짝을 불신하며 서로 잘났네 싸우다가 혀를 물어 뜯고 편식한 결과 우리 몸 전체가 건강을 잃은 채 골골거리고 있지 않냔 말야. 윗니 아랫니가 서로 이해하는 건 당연지사고… 건강이란 상하 좌우의 뇌, 눈, 귀, 코, 손발, 음양, 남녀 합궁, 천지 자연의 도리…

흥, 난 잘 몰라. 다만 이건 좀 짐작이 돼. 자기쪽 편에 의치[義齒]를 해 넣으면 입 안이 어찌 되든 상대를 막 씹어 뱉을 수 있거든. 진실과 허위의 혓바닥까지도…

옛 왕조시대보다 더 제멋대로
옥살이 전직 대통령도 우상화

흠, 조선 왕조가 끝난 이후 여러 명의 대통령이 나왔지만 대부분 불행했지. 지금도 감옥 속에 전직 각하가 갇혀 있잖아. 왜 이유를 몰라? 과욕. 국민들이 그들에게 떠넘겼지 뭘. 민주주의 선거라는 미명하에… 자기 욕망을 스스로 컨트롤하지 못해 권리와 권력을 살쾡이 거머리들에게 맡겨 놓은 채 자유방임하는 거지 뭘.

설령 아무리 악독한 놈이라 하더라도 일단 선거에 의해 뽑혀 대통령 옥좌에 오르면 화장술사(메이크업 전문가)들과 마인드 마스터들이 붙어 깜짝 놀랄 만큼 선량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겉보기엔 성현 군자 같지만 속은 야수와 강도 심보가 더 날뛰게 된단 말야. 흥, 가면을 쓴 채 한순간 만인지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그 허연 손아귀에 장악하게 되잖아, 응?

그렇잖아요, 국민 여러분! 일단 그런 다음엔 최소한 대한민국 땅에선 신마저 고유의 진리와 진실과 자연의 순수한 빛을 펼칠 수가 없어. 왜냐? 대통령과 그의 하수인들이 5년간 신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며 국민의 삶과 삼천리 ‘금수[禽獸]강산’을 제맘대로 변조 개작할 수 있으니까. 국민의 이름으로…

에잇 씨팔! 나 같은 놈이 뭘 알겠어. 하지만 대통령이란 이름부터 좀 바뀌면 좋겠어. 흐흐, 대통령, 흐흐흐… 그건 국민이 지은 이름이 아니야. 지들이 멋대로 지어 붙인 것일 뿐…

흠, 우리가 북한의 수령이란 명칭을 도둑놈 두목 같다고 비웃지만 뭐 피장파장이야. 같은 피를 나눈 놈들이 뭐 크게 다르겠어. 이 쪼그만 땅에 뭘 그리 다스릴 게 있답시고 대(大) 자를 붙이고 지랄이야. 그냥 통령이라고만 해도 될 텐데…

야, 개새끼들아! 너희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미국도 그저 한 구역 책임자라는 의미의 프레지던트라는 단어를 쓰는데, 너희 허위 인간들은 책임은 무시하고 국민 유권자의 가슴속에 맺힌 홍시만 따서 홀랑 삼키곤 얌얌 짭짭 더 입맛을 다시잖아. 응?” 

피에로씨는 달아오른 얼굴의 열기를 좀 배출하듯 콧방귀를 몇 번 뀐 후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입속에 넣고 굴리며 사설을 이었다. 나는 그가 혹시 미치지 않았는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아무튼, 대통령 선거든 국회의원 뽑기든… 일단 당선된 놈은 너무 잘난 척 지랄치고 낙선한 자는 허접스러워져 버려. 웃기는 얘기야. 사실상 득표율은 몇 프로 차이나지도 않으면서… 그럼 낙선자를 찍은 유권자는 뭐가 되냔 말야.

하긴 당선된 후엔 대개 안하무인 번지레한 낯짝으로 찍어 준 사람을 무시하고 제 욕망 채우기에 급급하니까. 후훗… 사꾸라 민주주의는 말만 그럴듯할 뿐 사실상에 있어서는 정통 독재보다 못하고, 전통적인 왕조 시대의 시스템보다 더 후진 게 아닐까?


흠, 여보시우, 내가 횡설수설한다고 넘겨짚진 마슈. 난 그놈들보다 멀쩡하니까… 음, 그럼 이제 애초의 본론으로 돌아가쥬. 죽은 자와 과거의 죄악을 용서해야 하느냐, 혹은 어떤 식으로든 처벌하는 게 더 좋으냐? 

특히 일반인이 아닌 전직 대통령 국회의원 나리 같은 스스로 위대하다고 망상 착각하는 분들… 화장술과 가면을 벗기면 우리보다 훨씬 더 저열할 수도 있는 가짜 인간… 그럼 대체 누가 그 화장술과 가면을 쓰게 해주었는가?

바로 나, 그리고 국민 여러분이 아닌가 쫌 궁금하우. 히힛…

전직 대통령의 죄를 사면해주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미 벗겨져 사라진 왕관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가진 고집통들일 거야. 죽은 왕들의 머리에 씌워졌던 왕관과 미신 종교의 후광을 사실보다 더 중요시하는 거겠지. 정치와 종교는 바른 길을 벗어나는 순간 다 미쳐버리니까 말야. 

광인에게 정언은 통하지 않지. 죽은 대통령을 우상화하고 감옥에 갇힌 전직 대통령을 추종해 그 똥구멍이라도 빨아 주려는 이른바 ‘똥빨’들의 심리 심보는 과연 무엇일까? 흥, 적어도 내가 볼 때는… 그들이 퍽 너그러워서라기보다 오히려 자기들의 죄악과 과오 때문이 아닐까 싶어.

즉, 그 영웅들의 죄를 통해 자신의 악을 대속하고, 대리만족하려는 거지. 자기들이 만든 영웅에게 영광과 함께 죄악을 덮어씌워 버리곤 외면하는 비겁자들… 자기가 직접 투우장에 나서기보다 관중석에서 구경하는 게 더 재미있을라나.” 


비겁자

피에로 씨는 중얼거림을 멈추자 옆을 슬쩍 바라보았다. 청중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허허 웃으며 절룩절룩 계단을 걸어 내렸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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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