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2 15:15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올해 국민의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는 ‘혼란’과 ‘당내 투쟁’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후 당이 잠시 안정화되는 듯 싶었으나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다시 돌아오자 또다시 비윤(비 윤석열)계와 친윤(친 윤석열) 그룹이 맞서 싸울 태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신임을 드러낸 상황에서 윤핵관이 이번에는 실수 없이 대통령실의 미션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권성동·장제원 의원이 최근 언론 노출 빈도가 늘어났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원조 윤핵관이 다시 돌아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동안 조용하던 친윤과 비윤 그룹의 불화가 재차 수면으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윤핵관 중 최측근 핵관으로 불리는 이들은 적극적으로 대통령실을 옹호하거나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서 돌격대장 역할을 맡았다. 오자마자 큰 목소리 국민의힘에선 최근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이 띄운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를 두고 내부 마찰음이 감지됐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당내 친윤 그룹에서 불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에 일말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장 의원을 포함한 친윤 그룹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다. 특히 장 의원은 오랜만에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와 친윤 그룹이 갈등을 겪은 사안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발생했던 이른바 ‘웃기고 있네’ 필담 논란이 일었을 때 위원장이었던 주 원내대표가 김은혜 홍보수석에게 퇴장을 요구하자, 장 의원이 지난 10일 “그렇게(퇴장)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협치는 좋은데 그렇게까지 해서 우리가 뭘 얻었느냐”고 비판했다. 장 의원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는 여당이 윤정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듯 보인다. 이미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국민의힘이 야당을 공격할 여러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휘둘리고 있다는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의원이 재빠르게 해당 불만을 접수하고 선수친 것으로 읽힌다. 권 의원 역시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하는 모션을 취하자, 가만히 있지 않는 모양새다.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윤 대통령 방어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2선으로 물러났던 행보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당무와 관련된 사안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이 석 달 만에 전면에 다시 나타난 배경에는 소수 여당의 자존심 재건 및 윤 대통령의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끊임없이 20~30%대를 오락가락하면서 친윤 그룹 역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여권에서 충분한 공격거리로 삼을 수 있지만, 당 지지율 역시 박스권에 갇혀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을 중심으로 다시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시선이 강하다. 다시 움직이는 원조 윤의 남자들 비대위원장, 원내대표보다 힘세 결국 당의 위기가 친윤 그룹의 몰락과 연결돼있는 상황에서 윤핵관의 몰락을 막기 위한 재등판인 셈이다. 앞서 두 윤핵관 인사가 밀려난 이유는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및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관련한 책임 때문이다. 윤핵관 세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당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들이다. 사실상 원조 윤핵관인 장 의원과 권 의원은 정치적 공동 운명체 격이다. 권 의원과 윤 대통령의 깊은 인연은 이미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10대 초반부터 알고 지내왔으며, 윤 대통령이 어린 시절 외가인 강릉에 놀러갔을 때 윤 대통령의 외조모가 소개한 옆집 할머니의 손자가 권 의원이었다. 본격적으로 정치 동지가 된 건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을 때 즈음부터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대선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 윤 대통령과 권 의원이 만찬을 하면서다.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 의원과 윤 대통령의 인연은 사실 좋게 시작하진 못했다. 그는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시절에는 “다들 윤석열한테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게 안타깝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장모 의혹 등으로 혹독하게 윤 대통령을 야단을 친 적도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내던지면서 이들의 악연은 해소됐다. 윤 대통령이 장 의원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장 의원은 종합상황실장으로 합류했다. 당선 후 장 의원은 가장 먼저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을 밀착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사활 걸고 친윤 지키기 권 의원의 경우 윤석열정부 초기 압도적인 지지세로 원내 사령탑에 올랐으나 그 기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윤정부 초창기 권 의원은 압도적인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돼 스스로 대세임을 입증해냈다. 대세는 거기까지였다. 권 원내대표는 끝내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풀지 못했다. 또 윤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 논란으로 여론의 공분까지 샀는데,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두 인물은 당내에서 대세 중 대세로 불리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들의 대세 행보가 멈춘 이유는 자꾸 헛발질을 해서다. 결국 2선으로 물러났고 한동안 잠잠하게 지냈다. 당시 장 의원은 “당의 혼란에 무한 책임을 느끼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무, 상임위 활동에만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계파 활동도 자제하겠다고도 했다. 권 의원 역시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후퇴했다. 윤핵관이 2선으로 물러났지만, 당내 혼란의 멈춤은 일시적이었다. 전당대회 시점과 직전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윤계가 선전하는 파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친윤계는 합의 추대설을 띄웠지만, 비윤계인 이용호 의원이 40표가 넘는 표를 거두면서 윤심이 불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당내에서도 윤핵관을 배척하려는 여론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이 전 대표의 가처분 리스크를 해소했고, 정진석호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당은 한동안 안정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두고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원조 윤핵관인 장 의원과 권 의원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아직까지는 이들이 당내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직전까지 주 원내대표는 야3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나서면서 주 원내대표의 입장이 깔끔하게 ‘국조 불가’로 정리됐으며 현재는 가능한 경찰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을 지키라는 미션에 윤핵관들은 충실한 측면이 강하다. 결국 주 원내대표가 나름 여론을 반영해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국회를 운영해보자는 취지에서의 국정조사 수용 여부를 고심한 것들이 물거품이 돼버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주 원내대표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면서 대통령의 신뢰를 잃었다”고 해석했다. 장 의원은 지난 14일, 이태원 국정조사 관련 3선 이상 중진 의원 모임에서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윤핵관이 전면에 나서 목소리를 높이자 비윤계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권은희·김웅 의원이 “장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전한 믿을맨? 한발 더 나아가 윤핵관 세력은 아예 정진석 비대위원장까지 흔드는 모양새다. 정 비대위원장이 전국 당협 정비 및 당무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자 일부 친윤계가 거칠게 반응하고 있다. 전당대회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생겨서다. 현재까지는 내년 초 전대 실시가 예상되고 있지만, 당협 정미 및 당무감사 실시로 인해 4~5월 사이 개최가 유력한 상황이다. 사실상 당무감사 마무리 전까지 전대 개최가 불가능한 셈이다. 당협 정비와 당무감사는 차기 총선 공천과도 관련된 사안이다. 정 비대위원장의 계획을 윤 대통령이 밀어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전대 시기에 따라 당권주자들의 행보가 뒤바뀔 수 있는 데다, 차기 당 대표는 2024년 총선서 막강한 공천권까지 틀어쥘 수 있다. 정 비대위원장은 본래 윤핵관 그룹이 아니며 지난 대선 당시에도 윤 대통령과 활발한 소통을 해왔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당초 정 비대위원장은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돼왔으나 지속적인 욕심 등 내부에서의 공격에 결국 당 대표 출마는 없던 일이 됐다. 내년 총선에서 친윤 그룹과 윤핵관이 당내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공천을 잘 받아야 한다. 정 위원장 계획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조기 전대 개최는 차기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언급된 사안이다. 그동안 정 비대위원장이 조기 전대 불가론을 띄우며 잠잠해졌지만 최근 윤핵관의 입김이 더해진 탓에 조기 전대론이 재차 수면으로 올랐다. 과거 실책으로 완벽 신뢰 힘들어 과도 충성 탓 내부서 무너질 수도 일각에서는 정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딱히 부인하지 않았던 정 위원장에게 결국 윤핵관의 압박이 통한 모양새다. 그는 지난 17일, 당권 도전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친윤 역할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셈이다. 다만 원조 윤핵관인 두 인물이 함께 손을 잡지는 않았다. 장 의원은 해오던 대로 대통령실 비호 역할을 맡았다면 권 의원은 다시 한번 직접 뛰어들 태세다. 권 의원이 당권을 노리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인물론보다는 윤 대통령을 앞세우겠다며 윤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친윤 그룹은 두 윤핵관의 복귀를 쌍수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또다시 윤 대통령을 등에 업고 당을 장악하려 든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정치권의 ‘믿을맨’은 윤핵관 뿐이다. 과거 정치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윤핵관의 손을 잡고 윤 대통령은 정치권으로 뛰어들었다. 앞선 실책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게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던 것처럼 여겨진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론이 계속 불거졌으나 여전히 윤 대통령은 그에 대한 신임을 보이고 있다. 해외순방 직후 이 장관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생했다”는 말로 감쌌다. 취임 초 윤정부는 여의도, 대통령실의 기반 세력을 윤핵관 중심으로도 짰다. 이번 재등판 역시 친윤의 본격적인 세력화인 동시에 자신의 세력을 꾸리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장 의원은 기본 전투력이 있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확실하게 윤 대통령의 편이라는 느낌도 강하다. 여러 사안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을 향해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윤핵관을 앞세웠다가 한 번의 실패를 맛보면서 이들에 대한 신임도가 낮아져 있다. 추후 이들에게 중대한 사안을 무작정 맡기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이 재등판하면서 오히려 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한 충성심으로 인해 내부서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민의힘이 다시 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 다음 미션은? 앞서 보수정권이 무너졌던 이유는 과한 충성심 경쟁 때문이었다. ‘친박 학살’이 대표적 사례다. 차기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윤핵관을 필두로 세우고도 패한다면 국민의힘에게는 물론, 윤정부의 국정동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밖에 없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윤핵관이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미션에 앞으로도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저것 안 가리고 또 대통령을 향해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용한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당 대표 하마평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후보군이 10명 가까이에 이른다. 원내에서는 윤상현·김기현·안철수·조경태·권성동 의원 등이 거론된다. 반면 원외에서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또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 의원, 장제원 의원이 다시 움직임에 따라 친윤 그룹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늘었다. 심지어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름까지 오르내린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 대표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 달렸다고 본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 당권주자 중 민심의 선택을 받은 인사는 유 전 의원, 당심에서는 나 부위원장이 1위를 달리고 있다. <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퇴임 당시, 강아지 두 마리를 본인의 사저로 데려갔다. 키우던 강아지들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은 대중에게 매우 ‘아름다운 그림’으로 비쳤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지금, ‘아름다운 그림’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정치싸움의 ‘씨앗’으로 변질됐다. 서로 “네 탓”이라 주장하는 상황에서 누구의 말이 ‘진실’에 가까운지 가 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확인해봤다. 풍산개는 함경도 ‘풍산’ 지방에 뿌리를 둔 북한 토종견이다. 김정일 주석이 특히 총애했던 견종으로 지난 60년간 북한에서 개체 수가 대량으로 늘어났으며, 1980년에는 북한의 공식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여러 마리가 모이면 맹수로부터 주인도 지킬 수 있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풍산개는 매우 용맹하고 충성심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애견인들은 풍산개를 주인과의 의리를 귀중하게 여기는 ‘의리파’ 반려동물로 분류하곤 한다. 자의? 타의? 그러나 반려동물이 아무리 주인에게 의리를 지킨다고 해도, 주인의 애정이 없으면 의리를 이어나갈 수 없는 법이다. 지난 8일,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는 의리를 지킬 대상을 한순간에 잃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이 ‘대통령기록물’인 곰이와 송강이를 정부에 ‘반환’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 측에 따라 곰이와 송강이는 이날 경북대 동물병원으로 인도됐고, 약 1주일 동안의 건강검진을 마친 후 제3의 위탁기관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두 마리의 풍산개는 2018년 9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암수 한 쌍의 강아지다. 역대 북한 지도자들은 남북의 관계가 호전될 때마다 종종 풍산개를 선물해왔다. 2000년 최초로 성사된 제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자주’와 ‘통일’이라는 이름의 풍산개 한 쌍을 선물한 바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로의 성공적인 교류를 두고두고 확인하기 위해 풍산개를 활용해왔으며, 풍산개 선물의 의미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넘어 국가 간 교류의 매개체 성격을 띤다고 분석한다. 문 전 대통령 측 또한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와 개인 SNS 등을 통해 풍산개들과 함께 찍은 대통령 내외의 사진을 공개하며 북한 측에 화답했다. 이렇게 곰이와 송강이는 문재인정부와 김 위원장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문제는 문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무렵 발생했다. 현행법상 국가 정상 간 선물은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국가에 귀속돼야 하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곰이와 송강이를 키울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두고 문재인정부는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 수차례 의견 조율을 한 바 있다. 원칙에 따라 강아지들을 대통령기록관에 넘겨야 하지만, 살아있는 생물을 ‘물건’ 다루듯이 반환한다는 것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가운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두 가지 쟁점이 발생했다. 첫 번째 쟁점은 ‘곰이와 송강이의 거취를 누구의 의지로 결정했냐’를 두고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이 강아지들을 본인의 뜻에 따라 데려왔는지’와 ‘윤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강아지들을 데려왔는지’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갈린 것이다. 문의 선택 둘러싼 두 쟁점, 확인해 보니… 누구 의지로 강아지들 데려왔냐가 관건 이 쟁점이 중요한 이유는 강아지들을 데려온 것이 누구의 ‘의지’인가에 따라 국가 지원금의 정당성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관계자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데려갈 당시, 의무가 아닌 자발적 의지로 데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 뜻에 따라 데려간 반려동물에 ‘국가지원금이 필요하냐’는 내부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며 “(세금이)우리 돈도 아닌데 강아지들의 양육비를 쉽게 승인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라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마지막날, 대통령 비서실과 대통령기록관은 협약서 한 장을 작성했다. 해당 협약서에는 곰이와 송강이를 위한 지원금 내역이 자세히 기록돼있다. 양측이 합의한 바에 따르면, 강아지들의 양육비는 한달 242만원으로, 사료비(35만원), 의료비(15만원), 사육관리용역비(192만원) 등이 고루 포함됐다.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가는 문제인 만큼 행안부와 법제처 안팎에서는 지원 예산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이 길어질수록 문 전 대통령 측의 불만은 고조돼갔다. 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서 데려간 국가기록물에 대한 정당한 보조금이라 주장하고 있고, 정부 관계자들은 ‘자발적으로’ 강아지들을 데려갔으니 보조금 지원은 ‘무리한 요구’라 믿고 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윤 대통령이 ‘먼저’ 강아지들을 데려갈 것을 문 전 대통령 측에 제안했고, 이를 문 전 대통령이 ‘수락’한 것이 사실에 가장 가깝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했던 강아지들에 관한 발언에도 고스란히 나와있다. 강아지들에 대한 거취 문제에 최초로 의견을 공개 타진한 것은 윤 대통령 본인이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 3월23일, 기자들은 곰이와 송강이의 거취 문제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묻자 “아무리 정상 간에 주고받았다 해도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지”라며 “동물을 볼 때 사람 중심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고 정을 자기한테 많이 쏟은 주인이 계속 기르게하는 것이 오히려 선물의 취지에 맞다”고 다소 강한 어조로 ‘데려가야 한다’는 뉘앙스로 답했다. 한달에 242만원 이로부터 5일이 지난 3월28일, 두 사람은 공개석상에서 만나 강아지들의 거취 문제를 공식적으로 합의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준 거라 당선인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위탁해서 키워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윤 대통령은 “주인이 바뀌면 환경 적응이 어려울 것이다. 계속 키우시라”고 화답했다. 와 만난 여야 관계자들은 이날 대화를 두고 양쪽이 모두 합의한 상황에서 ‘공개한 대화’라는 점에 동의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미 논란이 되고 있던 상황이라 빨리 그걸(강아지들 거취 문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께서 강아지들을 데려가길 원했고, 문 전 대통령도 이를 승낙했다”고 알렸다. 문 전 대통령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의원도 “당시 문 전 대통령이 정든 강아지들을 그냥 두고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수위 측에서 먼저(강아지 위탁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 법적인 문제는 그 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결해준다고 약속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당시 형식상으로는 문 전 대통령이 강아지들을 ‘위탁’받아 키우는 형태가 됐다. 애견 전문가들은 첫 번째 문제가 여기서 출발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개들의 ‘주인’으로 인식하는 반면, 문 전 대통령은 강아지들을 ‘부탁받아 키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일 문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사룟값과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 모두를 그동안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왔다”며 “지난 6개월 간 대통령 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애견 단체 회원은 와 만난 자리에서 강아지 양육에 들어간 비용을 ‘무상’이라고 표현한 점과 사랑을 ‘쏟아준 것’이라고 표현한 점이 의아하다고 했다. 이 회원은 “문 전 대통령이 본인을 ‘주인’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강아지들과 문 전 대통령이 함께 있는 영상에서 둘의 교감 또한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랑은 ‘쏟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의 의지였느냐가 첫 번째 쟁점이었다면 두 번째 쟁점은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을 일부러 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민주당 측은 현재로선 문 전 대통령이 ‘불법으로’ 대통령기록물을 가져와 위탁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시행령 개정이 계속 늦어진다면 문 전 대통령이 점점 부담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갑론을박 누구 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는 ‘대통령기록물이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해 다음 각목의 기관이 생산·접수한 기록물 및 물품’이라고 적혀 있고, 3항에는 ‘대통령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으며, 국가는 대통령기록물을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법으로 정하는 바가 없는 상황에서 공직을 내려놓은 퇴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반년 이상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위탁을 제안할 당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주겠다고 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와 만난 자리에서 “두 번에 걸쳐서 입법 예고 시행령 개정 시도가 있었던 건데 6월에 한 번 있었던 건이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취소됐다”며 “입법 예고까지 온 것은 관련 부처가 다 사실상 합의된 사항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처 간에 다 합의를 이뤄놓고 취소된 게 6월에 있었던 1차 취소고, 우여곡절 끝에 두 번째 시행령을 만들었는데 지지부진하면서 몇 개월을 끌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건은 우리(대통령실) 소관도 아니고 우리는 반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행안부와 법제처 실무자들이 전향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에 알려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존 6월의 입법 예고를 반대했던 행안부와 법제처는 다시금 전향적인 합의를 진행했고 오는 12월에 공포를 목표로 지난달 말까지 문 전 대통령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의 취재 결과와도 일치한다. 행안부와 법제처에 문의해 확인한 결과, 문서로 남아 있는 공식 논의는 지난달 13일까지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수차례 문 전 대통령 측과 비공식적으로 의견을 조율해왔다. “10월 말까지 긍정적 합의 있었다” “윤 대통령, 시행령 개정 반대했다” 해당 논의는 곰이와 송강이의 지원금 242만원이 포함된 것이었고, 부처 직원들은 하나같이 전향적인 논조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시행령 개정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도 한 행안부 직원은 “법률을 공포하는 데까지 걸리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통 입법계획을 수립하고 공포까지 적어도 150일 이상 걸린다. 최소가 그 정도고 까다롭게 진행되면 반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시행령의 개정 절차는 ▲입법계획 수립 ▲법령안의 입안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당정 협의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화의 및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까지 총 9단계로 진행된다. 그중에서 ‘법령안의 입안’과 ‘관계기관과의 협의 및 당정 협의’을 거쳐 ‘입법예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100일에서 150일가량이고, 그 이후에도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치는 단계에서 평균 30일~40일이 더 소요된다. 물론 예외적으로 짧은 시간이 걸린 시행령 개정 사례가 더러 있지만, 절차를 정식적으로 밟아 진행한다면 수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3월 논의 필요성이 시작된 이후 6월에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5개월간 다시 협상을 진행한 끝에 입법예고를 눈앞에 뒀지만, 문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파양 통보’로 모든 게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12월 중 공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12월 공포 예정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은 저자들(윤석열정부)이 하는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1차 협상 취소 때와 마찬가지로 국무회의에 올리지도 않고 (12월 공포가)흐지부지 됐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을 문 전 대통령 또한 믿지 못한 것”이라고 에 전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주장하는 ‘전향적인’ 협의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으며 그 이면에는 윤 대통령의 반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아시다시피 (지난 6월에)입법예고 단계까지 갔던 것은 관련 부처가 다 사실상 합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국무회의까지 당연히 상정돼야 하는 단계였다”며 “그런데 이게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실무자들이 이 단계에서 본인들의 판단만으로 취소시킬 힘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며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로는 대통령실의 반대가 있었다. 자료를 직접 공개할 수 는 없지만 이는 내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이 파양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윤 대통령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반대 때문이었고, 그 결정을 지난 몇 개월간 고심하다가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로? 정리하자면, 문 전 대통령은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풍산개를 키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곰이와 송강이에 대한 주인 의식이 부족했다. 윤정부도 시행령 개정을 한 차례 무산시키는 등 해당 논란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전·현직 대통령들의 정치싸움에 애꿎은 곰이와 송강이만 안락했던 보금자리를 잃은 셈이다. 양측 모두 자료 공개를 꺼리는 상황에서 풍산개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한동안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의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최측근이자, 수족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의리’로 지켜주고 있는 상황으로 이러다가는 거센 후폭풍은 물론 역풍도 배제할 수 없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2주가 흘렀다.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국민은 아직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그 사이 정치권에서는 책임 소재를 두고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 소방서장까지 책임론이 가해지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사퇴 의견 심지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당시 현장에 있었음에도 재난 대응 2단계를 제대로 발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대상에 정부는 빠져 있다. 정치권에서는 도대체 누가 책임지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 장관은 참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러 발언들로 책임론에 시달리는 중이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장관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됐을 정도다. 여러 언론에서도 이 장관이 정부의 책임자로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사퇴 요구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으나 이 장관은 사퇴할 생각이 없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실로부터 사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해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퇴 입장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장관 본인과 더불어 대통령실도 이 장관을 지키겠다는 기조가 느껴졌다.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을 바꾸는 게 후진적으로 보인다”고 밝혀서다. 김 실장은 “국정상황실은 대통령 참모조직이지 대한민국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김 실장의 컨트롤타워 발언은 즉시 야당의 반발을 샀다. 여당 일각에서도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점점 이 장관의 책임론이 커지면서 점차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책임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 같은 책임론을 조기에 종식시키고자 정부는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FT)를 구성했다. 국가재난안전시스템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 장관을 공식적으로 꾸짖지 않는 대신, 윤희근 경찰청장의 면전에서 질타했다고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을 상당히 아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린다. 두 인물은 상당히 격의없는 사이로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법학과 직속 후배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을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계가 상당히 돈독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 대통령에게 답답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장관을 찾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정도다. 구청장, 경찰서장, 소방서장만…꼬리 자르기? 경찰청장과 함께 경질론 확산 “바로 사퇴해야” 대선 기간에도 이 장관은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사이다. 당시 그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에서 경제사회위원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외협력특별보좌관으로 합류했다. 당시 인수위는 이 장관에게 국민의 권익 향상과 윤리의식 제로를 위한 활동을 전개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지향했던 공정하고 정의로운 정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사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이 장관을 향한 믿음은 윤석열정부 첫 행정안전부 장관으로까지 임명시킨 배경이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줄곧, 경찰과 소방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지휘 및 감독을 강화시켜왔다. 이 장관 체제에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 지휘 규칙이 신설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책임론이 이 장관에게 향했다. 그의 책임론이 확산한 이유는 경찰 병력 등 몇 가지 발언 때문이었다. 그는 참사 다음날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발언했고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고도 했다. 이런 탓에 끊임없이 이 장관을 향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여전히 버티기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은 “사퇴 같은 방식으로 책임질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며 “말로는 무한 책임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탓에 점차 이태원 참사 책임이 윤 대통령에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거나 경질조차 되지 않는다면 추후 ‘대통령이 아끼는 사람은 무조건 감싼다’는 전례를 남길 수밖에 없다. 말로만 무한 책임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지켜주는 탓에 이 장관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성역까지 생겼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앞으로 윤정부의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러도 이 장관처럼 경질하거나 사퇴 요구를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실이 이 장관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액션을 취하자 윤정부 책임론까지 확산하는 분위기다. 과거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로 여겼다.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재난이 발생했지만, 슬그머니 애도 기간으로 지정한 뒤, 슬그머니 발을 뺐다. 보통 국가적 참사라고 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누군가는 책임지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에게 ‘직접적인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게 단순히 법적 책임 관계만 따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윤정부 내각이 도의적인 부분은 안배하지 않고 법적 부분만 따지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검찰공화국’이라는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여전히 대통령실을 비롯해 여러 정부부처에는 검찰 출신 및 윤석열 사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경찰과 소방이 책임을 지지만 정부는 도의적 책임에 대해 여전히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전히 검찰총장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한다. 이 장관이 사실상 버티기를 하고, 대통령실에서도 선을 긋자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번 참사를 두고 피해자들을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참사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낮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전 참사들과 달리 유난히 정부 책임론이 확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그날(이태원 참사 당시) 정부는 없었다”는 발언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바꿔 말하면 없던 책임은 있지만,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말실수를 가지고 경질시키지 않는다는 기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이 장관 사퇴는 야당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여당에서도 꾸준히 언급해오고 있다. 몇몇 국민의힘 관계자는 “참사의 책임은 주무부처를 소관하는 장관의 책임”이라며 이 장관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이 장관의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사고 날라 과거 박근혜정부 내각에서 근무하던 한 고위직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장관이 충분히 지시를 할 수 있는 위치인데, 왜 장관이 대통령만 바라보고 일하는지 모르겠다”며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만 보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참사 책임을 누군가는 내각에서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이 장관의 버티기 논란은 ‘경찰국’ 논란으로까지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 장관은 경찰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는 인물로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직접 경찰 지휘권이 없다”던 자신의 과거 발언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형국이다. 그는 정부조직법 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 장관이 치안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지만, 경찰청의 업무를 수시로 확인하고 지휘 및 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또 경찰국 출범을 앞두고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직접 수사를 지시하겠다고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경찰에 대한 책임론을 물고 늘어질수록 이 장관도 함께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수사는 경찰의 윗선으로 향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는 법리적 검토만 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특수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윤희근 경찰청장실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행위로 해석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정부의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야당에서는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 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추진할 수 있다.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가 특정사안에 관해 조사를 시행하는 제도다. 앞서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윤정부에 대한 국정조사 카드를 꺼냈으나 역풍을 맞아 자제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소수당인 기본소득당, 정의당도 함께 참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모처럼 야당이 뜻을 같이해 야권 연대가 이뤄진 셈이다. 윤심 측근들 책임 있어도 성역? 아직도 총장 시절 버릇 남았나? 총 181명 의원들이 동참한 ‘용산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지난 9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됐다. 해당 요구서를 제출한 이들은 참사의 발생 원인, 참사 전후 대처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재발방지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 국민의 미래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조사 범위는 ▲참사 발생 전후의 서울시와 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경찰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무총리실, 대통령실 등 정부의 상황 대응과 관련해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실태 조사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사실관계 은폐와 축소, 왜곡 의혹의 규명 등이다. 이 밖에 희생자와 피해자 및 유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시민 등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 대책 점검도 포함시켰다. 국조 특위는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 비율로 선임하고 국조 위원을 포함해, 총 18명으로 구성하는 특별위원회로 구성한다. 지난 9일 국회의장 정례회동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 여부와는 관계 없이 국회 본회의서 통과 시 국정조사권은 즉시 발동된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유는 경찰 수사(특수본)에 몰두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국정조사를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국정조사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윤정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 있다. 국조 이후 야당은 반드시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결론을 내려고 할 것이고, 특검을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야권이 뭉치는 빌미를 윤 대통령이 제공하게 되는 꼴이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윤 대통령과 정부에는 책임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엔 가능 지금은 불가? 만일 특검법이 도입돼 국회서 해당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윤 대통령은 즉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로 인한 여론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국회로 법안이 돌아오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다. 본회의서 과반수가 출석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특검 가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경찰에게만 책임을 묻고 장관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는 행동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과연 이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일지 윤 대통령이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이태원 책임론 기름 부은 김은혜·강승규 이태원 참사를 두고 윤석열정부와 여당이 경찰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 책임론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메모지 적힌 ‘웃기고 있네’ 라는 글귀가 한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해당 메모는 김은혜 홍보수석이 강 수석의 메모지에 작성한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즉시 “국회 모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강 수석과 김 수석이 곧바로 사과했다. 김 수석은 “강 수석과 제가 다른 사안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호영 운영위원장이 대화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강 수석은 “사적 대화”라며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거부했다. <차>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안전 소홀 문제가 드러나면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이 ‘마약 단속’보다는 안전을 챙겼다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참사 당일 현장에 배치된 137명의 경찰 중 오후 9시 전 이태원 일대에 있던 50여명의 마약 담당 경찰은 사고 발생 30분이 지나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마약 관련 전문가들은 수십명의 형사과 경찰이 핼러윈 데이 기간에 마약 단속에 나선 것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10만명이 넘는 인파 사이에서 마약 투약 및 판매 행위를 적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술집과 클럽이 아닌 호텔과 파티룸 등에서 투약이 이뤄지기에 이태원 일대에 수십명의 형사가 마약 단속에 나간 것이 확실한 첩보가 있지 않고서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 정부 기조 따라?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석열정부 기조를 그대로 따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이후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이태원 일대에 쏠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됐으나 시민 안전이 아닌 마약 단속에 더욱 집중된 것이 그 이유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사고 현장 인근에 형사·강력 등 경찰 52명이 배치돼있었다. 이들은 마약범 단속을 위해 사고 현장에 있었는데, 이날 단속 실적은 전무했다. 형사·강력 경찰 52명은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서울 용산·동작·강북·광진서 소속이었다. 특히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1·2계팀, 12명의 인원이 현장에 나와 있었다. 서울청 마수대 인원이 38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되는 인원이 투입된 셈이다. 이들은 10개팀으로 나뉘어 지난달 29일 이태원 일대에 배치됐다. 이들은 오후 8시48분부터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곳에서 가까운 이태원파출소 인근이나 이태원로·세계음식문화거리 등에 투입됐다. 이태원 일대 클럽·라운지바에서의 마약류 범죄 점검·단속 및 순찰 활동이 주된 임무였다. 형사들이 배치된 곳과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한 해밀톤 호텔 옆 골목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부터 112 구조신고가 빗발칠 정도로 아비규환이었고 10시15분부터 압사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으나 마약 담당 형사들이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출하거나 통제에 나섰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합동단속반 중 용산경찰서 강력팀이 단속 활동 전 이태원파출소에서 대기하다가 오후 10시37분쯤 현장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것이 첫 구조 활동인 것으로 확인된다. 강력6팀이 현장의 위급한 상황을 확인해 보고한 시간은 출동 7분 뒤인 오후 10시44분이었다. 합동단속반은 4분 뒤인 10시48분 근처에 있던 형사들을 모아 일정 수정 및 인원을 재배치하고 오후 10시50분쯤부터 구조 활동 및 인파 분산 유도, 구조로 확보 등의 조처를 진행했다. 사정기관 특별 정보 아니고서… 형사 50여명 투입 사실상 사족 경찰기동대 투입 지시는 사고 당일 오후 11시17분에야 처음 이뤄졌다. 당시 경찰 배치 운용 현황을 보면 용산 거점 근무를 하고 있던 11경찰기동대가 이 시간에 지시를 받고, 현장엔 오후 11시40분에 도착했다. 그 뒤를 이어 종로 거점 근무 77경찰기동대가 오후 11시50분, 여의도 거점 근무 67경찰기동대가 사고 다음 날인 30일 오전 0시10분쯤에 잇따라 현장에 왔다. 두 경찰기동대가 투입 지시를 받은 건 각각 오후 11시33분·11시50분이었다. 이들 포함 경찰기동대 총 5곳과 의무경찰부대 8곳이 긴급 투입됐지만, 이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경찰이 안전 관리가 아닌 마약 수사에 몰두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서는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교통기동대 20명, 교통과 6명, 생활안전과 9명, 112상황실 4명, 외사과 2명, 형사과 50명, 여성청소년과 4명, 이태원파출소 32명, 관광경찰대 10명 등 총 137명을 투입했다. 교통기동대 20명은 인근에서 발생한 집회·시위가 끝난 뒤 오후 10시쯤 넘어오는 방식이었다. 경비과의 지휘를 받는 일반 기동대와는 달리 교통기동대는 교통과의 지휘를 받아 차량 통제 등을 담당한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이태원 일대에서 인파를 관리·통제할 인원은 사실상 제로였던 셈이다. 형사과는 마약사범 등 기타 범죄를 수사하는 부서다. 형사과 투입 인력이 교통기동대와 교통과를 합친 것의 약 2배에 달한 사실을 보면 경찰이 참사 당일 도로 통제 및 통행 관리보다 마약 수사에 몰두할 계획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례적인 기획 단속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형사부서 경찰들이 마약 단속 말고도 절도나 성범죄 등 경범죄도 들여다본다”며 “특별히 핼러윈 데이기에 단속한 것이 아니다. 올 연말까지는 종종 단속을 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경찰 간부와 마약 관련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태원 일대에 마약 단속을 위해 50명이 넘는 형사과 인력이 투입된 배경에 특별취급 정보(첩보)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마수대 출신 경찰 간부들은 이태원처럼 작은 지역에 수십명의 형사과 인력이 투입되는 일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실제 경찰 내부 문건인 ‘핼러윈 데이 사전 대비 파일’에 따르면 경찰은 당초 마약 단속을 위해 형사 16명을 배치하려 했다. 16명이었던 형사과 인원이 실제 현장에서 5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 배경에는 김광호 서울청장 지시가 있었다. 용산서가 지난달 24일 작성한 치안대책 자료에는 “핼러윈 주말에 작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중이 밀집한 틈을 노린 강제추행·치기절도 등 강력범죄와 과다 노출, 모의총포 소지와 같은 위법행위가 특히 우려된다”고 나와 있었다. 그러면서 “형사 16명, 생활안전 8명으로 구성된 합동단속팀 4개 조를 투입해 마약 투약 등 불법행위와 질서 위반 단속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10만명 인파 적발 불가능” 특정 거물급 인사 쫓았나 그런데 김 청장이 지난달 28일 ‘핼러윈 때 마약이 문제될 수 있어 대책을 세워보라’며 공문을 내렸다. 김 청장의 지시로 서울청은 용산서 자체 계획에 더해 마약범죄수사대와 인접서 3개 팀 등 25명을 추가 투입했다. 용산서가 투입했다는 형사 50명은 용산서 자체 인력 25명에 서울청 마수대 12명, 인접서에서 파견된 13명 등을 합한 규모다. 마수대 출신의 한 서울청 간부는 “원래 배치될 인력의 3배가 늘었다. 전례가 없다고 볼 수 있고 흔한 일은 아니다. 보통 정보기관에서 확실한 첩보를 넘겨받으면 상당수 경찰이 사복을 입고 주변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경찰 간부가 말한 정보기관은 어디일까? 마약 관련 첩보를 관리하는 사정기관은 경찰을 제외하고 국가정보원과 검찰, 관세청 등이 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과 검찰은 마약 사건을 두고 최근까지 공조하지 않았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경찰과 마약 수사 공조를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검찰이 핼러윈 데이에 마약 실적 수사를 위한 기획과 파견이 있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반부패·강력부도 연관이 없다”고 못 박았다.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이 설치된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첩보 보고서도 보지 못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검찰은 손도 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과 검찰은 마약 수사를 두고 경쟁 레이스를 뛰고 있다. 김 청장이 마약 단속 인원을 대폭 늘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는 핼러윈 데이 기간 이태원 일대에 수십명의 형사를 투입한다고 해서 실적을 낼 수 있을까? 인원 대폭 늘려 성과는 없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 마약 단속이 수사 목적이 아닌 범죄 예방 차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술집과 클럽 등에 직접 형사가 들어가 사람들을 지켜봤을 것”이라며 “특정 수사가 아니었다고 해도 언제든지 수사 전환을 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클럽과 술집에도 수백에서 수천명의 사람이 밀집해 있었을 텐데 마약 단속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안 된다. 상식적으로 핼러윈 데이에 누가 대놓고 마약을 투약하거나 판매하겠나. 경찰이 마약 단속 인력을 대폭 늘린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마약 담당 경찰 수십명은 팀을 나눠 이태원 각 술집과 라운지바·클럽을 드나들며 단속했다고 한다. 사복을 입고 흩어지기에 경찰 개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단속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청 간부는 “과거부터 검찰과 경찰은 마약 사건 공조를 많이 하지 않았다. 검찰과 국정원 또는 경찰과 국정원으로 나눠서 한다”며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꾸려 마약 첩보를 입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다면 국정원으로부터 확실한 첩보를 넘겨받아 마약 단속 인력이 3배 이상 늘었을 수 있다는 의혹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검찰과 공조하기도 하고 경찰과 공조도 한다.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공조하고 마약 관련 첩보를 공유하고 있는 건 맞지만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첩보를 경찰에 넘겼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강남과 이태원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이뤄지는 마약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과거부터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대검·중앙지검·국정원 “기획 의혹, 사실 아니다” 마약사범들에게 한국은 큰돈을 벌 수 있는 곳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필로폰의 미국 시세는 g당 44달러(약 6만원)이고 태국은 13달러(1만8000원)다. 우리나라는 450달러(64만원)다. 태국보다 무려 35배나 높다. 국정원은 이 같은 이유로 중국 삼합회, 대만 죽련방, 일본 야쿠자 등 국제 범죄조직들이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 마약·폭력 조직들은 한국을 마약 경유·소비지로 만들려 끊임없이 시도 중이다. 최근에는 마약을 은닉한 화물을 정식 수출입으로 위장해 한국으로 밀반입한 다음, 제3국으로 밀반출하는 ‘원산지 세탁’ 수법까지 쓰고 있다. 특히 IT기술의 발달로 국제 마약조직원들은 정보통신기술에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와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필로폰 소매 방식이 크게 변했고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다. 국정원은 동남아 지역 정보·수사기관들과 공조해 2018년부터 한국인 마약조직 총책 6명을 현지에서 검거했다. 이들 중 4명은 검경과 협조해 국내로 송환했다. 나머지 2명은 현지 수감 중이다. 2017년 콜롬비아발 한국행 선박에서 코카인 657kg이 나온 바 있다. 국정원은 이 사건의 배후에 A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국제 마약유통 혐의로 미국·호주 수사기관이 추적 중인 인물이다. 그는 중남미발 마약을 호주로 밀반입하기 위해 한국을 경유지로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호주 동포 B씨를 포섭해 아시아 총책으로 활용했다. B씨는 국내에 자신의 하수인 C씨를 두고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남미에서 대형 기계류에 마약을 숨겨 국내로 들여와 뒤 다시 호주로 수출하는 ‘원산지 세탁 수법’을 사용한 정황을 확인하고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호주 당국이 한국발 선적화물(헬리컬기어)에서 필로폰 230kg을 적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정원은 관세청과 협조해 아직 호주로 빠져나가지 못한 필로폰 은닉 헬리컬기어 9개가 한국에 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지난해 7월, 국정원과 관세청은 필로폰 404kg을 국내에 밀반입해온 C씨를 검거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가 1조3000억원 상당이며, 무려 1300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국정원은 이후 국내외 정보망을 총동원해 아시아 총책의 베트남 은신처 정보를 파악하고 지난 2월 B씨를 현지에서 검거해 한국으로 송환 조치했다. 특별 정보 존재했나 대학생이 많은 신촌에서도 어마어마한 양의 필로폰이 발견되기도 했다. 국정원은 2018년 7월 대만에서 한국으로 밀반입한 필로폰 수십kg이 일본 야쿠자와 국내 마약조직에 넘어간다는 제보를 받고 국내로 들어온 대만인들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국정원은 세관과 합동추적팀을 꾸렸다. 국정원은 신촌 한 모텔에서 필로폰 5kg을 밀반출하려던 용의자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인근 모텔에 23.5kg의 필로폰을 숨겨놓은 상태였다. 총 28.5kg으로 시가 940억원 상당, 94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분량이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태원 참사의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다. 국민적인 애도 물결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무분별한 음모론 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문제는 이 음모론이 애도 현장에도 공공연히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과 의심은 ‘애도’로 치환될 수 없다. 유가족을 향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 <일요시사>는 직접 애도 현장을 찾아 음모론자들의 면면을 살폈다. 단순한 호기심도 때로는 무례한 법이다. 그곳에 누군가의 불행이 엮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음모론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누군가는 ‘진상규명’이라는 미명 아래 ‘아니면 말고’식 음모론을 던졌다. 막 퍼지는 유언비어 참사 소식이 빠르게 번져나가는 과정에서 마약 유통설·가스 누출설 등이 제기됐다. 현장에서 사람들이 쓰러진 이유가 마약이나 가스에 중독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경찰은 처음부터 “압사사고로 추정된다. 화재‧마약‧가스누출 등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지만, SNS 등지에선 여전히 각종 낭설이 난무했다. 참사 직후 한 SNS에는 “단순한 압사사고가 아니다. 한 술집에서 난 화재로 가스가 누출돼 사람들이 기절한 것”이라거나 “건물 자재가 무너지면서 거기에 사람들이 깔린 것” 등의 뜬소문이 돌았다. “이태원에 방문했더니 계란 썩는 가스 냄새가 났다. 황화수소 누출이 추정된다”는 등 목격담을 빙자한 허위사실도 유포됐다. 특히 사고를 촉발한 ‘가해자’를 특정하려는 시도가 줄을 이었다. 토끼 머리띠 등 어떤 인상착의를 가진 이가 군중을 밀면서 참사가 시작됐다는 목격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온라인 일각에선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참사 발생 전 아보카도 기름을 뿌리고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욱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CCTV상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미국 위스키의 일종)으로 확인했고, 사진 촬영 위치로 보아 일단 혐의점이 없어 보인다”며 “소환조사를 통해 최종 혐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관련 의혹이 해소되긴 커녕 외려 “경찰이 진상을 덮으려 한다”는 새 음모론이 추가됐다. 이때까지 온라인상에만 존재했던 음모론자는 지난달 31일부터 현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부터 참사 추모 공간이 본격적으로 설치되면서다. 음모론은 대부분 ‘유튜버’를 매개로 추모 공간에 발을 들였다. 분향소를 찾은 유튜버가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를 통해 음모론을 전파하는 방식이었다. 국가 애도 기간 중 운영된 분향소 중 가장 큰 규모로 마련됐던 서울광장 분향소에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분향소가 열린 첫날(지난달 31일)부터 다음 날까지 분향소 인근을 살폈다. 분향소 정면에는 추모하는 시민들을 촬영하는 방송 카메라가 가득했다. 사고 원인부터 책임 주체까지…판치는 루머 온라인서 시작돼 현장으로…유튜버가 매개 한 남성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러고선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는 잠시뿐, 이윽고 현 정부에 대한 비난에 근거 없는 사실들을 섞어가며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나가다 이를 들은 시민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쏟아냈다. 점심시간을 틈타 헌화하러 분향소에 방문했다는 A씨는 <일요시사>에 “정말 진절머리 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자기 시청자 수, 조회 수 늘리려고 참사 피해자를 이용하는 짓이다. 뒤에서 해도 욕먹을 짓을 대놓고 나와서 하니 기가 찬다”며 “저러라고 만들어 둔 곳이 아니다. 곳곳에 유족들도 있는 것 같던데 그분들이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시겠나”고 안타까워했다. A씨 말대로 이 남성의 몇 걸음 뒤에는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소복에 팻말을 든 채로 무릎을 꿇었다. 팻말에는 ‘아들아 미안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사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이에 얽힌 음모론도 가중됐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참사 당일 있었던 정권 퇴진 시위가 사고를 촉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초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했던 시위대는 사고 현장에서 600m가량 떨어진 녹사평역까지 이동했고, 오후 9시30분에 해산했다. 이때 해산한 시위대 중 일부가 이태원으로 가서 군중을 밀었고, 이로 인해 참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당일 시위를 주도한 노조의 조합원 2명이 이태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음모론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낭설에 불과하다. 직접 가서 들어보니… 야권을 중심으로는 이른바 ‘경찰 인력 급감설’이 유포됐다. 과거 핼러윈 때는 늘 800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투입돼 현장을 통제했지만, 올해는 유독 인원 배치가 적었다는 의혹이다. 의혹과 덩달아 정부 책임론이 일파만파 퍼졌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서울경찰청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투입된 경찰 인력은 137명이다. 과거 5개년(▲2017년 90명 ▲2018년 37명 ▲2019년 39명 ▲2020년 38명 ▲지난해 85명)에 비해 많은 수치다. 마약 단속에 나선 사복경찰 50명을 빼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인데다, 과거 투입 인원도 800명과는 동떨어져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음모론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음모론자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주장이 무산되자 사고 책임에 관한 음모론을 퍼트렸다. 일각에서는 이와 동시에 이태원 상권에 관한 의심을 곁들였고, 경찰 수사 결과에 불복할 움직임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은 지난 5일 종료됐다. 이날 오전에는 새로운 음모론이 돌았다. 이태원에 위치한 클럽과 라운지 바 등이 5일 자정이 넘어가길 기다렸다가 6일 새벽(0시1분)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는 주장이었다. <일요시사>는 이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5일 저녁 직접 이태원역을 찾았다. 의혹과는 달리 이태원은 조용했다. 여전히 엄숙하고 무거운 추모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로변의 몇몇 식당을 제외한 점포 대부분은 문을 열지 않았다. 이른바 ‘야간 개장’을 하려면 그날 저녁에는 영업 준비에 나서야 한다. 더군다나 이태원 상권은 이미 참사 다음 날부터 엿새간 휴무를 이어온 상황이었다. <일요시사>는 여러 차례 골목을 돌았지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점포는 없었다. 자정을 넘어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야간 개장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태원 상권의 라운지 바는 대부분 1번 출구 인근, 즉 사고 현장 주변에 몰려있다.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에도 경찰은 여전히 사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다. 출입구가 경찰 통제선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영업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라우마 2차 가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은 이날 이태원에서 유일하게 붐빈 곳이었다. 시민들은 늦은 시간에도 이곳을 찾아 참사 희생자를 애도했다. 지하철이 이미 끊기고, 국가 공식 애도 기간이 끝난 자정 이후로도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시민들은 묵념·헌화·메모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 사이에서도 음모론은 여전히 기승을 부렸다. 조용히 묵념하는 시민 뒤에서도 누군가는 ‘라이브 방송’을 켠 채 사실과 다른 의혹들을 꺼내들었다. <일요시사>는 이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현장에서 ‘음모론자’ 여럿을 마주했다. <일요시사>는 이들에게 대화를 요청한 끝에 이 중 한 명과 어렵사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A씨는 참사 이후 이태원에 여러 번 방문했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검증해본 결과, 경찰과 정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믿을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156명이라는 희생자가 나오기에는 저 골목이 너무 좁지 않냐.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시신이 산처럼 쌓여야 하더라. 그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단 저 골목뿐 아니라 옆쪽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는 정황이 있다. 그런데 정부와 경찰은 그런 이야긴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사건을 대충 처리하고 넘기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했다. 주장 곳곳에는 논리적 비약이 숨어있었다. 이 중 일부를 차근차근 반박했다. 예컨대 “희생자 상당수는 선 채로 사망해 공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다”와 같은 지적이었다. 이에 그는 “과학적 팩트는 아직 부족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그러니까 기자들이 더 열심히 알아봐 달라는 것이다. 일개 시민이 조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되레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불신으로 양산 입맛 따라 의혹 제기 A씨는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번 유가족은 과거 참사 때에 비해 너무 조용한 것 같다”거나 “유가족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희생자 명단을 확보하고, 희생자가 제대로 집계됐는지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방금 발언들은 2차 가해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을 끊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국민 알 권리를 위한 것인데, 무엇이 문제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그는 “계속 취재하다 보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거다. 두고 보면 알 것”이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떴다. 언뜻 보인 핸드폰 화면은 여전히 ‘방송 중’이었다. 6일 새벽, 비교적 한적해진 거리에 나타난 한 시민은 경찰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참사 현장을 방치한 결과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경찰에게 ‘개XX’ ‘양XX’ 등의 욕설을 계속 퍼부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개를 떨군 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계속 등장하는 요인으로 ‘정신적 충격’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꼽았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에서 “이번 참사는 SNS를 통해 참혹한 현장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큰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가 많을 것”이라며 “이에 더해 사고를 예방하지도, 추가 피해를 잘 막지도 못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불신이 커졌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음모론이 양산된다고 본다”고 짚었다. 또한 복잡한 참사의 원인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인지적 오류’도 음모론 생산에 기여한다는 의견이다. 복잡한 연관관계 중 간단한 요인 하나만 꼽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는 것이다. 앞서 등장했던 ‘토끼 머리띠’ ‘각시탈’ 등이 대표적인 예시다. 원인 단순화 인지적 오류 음모론이 잠시나마 자취를 감춘 때,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진심 어린 애도였다. 오전 5시를 살짝 넘긴 시각. 아직 첫 차도 움직이지 않을 때였지만 한 중년 여성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았다. 그는 품에 있던 흰 국화 여러 송이를 모두 내려놓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자라서 죽었다? 도 넘은 여성단체 일부 페미니스트가 이태원 참사를 ‘여성 학살 사건’으로 규정하고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가 유가족 반대로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페미니즘연대는 지난 6일 SNS 계정을 통해 “이태원 시위는 주최 측이 유가족의 반대 요청을 받아 긴급하게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고 전했다. 당초 이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들어 규탄 시위를 계획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중 여성은 101명, 남성은 55명이다. 의료계는 이 같은 비율 차이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여성이 호흡·공간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생한 걸로 추정한다. 성별 간 신체 특성 ‘차이’로 벌어진 결과에 여성 ‘차별’을 지적하는 페미니즘이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 속에 여권 인사가 직접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힘 곽승용 부대변인은 SNS에 집회 주최 측을 겨냥해 연일 글을 올렸다. 곽 부대변인은 지난 5일 “마치 이러한 참사가 벌어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들이 혐오했던 집단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온갖 음모론과 비논리적 음해성 프레이밍을 내던진다”고 쓴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156명의 사람이 명을 달리하고 157명의 사람이 부상당한 끔찍한 참사를 자신들의 혐오장사 불쏘시개로 활용하는 당신들의 반인륜적 세계관”이라고 맹폭했다. 한편 이번 시위 주최자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주최 측이 후원 모금을 위한 계좌번호를 공개하면서도 예금주명은 반익명(초성) 처리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시위 참석 자격을 ‘생물학적 여성’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