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이버로 불똥 튄 성남FC 후원금 의혹

40억 지출, 최종 책임자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연관된 사건 중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실제 잘잘못을 가리는 재판이 한창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사건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1인’을 찾아내 고발했다. 

2021년 8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대장동 사건은 대선 기간 내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이 대표가 성남시장·경기도지사로 재임할 당시 진행된 일이 우후죽순처럼 수면 위로 올라와 ‘사법 리스크’로 확대됐다. 

헌정사상
첫 소환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를 옭아매고 있는 사법 리스크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다. 대장동 사건보다 뒤늦게 관심을 받았지만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 결정적 순간마다 검찰의 주요 카드로 사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할 무렵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 두산건설 등 몇몇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검찰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적시한 후원금 액수는 133억5000만원에 이른다. 

2018년 1월, 6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바른미래당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 대표를 고발했다. 이후 3년 넘게 잠잠했던 사건은 2021~2022년 대선 이슈와 함께 재점화됐다. 20201년 6월 분당경찰서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를 서면으로 조사했고 3개월 뒤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종결에 가까웠던 사건은 고발인의 이의제기로 불씨가 살아났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슈의 중심에 선 건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해 2월이다. 성남지청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서 당시 성남지청 차장검사였던 박하영 변호사가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당시 성남지청장인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재수사, 보완수사 요구를 막았다는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잡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2018년 시작, 현재 재판 진행 중

대선 결과와 함께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은 성남시청·두산건설 등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 대표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두산건설 대표 등을 검찰로 송치했다. 검찰은 그보다 더 나아가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을 압수수색하고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과 두산건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정조준한 시기는 올해 1월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대표가 검찰에 소환됐다. 2월에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가결 같은 부결’로 결론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후 이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 성남의 한 시민단체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 장작을 던져 넣었다. 시민단체 성남공정포럼은 지난달 31일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 중 하나인 네이버의 ‘우회 지원’을 지적하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관련자를 고발했다. 피고발인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 등 3명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서 네이버는 독특한 방식으로 돈을 지원하면서 주목받았다. 먼저 네이버는 공익법인 희망살림에 법인회비 명목으로 40억원을 냈다. 희망살림은 이 중 39억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성남FC에 전달했다. 네이버→성남FC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 대신 네이버→희망살림→성남FC로 간접 지원한 것이다. 


우회 지원
여전한 의문

이를 위해 성남시와 희망살림, 네이버, 성남FC는 ‘4자 간 협약’을 맺었다. 네 주체가 맺은 4자 간 협약서는 이 대표가 SNS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네이버의 우회 지원을 비판하자 해명하는 차원서 SNS에 4자 간 협약서 원본을 공개한 것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공개한 4자 간 협약서가 또 다른 의혹의 불씨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성남공정포럼은 4자 간 협약서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당장 서명을 한 주체부터 대표성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2015년 5월19일 성남시청서 진행된 4자 간 협약에는 이 대표(당시 성남시장), 제윤경 전 민주당 의원(당시 희망살림 상임이사), 곽선우 성남FC 대표,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가 참석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제 전 의원과 김진희 전 대표다. 희망살림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당시 대표권을 가진 대표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럼에도 제 전 의원이 4자 간 협약서에 서명했다. 그나마 제 전 의원은 4자 간 협약서에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아예 다른 사람이 와서 서명한 경우다. 

4자 간 협약서에 네이버 부분을 보면 ‘네이버(주) 대표이사 김상헌’이라고 돼있다. 하지만 실제 서명을 하고 사진촬영을 한 사람은 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다. 김진희 전 대표가 김상헌 전 대표 대신 4자 간 협약에 참석해 서명을 하는 과정서 위임장 제출 등의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희 전 대표의 대리 참석은 많은 의문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판사 출신인 김상헌 전 대표가 4자 간 협약의 문제를 알고 자리를 피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네이버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김상헌 대표가 다른 행사에 참석하느라 김진희 대표가 대신 참석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주목도 
낮았다

결국 김상헌 전 대표와 김진희 전 대표는 지난 3월 나란히 불구속 기소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김상헌 전 대표와 김진희 전 대표가 2014~2016년 성남시에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 부지(네이버 2사옥) 내 건축 인허가에 관한 신속하고 원활한 협조 등의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희망살림을 경유해 성남FC에 후원금 40억원을 준 혐의를 적용했다.

또 두 사람이 한 부정한 청탁에는 ▲근린생활시설 10% 이상 지정 허가 ▲178-4번지 부지의 최대용적률 상향(870%→940%)과 해당 부지로부터 분당수서도시화고속화도로로 자동차가 직접 진·출입을 할 수 있도록 한 설계 변경 등도 포함된다고 적시했다.

여기에 후원 사실을 숨기기 위해 희망살림을 경유해 기부된 것처럼 범죄수익 발생 원인을 가장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 함께 적용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네이버가 집중포화를 맞을 때도 검찰의 시야서 벗어나 있었다. 그러다 지난 1월 성남공정포럼이 이 창업자를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고발했다. 성남공정포럼은 네이버가 희망살림에 지급한 40억원의 후원금이 부정한 청탁의 대가이며 후원금 지출의 최종 결정권자가 이 창업자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업무상 배임으로 3명 고발
김상헌·김진희 전 대표는 이미 기소


이 창업자는 현직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취임하기 전인 2013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다. 4자 간 협약은 2015년 5월에 이뤄졌고, 네이버는 2015년 6월과 10월, 2016년 7월과 9월 등 4차례에 걸쳐 10억원씩 40억원을 희망살림에 지급했다. 모두 이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던 시기다.

김진철 성남공정포럼 사무국장은 지난 7월 이 창업자, 제 전 의원 등을 제3자 뇌물죄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성남공정포럼은 이 창업자, 김상헌 전 대표, 김진희 전 대표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성남공정포럼은 4자 간 협약서를 근거로 ▲대표권이 없는 사람이 협약서에 서명한 점 ▲40억원을 법인회비 명목으로 지출한 점 등이 명백한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상장기업인 네이버가 40억원이라는 거액의 자금을 희망살림에 후원금으로 지출하기 위해서는 내부 결재, 이사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또 네이버는 희망살림이 40억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공익법인인지 사전에 확인하고 4자 간 협약을 진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망살림은 2015년 2월12일 서울시에 8억7000만원의 기부금품 모집계획을 신청했기 때문에 40억원의 후원금을 수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0억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는 경우에는 행정안전부에 모집등록을 신청해야 하는데 희망살림서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성남공정포럼에 따르면 네이버는 ▲대표권이 없는 사람(제윤경 전 의원)이 서명하고 ▲10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을 수 없는 공익법인에 40억원을 낸 셈이다. 네이버 역시 대표권이 없는 사람(김진희 전 네이버 I&S 대표)이 서명했고 이사회나 내부 결재 등 돈을 지출하는 과정서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추가 고발
수사할까?

김 사무국장은 “성남공정포럼은 수사권이 없는 시민단체기 때문에 네이버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40억원의 돈을 지출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네이버는 수년 동안 해당 내용에 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네이버가 어떤 절차를 거쳐 희망살림에 40억원을 지급했고 이 과정서 이해진 창업자, 김상헌 전 대표, 김진희 전 대표 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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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