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윤석열 ‘배우자 리스크’

한 술 더 뜨는 영부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 이념적으로 권위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국가수반의 배우자를 ‘국모’로 칭하곤 했다. 한국에선 ‘영부인’ ‘퍼스트레이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했다. 그동안 대통령을 내조하는 역할에만 국한됐던 영부인이 최근 전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영부인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부인의 본래 뜻은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영부인은 사실상 법적 명칭은 아니다. 대통령등의경호에관한법률(대통령경호법) 4조(경호대상)는 ‘대통령과 그 가족’을 경호 대상으로 명시했다.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2조(가족의 범위)는 대통령 및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가족으로 규정한다.

법에도 없는
가족에 불과

대통령경호법과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어디에서도 ‘영부인’이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표현이 정식 명칭에 가까운 셈이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총 12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이 모두 남성이어서 대통령 배우자에 관한 주목도가 상당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법적으로 대통령의 가족일 뿐 어떤 권한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라는 타이틀은 현실에서 막강한 권력을 자랑한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존재로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최근 들어 대통령 배우자의 대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는 언론 노출 빈도가 역대 대통령 배우자와 비교해 꽤 높은 편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리스크’라는 꼬리표가 붙은 상태였다. 선출직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본선을 통해 이른바 ‘검증의 산’을 넘어야 했다. 


이 과정서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김건희 리스크’로 통칭됐다. 첫 손에 꼽히는 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권오수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3년간 91명 명의의 계좌 150여개를 동원해 허위 주문을 반복, 2000원대 후반이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8000원까지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서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 명의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의혹에 관한 재판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해소돼야 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특검’으로 가기 위한 동력을 얻을 필요가 있는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대선후보 시절 각종 논란
조용한 내조 약속했지만…

권 전 회장에 대한 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권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야당의 주장이 깨졌다고 해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김 여사를 본격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봤다. 검찰과 권 전 회장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정쟁의 불씨는 살아있는 상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 중 유일하게 남은 혐의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해당 의혹이 해소되면 ‘김건희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셈이고,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권심판’ 프레임에 써먹을 수 있는 카드 하나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김 여사가 운영한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의혹은 올해 불기소 처분됐다. 김 여사가 2018~2019년 진행했던 전시서 대기업의 협찬 의혹이 불거졌고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2020년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뇌물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서 협찬 업체 대표 등은 강제수사를 진행한 것과 달리 김 여사에 관한 조사는 두 차례의 서면으로 끝나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김 여사가 허위경력으로 대학 강사 등에 채용됐다는 혐의 역시 지난해 9월 불송치로 결정됐다.

허위경력 해명 과정서의 거짓말 의혹 혐의, 아파트 전세권 설정 관련 거짓 해명 의혹 등도 무혐의 처분됐다.

문제는 수사기관의 판단으로 사건이 마무리돼도 또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는 의혹이다. 마치 ‘김건희의 풍선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다. 풍선 효과는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어떤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뜻한다. 

논란마다
정쟁으로

최근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으로 김 여사가 언급되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과정서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정쟁으로 확산됐다.

서울양평고속도로 건설은 29㎞로 짧은 거리에 불과하지만 오랜 지역 숙원사업이다. 2017년 1월 국토부의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포함된 데 이어 2019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에 착수했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이때까지 노선의 종점은 양평군 양서면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종점이 양평군 강상면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강상면 일대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취임 초와 맞물리는 시기다. 김 여사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종점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특혜 의혹이 ‘땅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뀐 종점 인근에 민주당 인사의 땅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을 ‘민주당 게이트’로 명명하고 공세를 펼치는 중이고 민주당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여사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또 다시 정쟁의 중심에 선 셈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은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습 바쁜
대통령실

<뉴시스>가 지난 9~10일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0.8%로 나타났다. 지난 조사와 비교해 2%p 떨어진 수치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와 함께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문재인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가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정쟁으로 번지는 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는 임기 말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비호감’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문 전 대통령의 첫 번째 대선 도전 당시 김정숙 여사는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며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는 배우자로 큰 인기를 누렸다. 김정숙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고 과거 일화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심을 모았다. 

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높은 지지율로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을 시기 김정숙 여사의 지분은 상당했다. 수해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자와 부대끼며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대중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정숙 여사의 서민적이면서 적극적인 행보는 대통령의 인기를 넘어설 정도로 국민을 자극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을 향해 달려가면서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정숙 여사는 문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부분 동행했다. 이 과정서 외유성 순방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과 관련한 논란은 정권이 교체된 뒤 열린 지난해 국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 

소탈한 이미지로 호감도 높았다가
옷값·외유성 순방 논란 ‘비호감’

김정숙 여사의 순방 논란은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을 문제 삼은 민주당 의원이 김정숙 여사의 순방을 감싼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해외순방에 문제를 제기하자 국민의힘서 김정숙 여사의 해외순방 사례를 들고 맞불을 놓는 식이다.

‘옷값 의혹’은 김정숙 여사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를 180도 뒤집는 논란이었다. 2018년 6월 시민단체 납세자연맹은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과 김정숙 여사 관련 의전비용 등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김정숙 여사가 옷값으로 세금 수억원을 지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납세자연맹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으로부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당시 청와대는 1심에 불복, 즉시 항소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퇴임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서 15년이 지나야 열람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여기에 김정숙 여사의 이름이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에도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방미 중인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민주당 소속 전직 양평군수가 자신의 배우자와 김정숙 여사간 친분을 강조하며 노선 변경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전임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와 현 정부의 대통령 배우자가 동시에 입길에 오른 상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닮은 꼴?
다른 꼴?

김건희 여사는 윤 대통령 취임 전 각종 논란에 관해 해명하면서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김건희 여사의 보폭은 누구보다 넓은 상태다. 김정숙 여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논란으로 퇴임 이후에도 문 전 대통령과 부정적인 이슈로 소환되는 중이다. 김건희 여사는 이미 김정숙 여사의 전철을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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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