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의 IAEA 보고서 대해부

일본 자료만 보고…책임은 나 몰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여야 간 대립도 최고조에 달했다. 윤석열정부는 IAEA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여론의 반대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류를 결정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전무한 상황이다.

“예상했던 바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측 자료로만 평가해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들여다본 한 전문가의 말이다. IAEA는 수년간 직접 설비 없이 점검해왔다. 보고서 도입부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돼있다. 공정성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다.

전제만
깔았다

IAEA 최종 보고서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방류 계획 발표와 함께 IAEA에 안전성 검토를 요청해서 발표된 결과물이다. IAEA는 같은 해 7월 일본의 요청을 수락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AEA의 전문 인력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호주,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마셜제도 11개국의 전문가들이 TF에 참여했다.

한국은 김홍석 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이 TF의 일원이었다.

IAEA는 당시 일본에 전문가들을 파견해 검토 일정을 합의했다. 일본의 방류 계획을 검증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과 범위 등은 이때 정해졌다. 전문가들은 오염수 보관 탱크가 있는 후쿠시마 제1원전을 직접 찾아 일본 전문가들과 협의하면서 관심을 두고 살펴볼 장소를 파악하기도 했다.


1단계 작업은 일본 도쿄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이후로 현장 조사를 통한 본격적인 검증이 진행됐다.

검증 방향은 ▲오염수 처리와 시설 내 안전관리, 방류 절차 등이 환경을 보호하면서 안전하게 수행되는지를 평가 ▲일본 원자력 안전 당국이 이를 제대로 규제·감독하는지 확인 ▲오염수 등 환경 영향 요인이 될 시료를 독립적으로 채취하고 데이터를 확인·분석하는 세 가지로 크게 나뉜다.

이를 위해 IAEA TF는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 일본을 공식 방문했다. TF는 일본의 오염수 처리시설과 방류시설 조성 현장 등을 찾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와 접촉해 규제·감독 현황을 점검했다.

일본이 오염수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쳐 나온 오염수 샘플을 확보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바닷가서 해수와 해양 퇴적물, 물고기 등을 샘플로 수집하는 작업도 이뤄졌다.

방류를 위한 해저터널 건설이 어떤 설계를 토대로 진행되는지도 점검 대상이었다. 현장 조사 과정서 IAEA 요청에 따라 일본이 자료를 수정·보강하기도 했다.

TF가 오염수 샘플을 분석하는 데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3의 연구기관에 분석을 맡기기도 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내 오염수 탱크서 채취한 샘플을 IAEA는 산하 연구소 3곳과 함께 같은 해 한국·프랑스·스위스·미국의 연구시설에도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국제 기준 부합 예정된 결과 막을 방법 전무
알프스 성능 논란 현재진행형…검증도 안 돼


오염수에 어떤 방사성 핵종이 남아 있는지, 도쿄전력이 핵종 분석을 위해 채택한 방법이 적절한지 등을 비교 평가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이 같은 작업을 마친 IAEA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획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하자가 없다는 내용이지만 신뢰성이 있느냐는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서 제출한 자료를 기반으로 알프스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빠진 게 크다.

일본 측이 넘긴 자료를 토대로 알프스의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최종 보고서를 통해 IAEA는 “일본의 방류 계획이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며 “오염수 방류가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알프스를 거친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과 후에 일본과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능 논란 중심에 선 알프스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능 물질 정화 장치로 62개 핵종을 거르는 역할을 한다.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정수기에 달린 필터와 같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가 알프스 처리를 거친 이후에도 스트론튬-90과 세슘-134, 세슘-137, 이루테늄-106, 아이오딘-129, 안티모니-125 등 6개 핵종이 남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는 해당 6개 핵종들의 경우 2019년 이전 사례로, 최근 실시한 검사에서 추가 핵종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현재 1070여개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가 그대로 해양으로 방출되는 것은 아니다”며 “오염수는 방류 전 K4탱크로 옮겨져 농도 측정 과정을 거치며, 이때 삼중수소 외 배출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오염수는 다시 알프스로 보내져 처리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 해양 방류를 시작한 이후엔 사실상 알프스 성능 검증을 위한 수단이 제한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류 도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정확한 검증을 위해 알프스를 통과한 오염수에 대한 ‘직접 시료 채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제 없다”
신뢰성 의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언론 인터뷰서 “이번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알프스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며 “알프스가 잘 돌아가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알프스가 믿을 수 있는 방사능 정화 장치인지를 가려내기 위해 IAEA가 자체적으로 설비를 뜯어보는 식의 검증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의 도입부도 논란이다. 한 소장은 “이번 최종 보고서의 도입부를 보면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IAEA는 견해만 발표했을 뿐 법적인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종 보고서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대형 저장탱크 건설을 통한 육상 보관 같은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오염수 방류가 한국 등 인접국에는 어떤 이득도 주지 않고, 크든 작든 피해만 준다는 점도 적시되지 않았다.

IAEA는 환경 모니터링 결론 도출을 위한 환경 시료 분석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실제 최종 보고서에도 3차례 진행하기로 했던 오염수 시료 분석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채취된 2·3차)두 시료에 대한 분석이 포함된 보고서는 2023년 후반에 발행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시료 분석은 안전성 검토의 3가지 구성 요소의 하나인 ‘독립적 샘플링, 데이터 확증 및 분석 활동’의 일부다.


최종 보고서는 오염수 시료뿐만 아니라, ‘환경 시료’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서 공개됐다. 사실상 일본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인하는 과정인 ‘확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이 밖에도 IAEA가 직업적 방사선 노출을 판단하기 위해 진행한 실험실 간 교차분석(ILC)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직업적 방사선 방호’는 원자력기구 안전성 검토의 8가지 기술적 주제 중 하나다. IAEA는 이 결과 역시 “올해 말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제 버리나
카운트다운

IAEA가 주요 시료에 대한 분석을 끝마치기도 전에 ‘일본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선 비판이 나왔다.

한 소장은 특히 오염수 시료 분석을 한 차례만 하고 끝낸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시료 분석은 신뢰 있는 값을 얻기 위해 3회 실시하는 게 화학 분석계의 ‘국룰’(모두가 지키는 규칙)”이라며 “IAEA도 세 번은 하기로 했을 텐데 1회 결과만 나온 상태서 보고서를 냈다는 것은 분석 결과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출신의 또 다른 안전규제 전문가는 “IAEA가 가능한 한 보고서를 빨리 정리해줬으면 하는 일본 입장서 용역 기간을 바짝 당겨 완성되지도 않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며 “이것은 신뢰성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방류설비 완성 ▲IAEA 최종보고서 ▲일본 NRA의 사용 전 검사를 오염수 방류를 위한 3가지 전제로 삼아왔다. 일단 조건은 충족된 상태인데, 문제는 일본 내의 부정적 여론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후쿠시마현 및 인근 지역의 어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불안이 강하다.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총회를 열어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네 번째 특별결의를 만장일치로 내놨다.

전국 여론조사(민영 뉴스네트워크 JNN의 지난 1∼2일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40%로 찬성 의견(45%)보다 낮기는 했지만 만만찮은 비율이다.

일본 정부는 주변국 여론도 예의주시 중이다. 일본 언론이 최근 방류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와 거부감 등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것이 근거다. 중국 정부의 대응에는 불만이 역력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3일 “일본 외무성은 중국에 데이터를 준비한 설명을 하겠다고 몇 번이나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도서국에 대해서는 정상회담, 특사파견 등으로 공을 들여왔다.

기시다, 여론 봐가며 여름 중 방류 시기 결정
IAEA, 시료 분석 못 끝내고 보고서 발표 강행

방류 시점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날도 ‘올해 여름쯤’이라는 기존 방침을 반복하며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사능=공포’라는 공식이 깨지길 바라는 쪽이 있는 반면, IAEA 최종 보고서의 신뢰도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임만성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과학적으로(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오염수 방출 과정서 우리나라 등 주변국이 참여해 함께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염수 방류 논란이 방사능을 향한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바로잡는 계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이준택 건국대 핵물리학과 명예교수 등은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 명예교수는 “IAEA는 일본 도쿄전력이 떠다 준 깨끗한 물을 갖고 깨끗하다는 보고서를 냈을 뿐”이라며 “IAEA 보고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외에도 방법이 있는데 IAEA는 단 한 번도 심도 있게 따져보지 않았다”며 “그로시 사무총장이 방한하면 전문가 대 전문가로서 이런 문제를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도 IAEA 보고서의 신뢰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학서 학생들을 가르쳐 보면 일부는 미리 실험 방향을 잡아놓고 목표대로 수치를 조작하는 걸 볼 수 있다. IAEA 보고서가 그렇다”며 “세상엔 2000종 이상의 핵종이 있는데 IAEA는 입맛대로 64종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바닷물에 희석하면 안전하다고 말하는 건 창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서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방침 관련 질문을 받고 “처리수(오염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 내부도
반대 극심

마쓰노 장관은 “동일본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를 철폐하는 게 계속된 정부의 중요 과제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도쿄전력은 지난달 12일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에 들어갔다. 현지 어민들은 계속해서 반대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방류 외에 콘크리트 용기 설치 후 보관이나 증발 등 다른 대책을 요구하는 일본 내 목소리도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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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