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처럼 펑펑’ 검찰 특활비 논란 막전막후

눈먼 돈, 쌈짓돈 쓰듯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사용명세와 증빙자료 전체를 시민단체에 전달하면서 생긴 파장이다. 검찰은 적법한 지출이었다며 구체적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말을 아낀 검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분식회계와 사건 은폐 시도 의혹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로 사용한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업무추진비 내역 등이 공개됐지만 절반 이상의 자료가 복사 불량으로 판독 자체가 어렵거나 삭제됐다. 사실상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와 다르다. 증빙 없는 지출도 있었다. 100억원이 넘는 금액이 검사들의 용돈처럼 쓰였고 정기적인 현금 지급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도
수천만원 사용

검찰의 특활비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 말부터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서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불속행 결정을 내렸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전체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기록, 일부 특정업무경비 기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대검은 특활비 증빙 내역과 수령증 등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을 생산 관리해왔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특활비와 관련한 기록 세 가지 기록이 없었고 같은 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에는 세 가지 기록 중 두 개가 없었다.

특활비는 엄연한 정부예산이다. 예산 집행기록도 곧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활비를 쓴 기록이 없는 것을 두고 검찰이 ▲기록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거나 ▲중간에 폐기했거나 ▲분실한 경우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 가지 가능성도 아닌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자료를 폐기했다면 폐기물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검의 2017~2022년 치 기록물 폐기 목록에는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을 없앴다는 내역은 없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뛰고 자료가 무단으로 폐기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검은 “상당한 시일이 경과한 일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정상적인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공개한 서류 중 절반가량이 복사 상태가 불량해 글자를 해독하기 힘든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특활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아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2017년에도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법무부의 예산 집행 지침은 존재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돈봉투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관련 내용이 언급된다.

재판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 중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규정을 언급하며 “법무부 2017년도 예산지침의 내용과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집행주체’라고 돼있는 것 외에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침에는 “특수활동비 집행에 관한 증거서류를 감사원의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첨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동일한 내용의 지침을 시행 중인 검찰 역시 감사원 지침에 따라 특활비 증거 서류를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깜깜이’ 회계처리로 자료 은폐 시도 의혹
수억 꼬박꼬박 지급돼도 사용처 확인 불가


이 전 지검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2017년 4월 특활비 돈봉투 만찬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 집행 기록을 남겼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재판 과정서 확인된 상황 중에는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소속 직원이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에 사용처를 기재했다”고 밝힌 대목이 등장한다.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직원이 관리하는 일종의 ‘특활비 장부’가 존재했다는 근거다.

검찰은 물론 모든 정부 기관의 예산 기록 보존은 5년간 이뤄진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르면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 반드시 기록물평가심의회를 열고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록물 폐기는 불법이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검찰은 특활비 전체 중 절반 이상을 검사들에게 매달 용돈처럼 정기적으로 집행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지출한 특수활동비는 총 292억794만2900원이다. 이 중 특별한 사정 없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된 돈은 155억9514만4800원으로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이 정기 지급분 중 80억5146만원은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에 매달 계좌 이체됐고, 나머지 45억4368만4800원은 29개월간 15~17명의 사람이나 기관에 매달 현금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기록에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 64~65개 관서의 계좌에 약 2억~4억원이 입금됐다. 이 64~65개의 관서는 전국 검찰청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이 새로 개청해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은 총 64곳이 됐다. 이후 2019년 3월1일 수원고등검찰청이 개청하면서 대검서 특활비를 계좌이체 하는 검찰청은 65곳으로 늘었다.

대놓고
자료 폐기?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국 검찰청에 정기 지급된 특활비는 80억5146만원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중 국고금입금의뢰서 양식에 입금 요구자의 관서를 기록하게 돼있다.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매달 총 15명이 한 장짜리 영수증을 쓰고 1억9052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관이 현금을 받아 갔는지 검찰이 정보를 모두 가려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2017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신원을 알 수 없는 최소 15명서 최대 22명이 한 달에 2억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챙겼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절차를 걸쳐 집행됐어야 할 특활비를 정기 배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총장의 예산편성권이 공개되지 않고 감시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다른 정부 기관의 장들은 국회에 출석해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만은 예외다. 검찰총장은 2년5개월 동안 자신이 임의로 비율과 금액을 정해, 즉 예산을 편성해 특활비를 사용하는데도 국회 등 외부 통제나 감시를 받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그가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은 특수활동비 수령증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집행한 4000만원이 넘는 특활비가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중앙지검의 특활비 기록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의 특활비 총액은 확인되지 않고 같은 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특활비 자료 전체는 없어진 상황이다. 대검의 특활비 증발 시기(2017년 1~4월)와 거의 일치하고 이 전 지검장의 돈봉투 파문이 터졌던 때(2017년 5월)와도 겹친다.

국민 혈세
검사 용돈

2017년 6월과 7월, 두 달간은 집행명세 확인서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집행을 입증할 ‘수령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수령증은 모두 45장이다. 수령증은 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이다.

우선 2017년 6월 한 달간 윤 대통령은 18건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1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총 1100만원을 검사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아 간 사람이 써야 하는 수령증은 한 장도 없었다. 18번 돈을 줬다면, 18건의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7월분 특수활동비 ‘집행명세 확인서’도 마찬가지다. 집행은 모두 37건. 한 번에 10만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줬다. 서울중앙지검의 7월분 특활비 집행 총액은 3970만원이었다.

그런데 합계란에는 총액이 3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6월과 마찬가지로 7월 기관장 확인란에도 윤 대통령의 도장이 찍혀 있다. 2017년 7월의 집행내역 37건 중 27건의 수령증이 없었다. 영수증은 10장뿐이다. 7월25일 자 지급분 이전의 영수증은 없었다.


수령증이 없는 특활비의 지급액은 336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2017년 6월분 1100만원을 합하면 모두 4460만원어치의 특활비 증빙자료가 없어진 것이다.

100% 현금으로 특활비를 주는 상황서 한 장짜리 수령증마저 없으면, 당시 윤 대통령과 검사들이 특활비를 사적 사용이 아닌 기밀 수사에 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법원 확정판결 무시? 자료 절반 복사 불량
엉터리 장부에 일부 자료 부존재 의심 자초

특활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폐지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특활비를 배분하면 검찰의 수사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나 조사 등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써야 한다. 격려금으로 쓰이는 건 당연히 문제라고 본다”며 “특활비 폐지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검찰도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단체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는 동안 “특활비를 사적 경비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혈세인 특활비를 사용하여 행정 기관장이 자신에게 충성을 하는 특정 부하나 부서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할 법무부 예산 일부인 특활비가 사실상 검찰의 통치자금처럼 집행하는 것은 물론(중략)... 특활비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으므로 (윤 대통령은)직권남용죄 등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며 “복 기획관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므로 윤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복 기획관은 서울고검과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단체가 받은 자료 중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낼 무렵 지출한 특활비 내역도 포함돼있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5월22일부터 2019년 7월24일까지 사용된 특활비 총액은 38억6300만원이었다.

공수처 수사
가능성은?

검찰총장으로 있던 2019년 8월에는 4억1111만원이, 9월에는 4억1431만원이 총장 몫 특활비(수시지급분)로 배정됐다. 이 가운데 2019년 8월27일과 9월9일에는 각각 5000만원이 한 번에 현금으로 지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수사 및 정보수집 목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명확한 특활비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법무부에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지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범죄정보 수집 등에 소요되는 경비여서 구체적 집행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관련 지침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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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