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혼자 싸우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외롭지만 영광스러운 고독”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낙연 전 총리는 전라남도지사를 시작으로 국무총리와 5선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냈다. “아버지부터 2대에 걸쳐서 민주당 사람이었다”는 이 전 총리는 국가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기 위해 20년 넘게 몸담았던 민주당을 떠나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을 꾸렸다. 최근 혼란스러운 탄핵 정국서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좌우서 벗어난 다른 시각으로 정치판을 보고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모두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는 이 전 총리와 만나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물었다. 다음은 이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지난 4·10 총선 이후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민주) 지도부 총사퇴를 결심했다. 그동안의 근황은?

▲북한 대학원대학교서 북한을 공부하고 또 중국 문화원서 중국어를 공부하면서 지냈다. 지금은 강연을 하고 언론 인터뷰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밤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어벙했다.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가 TV서 군인이 나오는 걸 보고 심각성을 알아챘다. 잘못된 계엄이라는 걸 빨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가 계엄 사태 당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이는 어떻게 생각하나?

▲각자에게 어울리는 역할이 있다. 내 생각을 꾸준히 발표하는 게 내 역할이다. 다른 사람과 꼭 똑같아야만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는 예상 못한 일이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미친 비상계엄으로 사회적 충격이 컸고, 빠른 수습이 필요했다. 그래도 정치권과 수사기관은 절차적 정당성과 합법성을 확보하면서 대처해야 했다. 법원 결정문이 지적했듯이 절차의 명확성과 수사 과정의 적법성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 법원의 구속 취소가 나왔다.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느냐 등을 미리 정리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공수처 수사권 유무는 앞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고 한다. 민주당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구속 취소도 즉시항고 포기도 매우 드문 일이어서 놀랍고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법리적으로는 검찰도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구속집행정지나 보석 사건서 즉시항고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결정이 있었던 것을 검찰이 고려했다고 한다.

검찰이 헌재 결정을 존중했다면 그것을 탓하기는 곤란하지 않겠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만 문제 삼는 것도 이상하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로 정국이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일지?

▲혼란을 줄이는 길은 먼저 각 기관이 법적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여야 정당도 극단적 주장으로 때로는 음모론까지 동원해 지지자들을 선동하지 말고 헌재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고 선언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헌재와 법원의 판단이 국민에게 더 잘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 때문에 조급증을 보이고 있고, 윤 대통령은 헌재의 공기를 휘저어 놓으려고 무리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은 취소됐지만 헌재 탄핵 심판은 인용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용이든 아니든 정치 사회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헌재의 판단이 무엇이건 승복하겠다고 미리 선언하고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좋겠다. 두 사람에 대한 재판도 지연시키거나 흔들지 말고 법원에 협조해 법원의 판단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하고 지지자들을 설득하기 바란다. 그것이 혼란을 줄이는 가장 좋은 길이다.

-윤 대통령보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이 먼저 나왔다.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가 윤 대통령보다 앞서 나오게 된 진짜 이유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몇 가지 해석은 가능할 것 같다.

첫째,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시간이 당초 계획보다 많이 걸리게 됐기 때문에 한 총리에 대한 선고를 윤 대통령과 동시 선고로 마냥 미루기는 어렵게 되지 않았을까?

둘째, 민주당이 최상목 부총리까지 탄핵소추해 직무 정지 상태로 만들면 국정 공백이 너무 커진다는 우려가 생기지 않았을까?

셋째, 한 총리를 앞세운 선고 순서가 윤 대통령과 한 총리에게 각각 어떤 선고를 할지와 관련이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호사가들은 이러쿵저러쿵 추측하겠지만⋯

“민주 조기 대선 이재명으로 안 된다”
“출마? 무엇이 국가에 보탬일지 고민”

-지난해 2월, 20년 넘게 몸 담아온 민주당을 탈당해 새민주를 창당했다. 창당에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조직도 자금도 없고, 언론의 관심도 적어서 이슈를 주도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난관이었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국민이 양당제에 익숙한 것도 우리로서는 어려운 환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영의 굴레서 벗어나 객관의 눈으로 국가의 위기를 직시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된 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서 진영을 넘어 국가를 위해 바른 말하는 세력이 우리 말고는 없지 않은가. 외롭지만, 영광스러운 고독이다.


-창당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진 순간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진영에 속해 있을 때 자기를 객관화하려는 본능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한 쪽으로 가게 되면 스스로 제동이 걸리고 그랬다. 당에 있을 때도 많이 공격을 받곤 했다. 정치인이라는 건 진영에 속해 있는 게 자연스럽기도 하고 또 그게 편하다. 그러나 나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했다. 그래서 큰 땅에 속해 있을 때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 땅을 벗어나서는 훨씬 더 자유롭게 객관의 눈을 갖게 됐다.

-민주당을 탈당한 것을 후회한 적 없는지?

▲국회의원을 사퇴하는 것에 대해서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할 자신이 없다. 특히 유권자들한테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고 종로 구민들한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에 비하면 탈당은 거의 불가피한 단계까지 몰려갔다. 민주당은 생각해야 할 걸 빼놓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 준비를 할 무렵에 느닷없이 당내서 제명 처분이라는 게 나왔고 7만명 정도가 동참했다. 그 누구도 그걸 말리지도 않았고 말리는 척도 안 했다. 그런 일을 당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여기가 내가 돌아갈 나의 집이다”라는 생각이 들까? 누구든 간에 자신이 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식의 태도는 어른스럽지 못하다.

-야권 잠룡으로 불리는 이들의 이 전 총리에 대한 입장이 제각각이다. 박용진 전 의원은 “힘을 합치자”고 했고 김경수 지사는 “너무 멀리 갔다”고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또, 조기 대선 상황이 벌어진다면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그들에게 ‘사람을 대상으로 여기는 태도를 버리라’고 권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나름의 생각과 방식을 갖고 사는 법이다. 그런 당연한 이치를 경시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민주당이 이 대표 이외의 좋은 후보를 내면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이미 밝혔다.

그 밖의 연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건, 두 가지의 원칙은 지키려 한다. 첫째는 국가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것, 둘째는 내가 살아온 방식과 어울려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에 대해 가장 활발히 주장하고 있다. 개헌 시 역대 대통령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은 불행을 막을 수 있을까? 권력 구조 개편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책임총리에게 분산하는 개헌이 필요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극한 투쟁의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바꾸려면 선거법을 고쳐 다당제를 실현해야 한다.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정당법을 고쳐 당수의 제왕적 권한을 없애거나 약화해야 한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불행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지도자의 도덕성과 절제력 같은 품성이 제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제도 개선은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헌정회를 비롯한 원로들과 대선주자 대부분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과 이 대표만 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다. 왜 그렇다고 보는지?

▲이 대표도 2022년 대선서 개헌을 공약했었다. 약속은 지켜야 하는데도 지금 개헌에 소극적인 것은 본인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빨리 대통령이 돼서 사법 리스크를 권력으로 해결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본인의 그런 계산에 유리하다고 보는 모양이다.

“대선판 흔드는 개헌? 제왕적 권력분산 필수”
“한 총리 빠르게 복귀해 트럼프와 소통해야”

따라서 개헌 논의로 지금의 판이 흔들리거나, 조기 대선에 차질이 생기거나, 다음 대통령의 임기가 줄어드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함으로써 분열과 혼란에 따른 사회적 긴장을 낮추는 것이 그에게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과 민주당 후보 교체를 주장하지만 민주당에 현실적 대안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인데

▲동반 청산은 단순히 ‘대안이 있느냐 없느냐’로 좌우될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 호불호의 문제도 아니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이 시기에 두 사람의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다른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그 두 사람보다 국가적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대안부재론은 기득권자들의 거짓 논리일 뿐이다.

-조기 대선 상황이 온다면 대선에 출마할 건가? 한다면 독자 출마와 연대 중 어떤 쪽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이 국가에 보탬이 될지 고민하고 있다. 민주당이 좋은 후보를 낸다면, 당연히 협력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다른 연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 대표의 중도 보수 발언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당의 노선을 당 대표의 한마디 말로 정할 수는 없다. 지금 민주당에 노선보다 더 큰 문제는 신뢰의 위기다. 대표의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아침 말과 저녁 말이 다르게 오락가락하면 신뢰가 생길 수 없다.

-민주당이 중도를 끌어안을 방법은? 중도는 ‘무엇’ 때문에 ‘어떻게’ 움직이는 집단이라 생각하나?

▲중도가 아니더라도 국민을 끌어안으려면 진정성과 일관성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도층은 억지와 극단을 싫어하고 상식과 합리를 중시하는 집단이다. 민주당이든 누구든 중도층의 신뢰를 얻으려면 억지와 극단을 버리고 진정성 있게 상식과 합리를 추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에 반대한 합리적 보수까지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의 긴 역사를 보면 진보를 끌어안는 것이 더 나중이었다. 합리적 보수를 껴안는다는 건 처음 나온 말은 아니다.

-이른바 보수 잠룡으로 불리는 인물들은 어떻게 평가하시나?

▲인물평은 사양하겠다. 다만 누구든 계엄 선포 같은 윤석열의 정치나 장외 극단 세력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고, 명태균 스캔들 같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뒤에 대선에 임하기 바란다. 관계 정리는 그쪽 당을 위해서도, 국가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자기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으면 이 대표를 비난할 자격도 없어진다.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 폭탄과 이민자 배척,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모두 위태로운 시기에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함께 탄핵소추돼 정부가 정상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총리가 빨리 업무에 복귀해 정부 각 부문이 제대로 대응하도록 챙기고 민간의 협력도 구하기를 바란다. 미국통으로 정평이 난 총리가 트럼프와 소통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한국이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도록 총리가 나서면 좋겠다.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호적 관계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그게 어렵더라도 최소한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북한도 중국도 대한민국과의 안정적 관계가 중요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뭔가를 해보고 싶어 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는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미련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에 대한 미련이 거의 보이질 않는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미련을 가질 때 우리가 할 일이 생기는데, 미련을 갖지 않으면 할 일이 없어진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우선 미국과의 ‘노딜’ 경험도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라고 하는 뒷배가 튼튼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국의 경우 미국의 견제도 있을 것이고, 미중 관계 자체도 예민한 시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우리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혜가 필요한 때다.

-끝으로 국민에게 한마디.

▲우리는 늘 지도자보다 국민이 더 훌륭했다. 그리고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민중이 먼저 나서서 국가를 구했던 전통이 있다. 이번에도 이 위기를 국민의 지혜와 용기로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단지 그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우리가 참아야 하느냐, 그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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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단독] “노상원 모른다” 윤석열 거짓말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이라는 사람 아는 바 없다.”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형사 재판서 한 말이다. ‘경고성 계엄’일 뿐이었다는 기적의 논리에 딱 들어맞는 주장이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들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판단도 다르지 않다. 윤 전 대통령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모를 수 없는 정황은 곳곳서 포착된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노 전 사령관을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여름부터 정보사 전·현직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수도권 여러 안가서 모였다. “모를 수 없다” 곳곳에 정황들 이 자리에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군 정보·공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은 회의서 언급된 내용을 정리해 수첩에 적은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9월부터 김 전 장관의 임기가 시작되자 노 전 사령관은 계엄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성남시 판교 정보사 100여단(블랙요원 명단 유출 이전 900여단) 사무실인 B 연구원서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했다. 민간인이었던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에 필요한 인원과 앞으로의 계획을 보고받고 김 전 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정리해 윤 전 대통령에게 알리고 ‘계엄 시기’에 대해 고민했다. 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마음대로 정보사를 주무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김 전 장관이 든든한 뒷배로 있었기도 했지만 결정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의 힘이 컸다”며 “윤 전 대통령이 노 전 사령관의 계획에 대해 굉장히 흡족해했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이 관리한 수사2단은 1·2·3대로 나뉜다. 계엄 사태에 연루돼 업무가 배제된 김모 대령이 1대장을, 노 전 사령관과 햄버거집 회동을 한 정보사 김모·정모 대령이 각각 2·3대장을 맡는 것으로 계획됐다. 이 조직은 예비역인 노 전 사령관, 국방부 조사본부 출신으로 예비역인 김용군 전 대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려 했다. 이들의 주 임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와 선관위 직원 납치·감금·심문이었다. 정 대령은 앞선 조사에서 선관위 장악을 위해 직원들을 케이블타이, 두건, 마스크 등을 사용해 무력 통제한 뒤 특정 장소에 감금하는 방안을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등과 함께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들을 심문하려 할 때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가 쓴 책을 참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김형철 한국군사문제연구원장이 쓴 책을 숙지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노 미팅·정보사 플랜 윤에 수시 보고 “윤, 흡족…김이 대통령 미팅 제안한 이유” 한 정보사 간부는 검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만약 부정선거에 가담한다면 이 조직, 이 사람들일 것’이라는 취지로 정리해줬다”고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가 노 전 사령관에게 건넨 명단에는 임시 사무소 예산 담당 직원을 비롯해 선관위 전산 시스템 운영 직원, 전산 운영 실무자 등이 포함됐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약 한 달 전 정보사 간부들을 만나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나면 선관위에 가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확인해야 한다”며 선관위 직원 30여명 명단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원장은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캠프서 공명선거·안심투표 추진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원장이 2021년에 쓴 책은 부정선거 의혹 거점으로 임시 선거사무소를 언급한다. 각급 선관위와 임시 사무소 사이 설치된 통신망을 통해 사전투표 및 개표 통신망에 접속해 득표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책에는 부정선거 의혹 근거로 ‘사전투표지 QR코드 활용’에 문제가 있다고 적혀 있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관계자들에게 “QR코드 증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관위는 QR코드로 사전투표지에 선거구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선관위가 부여하지 않은 일련번호가 찍힌 사전투표지가 많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이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 소송에서 4만5000여장 사전투표지 QR코드를 모두 판독한 결과 가짜 투표지는 한 장도 없었다. 노 전 사령관은 신인호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김 전 장관과는 달리 윤석열 캠프 외곽서 활동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는 “외곽서 활동했기에 노 전 사령관이 윤석열 캠프 출신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 군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 대한 칭찬을 윤 전 대통령에게 많이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노·윤 커넥션 캠프서 시작?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전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 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노상원이 윤 전 대통령을 사실 굉장히 보고 싶어했다. 출세욕이 강한 만큼 김 전 장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을 만나면 다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도 “성범죄 문제 때문에 윤 전 대통령에게 폐를 끼칠 수 있기에 김 전 장관의 제안을 여러 차례 거절했다”고 말했다. 주변 인맥 활용 국방사업 개입?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18년 1월 육군정보학교장으로 임명된 후 같은 해 10월1일 국군의 날 교육생 신분의 부하 직원을 술자리 등에서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역 장성 신분으로 구속된 그는 1심 보통군사법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심서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불명예 전역 수순을 밟은 노 전 사령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으로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모두 상실했다”는 걸 감형 이유로 댔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을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노, 윤 캠프 외곽 활동해 조언 일부 현실화 ‘김건희 비화폰’ 미스터리 “노와 교집합”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건희씨와 노 전 사령관의 소통을 의심한다. 민간인이었던 둘에게 비화폰(안보폰)이 제공됐고 무속이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같은 의혹 해소를 위해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대통령경호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및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연루 혐의 등이 대상이다. 경찰청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는 이날 공지를 내고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대통령실 및 공관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착수했다”고 알렸다. 압수수색 대상은 윤 전 대통령 및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관련 비화폰 서버, 대통령실 경호처 사무실, 경호처장 공관 등이다. 또 이 전 행안부 장관의 내란 혐의 관련 대통령 집무실 CCTV도 포함됐다. 다만 경찰은 “이 전 장관의 내란 혐의와 관련한 대통령 안전가옥 CCTV, 비화폰 서버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3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서 불청구했다”고 밝혔다. 김건희 알았나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경호처 내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해 왔지만 경호처는 ‘군사상 기밀, 공무상 기밀’ 등을 이유로 협조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씨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차장도 경호처 내부 반발에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공조본 내부에서는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