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2 15:15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와 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다.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공개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 의혹 문건이 화근이 됐다. 국내에서는 서울의 한 중식당이 비밀경찰 의혹의 중심에 섰다. 중식당 주인 왕해군 동방명주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왕해군 동방명주 대표는 중식당 사업 외에 여러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과의 교류가 끈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라인인 국민의힘 친박(친 박근혜)계 인사를 포함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등이 꼽힌다. 세이프가드 의혹 폭로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이하 세이프가드)는 지난해 9월,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의 비밀 해외경찰서 54곳을 불법 운영 중이라고 폭로했다. 최근에는 한국 등 48곳에서도 추가 시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10은 한국의 ‘112’에 해당하는 중국 경찰 신고번호다. 이 단체는 중국이 비밀경찰서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자들을 감시하고 괴롭히며 경우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프가드가 공개한 ‘해외 110. 중국의 초국가적 치안 유지 난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중국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21개국에 54개의 비밀경찰서를 개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망친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비밀경찰서에서 잡아들이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당시 중국 당국은 이 시설들이 주재국 현지에 사는 중국 국적자들의 운전면허 갱신이나 여권 재발급 등 서류 작업에 행정적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공관이 문을 닫는 등 서류 작업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중국 국적자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시설들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해외 110 서비스 스테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보다 몇 년 전이다. 중국 당국의 해명과 달리 중국의 비밀경찰서는 일본과 캐나다 등 세계 곳곳에서 실체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달 19일 도쿄 등 2개 도시에서 중국 공안국이 개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비밀경찰서를 파악했다고 보고했다. 또 캐나다 경찰도 지난해 10월27일 토론토 일대에 3곳의 중국의 비밀경찰서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도 지난달 1일 자국 내 ‘중국 불법 경찰서’ 2곳을 즉시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의혹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은 미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의원들의 관련 질의 때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경찰서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100여곳 존재 일부 국가 조사 후 폐쇄 우리 정부도 범정부 차원에서 국내의 중국 비밀경찰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번 실태 파악은 군과 경찰의 방첩 조직과 외교부 등 관련 정부부처가 동원됐다. 국내 중국 비밀경찰서로 지목된 동방명주 식당 대표 왕씨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섰으나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동방명주는 자본 잠식 상태에도 불구하고 5년 동안 영업을 해온 사실 등으로 인해 방첩당국의 의심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000만원에 달하는 월세를 내지 않아 이 식당의 운영권을 가진 임대인과 갈등을 빚는 상황이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운영을 지속하다 의혹 제기 후 문을 닫았다는 지적에 대해 왕씨는 “총 60년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45억원 이상을 리모델링 등에 투자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영업 종료는)새로 유선장을 인수한 업체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선박 안전 문제가 제기됐던 것이고, 타이밍이 공교로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씨는 자신을 ▲한화중국평화통일촉진연합총회 및 중국재한교민협회 총회장 ▲중화국제문화교류협회장 ▲서울화조센터(Overseas Chinese Service Center·OCSC) 주임 ▲서울 화성예술단장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HG문화미디어 대표 등으로 소개했다.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것을 돕는다는 의혹이 제기된 OCSC에 대해서는 “중국 국적의 중환자나 정신질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도운 것”이라며 “반중 인사 강제 연행 같은 일은 절대 없었으며, 그럴 능력이나 권한도 없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경찰 관계자들 접촉 OCSC는 국내에서는 화조중심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비밀경찰서로 이어지는 통로로 알려져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OCSC는 국무원 화교판공실의 지원을 받아 현지 중국교포들을 위한 긴급 지원, 통일 교육, 법률 지원, 빈곤 완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단체다. 하지만 중국 언론의 설명과 달리 OCSC는 단순한 민간단체가 아니다. 2016년부터 화조중심센터 대표를 맡아온 왕씨는 2017년 5월부터 서울 영등포 여의도 인근 한강 유람선에서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 서울 남부 출입국 관리사무소, 재한중국교민협회총회 등을 초대해 화교와 중국인의 고충을 해결해주기도 했다. 이들은 세미나에서 ▲중국인이 귀국 시 국민연금 되돌려 받는 법 ▲취업비자 발급방법 ▲중국 방송 불법송출 예방법 등을 정부 관계자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씨와 부인 배모씨(39)는 평소 ‘친중 행보’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 왕씨는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 자회사인 한국채널과 문화콘텐츠업체, 재한교민협회, 중국화교연합회 등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개발·여행·문화교류 등 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배씨 또한 유명 연예 엔터테인먼트 F사의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중국 자본이 들어간 사극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 2002년 왕씨가 중국재한교민협회총회를 설립할 때 “협회의 취지와 방침은 ‘중국의 교민사업’과 ‘평화통일 사업’을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이들이 “우리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부의 관리를 받는다” “중국대사관의 지도를 받았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통일전선부는 중국 공산당 하부 조직으로 해외 정계·고위 공직자와의 교류, 중국에 대한 비판 약화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영사 역할 OCSC 실체 OCSC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에게 비판적이었던 한국 화교 1세대 인사의 건물에 주소지를 둔 바 있다. OCSC는 2015년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 입주했다. 이 건물은 한국 화교사회의 원로였던 고 한모씨가 소유했다가 현재는 아들 명의로 돼있다. 한씨는 2002년 중국 교민협회를 주도적으로 세웠고 초대회장을 맡았다. 이 협회는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과 홍콩의 독립에 반대하고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종종 반체제 인사에 대한 비판 의견도 냈다. 한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비공식 주치의로서 한·중 수교를 위한 ‘비밀특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국 내 인맥이나 영향력이 탄탄했던 인물로 볼 수 있다. OCSC는 중국 국무원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소속 관할구역 ‘대사관’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중국 화교 네트워크’ 홈페이지에는 2015년 ‘한국 화조중심’이라는 제목과 함께 관할구역, 교단명칭, 연락 방법 및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나와 있다. 화조중심은 OCSC의 중국식 표기다. 중국 국무원 소속 화교판공실이 교민들을 위한 정보제공을 위해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일종의 정부 공식정보인 셈이다. 이 게시글에는 관할구역을 뜻하는 관구에는 ‘사관’이라고 적혀 있다. 통상 ‘대사관’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OCSC는 2017년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까지 ‘1일 영사관’ 행사를 진행했다. 2017년 5월과 12월에는 한 업체에서, 2018년 10월에는 동방명주에서 진행했다. 이렇게 세 번의 행사에는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 직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찰청과 법무부 관계자도 참석했다. 윤상현·홍문표·김두관… 정치권 막강 라인 과시 경찰청, 법무부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생활안전, 출입국 등에 관해 중국 교민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왕씨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외의 정치권 인맥을 형성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8월 왕씨는 한중민간경제협력포럼 정례회에서 당시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이기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장석영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선임행정관, 유진규 전 동티모르 대사,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오신환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의 인연도 있다. 김 의원은 경남도지사 시절 2012년 중국 투자 유치와 경남 관광 홍보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김 의원의 자녀는 2004년 베이징에 머물며 공부해 중국인민대학을 졸업해 중국은행 서울지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20년 10월 동방명주에서 열린 ‘태권도 세계화 개척의 역사 사진 전시회’에 참석했다. 당시 월남전 파견 교관단과 국회태권도협회장인 국민의힘 홍문표 의원과 윤 의원, 윤영석 의원,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김두관 의원, 서춘수 전 함양군수가 참석했다. 김 의원은 같은 해 11월12일 왕씨와 동방명주에서 ‘코로나 시대 한·중 문화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왕씨와 김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한·중 발전을 위한 기자협의회’ 발대식이 열리기도 했다. 2021년 6월에는 조선족 경제인들의 구심체가 되는 재한동포경제인연합회가 창립됐다. 이 자리에는 김 의원을 포함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 민주당 이해찬·이낙연·송영길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무성 국민의힘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친분 중국 측에서는 중국 외교부 산하 아주경제발전협회 권순기 회장과 왕씨가 자리했다. 같은 달 열린 서울차세대영화제에는 윤 의원과 이왕재 서울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형식적 자리에 간 것이지, 왕씨와 깊은 친분이 있는 분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윤상현 의원이 실제로 왕씨와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 아는 사이라는 게 논란이 될만한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를 정하기 위해 본격적인 교통정리가 시작됐다. 윤심마저 흩어질까 겁이 난 모양새다. 첫 대상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다. 이쯤 되면 대놓고 김기현 의원을 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잘 끝내고 원하는 인물을 당 대표로 심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두 달 남짓으로 다가왔다. 전대일이 가까워질수록 당권주자들의 신경전이 한층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심인 권성동 의원까지 참전에 가세했다. 각종 현안들에 한마디씩 보태면서 존재감 키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구인 강원도 강릉을 방문해 당심을 다지고, 원조 TK(대구·경북) 사람이라며 텃밭 다지기에도 공을 들였다. 깜짝 선언 존재감 과시 캠프 역시 준비를 끝마쳤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이들과 송년회를 열어 세까지 과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특별사면(복권)됐을 때도 권 의원은 자신을 과시했다. MB 옆에 착 붙어 당심 구애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권 의원이 당내 상황이 여의치 않자, MB로 윤심에 들기 위해 전략을 편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를 다진 권 의원의 전대 출마는 기정사실화된 모양새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권 의원이 지난 5일,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의 운영과 총선 공천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당원의 우려와 여론을 수용했다”며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은 마지막까지 자신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못 박기 위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논의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짙다. 해당 의혹에 대해 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교감이 아닌 스스로 내린 결단이라며 교통정리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의 측근 역시 “너무 급작스러웠다”는 반응이다. 측근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전날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누구나 인정하는 윤핵관이다. 윤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고, 대선 출마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기간 동안 선대본부장격인 종합지원본부장,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맡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가교 역할도 수행하기도 했다. 대세 중 대세로 불렸던 권 의원은 이를 방증하듯 대선 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원내 최고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권 의원은 승승장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채용 청탁 논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스스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권주자 교통정리 신호탄 쐈다 측근들도 몰랐던 갑작스러운 결정 한동안 잠잠했던 권 의원이 다시 등판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무렵이다. 당이 본격적으로 전당대회 모드로 돌입하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권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세력이 다시 돌아오자 국민의힘은 다시 친윤과 비윤으로 갈라져 으르렁댔다. 권 의원은 스스로 결단했다고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은 달랐다.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갈무리가 된 듯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 사이에 서로 소통이 있었을 가능성은 높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윤심이 더 뭉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권 의원이 교통정리된 배경에는 그동안 걸어온 행보로 인한 여러 부담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율은 취약하고, 어떤 행보를 보이던 비판부터 쏟아진다. 전대가 다가올수록 친윤계 역시 내분 조짐이 비치기도 했다. 특히 대선 기간 지근거리서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권 의원과 장 의원의 분화가 눈에 띄였다. 두 인사는 내분이 아니라며 여전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브라더’라고 불리던 과거에 비해서는 관계가 불편해진 게 사실이다. 권 의원은 이 밖에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며 불출마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 인사는 “윤핵관 이슈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고, 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권 의원 지지율은 5% 정도를 오간다. 한 자릿수 지지율이라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낮은 축에 속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차기 대표 적임자로 여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 의원은 ‘김장 연대’로 불리며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장 의원은 윤핵관 중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만큼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전면에 나서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자의? 타의? 윗선 지시? 이런 탓에 장 의원은 윤심을 대변하는 인물로, 연일 윤심 동기화 모드를 펼치고 있는 김 의원을 적극 돕고 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 관저에 두 차례 초대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유승민 전 의원은 ‘관저정치’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던 바 있다. 정가에선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김 의원에게 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를 선언한 당권주자들 중 가장 첫 번째로 불려갔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동에서는 3시간가량 머무르며 당내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김 의원의 지지율은 15% 정도로 나경원, 안철수 등 당권주자들에게 밀리고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가 김장 연대에 조금 더 힘이 실리는 등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권 의원의 지지율 5%를 가져올 경우, 안철수 의원과 엇비슷해진다. 이 경우라면, 김 의원 입장에선 한 번 해볼만한 게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은 윤석열정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선거인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김 의원을 밀어주는 편이 오히려 여론의 반발을 덜 살 수 있다. 이젠 김 의원을 지원사격하는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밀 뜻이 없었다면 이미 장 의원에게 사인 냈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아무런 액션을 보이지 않는 게 김 의원을 밀겠다는 시그널로도 읽힌다. 현재 당권주자 후보 중 당내 지지도 1위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꺾을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 김 의원은 전대 결선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번 전대는 18년 만에 개정된 당원투표 100%로 치러진다. 이전까지는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졌다. 개정된 룰은 윤심 인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유승민 전 의원이지만, 나 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도 불리하기는 매한가지다. 반면, 나 부위원장, 안 의원은 김 의원에 비해 훨씬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다. 그러나 전대 룰 개편과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인해 김 의원에게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오히려 윤심 결집 권 의원은 자신이 경선서 컷오프될 가능성을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윤심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윤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이미지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이 같은 연유로 이른바 ‘선당후사 액션’을 취하는 것이다. 그 동안 관계가 좋지 못했던 장 의원과의 관계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권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가 두 인사의 불화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들은 부인했지만, 각자 노선을 택했다는 것은 이미 여러 행보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 같은 논란을 종식시키기에도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윤심이 거센 영남의 비율은 과거에 비해 줄었다. 실제로 50%에 육박했던 당원 수는 40%로 주저앉은 반면 수도권 당원 수는 37%까지 늘었다. 당원 수는 전대를 기점으로 1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젊은 당원의 유입이 상당수 늘었다는 점도 이번 전대의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단순히 윤심만으로 김 의원에게 표가 쏠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심 1호 교통정리 대상자가 된 권 의원 이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 타깃은 안철수 의원과 나 부위원장이다. 인수위원장을 지냈던 안 의원은 윤정부의 연대 보증인임을 자처하며 지역 순회로 당심다지기에 열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PK(부산·경남)를 필두로 TK, 강원, 수도권까지 전국 투어 중인 그는 서울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이미 캠프를 차리고 출마 선언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내외가 함께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시그널을 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의미한 이야기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의원은 불출마 선언 당시 “대선 출마에만 몰두했던 사람이 대표를 맡으면 필연적으로 계파를 형성할 수 있다”며 안 의원을 정면 겨냥했던 바 있다. 안철수·나경원도 조만간 정리? 향후 관저 초대되는 인물 주목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당권주자들을)관저로 초대한 게 (단순히)열심히 뛰어보란 뜻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에 전대에 나가지 말라는 설득의 자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을 필두로 본격적인 당권주자들에 대한 교통정리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자천타천 거론 중인 당권주자는 10명에 달하는 만큼 당심 100%라고 하더라도 표의 분산은 불가피하다. 즉, 최대한 후보를 줄이는 것이 윤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음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도 쉽사리 출마 선언을 하고 있지 않은 나 부위원장일 확률이 높다. 나 부위원장에게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직도 부담이다. 자칫 출마를 선언했다가 무책임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한 윤 대통령과의 조율작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또 다른 윤핵관으로 불리는 수도권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의 행보도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장 의원과 ‘수도권 출마론’으로 부딪치며 불편한 관계다. 윤 의원은 안 의원과 함께 자신을 수도권 대표 적임자로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경북 구미 소재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수도권’이라는 단어를 19번이나 언급했다. 이는 김 의원의 지역구가 PK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총선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고 있다. 추후 윤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출마를 선언했지만, 윤 대통령이 윤 의원마저 관저로 초대될 경우 상황이 급변할 수도 있는 탓이다. 누구를 미나 대놓고 밀기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과거 전대의 악몽이 떠오르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친박(친 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전 의원을 밀어줬으나 김무성 전 대표가 승리를 가져갔다. 이때부터 당과 정부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 같은 문제들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해 윗선에서 교통정리에 들어간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론센터 장성철 소장은 “윤 대통령 의중에 권 의원이 없다는 분위기를 읽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대놓고 김장 연대를 밀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고위원도…친윤 대 비윤 당권주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출직 최고위원(5명)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바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4인이 지도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윤 대 비윤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친윤 최고위원 후보는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최전방 공격수임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윤 대통령과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윤계 대표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고심 중으로 그는 대표적인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선거 못지 않게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치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대장동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 김만배씨가 눈을 떴다. 김씨는 지난달 14일, 경기도 수원시 율전동 인근 도로서 본인의 차량을 주차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그의 변호인이 이를 발견해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그가 수차례 걸쳐 흉기로 목과 가슴 등에 스스로 상처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의미심장한 문자메시지를 발견한 변호인이 빨리 119에 신고한 덕분에 김씨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덕분에 김씨는 당일 제 발로 걸어나올 정도로 건강이 호전됐으나, 몇 일 뒤 폐에 통증이 있다며 경기도 모처 병원에 재입원했다. 약 2주간 입원치료를 받던 김씨는 지난달 31일, 옮길 병원을 찾지 못해 현재는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극단적 몇 번째? 병원 측은 김씨의 상처가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으며 전치 4주의 진단서를 끊어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4주간 치료를 충분히 받은 뒤 이번 달 중순쯤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몇몇 소식통에 따르면, 안정을 되찾은 김씨는 현재 침대에 누워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그가 두드리고 있는 계산기는 ‘입을 열 경우’와 ‘열지 않을 경우’를 계산하는 복잡한 계산기다. 정계 전문가들은 그가 입을 열 경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날 것이라 보고 있고, 열지 않을 경우엔 윤석열정부의 검찰을 비롯한 여권 전체가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대장동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주범’ 중 한 사람이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본인이라고 말한 최초의 사람이며, 검찰이 유력하게 보고 있는 대장동 일당의 우두머리격 범죄 혐의자기도 하다. 1992년부터 기자 생활을 이어온 김씨는 약 30년간의 기자 경험을 토대로 정계와 법조계 인맥을 두루 형성해왔다. 검찰은 이때 쌓은 인맥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각종 민원과 허가를 해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대장동 일당과 정치인, 법조계 인사들을 대장동 개발사업에 끌어들인 인물도 김씨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김씨는 2014년 한 경제지 법조팀에서 근무하던 중 당시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를 처음 만났다. 김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인터뷰 외에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고 둘러댔지만, 여러 정황들은 그와 이 대표 간의 연결고리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의 연결고리가 그중 하나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재판에 참여했던 인물로 김씨와 선후배 사이다. 그는 이 대표의 재판 이후 두 달 뒤인 9월 퇴임 후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받는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공교롭게도 김씨 회사인 화천대유에서 일한 점, 퇴임 직전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의 재판에 참여했던 점은 많은 이들의 의심을 샀고, 정계에서는 곧 권 전 대법관이 이 대표의 재판에 공정하게 참여했는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지난 3월 논평에서 “한 언론의 단독 보도를 통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 대장동 설계자 이재명 후보를 살려내기 위해 권 전 대법관을 포섭한 상황들이 새롭게 드러났다”며 “검찰에 제출된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2020년 3월 동업자 정영학 회계사에게 ‘내가 대법관한테 물어보니 이것도 금액에 상한선이 없는 거고’라고 이야기했다. 남욱 변호사 역시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며 “‘2019년부터 권 전 대법관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퍼즐 핵심 스모킹건의 고민 이 도우미? 저격수? 얼마 안 남았다 당시 국민의힘 측의 문제 제기처럼, 권 전 대법관은 이 대표의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 대표는 2012년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의 강제입원 절차를 밟도록 지시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문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방송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이 대표에게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냐. 보건소장 통해서 입원시키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답변해 논란이 일었다. 상대 후보 캠프와 보수진영은 당시 이 대표의 답변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했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선거 직전인 2018년 6월 10일, 법원에 이 대표를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친형의 강제입원 등 3개의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이 대표의 입장은 한결같았다. 그는 친형의 입원은 강제가 아닌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법한 입원이었으며 공무집행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가 강제로 입원을 종용했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권자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안심하고 있던 이 대표에게 긴장감을 던져준 건 2심 재판부였다. 2심 재판부는 1심 결과를 뒤집으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을 맡은 수원고등법원 형사 2부(임상기 부장판사)가 원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다시 구세주? 2심 재판부는 이 대표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2002년 검사를 사칭한 전력이 있는데도 방송에 나와 이를 부인한 점, 친형을 입원시키기 위해 보건소장 등에게 강압적으로 지시한 점, 또 방송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부인한 점을 모두 문제 삼으며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정신보건법에 따른 절차 진행을 지시하고 이에 따라 형에 대한 입원 절차 일부가 진행되기도 한 사실을 일반 선거인들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죄 판결을내렸다. 유죄 선고를 받아든 이 대표는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이때 상당수 정계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3심에서 2심 재판부의 결과를 뒤집는 경우가 드물기도 한 데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외면받던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재기하기엔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또, 선출직 공무원은 재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5~10년간 피선거권까지 박탈되기 때문에,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많은 정치인들은 그대로 정치 은퇴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았다. 궁지에 몰린 이 대표를 구해준 것이 3심 재판부였고, 그중 한 명이 권 전 대법관이었다. 대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판결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결론지었다. 전원합의체 하에서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총 인원의 3분의 2가 재판에 참여한다. 총 12명이 참여한 이 대표의 재판에서는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는 7대5로 이 대표의 승리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선임 대법관이었던 권 전 대법관이 사실상 캐스팅 보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해 듣기론 당시 5대5로 팽팽히 갈린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권 전 대법관이 이 대표 측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장이 관례에 따라 같은 표를 던진 것으로 안다”며 “따라서 사실상 권 전 대법관이 판결의 ‘키맨’이었던 셈”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후에 권 전 대법관이 화천대유서 일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많은 이들은 권 전 대법관의 ‘이재명 판결’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의힘 측과 정치평론가들은 김씨와 이 대표, 그리고 권 전 대법관 간 연결고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냐 돈이냐 현재 이 대표가 처한 위기 상황은 2심 선고 직후의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재 구속 기소된 상태며 남욱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은 연일 이 대표에 대한 폭로를 이어나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출소 후 매일같이 폭로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이재명은 다 알고 있었다. 모를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재명과 정진상이 핵심으로 태양과 수성 정도라면 나와 김용은 목성 정도”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 대표가 선거자금 흐름, 즉 뇌물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 대표에 대한 뇌물죄를 주장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을 앞두고 김 전 부원장에게 1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과 2014년, 정 전 실장에게는 명절 떡값 명목으로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총 2억4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남 변호사의 주장 역시 윤 전 본부장의 폭로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대장동 사업)당시 성남시장이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의사에 따라 모든 것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종 권한은 시장에게 있는 것이다. 유동규가 약속해서 나는 믿었지만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느 순간부터는 유동규 위에 있는 분들에 의해 사업이 진행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즉, 대장동 개발에 관한 모든 결정권은 이 대표에게 있었으며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한 나머지 실무진은 이 대표의 뜻을 전하는 매개체 정도라는 것이 남 변호사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엔 나도 책임이 몰리는 걸 방어하려고 좀 과장되게 진술했다. 법정서 솔직히 말하겠다”며 법정 싸움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만난 법조계 전문가는 이들의 주장이 힘을 받으려면 김씨의 주장까지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폭로의 토대는 모두 김씨의 주장과 상반되는 것들로, 두 사람 모두 김씨로부터 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폭로를 이어가는 점도 눈에 띈다”며 “김씨에게 전해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폭로하고 있는데, 이는 김씨가 부정해버리면 그만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증언들은 모두 ‘직접’ 확인하지 않은 사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했던 김씨로부터 대부분의 사실을 ‘전해 듣고’ 행동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계좌추적팀 신설 압박 수위 높여 수상한 자금 흐름 자료 넘겨받아 또 모든 혐의자가 만장일치로 사건의 정황을 설명하는 것과 이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재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상반된 주장을 하는 증인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재판부가 무죄 추정 원칙을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의 설명이다. 만일 세 명의 입이 모두 맞춰진다면 증거 수준의 중요한 단서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이 대표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출신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김씨가 돈을 지키기 위해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인사는 “만일 부패방지법에 걸리게 되면 김씨가 대장동으로부터 벌어들인 모든 돈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며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은 물론 부당하게 얻은 돈을 국가가 강제로 회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김씨가 부패방지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동안 이 대표를 감싸왔고, 법원으로부터 법적 처벌은 받을지언정 돈은 내놓겠지 않겠다는 주의로 수사에 임해왔다는 것이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범죄로 얻은 수익은 몰수·추징한다. 만일 김씨가 남 변호사, 유 전 본부장과 합세해 이 대표의 혐의를 증언한다면 그 자체로 부패방지법에 걸리게 돼있어 ‘범죄로 얻은 수익’ 모두를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의 구속영장에 75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적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2015년 개발이익의 25%(약 700억원)를 주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실제로 전달한 5억원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에게 전달한 50억원에 더해 약속한 700억원을 공소장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들은 또 해당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별도의 ‘계좌추적팀’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반부패수사1부를 주축으로 기업들의 금융범죄를 담당했던 계좌추적팀을 만들어 대장동 개발로 얻은 불법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이 계좌추적팀은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수상한 자금 흐름’ 자료를 모두 넘겨받아 조사 중이다. 김씨의 마지막 보루가 ‘돈’이라는 것을 간파한 검찰은 범죄혐의를 입증해 그의 모든 돈을 환수할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김씨가 두드리고 있는 계산기에는 이 부분도 포함돼있다. 정치권은 최근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라 보고, 김씨의 입이 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한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어쨌든 검찰은 이 대표가 이 모든 걸 알았고, 그 이익을 이용했고, 이런 직접 관련성을 어떻게든 연결시키고 싶어 한다”며 “그분이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진술 거부, 묵비권 행사하면서 진술로는 막힌 상태”라고 현재 수사 상황에 대해 분석했다. 조 의원은 “(검찰이)이렇게 대대적으로 나서는 것은 다 털어버리겠다, 당신 사법 절차가 다 끝나면 ‘알거지’를 만들어주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은 묵비권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처럼 어차피 돈을 못 지킬 바에야 형량이라도 줄이려 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씨의 입에 여러 사람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 있다. 검찰은 그의 입을 열기 위해 오늘도 김씨의 ’돈‘을 추적 중이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장동도 변호사비도 아니었다. 성남FC에 발목이 잡혔다. 주변부부터 포위망을 좁혀가던 검찰은 이제 ‘윗선’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검찰의 창과 윗선의 방패가 부딪히는 상황에서 2장의 문서가 ‘스모킹건’으로 떠올랐다. 수년 전 실제 서명한 당사자가 ‘방어’의 목적으로 공개한 문서다.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고발→경찰의 무혐의 처리→이의 신청→검찰 수사→경찰 재수사→기소 등 2018년 첫 문제 제기 이후 4년 동안 이어온 사건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4년 끌다가 마무리 단계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수사해왔다. 검찰이 전 방위로 수사망을 펼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이래 줄곧 ‘윗선’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인물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과 쌍방울 그룹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불려갈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시기인 2014~2016년 6개 기업으로부터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받고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내용이다. 수사선상에 오른 기업은 두산건설, 네이버, 농협, 분당차병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등 6곳이다. 2018년 6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위는 ‘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이 대표를 고발한 바 있다. 이 고발 사건은 경기 분당경찰서에 3년3개월 동안 있다가 2021년 9월 ‘혐의 없음’으로 처리됐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하면서 사건이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두고는 성남지청의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재수사해야 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박은정 당시 성남지청장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돌고 돌아 경기남부경찰청이 다시 수사한 끝에 전 두산건설 A 대표와 전 성남시 B 전략추진팀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A 전 대표는 뇌물 공여 혐의를, B 전 팀장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015년부터 성남시를 상대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청탁했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2018년 현금 50억원을 공여했다. 2017년 10월 SNS 공개 지난해 3월 시 ‘부존재’ 이들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현재 구속 상태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이 공범으로 적시됐다. 경찰 수사는 여기서 그쳤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은 이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것. 특히 네이버와 분당차병원이 두산건설에 이어 표적이 됐다. 검찰은 네이버의 제2사옥 건축허가와 39억원 후원금 사이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 수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네이버의 성남FC 지원 방식이다. 네이버는 성남F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우회 지원’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했다. 네이버가 사단법인 희망살림에 후원금을 건네면, 해당 시민단체에서 성남FC에 광고비로 전달하는 식이다. 희망살림 대표를 지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과 이사를 맡았던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2015년 5월 성남시와 네이버, 희망살림, 성남FC가 맺은 4자간 협약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기관과 단체, 기업 대표가 서명한 ‘4자간 협약서’가 일종의 ‘스모킹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남시에서 활동 중인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15년 5월19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와 확대를 위한’ 협약식이 성남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진희 당시 네이버 I&S 대표,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 곽선우 전 성남FC 대표이사, 제윤경 전 의원이 희망살림 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해 4자간 협약서에 서명했다. 검찰이 겨눈 네이버·차병원 4자간 협약은 2017년 10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7년 10월20일 이 대표는 자신의 SNS(트위터)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카드’로 4자간 협약서를 공개했다. 4자간 협약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을 4자간 협약서를 공개해 보여주려 한 것이다. 이 대표가 SNS에 글을 올리기 하루 전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네이버가 2015년과 2016년 시민단체 희망살림 측에 법인회비 명목으로 지원한 40억원 중 39억원이 ‘빚탕감 운동 사업비’ 명목으로 성남FC 유니폼의 로고 광고비로 쓰였다”며 “같은 기간 본연의 사업인 저소득층의 ‘부실 채권 매입’에는 겨우 1억4000만원만 썼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시 ‘퇴출되어야 할 적폐세력 자한당…가랑잎도 배로 둔갑시키는 놀라운 기술’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에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4자 협약)당시 언론은 후원광고 공익 기여를 조합한 훌륭한 사례로 대서특필했다”며 “자유한국당에 의해 갑자기 후원금 39억원을 빼돌린 부도덕한 행위로 왜곡됐다”고 비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대표가 2017년 공개한 4자간 협약서에 대해 성남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점이다. 이 대표가 공개한 4자간 협약서 마지막 부분에는 ‘본 협약서는 4부를 작성해 서명한 후 각 1부씩 보관한다’는 내용이 기재돼있다. 실제 당시 협약식에 참여한 이들은 협약서를 들고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3월 성남시에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를 위한 결재 문서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행사에 대한 최종 결재권자 공식 신상정보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열린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법적 근거자료 및 상황실 사용 관련 지침(규정) ▲성남FC·네이버·성남시·희망살림, 빚탕감 프로젝트 참여·확대를 위한 4자간 협약서 등의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보관 안하고 대체 어디에? 성남시 지역경제과는 성남공정포럼에서 요청한 자료에 대해 ‘부존재’라고 답변했다. 정보 부존재 사유를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은 경우’라고 밝혔다. 성남시 지역경제과 담당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정보공개청구에 주무부서로 우리(지역경제과)가 지정됐고, 확인 결과 요청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 그렇게(부존재)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해 7월30일 성남시와 두산건설이 맺은 ‘정자동 두산계열사 사옥 신축/이전을 위한 성남시·두산건설 주식회사 협약서’를 공개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당시 협약서 말미에는 ‘양 기관은 본 협약을 보증하고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협약서 2부를 작성해 양 기관장의 서명 후 각각 1부씩 보관한다’고 명시돼있다.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와 현재 불구속 기소 상태인 당시 두산건설 A 대표가 서명했다. 성남공정포럼은 지난해 4월 앞서 요청했던 4자간 협약서 관련 정보공개 청구와 유사한 내용으로 두산건설과 성남시가 맺은 업무협약에 대해 자료를 요청했다. 업무협약 당시 내부 결재문서, 최종 결재권자, 법적 근거자료, 협약 문서 등이다. 성남시 정책기획과는 당시 협약의 최종 결재권자가 ‘이재명 시장’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업무협약 체결의 법적 근거자료에 대해서는 ‘업무협약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상호기관 간 이행 약속’이라고 답했다. 성남공정포럼은 4자간 협약의 효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협약서에 서명한 주체의 대표성 문제부터 협약 내용 이행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주장했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협약서에 서명한 4명 가운데 2명이 대표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와 제윤경 전 희망살림 상임이사다. 김진희 전 대표의 경우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대신 서명했다. 이 과정에서 위임장을 받는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에도 위임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네이버 역시 위임장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헌 대표이사에게 다른 일정이 있어 김진희 대표가 참석했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시민단체 “효력 없는 문서” 이, 오는 10~12일 출두할 듯 제윤경 전 의원은 협약식에 참석할 당시 희망살림의 대표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협약식에는 기관이나 단체의 대표가 참석하는데 희망살림은 상임이사가 서명한 것이다. 해당 시기 희망살림 대표는 김재욱 목사로, 법인등기부등본 상에는 ‘이사 김재욱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라고 대표권 제한 규정이 돼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협악서 제3조(협약 내용)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5~2016년 2년간 4회에 걸쳐 10억원씩 총 40억원의 ‘후원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됐다. 성남공정포럼이 문제 삼은 부분은 ‘후원금’이다. 실제 네이버는 법인회비 명목으로 희망살림에 40억원을 지급했다. 유순덕 희망살림 상임이사는 앞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네이버가 협약식 하루 전인 2015년 5월18일 희망살림의 법인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네이버는 법인회비 형식으로 10억원씩 40억원을 납부했다. 여기에 네이버 측은 세제혜택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박성중 의원의 문제 제기에 성남시는 “4자 협약을 맺음으로써 구단은 롤링주빌리(빚탕감 프로젝트) 문구를 유니폼 전면에 노출하며 공익캠페인 홍보, 기업은 사회공헌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세제혜택, 희망살림은 캠페인 홍보 극대화, 성남시는 행정지원 등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성남시 설명과 네이버의 행보에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성남공정포럼 관계자는 “4자간 협약서는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문서다. 이 대표는 이 문서를 근거로 자유한국당의 의혹 제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5년이 지난 현재 협약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협약 내용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4자 협약서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창과 방패 맞부딪히나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에 한 차례 불응 의사를 밝힌 이 대표는 이르면 오는 10~12일 사이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 대표 측이 1월 둘째 주 출석 의사를 타진하고 검찰에서 같은 달 10~12일 중 출석을 제안한 것.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가능한 시간을 확인 중”이라며 “출석하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아시면 되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검찰과 경찰의 마약사범 검거율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검찰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효성·남양유업 등 재벌 오너 일가 자제들과 고위공직자 아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중 일부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추가 피의자가 있을 것이라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대한민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를 비롯해 효성가·고려제강·JB금융지주 등 오너 일가 자제들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의 수사 포위망이 좁혀오자 전직 경찰청장의 아들도 자수했다. 이들은 해외 유학파 출신인 자기들만의 모임인 ‘이너서클’까지 구성해 투약에 그치지 않고 판매와 공급까지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명단 더 나올까 상습적 마약 투약 혐의로 재벌가 3세 등을 넘긴 검찰은 이들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재미교포 사업가인 30대 A씨(구속 기소)는 미국 유학을 온 부유층 자제 등과 관계를 맺은 뒤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장기간 마약을 공급해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현재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등 방법으로 그와 연결된 마약 투약범을 추적 중이다. 지난달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A씨가 해외 공급선을 통해 마약을 제공받아 남양유업 창업주의 손자 홍모(40·구속 기소)씨 등에게 유통한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홍씨는 ‘버닝썬 게이트’ 핵심 인물이던 황하나씨의 사촌 오빠다. A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중인데, 수사팀은 그가 마약 거래에 사용했던 아이폰을 확보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다. 마약 수사 경력이 많은 한 변호사는 “마약 공급책이 수사 과정에서 함구하는 이유는 자신이 최상위 공급책이거나 직접적으로 해외 공급망과 연계됐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가 운영하는 서울의 한 헬스클럽에서도 범행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근 해당 헬스클럽을 압수수색했다. 그는 미국 현지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유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며 함께 대마를 투약하고, 한국에 입국한 뒤에도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마약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통상 불특정 다수에게 마약을 판매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 메신저가 아닌, 국내 유명 메신저 대화방을 통로로 마약을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신뢰관계가 있고 마약을 지속적으로 살 여력이 되는 검증된 지인들에게만 마약을 판매해온 것으로 보인다. 효성·고려제강·남양유업 일가에 경찰청장 아들까지 해외유학 모임 결성해 상습 투약 ‘황하나 닮은꼴’ A씨의 범행은 홍씨가 소지하고 있던 대마의 전달 경로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잡혔다. 최근 구속 기소된 홍씨에게 적용된 주요 공소사실은 지난 10월부터 대마 매도·소지 및 흡연 혐의다. 수사 경과에 따라 홍씨에게 추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홍씨 외에도 이번 검찰 수사로 재벌가·부유층 자녀 등 9명이 마약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범효성가 3세인 조모(39)씨와 JB금융지주사 전 회장의 사위인 임모(38)씨 등이 대마 매수 및 흡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직 경찰청장 아들 등 3명이 자수를 하기도 했다. 마약사범이 자수하게 되면, 초범일 경우 기소유예나 약식기소(벌금) 정도로 검찰의 사건 처분 수위가 내려갈 수 있다. 최근에는 고려제강 창업주의 손자인 홍모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상당 기간 전부터 홍씨의 마약 거래·투약 혐의를 인지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17일 밤 11시쯤 홍씨를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체포하고 동시에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홍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겁이 나서(소지했던 대마를) 모두 버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제강 관계자는 “홍씨는 고려제강 창업주 홍종열 회장의 손자”라면서도 “현재 고려제강과는 완전히 무관한 인물이며 고려제강의 3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홍씨는 여전히 고려제강 계열사 상무로 재직 중이다. 재벌 3세 등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에 빠지게 된 것은 유소년 시절에 미국 등지로 유학을 가 어린 나이에 대마 등 마약을 접한 뒤 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판단 후 수사 확대 마약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부모와 따로 살며 자유분방하게 지낸 재벌가 자제들이 귀국 후에도 대마를 끊지 못하고 상습적으로 흡연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최근에는 대마 등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거리낌 없이 투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이 부유층 자제로 해외 유학 등을 하며 쌓은 인연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암암리에 상당 기간 마약을 서로 사고팔았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공급책 역할을 했던 A씨의 입을 여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상 대마는 대마 잎을 압착해 추출한 원액으로 만든 것으로, 대마 잎을 말려서 피는 기존 대마보다 농도가 10배 이상 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대마보다 환각 증상과 중독성이 강하지만, 주로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 용기 등에 담아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적발이 어렵다고 한다. 국내 마약은 대부분 해외에서 들어온다. 반입 경로도 굉장히 많다. 소규모 마약의 경우 국제특급우편(EMS)을 통해 바로 배송된다. 1~3kg의 마약은 보통 ‘지게꾼’을 활용한다. 동남아시아 현지 밀반입 전문가들을 고용해 몸과 짐에 숨겨 국내로 반입하고 kg당 1000만원 정도의 돈을 챙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 가장 많이 퍼진 필로폰은 캄보디아와 라오스, 태국 등에서 많이 생산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필로폰의 50%가 동남아산일 정도다. 동남아산 마약은 기업 간 택배를 이용하거나 중국을 거쳐 인천에서 어선과 어선을 통해 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비행기와 선박 등은 대량 운반이 가능하지만 적발 위험이 크다. 특히 알약·결정·잎사귀 형태는 적발 가능성이 커서 술·구강청결제 등 액체 형태로 들어오기도 한다. 부잣집 네트워크 검찰이 지난 1~10월 향정신성의약품에 속하는 필로폰 등을 투약해 입건한 인원은 9802명, 코카인 등 마약을 투약한 인원은 2425명, 대마사범은 295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압수된 마약류는 635.4kg으로 지난해의 406.1kg보다 56.5% 증가했다. 검찰에 입건된 전체 마약류 사범 중 남성은 72.3%, 여성은 27.7%로 남성 투약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을 투약한 이들은 남성이 51.3%, 여성이 48.7%로 비슷했다. 적발된 마약사범의 직업은 대마·마약·향정 모두 무직이 4919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대마사범은 ▲직업 미상 372명 ▲회사원 342명 ▲학생 113명 ▲마약사범은 농업 396명 ▲직업 미상 143명 ▲가사 101명 ▲향정사범은 직업 미상 991명 ▲노동 518명 ▲회사원 485명 ▲학생 285명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사범의 연령대는 20~30대가 830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이 2045명으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2329명, 50대는 1676명으로 확인됐다. 15~19세 미성년자도 379명에 달했고 15세 미만 마약류 사범도 40명이나 적발됐다. 현재 수사기관은 마약류 확산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마약류의 공급 및 유통사범 단속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단속 강화에 비례해 지난해 하반기에 마약사건을 다루는 로펌에도 마약류의 공급사범, 유통사범, 판매사범의 방문 역시 증가했다. 대마 공급·투약 매수까지 수년 전부터 이뤄진 행위? 마약류 판매 피라미드의 상단에 위치한 사범들은 추적이 불가능한 다수의 전자지갑과 가상화폐를 사용해 마약류 판매 금원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마약류 사건에 대한 수사기법은 마약 판매 방식이 정교해지는 것 못지 않게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 추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약류 사범의 검거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마약류 판매 피라미드의 하단에 위치한 사범들 역시 잦은 휴대폰 교체, 계정 변경, 던지기 좌표 변경, 드라퍼에 대한 인증 등이 ‘안전장치’라고 믿으나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마약류 판매 방식을 꿰뚫고 있다. 결국 언젠가는 현행범으로 체포를 당하게 되고, 이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까지 받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마약 투약 이후 2차 범죄도 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살인과 같은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사례 역시 연평균 217건이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밀수·판매 등 공급사범 비율은 2018년 39.4%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7.3%로 감소했지만, 이는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구매·투약사범 검거가 증가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급사범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실제 마약류 구매·투약사범 비중은 같은 기간 60.6%에서 72.7%로 연례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외국인 마약사범 비율 역시 지난 2017년 7.1%에서 2021년 15.7%까지 치솟으며 2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외국인 중 태국인 국적 사범이 2971명(44.4%)으로 가장 많고 중국 1613명(24.1%) 베트남 677명(10.1%) 순이었다. 마약류 투약 후 2차 범죄 역시 2018년 221건에서 2021년 23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폭행과 강간이 각각 87건과 81건으로 발생했다. 또 살인은 9건이나 일어났다. 형을 마치고 출소한 한 마약사범은 <일요시사>와 만나 “투약자 대부분이 화류계 종사자다. 의외의 직업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연예계-재벌가-범죄자 순”이라고 말했다. 허술해진 당국 문턱 그는 “아직 잡히지 않은 연예계 인물도 상당하다. 내 밑 식구들과 소매상이 직접 공급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과거와 다르게 톱급 배우 외에도 인플루언서, 유튜버들도 많이 한다”며 “유학을 다녀온 재벌가 사람 10명 중 8~9명은 마약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