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처럼 펑펑’ 검찰 특활비 논란 막전막후

눈먼 돈, 쌈짓돈 쓰듯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사용명세와 증빙자료 전체를 시민단체에 전달하면서 생긴 파장이다. 검찰은 적법한 지출이었다며 구체적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말을 아낀 검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분식회계와 사건 은폐 시도 의혹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로 사용한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업무추진비 내역 등이 공개됐지만 절반 이상의 자료가 복사 불량으로 판독 자체가 어렵거나 삭제됐다. 사실상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와 다르다. 증빙 없는 지출도 있었다. 100억원이 넘는 금액이 검사들의 용돈처럼 쓰였고 정기적인 현금 지급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도
수천만원 사용

검찰의 특활비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 말부터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서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불속행 결정을 내렸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전체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기록, 일부 특정업무경비 기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대검은 특활비 증빙 내역과 수령증 등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을 생산 관리해왔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특활비와 관련한 기록 세 가지 기록이 없었고 같은 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에는 세 가지 기록 중 두 개가 없었다.

특활비는 엄연한 정부예산이다. 예산 집행기록도 곧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활비를 쓴 기록이 없는 것을 두고 검찰이 ▲기록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거나 ▲중간에 폐기했거나 ▲분실한 경우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 가지 가능성도 아닌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자료를 폐기했다면 폐기물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검의 2017~2022년 치 기록물 폐기 목록에는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을 없앴다는 내역은 없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뛰고 자료가 무단으로 폐기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검은 “상당한 시일이 경과한 일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정상적인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공개한 서류 중 절반가량이 복사 상태가 불량해 글자를 해독하기 힘든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특활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아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2017년에도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법무부의 예산 집행 지침은 존재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돈봉투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관련 내용이 언급된다.

재판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 중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규정을 언급하며 “법무부 2017년도 예산지침의 내용과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집행주체’라고 돼있는 것 외에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침에는 “특수활동비 집행에 관한 증거서류를 감사원의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첨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동일한 내용의 지침을 시행 중인 검찰 역시 감사원 지침에 따라 특활비 증거 서류를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깜깜이’ 회계처리로 자료 은폐 시도 의혹
수억 꼬박꼬박 지급돼도 사용처 확인 불가


이 전 지검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2017년 4월 특활비 돈봉투 만찬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 집행 기록을 남겼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재판 과정서 확인된 상황 중에는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소속 직원이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에 사용처를 기재했다”고 밝힌 대목이 등장한다.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직원이 관리하는 일종의 ‘특활비 장부’가 존재했다는 근거다.

검찰은 물론 모든 정부 기관의 예산 기록 보존은 5년간 이뤄진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르면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 반드시 기록물평가심의회를 열고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록물 폐기는 불법이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검찰은 특활비 전체 중 절반 이상을 검사들에게 매달 용돈처럼 정기적으로 집행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지출한 특수활동비는 총 292억794만2900원이다. 이 중 특별한 사정 없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된 돈은 155억9514만4800원으로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이 정기 지급분 중 80억5146만원은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에 매달 계좌 이체됐고, 나머지 45억4368만4800원은 29개월간 15~17명의 사람이나 기관에 매달 현금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기록에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 64~65개 관서의 계좌에 약 2억~4억원이 입금됐다. 이 64~65개의 관서는 전국 검찰청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이 새로 개청해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은 총 64곳이 됐다. 이후 2019년 3월1일 수원고등검찰청이 개청하면서 대검서 특활비를 계좌이체 하는 검찰청은 65곳으로 늘었다.

대놓고
자료 폐기?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국 검찰청에 정기 지급된 특활비는 80억5146만원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중 국고금입금의뢰서 양식에 입금 요구자의 관서를 기록하게 돼있다.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매달 총 15명이 한 장짜리 영수증을 쓰고 1억9052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관이 현금을 받아 갔는지 검찰이 정보를 모두 가려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2017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신원을 알 수 없는 최소 15명서 최대 22명이 한 달에 2억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챙겼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절차를 걸쳐 집행됐어야 할 특활비를 정기 배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총장의 예산편성권이 공개되지 않고 감시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다른 정부 기관의 장들은 국회에 출석해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만은 예외다. 검찰총장은 2년5개월 동안 자신이 임의로 비율과 금액을 정해, 즉 예산을 편성해 특활비를 사용하는데도 국회 등 외부 통제나 감시를 받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그가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은 특수활동비 수령증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집행한 4000만원이 넘는 특활비가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중앙지검의 특활비 기록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의 특활비 총액은 확인되지 않고 같은 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특활비 자료 전체는 없어진 상황이다. 대검의 특활비 증발 시기(2017년 1~4월)와 거의 일치하고 이 전 지검장의 돈봉투 파문이 터졌던 때(2017년 5월)와도 겹친다.

국민 혈세
검사 용돈

2017년 6월과 7월, 두 달간은 집행명세 확인서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집행을 입증할 ‘수령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수령증은 모두 45장이다. 수령증은 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이다.

우선 2017년 6월 한 달간 윤 대통령은 18건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1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총 1100만원을 검사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아 간 사람이 써야 하는 수령증은 한 장도 없었다. 18번 돈을 줬다면, 18건의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7월분 특수활동비 ‘집행명세 확인서’도 마찬가지다. 집행은 모두 37건. 한 번에 10만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줬다. 서울중앙지검의 7월분 특활비 집행 총액은 3970만원이었다.

그런데 합계란에는 총액이 3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6월과 마찬가지로 7월 기관장 확인란에도 윤 대통령의 도장이 찍혀 있다. 2017년 7월의 집행내역 37건 중 27건의 수령증이 없었다. 영수증은 10장뿐이다. 7월25일 자 지급분 이전의 영수증은 없었다.


수령증이 없는 특활비의 지급액은 336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2017년 6월분 1100만원을 합하면 모두 4460만원어치의 특활비 증빙자료가 없어진 것이다.

100% 현금으로 특활비를 주는 상황서 한 장짜리 수령증마저 없으면, 당시 윤 대통령과 검사들이 특활비를 사적 사용이 아닌 기밀 수사에 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법원 확정판결 무시? 자료 절반 복사 불량
엉터리 장부에 일부 자료 부존재 의심 자초

특활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폐지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특활비를 배분하면 검찰의 수사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나 조사 등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써야 한다. 격려금으로 쓰이는 건 당연히 문제라고 본다”며 “특활비 폐지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검찰도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단체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는 동안 “특활비를 사적 경비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혈세인 특활비를 사용하여 행정 기관장이 자신에게 충성을 하는 특정 부하나 부서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할 법무부 예산 일부인 특활비가 사실상 검찰의 통치자금처럼 집행하는 것은 물론(중략)... 특활비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으므로 (윤 대통령은)직권남용죄 등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며 “복 기획관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므로 윤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복 기획관은 서울고검과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단체가 받은 자료 중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낼 무렵 지출한 특활비 내역도 포함돼있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5월22일부터 2019년 7월24일까지 사용된 특활비 총액은 38억6300만원이었다.

공수처 수사
가능성은?

검찰총장으로 있던 2019년 8월에는 4억1111만원이, 9월에는 4억1431만원이 총장 몫 특활비(수시지급분)로 배정됐다. 이 가운데 2019년 8월27일과 9월9일에는 각각 5000만원이 한 번에 현금으로 지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수사 및 정보수집 목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명확한 특활비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법무부에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지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범죄정보 수집 등에 소요되는 경비여서 구체적 집행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관련 지침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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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