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2 15:15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야의 헛발질이 계속될수록 중도층은 늘어만 가고 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양당은 사사건건마다 극한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비록 현재는 자신이 보수당에 몸담고 있지만 중도층에게 호소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과연 누가 중도층을 잡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군들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중 ‘중도’ 성향을 가진 후보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중도를 자처하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다. 차기 전당대회 시점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내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을 제외하고 안 의원이, 당외에서는 유 전 의원의 주목도가 높다. 같은 목표 다른 쪽으로 한 명은 당내에서, 나머지 한 명은 당외에서 열심히 세를 모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정치노선은 합리적 중도·보수다. 당권주자, 중도보수를 희망하는 안 의원과 유 전 의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중도보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은 과거 민주 진영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안 의원을 정치에 입문시키기 위해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띄웠던 바 있다. 실제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선호도는 50%가 넘었다. 이른바 안철수 열풍이 불었던 셈이다. 하지만 당시 보수 진영에선 IT 전문가인 안 의원이 과연 정치를 잘하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변화 욕구가 안 교수(당시 교수)를 통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를 높이 평가했다. 그만큼 정치 유망주로서 시작 전부터 상당히 몸값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셈이다. 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날로 높아졌다.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왔고, 유력 대선후보로까지 이름이 언급됐다. 본격적인 정치 참여는 18대 대선 때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안 의원의 정치 여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국회에 입성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공동대표까지 지냈으나 문 전 대통령과 함께 나아가지 않았다. 이때부터 안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한 정치세력을 도모하게 되는데 바로 국민의당의 탄생이었다. 국민의당은 세력을 점차 불려 나갔다. 당시 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야권통합을 제의했으나 거절했던 게 신의 한 수였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호남 돌풍’을 일으켰다. 단숨에 국회 의석 300석 중 38석을 거머쥐며 국회 원내 교섭단체로 올라섰다. 그러나 호남 유력 중진 의원들과 안철수계의 노선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분열됐다. 이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면서 진보 진영과는 사실상 결별을 택했다. 안, 정부에 직언…윤심 변수 보수 세력 모으기? “난항 중” 안 의원은 당시 “통합은 영·호남, 진보·보수로 갈라져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던 과거의 구태정치 역사를 뒤안길로 보내는 결정”이라며 중도층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안 의원이 점차 진보중도 노선에서 보수중도 노선으로 갈아타게 된 계기다. 보수로 노선을 갈아탄 안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보수 정당에 몸을 담았다.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와 단일화하면서 재창당했던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에 흡수됐다. 중도노선으로 방점을 찍었다고는 하나 정치적 스탠스는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다. 안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임을 자처한다. 앞서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아 윤정부 초기부터 밑그림을 그려왔다. ‘윤정부의 연대보증인’임을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 또한 잘 다져갔다. 보수당에 몸담은 그는 차기 당 대표로 자주 거론됐다. 당시에는 당장 당권을 운운하는 게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지만 최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권 도전 선언 직전 안 의원의 노림수는 보수층이었다. 본래 보수가 아닌 탓에 지지 기반이 다소 약했던 탓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방문해 본격적인 보수 공략을 시작하고 나선 것이다. 당심을 얻는 것이 핵심인 상황에서 그에게는 원조 보수층의 지지가 절실했다. 앞서 안 의원은 2018년 새누리당을 탈당한 인물들과 제3세력을 추구했으나 쌓아온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들었던 바 있다. 과도한 우클릭이 오히려 패착이 된 셈이었다. 이런 탓에 최근에는 기존 보수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당 지도부와 다소 대치되는 발언들을 내놓는다. 좌와 우 바뀐 위치 윤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김기현 의원과는 다른 결이다. 할 말은 하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악화돼있는 당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안 의원이 궤도를 수정한 이유는 극우 보수의 당심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것이 원조 보수 세력격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 부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지지세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은 당권주자로 언급될 당시만 해도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최근 당내에서 굳건하게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황 전 총리 역시 현재 6%대의 선호도를 기록하면서 원조 보수 우파 세력의 지지를 받는 중이다. 결국 안 의원 입장에서는 다른 공략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당내의 비주류에 방점을 찍고 비주류 세력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이대로는 힘들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능력’을 강조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안 의원은 현재 대통령실과 다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누는 듯한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견해를 밝힌다. 최근 논란된 도어스테핑 논란 역시 안 의원은 윤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 역시 초반에 받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당 지도부와는 생각이 다르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값으로 세력화를 시도 중이다. 현재 당권주자 중 안 의원의 네임 밸류는 단연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각종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는 등 존재감 띄우기에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이름값에 비해 최근 존재감이 다소 낮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 탓에 안 의원은 공부 모임을 직접 조직하기보다는 당내에서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이 새로 설정한 목표가 기득권을 향한 비판과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친윤과 반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본다. 능력과 이름값 안 의원에게 닥칠 변수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당권주자로서의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윤심이 안 의원을 향했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최근 윤 대통령이 보수 우파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사실상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사이가 점점 벌어지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과의 사이가 벌어지다 못해 아예 등을 돌리고 맹폭을 퍼붓고 있는 인물도 있다. 바로 유 전 의원이다. 유 전 의원은 본래 보수 출신 인사로 새누리당 시절부터 몸값이 상당히 높았다. 그런 그에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탄핵에 가담하면서 여전히 배신자 이미지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세력 다툼이 계속됐다. 결국 유 전 의원은 2019년 변화와 혁신을 해내겠다며 신당 창당을 했으나 이마저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했다. 새로운보수당으로 개혁보수를 꿈꿨으나 쉽지 않았고, 결국 자유한국당 등과 합당해 미래통합당에 한동안 몸을 담았다. 합당 이후에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으며 이때부터가 그의 내리막길이 됐다. 대선 때도 보수의 근거지 대구에서 비례대표 1번과 4선 의원까지 지냈던 그는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19대 대선에서는 득표율 6%를 넘기는 데 그쳤으며 지방선거 때도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김은혜 홍보수석과 대결을 펼쳤으나 당심은 그를 외면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동안 잠행을 이어가던 유 전 의원이 침묵을 깬 시점은 지난 6월 북 콘서트를 개최하면서다. 이때부터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한 높은 수위의 비판을 이어갔다. 완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유, 윤 대통령 직접 타격 당내 비윤 세력화 관건 현재 유 전 의원의 지지율은 당외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아직까지는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외부에서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의 몸은 여전히 보수당에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중도층 이탈 등에 대해서는 당에서 비판 목소리가 딱히 나오지 않는 지점을 공략한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의 1번 타깃이다. 물론 유 전 의원이 중도층을 노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의 최근 발언을 두고 야당보다 더 야당같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만큼 자신이 소속한 당에 맹폭격을 가하고 있다. 이런 탓에 유 전 의원이 최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간 느낌마저 든다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이 내부의 표심을 얻기가 힘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권주자들은 하나같이 유 전 의원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윤심을 얻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은 “당을 같이 할 이유가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의 이 같은 공격 성향은 여당 안의 야당으로서의 세력화를 부각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도 유 전 의원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행 비상대책위원도 유 전 의원에게 “말리는 밉상 시누이 노릇을 하는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당원들에게 더 상처를 준다는 것을 진정 모르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이 당을 거의 적으로 둔 것과 별반 다름없어 보이긴 하나, 여전히 변수는 존재한다. 민심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내부 표심을 얻을 방책이 필요하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를 선출 시 여론조사는 7(당원)대 3(외부) 비율을 택하고 있다. 내부 당권주자들은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외치는 역선택은 유 전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당외서 압도적 이에 따라 한동안 비율을 9대 1로 변경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자 당 지도부는 없던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직 당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은 유 전 의원 입장에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서 당권을 잡지 못할 경우 정치무대가 진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탓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두 인물 모두 중도보수에 방점을 찍고는 있지만 방향이 다르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나경원-김기현 연대설 차기 당 대표 선출 때는 윤심이 반영된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당권주자들은 윤심에 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윤심을 등에 업으려는 인물은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다. 김 의원은 거의 윤 대통령과 동기화된 상태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내려질 정도다. 최근 김 의원이 발족한 새로운 미래 혁신24 모임이 3개월 만에 개최되면서 다수 의원이 참석했다. 여기에 더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나경원 부위원장까지 참석하면서 일각에서는 나경원·김기현 연대설이 흘러나온다. 당 내부에서는 당 대표로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라는 말까지 있다. 이에 대해 나 부위원장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당심에서 우세한 나 부위원장이 직책을 2개 맡은 상황에서 직접 출마가 어려워 친윤계 후보를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차>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해 부모가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존재가 되고 싶다던 인물이 있었다. 2020년 4월28일 KBS1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에 출연했던 안모 목사다. 그는 두 아이를 입양해 법적보호자가 됐고 자신이 운영하는 아동보호센터 소속 아이들에게 선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달랐다. 여성들을 향한 성폭력과 폭언은 기본이었고 국가에서 지원하는 장학금까지 갈취한 정황도 있다. <일요시사>는 안 목사가 아이들에게 자행한 행태에 대해 알아봤다.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이른바 ‘보호 종료 아동’으로 불린다.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사회로 냉정하게 던져진다. ‘키다리 아저씨’로 유명한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 센터(센터)’ 대표 안모 목사는 홀로서기에 내몰린 아이 여럿에게 선행을 베푸는 척 지옥을 선물했다. 부모가 없는 청년들에게 지원되는 국가지원금을 갈취하고 폭행한 데 이어 성폭력까지 저질렀다. 아이들에게 그는 이른바 ‘사탄’이었던 것이다. “악마이자 금수였다” 센터는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다. 만 24세 이후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해야 하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좋은 재단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기업들이 안 목사의 행태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센터에 수억원이 넘는 거액을 기부해왔다. 안 목사는 백석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해 2018년까지 성령과 율법교회 목사로 활동했다. 직접 기독교 관련 책까지 썼고 자신이 만든 성경학습을 끝낸 아이에게는 센터 ‘리더’라며 임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2020년 4월 KBS1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그렇게 가족이 된다’ 편에서 안 목사는 2016년 보육원에서 나와 갈 곳 없는 A씨의 법적 보호자가 됐다. 안 목사는 A씨에 대해 “한 달에 한 번 월차 때 같이 노니까 좋더라”며 “내가 축구를 좋아하는데 인원이 부족했다. 마침 지인이 축구를 좋아하는 애가 있다고 말하며 데려온 게 A씨였다. 할 수 있겠냐고 그랬더니 축구부에 있었다고 하더라. 잘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게 인연이 돼서 축구를 하면서 몇 개월 알고 지내다가 A씨의 아픈 과거와 부족했던 면을 듣게 됐다.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너무 아파 그렇게 지내 오다가 A씨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돼주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A씨는 안 목사에 대해 “자주 만나게 되고 ‘내 딸 할래?’라고 물어봐 줬는데, 남자 어른을 대하는 게 처음이었다. 시설 안에는 수녀님과 선생님이 여자다. 그래서 어려웠다”면서도 “자주 만나면서 많은 모습을 보게 되고 또 내 고민을 털어놓으며 많은 말을 듣게 되고 가까워지면서 ‘이분이면 내 인생이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회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A씨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안 목사를 믿고 있었다. 갈 데 없는 이들에게 희망인 줄 알았던 센터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지옥으로 변했다. 타락 아닌 거룩함이라고? 거부했는데 생일날 강간 <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영상에서 안 목사는 아이들에게 폭언을 일삼았고 성추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안 목사는 “XX 가슴은 내 가슴과 같아” “XX랑 XX을 하고 싶었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도 이어갔다. 센터 피해자 B씨는 “안 목사에게 성폭력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안 목사의 생일이 7월16일인데 그날 여자아이가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요구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배가 끝나면 항상 술을 마셨다. 안 목사가 벗어야지! 벗어야지! 라고 말할 때 저게 가족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이 같은 성폭력을 성경에 비유하면서 본인이 하는 행동이 “세상이 바라볼 때 타락이겠지만 하늘이 볼 때는 거룩이다”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고 한다. 안 목사의 비상식적 행태에 치를 떨던 일부 아이는 센터를 피했다. 안 목사는 센터를 피하거나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불러 쇠몽둥이로 폭행을 일삼기도 했다. 한 아이는 몸에 안 목사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기까지 했다. B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넌 나에게 복종해야 된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넌 내 말 안 들으면 뇌혈관 세포가 터질 거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안 목사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선물은 본인 영어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는 거라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실제 안 목사는 설교 예배 중 신도들에게 “내 말에 집중 안 하면 뇌혈관 세포를 터트려 버린다고 했다. 기절해봤어, 안 해봤어?”라고 겁을 줬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센터에서는 처음부터 딸, 엄마, 아빠 이렇게 부르니까 처음에는 너무 행복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희망 아닌 지옥이었다 C씨는 “딸의 가슴을 만지는 아빠는 없지 않나”라면서 “진짜 가족이 없어서 원래 가족이 이런 건지 모르겠다. 근친상간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돼야겠다고 한 건 센터를 홍보하기 위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목사가 성범죄와 관련된 물적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C씨는 “센터가 아닌 외부에서 움직일 때는 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력을 당한 이들도 있다”며 “하지 말라고 거부해 쫓겨나는 순간 갈 곳이 없이질까 불안해 공개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목사는 언론을 통해 “아이들에게 폭행은 있었지만 훈육 차원이었고, 성추행과 성폭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들이 먼저 나한테 와서 ‘대표님, 대표님’이랬다. 얘네가 막 만지고 이러니까 친해지고 싶은 그런 것들에서…”라며 자신은 친밀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 목사의 만행은 성폭력으로 끝나지 않았다. 본인의 사진을 피해자를 포함한 센터 아이들에게 경매로 부쳐 사게 하기도 했다.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센터에 다니던 D씨의 통장에 국내 한 기업으로부터 들어온 특별 장학금 500만원이 3분 만에 센터 상임이사 계좌로 송금됐다. 한 달 후에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병원비 명목 후원금 1000만원이 들어왔는데 이중 700만원도 센터 상임이사에게 보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 목사가 기부금 일부를 고가 차량과 오토바이를 구입하는 데 쓴 정황도 포착됐다. 법조계에서는 안 목사에게 횡령과 갈취·사기죄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기부한 목적 이외에 금전을 유용했다면 횡령죄가 적용된다”며 “개인 후원자와 기업을 기만한 것이기에 사기죄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센터 간부·아이들 사실상 세뇌 자신의 이름 몸에 문신도 새겨 1년에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이 누적됐다면 행정안전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았다면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서초동 변호사는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등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사정기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횡령 금액이 커진다면 처벌은 더 무거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과거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횡령 사건이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은 2020년 9월14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대협) 회계 부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윤 의원을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윤 의원에게 적용한 혐의는 총 6가지로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와 지방 보조금을 교부받아 편취한 혐의 ▲무등록 기부금품 모집 혐의 ▲개인계좌로 모금한 기부금과 단체 자금을 유용한 혐의 ▲치매 상태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돈을 기부하게 한 행위 ▲위안부 할머니 쉼터로 사용할 주택을 비싸게 사들여 정대협에 손해를 끼친 혐의 ▲위안부 할머니 쉼터를 미신고 숙박업에 이용한 혐의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했음에도 학예사가 근무하는 것처럼 허위 신청, 등록하는 방법으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약 3억원을 부정하게 수령했다. 또 정대협 상임이사이자 정의연 이사와 함께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단체 계좌로 총 41억원의 기부금품을 모집했다. 이 외에도 해외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나비기금’과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명목으로도 총 1억7000만원의 기부금품을 윤 의원 개인계좌로 받았다. 특히 윤 의원이 단체 기부금 중 개인 용도로 쓴 돈은 1억여원에 달한다. 윤 의원은 201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개인 계좌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외여행, 나비기금, 조의금 등 명목으로 모집한 약 3억3000만원 중 5755만원을 개인적으로 썼다. 기업 기부금 사적 사용? 검찰은 윤 의원이 길원옥 할머니가 치매를 앓는 점을 악용, 길 할머니가 받은 상금 가운데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하게 만든 점도 ‘준사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단체나 개인이 후원금을 받는 단체에 대해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안 목사의 횡령 의혹에도 비슷한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안 목사가 운영하는 단체의 분위기와 좋은 곳이라는 풍문을 들을 순 있어도 외부에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금융범죄수사대 소속 한 경찰은 “단체가 후원금을 받은 곳에 대해 돈의 사용처에 대한 감사를 정부기관에 요청할 수는 있다”면서도 “후원금을 받은 곳이 여러 통장을 만들어 받은 후원금을 나눠 관리하고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법인을 설립해 우회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면 수사기관이 나서기 전까지는 일반인 또는 단체가 범죄에 대해 자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센터에 약 1억원의 돈을 후원한 단체는 센터의 후원금 관리에 대해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려왔다고 한다. 해당 단체의 관계자는 “돈이 제대로 입금이 됐는지와 수천만원의 돈을 어떤 용도로 썼는지는 사정기관이 아니기에 알 길이 없다”며 “돈이 아이들에게 입금된 후 안 목사의 손에 들어가 사적 용도로 쓰였다는 건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센터의 한 피해자는 안 목사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 10일 경기북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접수했다. 경기북부청 관계자는 “수사 초기 단계고 2차 고소인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최종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피고소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원금 갈취 정황도 기부 목적 외 사용? 고소장에는 안 목사가 입소자들을 상대로 술자리 등에서 신체 접촉을 하며 추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경찰은 아직 안 목사의 횡령 의혹과 사기죄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아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가 파악한 센터 피해자는 10명 가까이 된다. 이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줄인 채 외부에도 적극적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센터에서의 생활이 지옥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9일 안 목사의 카카오톡 프로필 대화명에는 “지금은 내가 쓰레기다. 이제는 기대해라. 다 죽여주마, 하하하 맞아주니 좋았냐? 나의 시간이다”고 적혀 있었다. 센터 피해자들 입장에서 안 목사의 카카오톡 프로필 대화명은 협박이나 위협으로 다가오기 충분하다. 안 목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센터 간부는 피해자의 지인을 통해 “고소하지 마라” “얼마면 되냐”는 등의 회유를 시도하기도 했다. 센터 간부 대부분은 그동안 안 목사의 성폭력과 비상식적 행위를 지켜보기만 했다. 피해자가 아닌 안 목사의 편에 서서 피해자들을 회유하기만 한 것이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발언들이 퍼지면서 2차 가해도 이뤄지고 있다. 일부 센터 직원들은 지금까지 보도된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안 목사와 피해자들과의 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을 주변에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센터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에 ‘사실이 아니고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라며 이제 와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뭔지 아느냐’고 연락이 왔었다”며 “소름이 돋았던 것은 통화에서도 일부 센터 직원들이 안 목사에게 세뇌를 당했다는 게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센터 간부들이 안 목사에게 이른바 ‘그루밍(grooming)’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루밍이란 단어 뜻 그대로 ‘길들이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분을 쌓거나 호감을 얻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피해자에게 성적 가해를 하는 범죄를 말한다. 일반적인 협박이나 폭행 등에 의한 성폭행·성추행이 아닌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의지하도록 만든 뒤 관계성을 강조하며 성적 착취를 가하기에 입증하기가 매우 힘들다. 최근 일부 종교단체에서 성직자들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그루밍 성폭력의 가해자로 돌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재록 만민성결교회 목사나 정명석 JMS 교주 등의 사례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그루밍 성폭력은 종교단체 외에도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성인과 미성년자 등 주로 서열이 확실하며 예속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피해자들은 성직자나 교사, 상사들과 어느 정도의 친밀한 관계가 이뤄지면 그들에 의한 성적 접근을 거부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고소 마라” 회유와 협박 그루밍 성폭력의 문제 중 하나는 가해자들이 조직 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성적 도구로 착취한다. 믿고 따르는 성직자나 교사 등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배신감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센터 피해자들은 안 목사에게 세뇌를 당한 이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B씨는 “안 목사에게 피해를 입은 여자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는 나서지 않으려 하고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C씨도 “여러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 센터 간부들 중 안 목사의 행동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키맨’이라고 알려진 남욱 변호사마저 입을 열었다. 남 변호사는 지난 11일, 모 방송사와 진행한 옥중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김만배씨가 돈을 주지 않자 김용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부원장 측에서 자신에게 경선자금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말 많은 대장동 사업에 관해서도 “위례와 대장동 모두 이재명 당시 시장에게 결재받고 진행한 사업”이라고 못 박았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폭로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은 더 큰 위기에 빠졌다. 정계에서는 이번 남욱 변호사의 폭로를 두고 민주당이 ‘카운터 펀치’를 맞았다고 평가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폭로에 비틀대고 있던 이 대표 진영이 남 변호사 폭로에는 쓰러질 것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평가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유동규 이어…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당 차원에서 방어하려 해도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라며 “유씨 폭로 때 눈치만 보던 의원들도 하나둘 등을 돌릴 준비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가 결국 이 대표에게 향할 것이라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사 압수수색으로 충격받은 의원들이 처음에는 단결해서 검찰에 반감을 갖다가, 수사가 날카로워지자 반감이 이 대표 쪽으로 점점 옮겨 붙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에 의원들이 일단 단일대오를 이뤄 방어하긴 했지만 “당 대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이 지속해서 힘을 쏟을 순 없다”는 볼멘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달 24일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건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당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 수사하고 있던 검찰은 보다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섰고 김 부원장의 집무실에서 몇몇 증거물을 수집해갔다. 이로부터 16일 뒤, 검찰은 두 번째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지난 1차 압수수색이 김 부원장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민주당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향한 압수수색이었다. 이날 검찰은 정 실장의 자택과 국회 본청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세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10여명의 검찰 수사관은 오전 8시40분경 민주당 당사 정문에 도착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며 당사 통과를 저지했다.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민주당은 오후 12시40분이 되자 변호사 입회를 전제로 검찰의 출입을 허가했다. 민주당 측은 일단 검찰의 진입을 허용하긴 했으나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압수수색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당사 비서실에 정 실장과 관련한 물품과 없고 증거 물품이 없다는 점 등을 확인하고 철수했다”며 “검찰이 무리하고 위법한 과잉 수사를 하고 있고 컴퓨터와 책상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취재진에게 추후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에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을 구속한 뒤 모든 총력을 정 실장 수사에 쏟고 있는 검찰은 지난 15일 그를 소환조사해 그동안 쌓여 있던 혐의점을 하나하나 심문했다. 남욱도 검찰에 합세 카운터펀치 국정조사 덮고, 총선·대선까지? 김 부원장이 묵비권을 행사한 것과는 달리,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이 제시한 혐의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려 14시간가량 이어진 조사에서 검찰 측은 그의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는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총 1억4000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뇌물의 댓가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에 대한 특혜로 의심하고 있고, 뇌물의 규모도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측 주장에 따르면, 정 실장은 김만배씨의 배당(약 428억원)을 나눠갖기로 했고, 김씨의 배당액을 늘리기 위해 개발사업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대장동 일당에게 넘겨줬다. 또 지난해 유 전 본부장 구속 당시엔 그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종용한 혐의도 받는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정 실장에겐 증거인멸교사죄도 추가돼 형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정 실장은 검찰에 출석해 수사팀이 제시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정 실장 측은 이날 소환조사 후 취재진에게 “구체적으로 다 대답했고, 검찰 측이 제시한 혐의는 터무니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검찰이 정 실장의 반박을 듣고 또 다른 질문은 하지 않은 채 다른 쟁점으로 넘어가는 등 사건을 빨리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정 실장의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빠르게 신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예측대로 검찰은 소환조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을 보고 민주당에서는 ‘이슈몰이를 이 대표 수사로 가져가려는 게 아닌가’란 의심이 싹트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시점이 기가 막힌다. 이번 주(11월 셋째 주)에 청구해 다음주 쯤에 이슈를 덮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라며 “다들 아시다시피 다음 주쯤에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표결이 예정돼있다.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인 만큼 여론몰이도 신경 쓰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검은 속내? 지난 9일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해당 국조 요구서에는 이태원 참사 발생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고,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청·소방청·서울시·용산구청 등 참사에 관련된 모든 국가 부처가 조사 범위로 포함됐다. 그러나 국정조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이 대표에게 검찰 수사가 쏠리니 ‘물타기용’으로 국정조사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에서는 초선 운영위원들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송언석 원내수석 부대표 등이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현장에 모인 취재기자들은 원내 지도부와 당의 주요 세력인 초선 의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의미있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중 과반(63명)인 초선 의원들은 6명의 운영위원에게 초선의 뜻을 담아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모두의 기대대로 이 자리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정조사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수용 불가 의견이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다수 의원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모았으며, 반대를 위해 민주당과 끝까지 대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운영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이날 간담회 후 “초선 의원 대다수는 현재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오는 수사의 칼끝을 피하려는 물타기용, 방탄용이기 때문이다. <더탐사> 등 친 민주당 성향 언론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행위를 볼 때 이번 국조 역시 결국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도 초선 의원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국회서 ‘국정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본다. 거의 다가 반대”라며 “예산이든 법안이든 하고 난 뒤에 국정조사를 받는 것이 어떠하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가 너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국조 찬성을 당론으로, 국민의힘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된 이상,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를 진행시켜야만 한다. 여야 합의 사실상 불가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한다는 방침이지만 김 의장의 결정에 따라 그 시기가 조될 수도 있다. 만일 김 의장이 국정조사 강행을 반대한다면, 이날 본회의 처리를 의장 직권으로 연장시킬 수 있다. 반대로 찬성 시 여야 합의가 없더라도 의장이 ‘특위 구성’을 직권으로 추진할 수 있다. 특위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국정조사가 실시되는 셈이다.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특위 구성 추진을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국정조사 진행을)낙관적으로 본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을 것”이라며 “여야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 균형을 잡으면 양측의 합의를 조정하던 김 의장은 지난 17일 균형을 깨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야당이 요구한 국정조사 특위 명단을 국민의힘에게 요청했다. 여당에게 국정조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날 김 의장은 특위 구성 시 필요한 위원 명단을 오는 21일 정오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에게 보냈다. 공문에는 조사 목적과 범위, 국정조사 특위 구성 시 위원 수와 배분 방안 등이 적혀 있어 공문을 받은 각 정당은 김 의장이 국조를 구체화하길 원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야 “국조 물타기로 사법리스크 이용” 여 “사법리스크 물타기로 국조 이용” 김 의장의 반대가 없다면 국민의힘으로선 물리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야당만의 의석수로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당으로서는 여러 모로 부담스러운 국조를 민주당이 끝까지 고수하는 만큼, 정쟁의 불꽃은 계속 타오를 전망이다. 국조를 두고 양당은 치열하게 평행 구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주당의 승리로 정쟁이 귀결될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힘이 사법 리스크로 균형을 맞추려한다고 민주당은 생각하고 있다. <일요시사>와 만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싸움에 사법 리스크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며 “야당의 힘을 이렇게 치사하게 뺄 수 있느냐”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더 나아가 다음 총선, 다음 대선에까지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이번 정 실장의 경우처럼 수사를 질질 끌다가 결정적일 때 터트린다는 분석 아래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짓(정실장 구속)을 벌이는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 항상 타이밍이 교묘했다”며 “이제 정 실장 다음은 이 대표일 텐데, 이 대표는 당장 터트리지 않을 것이다. 내년 총선 직전, 즉 내년 이맘때쯤 수사가 종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팔다리를 다 잘린 이 대표를 두고 검찰은 여권이 유리할 ‘적기’를 찾아 몸통을 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즉, 총선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칠 내년 말쯤이 검찰이 생각하는 적기라는 것이다. 그는 “늘 그랬다. 김 부원장도 그랬고, 정 실장도 그랬다. 이것(이 대표 구속)은 총선과 그 다음 집권까지 노리는 포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예상대로 만일 이 대표가 내년 말쯤 구속된다면 총선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재명이라는 유력한 대권주자도 한순간에 잃게 된다. 정계에서는 차기 대통령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에게 이 대표는 눈엣가시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시기는 내년 말? 여의도 관계자들은 검찰의 수사가 집요하게 이 대표를 노리는 이유 중 하나가 ‘그의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는 현재 집권여당의 뜻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여권 내부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동훈 장관은 이미 정치인의 행보를 걷고 있다. 윤 대통령도 그것을 원하는 것 같다”며 “이 대표를 직접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지금은 한 장관 대권가도에 파란불이 켜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김건희 여사, 수사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예견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수사가 너무 일방적이라는 지적이다. 야권이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항의할 때마다 여권 측은 “이미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나왔던 혐의들을 수사할 뿐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라며 응수했다. 그러나 대선 기간 중 불거진 혐의점은 이 대표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뛰던 시절, 김건희 여사는 학력 위조와 논문 표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여러 범죄 정황이 발각되며 수차례 곤욕을 치렀다. 특히 학력 위조와 관련된 부분은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사과하며 혐의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한마디로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우선 김 여사에게 제기됐던 이력서 허위 기재건은 9월19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으로 ‘일단 멈춤’ 상태가 됐다. 불송치 결정에 반발한 고발인이 불송치 결정에 반박하며 이의 신청을 냈고, 결국 같은 달 26일 검찰에 송치됐으나 이후 뚜렷한 수사 진전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김 여사는 각종 수상 실적을 허위로 기재하고 경력을 뻥튀기하는 등 취업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력서를 조작했다. 김 여사는 이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또한 수사가 속도가 매우 더디다. 주가조작 사건 관련해 권오수 회장은 연일 재판을 받는중이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권 회장에게만 수사가 집중되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 심리로 재판이 열렸다. 여기서 권 회장은 “(주가조작)계좌를 김 여사의 모친이 일임받아 관리했다”며 “(김 여사의 모친이) 손해나 이익이 나는 것도 전부다 관리했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권 회장이 해오던 법정 진술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이 폭로로 검찰의 수사가 김 여사에게까지 향할지 많은 이가 지켜보고 있다. <정>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 관련 진상규명이 최악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별수사본부의 ‘늑장 수사’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유족들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이 무단 공개되는 사태가 터졌다. 서울시청·행정안전부 등 사건의 총체적 책임 주체들은 특수본 출범 후 보름이 지나고야 겨우 수사선상에 올랐다. 유족과 실무자가 각각 2차 가해와 저인망식 수사에 고통받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15일 행정안전부(행안부) 중앙재난안전실장과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시청과 행안부 압수수색도 단행했다. 지난 1일 특수본이 출범한 이후 보름 만에 책임 주체를 향한 수사가 첫발을 뗀 셈이다. 지지부진 시늉만? 이어 특수본은 지난 1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노조가 이 장관을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고발한 데 따른 절차다. 특수본 관계자는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면 피의자 신분이 된다”며 “정부조직법 등 법령상 이상민 장관이 경찰 상황 조치에 지휘 감독 권한이 있는지와 재난안전법 등 재난 관련 법령에 따라 이태원 사고 관련해 구체적·직접적 책임이 있는지 등을 수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의 진상규명이 일명 ‘윗선’을 향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특수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겉보기로는 수사가 본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특수본의 급속 행보가 ‘구색 맞추기’나 ‘시늉’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출범 이후로 꼬리 자르기에 앞장선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근본적 책임이 있는 윗선에 관한 수사는 검토하지도 않은 채, 말단 실무자들의 책임 소재를 추궁하는 일명 ‘저인망식 수사’를 펼친 탓이다. 이들은 지난 12~13일 주말, 용산구청·용산경찰서·용산소방서·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이미 특수본이 출범한 지 열흘을 훌쩍 넘긴 시점이었음에도 서울시청과 행안부 대상 수사는 전무했다. 특수본은 관련 시설 66곳을 압수수색하면서도 두 기관의 압수수색만은 뒤로 미뤘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그 일주일 뒤에도 수사 방향이 위가 아니라 아래를 향하자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특수본은 “하위직만 수사한다는 의견도 겸허히 청취하겠다. 하지만 기초 수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꼬리 자르기 의혹에 대해선 “법리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특수본은 진상규명의 핵심인 행안부와 서울시청 관계자 조사에 떠밀리듯 착수한 모양새다. 특수본은 향후 행보를 통해 스스로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별수사본부 부진한 조사 논란 가열 윗선 겨냥해도 ‘구색 맞추기’ 의심만 일각에서는 “특수본이 ‘보여주기’식 행보를 보였을 뿐, 본격적인 수사는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5~16일 특수본 행보를 보면 행안부와 서울시청 수사를 본격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따져보면 특수본이 적극적으로 나선 건 없다는 주장이다. 특수본이 행안부와 서울시청의 고위 공직자들을 소환 조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다. 특수본은 행안부와 서울시청 관계자들의 피의자 전환 시점을 특정하지 않고 있다. 같은 시점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인 김모 경정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한 것과는 대비된다. 김 경정은 ‘핼러윈 기간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장관 역시 절차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됐을 뿐, 당장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장관을 수사선상에 올리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를 더 거쳐야 한다. 이 장관의 직무유기 혐의는 공수처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 범죄’로,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가 아닌 다른 수사기관이 혐의를 인지했다면 이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실제로 특수본은 관련 법에 따라 이 장관 고발 건을 공수처에 통보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또한 직무유기의 관련 범죄로 판단해 함께 넘겼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따라 통보일로부터 60일 안에 수사 개시 여부를 답해야 한다. 공수처 결정에 따라 이 장관 수사가 어디서 진행될지 결정되는 구조다. 이상민 장관 계속 놔두나 특수본은 경찰이 고발장을 받은 만큼, 공수처 결정과 관계없이 관련 절차를 일단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 결정에 앞서서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찰 내부에서도 특수본에 공정·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지난 15일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절대로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관련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응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특수본에 전달했다. 특수본의 진상규명 절차가 국민적 신뢰를 잃은 사이, 유가족들은 각종 심적 고통에 시달렸다. 정부 불신에서 비롯된 음모론(1401호 ‘아니면 말고’ 위험한 이태원 음모론)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퍼진 낭설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야권에서는 “희생자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유가족 의사를 반영하지도 않은 채로, 신원 공개 주장에는 점점 힘이 붙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면서 논쟁은 진영논리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였다. 이 가운데 친야 온라인 매체로 알려진 시민 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희생자 명단을 무단 공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탐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매체로 일명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바 있다. <민들레>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해 최근 출범한 매체다. 떡볶이 먹방 의도적 방송? <더탐사>는 지난 9일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희생자 명단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으로 모두 넘겼다”며 “추모 미사에서 모두 공개할 것으로 잠정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들레>는 지난 14일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희생자 155명(현재 총희생자 수는 158명)의 실명이 적힌 포스터를 공개했다. 당시 <민들레> 측은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이들이 사전에 유족들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들레>는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며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호경 <민들레> 에디터는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유가족에게 명단의 진위 확인과 공개 동의를 받은 적이 없음을 자인했다. 그러면서 김 에디터는 비판 여론에 관해 “이번 참사가 공적이 사안이고, 일종의 사회적 죽음으로 판단해 보도하게 됐다”며 “대형 재난 발생했을 때 희생자 실명 공개는 오랜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고 책무”라고 답했다. 당초 155명의 이름이 담겼던 명단 속 인원은 지난 15일 오전을 기준으로 143명, 17일 오전을 기준으로 128명까지 줄었다. 명단 공개에 반발한 유가족이 항의하자 <민들레> 측이 해당 희생자의 이름을 지운 것이다. 일부 유족들은 항의에 그치지 않고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무단 노출 일부 유족 항의 혐오 표현 등 2차 가해 고통 호소 주한대사관을 통해 해외에서도 항의가 들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데 대해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의 주한대사관 중 1곳이 항의했다. 해당 매체에 항의와 시정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명단 공개를 항의한 대사관이 어디인지는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초기 외국인 사망자 2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사망자의 유족이 신원 공개를 원하지 않았으며, 사망자 8명의 유족은 국적 공개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단) 공개에 따라 일부 계속 유감을 표시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당국자는 ‘대사관 항의가 유족 의사를 반영한 것이냐’는 질의에 “반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더탐사>는 명단 공개 뒤 ‘떡볶이 광고’를 진행해 논란이 일었다. <더탐사> 방송 진행자 3명은 지난 14일 방송에서 약 10분가량 떡볶이를 먹으며 광고를 이어갔다. 제품을 홍보할 당시 배경화면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측이 희생자 명단을 호명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들은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저희 보도를 인용해서 게시판에 글을 쓰신 분이 고발당했다. 그분도 도와드려야 한다”며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떡볶이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법 피해자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한 광고”라며 “여러분 정말 놓은 일 하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 중간에는 “떡볶이만 보면 어머니 생각이 난다” ”떡볶이집 아들로서 맛을 보장한다“ “너무 맛있다”며 제품을 홍보했다. 책임자들 처벌 촉구 진상규명은 더디고 명단은 무단으로 공개됐다. 그사이 아픔은 오롯이 유족의 몫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6일 오후 희생자 17명의 유족과 가진 간담회 내용을 공개했다. 민변에 따르면 유족들은 희생자에 대한 혐오 표현 등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민변 측은 이와 관련한 법률 지원에 착수할 계획이다. 민변 관계자는 “유족들은 희생자들이 숨진 경위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처벌 가능성은? 온라인 매체 <민들레>와 <더탐사>는 유족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각계의 비판 여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형사 처벌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들에게 명단을 유출한 자가 공무원이라면, 해당 직원은 처벌받을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 정계 및 법조계는 공적 자료인 명단 유출 과정에 공무원이 연루된 건 기정사실로 여기는 모양새다. 이 가정대로 공무원이 명단을 언론사에 전달했다면 개인정보 무단 유출,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관련법에 따라 적게는 징역 2년, 많게는 5년 형이 선고될 수 있는 범죄다. 반면 언론사들은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가장 유력하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도 처벌이 쉽지 않다. 해당 법상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에 국한되는데, 이미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정보는 해당법 적용이 어렵다는 논지다. 일각에선 “사망자에 대한 정보라고 하더라도 유족과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유족의 개인정보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론사가 관련 법 속 ‘개인정보 처리자’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개인정보 처리자는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파일을 운용‧처리하는 공공기관과 법인을 의미한다. <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핼러윈 데이 비극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담당 기관들의 부실·소극 행정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안일했던 대응에 사과했으나 도의적 책임을 지는 이는 없는 상황이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찰과 용산구청, 이태원 상권을 장악한 해밀톤 호텔 간 유착 의혹까지 제기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태원 상인연합회와 해밀톤 호텔은 사실상 한 몸이라고 불린다. 해밀톤 호텔 간부가 상인회 간부를 맡기도 하기 때문이다. 해밀톤 호텔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경찰뿐만 아니라 용산구청 및 정치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회는 수백억원대 자산을 가진 해밀톤 호텔 대표의 문제점에 대해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그들의 카르텔에 대해 사실상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상권 장악 막강 인맥 해밀톤 호텔 이상용 대표이사는 불법 증축으로 호텔 주변 골목을 좁혀 참사 규모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구청 출연기관 이사장과 경찰발전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용산구 유관 단체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해밀톤 호텔 불법 증축물이 강제철거가 돼야 했음에도 10년 가까이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텨올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2020년 5월부터 2년간 용산구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는 용산복지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용산복지재단 이사장 자리는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을 구청장이 임명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용산구청과의 관계가 시작된 셈이다. 당연직 이사로 용산구 주민복지국장 포함돼있고 구청으로부터 자원봉사센터 운영을 수탁받는 만큼 용산구청과의 관계는 불보듯 뻔하다. 특히 구청에서 퇴직한 공무원이 재단으로 소속을 옮기기도 해 사실상 낙하산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이태원 지역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이 대표는 참사 발생 두 달 전인 8월17일, 용산구 통합방위협의회에 민간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날에는 박 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도 자리했다. 2000년대 초부터 해밀톤 호텔이 용산구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서 용산구상공회 고문과 용산구 구세심의위원회 외부위원까지 맡았다. 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용산구협의회장까지 역임해 정치권과의 관계도 유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용산구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 대표의 관계가 굉장히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용산구 유관기관과 단체에서 이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호텔 대표, 유관기관·단체와 깊은 친분 불법 증축 미철거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이 대표의 손길은 경찰에까지 뻗쳤다. 2012년부터 용산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경발협) 위원으로 활동해온 것이다. 경발협은 경찰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지역주민들이 경찰서의 치안정책 등에 대해 조언한다는 명목으로 운영되기에 소속 위원들은 자연스럽게 경찰 간부들과 친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발협은 2018년 ‘버닝썬 사태’ 당시 경찰과 지역 유지들의 유착 통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 대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 출범 이후에야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수본이 적용한 건축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는 경찰도 이태원 참사 이전 들여다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2013년 용산구청이 해밀톤 호텔의 불법 증축물을 적발했음에도 호텔이 5억553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며 시정조치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 대표와 용산구와의 긴밀한 관계가 작용했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해밀톤 호텔과 구청 등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확인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엄정하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상한 연결고리 해밀톤 호텔은 용산구 랜드마크로 꼽힌다. 부동산 가치만 1500억원 가까이 되고 보유 현금이 약 130억원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밀톤 호텔 운영회사인 해밀톤관광의 지난해 말 보유한 이태원 토지의 공시지가는 14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밀톤 호텔 일대의 5558.46㎡ 면적의 부지를 보유 중인 해밀톤 호텔은 해당 부지를 86억원에 취득했다. 공시지가가 취득가의 17배에 달했다. 호텔은 부동산 장부 가치를 158억원으로 회계 처리했다. 이태원 일대의 1500억원대 부동산을 확보한 해밀톤 호텔은 고 이철수 회장이 1973년에 완공했다. 자금 조달 문제로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열었으며 2015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 시점 직후에 불법 증축물인 분홍색 철제 임시벽이 설치됐다는 관측이 많다. 불법 증축물을 철거하지 않은 까닭으로는 매출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밀톤 호텔은 2010~2019년까지 매년 2억~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면서 수십억원대 영업손실이 났다. 2~3년간 적자가 났지만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버틸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09억원에 달했고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은 49.8%에 불과한 사실이 해밀톤 호텔이 버틸 수 있었던 비결로 보인다. 해밀톤 호텔은 이 회장의 장남인 이 대표 등 그의 일가족이 지분 86.2%를 보유 중이다. 일부 상인들은 이태원에서 유흥업소와 술집 등을 운영하려면 이 대표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사실상 이태원의 상권을 장악했다는 주장이다. 상인회 윗선 지목 사실상 갑 위치 “불만·항의 시 장사 접을 각오해야” 이태원의 한 상인은 “한 달에 수억원의 매출을 올려도 해밀톤 호텔이 갑에 위치해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보면 된다”며 “불법 증축물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해도 정치권 인맥과 용산구 유관기관 카르텔이 심하기 때문에 제대로 해결된 적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상인도 “이 대표에 대한 문제나 항의를 하면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먹고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 쉽사리 나설 수 없었다”고 했다. 특수본은 최근 이 대표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이 대표 등의 휴대전화 5점과 건축물 설계도면을 분석 중이다. 해밀톤 호텔의 불법 증축 건축물과 이태원 참사 인명피해의 연관성도 확인할 계획이다. 또 용산구청 관계자를 이틀 연속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박 구청장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 등으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핼러윈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했는지, 실제 어떤 업무를 이행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중이다. 지난 4월 용산구의회에서 제정된 이른바 ‘춤 허용 조례(서울시 용산구 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의 운영에 관한 조례)’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중이다. 문제 제기 안 해? 못해? 일반음식점에서도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출 수 있게 허용한 조례 탓에 참사 당일 일대 업소들이 클럽처럼 운영되면서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용산구청이 재난문자 발송을 지체한 이유도 살펴보고 있다. 용산구청은 참사 직후 재난문자를 발송해달라는 정부와 서울시 요구에도 78분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특수본 수사가 시작된 이달 7일에야 해밀톤 호텔을 포함한 불법 증축물 7곳을 경찰에 뒤늦게 고발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 간부가 참사 발생 후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보고서를 부당하게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용산경찰서 소속 정보관들을 불러 진술을 들었고 관련자 추가 조사와 압수물 분석이 완료되는 대로 삭제를 지시한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 간부들에게 다른 직원을 시켜 정보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의 업무용 PC에서 문건을 삭제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가 있다고 보고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관련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소환할 계획이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가입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행안부와 서울시의 참사 책임에 관해서는 사실관계를 추가로 파악한 뒤 적용할 법리를 검토하기로 했다. 혐의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강제수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본격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수본 유착 의혹 수사 검토 수사 칼끝 정치권 향할 수도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지난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행안부 압수수색 여부에 대해 “수사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7명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 중이지만 추가 피의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14∼15일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을 비롯한 재난안전 관련 부서 직원들을 잇따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이들 조사와 법리검토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이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할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본은 이 장관이 경찰 지휘·감독 책임자로서 지위는 물론 재난을 예방·수습할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갖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수준을 넘어서 재난 발생에 직접 책임을 지는 당사자로 인정되면 직무유기는 물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장관이 재난을 방지하고 수습하는 정부부처 수장으로서 객관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탓에 참사가 발생했다는 법리 구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특히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해 국가가 어떤 법적 책임을 지는지 들여다본 후 이 장관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은 “행안부 직원들 참고인 조사를 통해 (이 장관의)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 의무가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등 경찰 소속 피의자들의 참사 책임 여부도 신중히 들여다보고 있다. 특수본은 경찰 현장 책임자였던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경위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당시 수행원과 용산경찰서 직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 이 전 서장이 핼러윈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현장 책임자로서 안전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따져보기 위해 이날 오후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경비과장 등 용산경찰서 직원들을 상대로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직후 현장에 도착한 것처럼 상황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캐물을 예정이다. 봐주기 논란 의식한 경찰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수사를 의뢰한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서울경찰청 상황3팀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한 뒤 입건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이들에게 참사 발생 사실을 윗선에 제때 보고하지 않아 경찰 보고체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적절한 사고수습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특별감찰팀은 이들에게 어떤 범죄 혐의를 물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다. 특수본은 당사자와 관련자 진술을 모두 살펴 입건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