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2 15:15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강남 바닥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하나·바티칸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이 최근 출소했다. <맥심> 모델 출신인 엄상미씨다. 엄씨는 2021년 2월 <일요시사>와 처음 만났다. 당시 마약 투약 의혹을 부인하면서 기자를 속였다. 지난 4일, 그는 과거의 일을 후회한다며 강남의 한 카페서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보자의 극단적 선택과 바티칸 킹덤 이모씨, 조선족 의혹 등 3년 전 사건의 내막에 대해 들어봤다. 엄상미씨는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출소했다. 사건은 3년 전인 2020년 12월 발생했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의 남편인 오모씨가 세상을 떠나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처음 부인하다… 억울한 감옥살이? 엄씨는 이들과 같이 마약을 투약한 또 다른 <맥심> 모델 박모씨와 수도권 마약 공급 총책 바티칸 킹덤 이모씨(이하 바티칸), 현재는 중태에 빠진 남모씨와 친분을 이어왔다. 엄씨가 처음부터 마약의 늪에 빠진 건 아니었다. 지인인 남씨를 통해 바티칸을 알게 되면서 마약 투약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바티칸과 연인 관계로 발전했고 투약하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엄씨는 “남씨는 나에게 바티칸이 자신의 사업 투자자이면서 돈이 상당히 많은 형님이라고 소개했다. 남씨와 바티칸이 먼저 권유한 적도 있고 호기심에 내가 먼저 마약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엄씨는 2020년 10월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R 호텔에서 박씨와 남씨, 바티칸과 같이 있었다. 바티칸은 이날 필로폰을 투약했고, 엄씨는 케타민을, 남씨는 허브(대마의 일종)를 흡입했다. 같은 달 27일 이들은 S 호텔에 있었다. 엄씨는 바티칸에게 “케타민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은 바티칸이 경찰에 체포된 날이기도 하다. 바티칸은 이날 케타민 1g을 14만원, MDMA 1정을 5만원에 구매했다. 대금은 추후 마약류를 판매한 후 지급하기로 하고, 동업자로부터 마약류가 보관된 장소(일명 ‘좌표’)를 텔레그램으로 전송받았다. 바티칸은 이날 오전 3시28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세탁소 1층에서 A씨가 숨겨둔 케타민 970g 및 MDMA 970정을 수거했다. 총 1억8430만원 상당하는 마약류를 매수한 것이다. 또 그는 같은 날 새벽 5시경 필로폰 불상량을 투약하기도 했다. 해당 장소에는 필로폰 0.2㎖이 들어 있는 1회용 주사기, 필로폰 5.02g이 들어있는 유리병, 케타민 0.3g이 들어 있는 비닐팩, 향정신성의약품인 합성대마(JWH-018 및 그 유사체) 1㎖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 등이 있었다. 케타민은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해리성 마취제다. 정맥 또는 근육으로 투여되는 진통 효과가 있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으로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내서 케타민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따라서 케타민을 개인이 불법적으로 투약했을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남씨는 2020년 12월 중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가 2021년 2월 깨어났으나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엄씨는 기자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서 만났다. 엄씨는 당시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같이 투약한 인물이 여럿이고 어느 장소에서 투약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마약을 투약한 적도, 본 적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엄씨의 마약 투약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엄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8월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와 3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케타민 투약 혐의로 징역 8월 출소 “범죄 감추기 급급…반성하며 살 것”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거지서 발견된 케타민 및 투약 도구와 케타민 가루들이 묻어 있는 비닐봉지들을 보면 피고인이 상습적으로 케타민을 투약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음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서까지 범행을 부인했다”며 “범행 후의 정황도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엄씨를 법정 구속했다. 엄씨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씨는 “범죄를 감추기에 급급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반성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엄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같이 검찰에 송치됐던 박씨는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 박씨는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음에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이 마약범의 진술에만 의존해 국내 형사법에 도입되지 않은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을 적용했다는 게 엄씨의 주장이다. 검찰은 마약 수사 과정에서 ‘축소 기소’나 ‘불기소’라는 조건을 걸고 마약범에게서 타 마약범을 불도록 하기도 한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게닝은 검찰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과거 기자와의 연락에서 마약 혐의를 부인한 것과는 다르게 엄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엄씨와는 달리 박씨는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권하고 요구 끊지 못한 악연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에는 석연치 않은 일이 많았다. 바티칸이 남씨를 살해하려 한 일과 황씨 남편인 오모씨와 핵심 제보자의 극단적 선택 등이다. 바티칸이 남씨를 협박한 이유는 마약 때문이라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바티칸의 한 편지에도 해당 내용이 나와 있다. 바티칸은 A씨에게 “텔레그램에서 마약은 필로폰 1g에 76만원에 팔린다. 마약을 팔면서 현금 1억원과 사놓은 케타민 2kg 엑스터시 2000정을 남씨가 전부 훔쳐 갔다”고 했다. 엄씨는 “경기도에 위치한 한 주차장에서 바티칸이 화를 내면서 남씨를 죽여버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며 “실제로 칼을 들고 찌르려 하자 지인이 말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위기감을 느낀 남씨는 당시 황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남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황씨는 지인 B씨를 통해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연변 말투를 쓰던 인물로 정체가 드러난 적 없는 신원미상의 인물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조선족 의혹’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사실관계가 확인된 바 없다. 지난해에는 핵심 제보자 유모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남씨의 친구이자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노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유씨는 과거 기자에게 “나도 올바르게 살진 않았지만 내 친구들이라도 돕고 싶다”며 “황하나 사건 해결 좀 해달라. 내 친구들 꼭 좀 살려달라”고 청했었다. “내가 죽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고 숨진 채 발견된 오씨에 이은 두 번째 죽음이었다. 오씨를 떠나보낸 유씨는 술에 빠져 살았었다. 그는 여러 차례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서둘러 언론에 제보했어야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우울증으로 인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유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사건을 취재하던 일부 기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려야 했다. 시간이 지나 유씨의 실수와 잘못도 드러나게 됐다. 그 또한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투약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씨의 집에 가본 지인은 “그 친구 집에 가면 가끔 테이블에 흰색 가루가 있었다”며 “마약 투약을 하지 말라고 말려도 몰래 투약하니 알 수가 없었다”며 “유씨가 소유하던 마약이 남씨가 바티칸으로부터 훔친 마약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마약을 통해 돈을 벌려 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바티칸에 “죽인다” 협박 경찰은 2021년 1월 텔레그램으로 마약류 판매 광고를 올려 전국적으로 마약류를 판매한 바티칸을 구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바티칸을 포함해 유통·판매 관계자 28명이 검거됐고 일부는 구속됐다. 이들은 2020년 4월12일부터 12월10일까지 필로폰 640g, 엑스터시 6364정, 케타민 3560g, LSD 39장, 합성 대마 280㎖, 대마 90g 등 49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유통했다. 바티칸은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국내 총책이었다.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했던 범죄자이기도 하다. 범죄 직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1년 뒤인 2020년 10월28일 필리핀 경찰에 검거돼 지난해 5월 필리핀 대법원에서 ‘다량 살인’ 혐의로 단기 57년4개월, 장기 60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필리핀 현지를 취재했던 <일요시사>는 박왕열이 마닐라 문틴루파에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가 수감되기 직전까지 국내로 밀반입하거나 유통한 마약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매달 최대 1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복수의 NBP 관계자와 교민은 그가 옥중 마약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박왕열에 대한 국내 송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정기관 관계자는 “형기를 다 마치지 않으면 보내줄 수 없다는 필리핀 당국의 입장이 확고해 국내 송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내다봤다. 바티칸과 박왕열이 알고 지낸 세월은 길지 않다. 엄씨도 “바티칸이 마약을 유통하기 시작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체육계 일을 준비하던 바티칸은 인터넷에 ‘스테로이드’를 검색하고 한 텔레그램 방에 접속해 박왕열을 알게 됐다”고 했다. 황하나 남편·핵심 제보자 극단 선택 이유는 ‘마약’ 검사서 양성 모델 박씨 기소유예 ‘플리바게닝’ 논란 엄씨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바티칸은 박왕열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 했다. 그러나 자신이 맡은 마약 유통업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에 있는 ‘지게꾼’이나 인맥을 통해 널 간단하게 담그면 된다”는 박왕열의 협박을 이기지 못했다. 엄씨는 “박왕열이 실제 살인 전과가 있고 한국 유통책이 많은 만큼 주변에서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엄씨는 “텔레그램 닉네임인 ‘바티칸’을 쓰던 사람은 2명이다. 언론에 여러 번 언급된 인물 외 다른 사람도 지금은 감옥에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와 바티칸의 관계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바티칸을 사석에서 단 한 차례도 접촉한 바 없다. 경찰 관계자도 “사건을 수사하면서 둘이 마약 유통을 논의하거나 특정인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눈 정황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로가 누군지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마약 유통 ‘공동체’가 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황씨가 바티칸을 통해 마약을 공급받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황씨를 잘 아는 인사들은 그가 지금은 사라진 강남 클럽 버닝썬·아레나 출신 인물들에게 마약을 공급받아왔다고 전했다. 앞서 버닝썬·아레나 출신 인물 대부분은 마약 투약 및 탈세로 구속 기소됐다. 출소한 일부 인사는 과거처럼 강남권에서 클럽과 라운지 바를 운영하고 있다. 클럽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부는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엄씨도 “클럽을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강남에는 지금도 많이 간다. 지인들을 통해 여전히 클럽과 라운지 바에서 마약 투약과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마약파티 엄씨는 이달 초까지 바티칸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바티칸은 ‘옥중편지’를 통해 엄씨에게 “황하나 그 주변인, 감옥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리하라. 내 마지막 부탁”이라며 “잘됐으면 좋겠고 하루하루가 매일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 집’에 대한 소시민의 열망은 남다른 데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집’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불과 몇 년 새 부동산시장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만큼 ‘검은 손’의 수법은 교묘해지고 규모도 커지는 모양새다. 어느 정부에서든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집값 안정’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정부에서 부동산정책을 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정책에 따라 한 번 요동치기 시작한 시장은 쉽사리 그 흐름이 끊어지지 않는다. 올랐다 내렸다 ‘부동산은 심리’라는 표현처럼 휩쓸리는 순간 호랑이 등에 탄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정부 시절 20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이 실패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열풍을 넘어 광풍이 한국 사회를 덮쳤다. 근로소득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주식, 코인 등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식과 코인 시장이 정세에 따라 널을 뛰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끊임없이 ‘우상향’을 거듭하던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열기가 대단했다. 지금 이 순간 집을 사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영끌)’ 투자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동산이 사람 사이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도구가 된 것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는 대출금리가 상승하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은 높아진 대출금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다주택자, 실거주 1주택자, 무주택자 등이 정부 정책에 따라 상황이 뒤바뀌었다. 호랑이 등에 탄 사람은 내리질 못하고 호랑이 등에 올라타려던 사람은 걸음을 멈추는 형국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다양한 부작용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G빌라를 둘러싸고 ‘분양사기’ 의혹이 불거졌다. G빌라는 2021년 12월 지상 5층, 16세대 규모로 지어진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2층부터 5층까지 각 층별로 4세대가 입주할 수 있다. 건축업자 홍씨가 직접 분양한 2세대를 제외한 14세대 가운데 6세대의 매수인이 분양을 중개한 공인중개사와 건물을 시공한 건축업자, 건물의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등을 고소했다. A씨 등 2명은 지난해 5월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사기죄로 처벌해달라며 서울 성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에는 B씨 등 4명이 김씨와 건축업자 홍모씨, 건물주 김모씨 등을 사기죄와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고소했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는 공인중개사법 위반을 추가했다. 매매대금 공인중개사 계좌로 믿었는데 소유권 이전 안 돼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건의 고소장은 고소 주체, 피고소 주체, 범죄 혐의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내용에선 큰 차이가 없었다. 돈을 냈지만 내 집 마련에는 실패했다는 것. 즉 계약금, 중도금 등 돈은 치렀지만 집의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매수인의 돈은 매도인이 아닌 공인중개사와 건축업자의 계좌로 들어갔다. A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매매대금을 자신에게 입금하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자신이 소유권을 가진 건물주 김씨로부터 건물 매매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성북구에서만 30년 가까이 중개업을 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공인중개사 김씨의 말을 믿고 건물 매매대금 4억4000만원 중 1억2000만원을 기존 수분양자에게, 1억원을 김씨에게 직접 송금했다. 남은 2억2000만원은 A씨가 소유권을 취득한 뒤 전세를 놓고 그 전세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했다. A씨는 매매대금 4억4000만원을 다 치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까지 완료해주겠다고 했던 소유권 이전은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여기에 건물주 김씨가 G빌라를 담보로 매매대금을 상회하는 대출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소유권을 이전받는다 해도 근저당이 잔뜩 설정된 이른바 ‘깡통 건물’을 갖게 되는 셈이다. 14세대 중 6세대 고소 B씨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렀지만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다. 이들도 건물주 김씨가 아닌 공인중개사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에게 매매대금을 넣었다. B씨 등은 “분양계약을 진행할 당시 매도인(건물주 김씨)이 1차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준공 후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을 받아 토지상의 PF 대출금을 상환해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차 대출금은 매수인의 잔금(세입자로부터 받을 전세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하고 그 원금은 건축업자 홍씨가 책임지고 상환하며 이자 역시 홍씨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절차대로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잔금(전세금)을 받아 근저당권을 말소한 후 소유권 이전을 했으면 됐다는 것. 문제가 된 부분은 건물을 담보로 한 2차 대출금이다. G빌라 토지에는 경기남부수협을 근저당권자로 하는 39억2400만원(채권최고액), 공인중개사 김씨가 설정한 10억원의 근저당권과 또 다른 인물이 설정한 6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돼있었다. 해당 근저당권은 지난해 3월30일 한 번에 해지되는데 G빌라 건물을 담보로 2차 대출금을 받아 변제한 것이다. 현재 G빌라 등기부등본상에는 도림신협과 든솔신협이 공동근저당권자로 설정돼있다. 각각 채권최고액은 24억9600만원, 24억원 등 48억9600만원에 이른다. 고소인은 건물주 김씨 등이 잔금 이상의 대출금을 받아 세대별 부담이 최고액 기준으로 3억5000만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건물주 김씨는 물론 건축업자 홍씨, 공인중개사 김씨 등이 고소인의 동의 없이 필요 이상의 대출을 받고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인중개사 김씨의 경우 공인중개사로서 분양 계약 당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점을 들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동의 없이 설명 없이 공인중개사법 제25조(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중개가 완성되기 전 ▲해당 중개대상물의 상태·입지 및 권리관계 ▲법령의 규정에 의한 거래 또는 이용제한 사항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중개의뢰인에게 성실·정확하게 설명하고 토지대장 등본 또는 부동산 종합증명서, 등기사항증명서 등 설명의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고소인은 피고소인이 G빌라뿐만 아니라 성북구 여러 지역에 신축 건물을 세우는 과정에서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건축업자 홍씨가 건물주 김씨를 앞세워 대출을 일으키게 한 뒤 건물을 세우고 공인중개사 김씨는 여기에 투자를 하고 중개 및 분양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장이다. B씨 등은 “공인중개사 김씨는 단순히 중개업무만 한 게 아니고 여러 개의 분양사업 전반에 금전적으로 투자 등의 관여를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인중개사 김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G빌라 토지 매입 당시 10억원 이상의 돈을, 또 다른 건물 건축 과정에도 돈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G빌라 건축 과정에서 돈을 투자했는데 이를 다 돌려받지 못해 매매대금으로 처리하기로 매도인(건물주 김씨)과 얘기가 된 상태였다. 계약서에도 특약사항에 이 같은 내용을 넣었고 그대로 이행한 것인데 고소가 들어와 억울하다. 공인중개사는 모두 근거를 남겨야 되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매수인에게 매매대금을 직접 받은 것은 건물주 김씨, 건축업자 홍씨 등과의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대출금, 잔금보다 많아 깡통 건물에 경매 위기 G빌라 분양계약서에 따르면 특약사항3에 공인중개사 김씨의 계좌가 기재돼있고 ‘채권자로서 채권금액을 회수하는 것임(토지에 근저당 10억원이 설정됨)’이라는 문구가 있다. 하지만 고소인은 별도 특약사항을 언급했다. 별도 특약사항3에 따르면 ‘통대출(2차 대출) 후 은행 채무에 대해서는 채무자 홍○○님이 책임지고 이자부담은 물론 상환 말소해야 한다. 늦어도 전세 잔금시까지는 상환 말소해 수분양자와 전세 입주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김씨가 주장하는 채무관계는 김씨와 건축업자 홍씨 혹은 건물주 김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해당 채무관계가 제3자인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을 근거는 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 김씨는 건물주 김씨의 대리인으로 대금을 수령하는 것이라 했고 매수인은 공인중개사 김씨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하리라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시간 싸움에서는 매수인이 공인중개사·건축업자·건물주에 비해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신협에서 일으킨 2차 대출금 이자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경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심지어 건물주 김씨는 현재 세금 체납 상태다. 최초 고소를 진행한 A씨 등은 가처분 금지 설정을 해둔 상황이지만 경매는 해당 사항이 없다. 여기에 경찰 수사는 더딘 상태다. 이 사건은 성북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최초 고소 이후 9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공인중개사 김씨는 1차례 조사를 받고 자료를 제출한 뒤 이후 조사를 받지 않았다. 수사 상황을 묻기 위해 성북경찰서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를 잘하면 되는데 김씨는 준시행업자 역할까지 하려 했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피해를 본 세대끼리 처음부터 공동 대응을 했더라면 경찰 수사가 이렇게 지지부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경찰 수사가 늦어질수록 없는 쪽이 더 피해를 보는 구조다.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사 9개월째 사건 뭉개나? 고소인도 “경찰이 9개월 동안 사건을 뭉개고 있는 동안 어딘가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피고소인에 대한 압수수색·구속수사·출국금지가 필요하다”며 “최근 변호사가 수사 지연에 대해 항의하자 그제야 조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3각 관계? 동업자서 원수로? 서울 성북구 성북동 G빌라를 둘러싼 고소전은 매수인과 건축업자·건물주·공인중개사 사이에만 일어나고 있는 게 아니다. 건물주 김모씨가 공인중개사 김모씨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한 것. 건물주 김씨는 지난해 5월 매수인에게 보낸 내용증명에서 “공인중개사 김씨의 횡령, 사문서 위조 증거가 있어 고소·고발 중에 있다”고 기재했다. 공인중개사 김씨 역시 건물주 김씨로부터의 피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가 ‘바지사장’이라고 주장했다. 건축업자 홍모씨가 실질적 건물 소유주고 건물주 김씨는 그가 내세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면서 홍씨가 건물주 김씨 같은 바지사장을 여럿 두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개사 “건물주는 바지 사장” 건물주 김씨는 건축 관련 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공인중개사 김씨가 내세운 근거다. 일부 매수인도 건물주 김씨가 바지사장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건물주 김씨를 만난 매수인은 “말도 어눌하고 늘 누군가와 같이 다닌다”고 설명했다. 건축업자 홍씨는 “누군가의 잘잘못에 대해 언급할 생각 없다”고 한 뒤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끊었다. 건물주 김씨는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바로 전화를 끊은 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선>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번에는 양보도, 중간 철수도 없다. 사실상 철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마저 철수하면 벌써 5번째다. 그러나 이번 포기는 자칫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이 이번에는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과연 안 의원이 전당대회 레이스서 당 대표 당선으로 완주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적’으로 규정해버렸다. 이 같은 이유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안 의원과 윤 대통령의 관계에 시선이 쏠린다. 두 인물은 지난 20대 대선 직전,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내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이겼다. 단일화 때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은 공동정부를 구상하겠다며 함께 손을 번쩍 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후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장을 맡으며 공동정부 약속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듯 보였다. 억지로 잡은 손 안 의원은 위원장으로서 윤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며 맡은 역할을 해 나갔지만, 시작부터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윤정부 내각 구성에 안 의원이 추천했던 1·2차 인원이 모두 배제됐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은 돌연 하루 동안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며 인수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그는 전문성을 가진 분야에 대해 조언하고 싶었으나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밝혔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던 문제는 금세 일단락됐지만 두 인물의 불편한 동행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안 의원을 배제하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안 의원은 윤 대통령의 여러 제안들을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인수위 시절 윤 대통령은 안 의원에게 총리직을 제안했었다. 그는 윤정부 초대 총리 0순위로 하마평에 올랐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유력하게 검토하던 카드다. 윤정부가 중도보수 방향으로 몸집을 키우고, 안 의원을 통해 국민통합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 가능해서다. 총리직은 안 의원 입장에서도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이었겠지만 오래 고민하지 않고, 단박에 거절했다. 거절 배경은 인수위원장과 총리 중 하나의 선택지만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두 자리 중 대내외적으로 윤정부 인수위에 힘을 보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수위원장직을 선택했다. 그러나 최근 안 의원은 총리직을 제안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보건복지부 장관직 인선이었다. 윤 대통령은 재차 안 의원에게 복지부 장관직을 제안했으나 이 역시 거부했다. 이 같은 안 의원의 두 차례 제안 거절은 윤 대통령 입장에선 상당한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의 단일화를 잊지 않은 듯, 안 의원에게 경기도지사 출마를 권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대차게 거절했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인수위원장직을 맡았을 때부터 당권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안 의원은 보궐선거에 출마해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불편한 관계 윤 대통령 분노, 경고로 끝날까 보궐선거를 통해 무난히 당선된 안 의원은 국회 입성 후 초반에는 당권 도전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으나, 정치권에선 당 대표 도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던 그는 결국 지난달 9일, “윤석열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안 의원은 “(차기)총선의 최전선은 수도권이다. 170석 압승을 위해 수도권 121석 중 70석은 확보해야 한다”며 ‘총선 수도권론’을 주장했다. 문제는 그의 출마를 두고 당내 분위기가 썩 달가운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초반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번에도 또 양보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가득해서다. 그는 정치를 해온 10년 동안 여러 차례 양보하는 모습으로 ‘양보의 아이콘’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붙었다. 첫 양보 때만 해도 ‘아름다운 양보’라며 오히려 이미지가 상승하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그의 철수는 점점 악수로 돌아갔다. 지금껏 안 의원의 양보만 해도 4번이다. 지난 20대 대선서도 “더 이상 양보는 없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결국 물러났다. 안 의원은 내부보다 외부 세력이 더 많아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투표 방식도 다소 안 의원에게 불리한 방식(당원투표 100% 반영)으로 바뀌면서 지지율은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이후 나경원 전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널뛰었다. 나·유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김기현 의원과 양강구도를 굳히는 분위기다. 꾸준히 당내 표심에 힘들이고, 김 의원의 김연경·남진 SNS 사진 논란 등 여러 상황들이 안 의원에게 플러스가 된 덕분이다. 일부 복수의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율이 역전되자 자신감이 상승한 안 의원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갔다. 연대보증인보다 한 단계 위인 안윤(안철수-윤석열) 연대를 꺼내 들었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이번에는 진짜 완주? 친윤(친 윤석열) 세력을 작심하고 공격한 이유는 당내 비윤(비 윤석열) 세력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된다. 이 같은 행보는 윤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든 모양새로 무엇보다 안윤 연대에 불편한 기류가 강하다. 정치권에 따르면 해당 표현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특정 후보와 연대한다는 주장은 비상식적이고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 의원은 잠행 모드에 들어갔다. 인수위 때처럼 일정을 취소해버렸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 중도 사퇴설까지 흘러나왔다. 안 의원으로서는 상당히 고민될 수밖에 없던 지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안 의원 사퇴설이 불거지자, 경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김영우 전 의원이 “사퇴는 절대 없다”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다. 현재 소위 가장 잘나가는 후보기 때문이다. 숨 고르기가 안 의원에게 오히려 독이 된 듯 보인다. 이는 친윤계 의원들과 김 의원이 안 의원의 과거 이력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튿 날 고민을 끝낸 안 의원은 “안윤 연대 표현을 삼가겠다며 자중하겠다”며 한발 물러나는 액션을 취했다. 본인 역시 지지율 1, 2위를 오가는 시점에서 장고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다고 해석된다. 여러 곳에서 제기된 사퇴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 “아니다”라며 완주 의사를 내비쳤다. 실제 안 의원은 사퇴할 수가 없다. 이번마저 레이스를 마치지 못하면 자신의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경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회를 방문한 이진복 정무수석은 안 의원을 향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력 경고했다. 안 의원은 과거와 달리 본인 의지가 상당하다. 완주 의사를 내비친 만큼 정치권도 그의 완주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당 대표가 되기에는 지금이 적기다. 선거 레이스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그가 당권주자 후보 중 지지율 1위라는 결과가 나온다. 어느 쪽에? 둘 다 불가 또 현재까지는 대통령실의 압박을 견딜 정도인 듯 보인다. 안 의원을 향한 압박은 지지율에 달렸다. 지지율이 계속 오르면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은 더욱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굳이 견제할 이유가 없다. 존재감을 키워줄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다소 불안한 상황이다. 직전까지는 1위를 굳히는 듯 보였지만, 나 전 의원과 김 의원이 연대가 불안요소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두 인물의 연대 변수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을 지지했다가 안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과 국민의힘 지지층은 반감이 있다”며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하고 경쟁 후보에 대해 억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폭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맞는지 당원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나김(나경원-김기현) 연대가 이뤄졌더라도, 나 전 의원을 지지한 뒤, 유 전 의원을 지지했던 당원 표심이 안 의원에게 흡수됐다는 것.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거론한 이상 이 같은 변수는 이미 빠져 버린다. 안 의원 입장에서는 나 전 의원의 손을 잡지 못한 게 뼈아픈 점이다. 나 전 의원 역시 불출마 전까지 당권후보들 중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안 의원이 나 전 의원과 연대했다면, 친윤 세력의 표심까지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일시적으로 손을 잡은 김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기록하긴 했지만, 확실히 1위를 굳히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50일 동안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윤핵관은 김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무리수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면서도 점지한 인물이라기에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표심 끌어 모으기 불리해진 형국 ‘친윤이냐 비윤이냐’ 중대 기로에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결국 김 의원을 향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감을 어떻게 희석할 수 있을지가 숙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안 의원이 윤핵관 세력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가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안윤 연대라는 표현으로 공분을 산 뒤, 공식적인 윤심 주자는 김 의원 한 명이다. 비윤 세력 역시 떠안기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한발 물러선 게 오히려 비윤 표심을 가르는 데 영향을 끼친 모양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의 등장으로 비윤 세력은 이준석계와 안 의원을 두고 고심 중이었던 표심이 천 위원장 쪽으로 쏠렸다. 결국 안 의원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스탠스는 반윤 이미지를 갖지 말아야 할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나 윤핵관이라는 워딩 자체가 차후 친윤 세력에 반감을 표출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안 의원은 반드시 결선투표 진출에 성공해야 한다. 그가 중도 사퇴를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선투표까지만 올라간다면, 다소 지지율이 적게 나오는 비윤 세력의 표심을 흡수할 수 있어서다. 그 입장에선 상황이 다소 불리해졌지만 앞으로 당 정상화 문제 정도를 언급해 세를 불려 나가야 한다. 자칫 공천 문제를 꺼냈다가는 또다시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차기 총선과 관련해서는 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분당 및 친윤계 의원들의 탈당 이야기까지 흘러 나온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 역시 자신의 SNS에 “안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경우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며 “정계 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대놓고 안 의원의 대표 당선에 반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까지 등판해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다. 나경원처럼 강한 압박? 김 위원장은 과거 당을 창당했던 이력이 화려하다. 열린우리당,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의당 등 여의도 정계 개편 전문가로 통한다. 안 의원이 원래 국민의힘 출신이 아닌 만큼, 당내에서는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일만한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지율이 오를수록 대통령실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안 의원이 대표가 된 뒤 공천을 건들게 된다면, 경고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실 경고에… 말도 뒤집은 안철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향한 대통령실의 경고가 제대로 먹혀든 모양새다. 지난 8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안 의원이 “옳지 않다”고 말해서다. 이어 “앞으로는 이 장관 사퇴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안 의원은 이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자신의 주장을 스스로 철회한 시점은 대통령실의 연이은 경고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일을 마무리하고 책임졌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안 의원이 대통령실과 어긋나는 메시지를 내는 경우에는 수습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후보 등록이 끝나는 등 본격적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막이 오르자, 당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얼추 당권주자들이 정리되는 모양새인데, 이 중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독보적이다. 그러나 이준석계가 대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자 국민의힘에 여러 변수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연대 보증인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바짝 붙은 인물의 대결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한 달가량 남은 전대는 양측간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앞서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워낙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안 상승세 김 하락세 그러나 두 인물은 사실상 교통정리를 당했고 비윤(비 윤석열)계로 찍힌 뒤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중이다. 실제로 안·김 의원은 양강구도 체제를 형성했으며 비윤 세력은 거의 정리당했다. 관건은 두 인물 중 누가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표를 가져가느냐다. 현재까지 이득을 본 인물은 안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안 의원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상승해40%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직전 10% 초반에 머물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나 전 의원의 고정 지지층이 안 의원에게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한 이유에 대해 ‘집단린치’라는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로 나 전 의원을 몰아내고 비윤으로 낙인찍힌 인물들을 무릎 꿇리게 한 반발효과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던 바 있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데다, 경쟁력도 가장 높은 인물로 분류됐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까지 연판장을 돌리고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잇단 공격이 계속되자, 결국 뜻을 접었다. 그에 반해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에 가려 안·김 의원은 존재감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은 꾸준히 중도 표심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안 의원은 지속적으로 당원들을 만나거나 강연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며 전국을 순회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을 개혁할 인물인 것으로 평가된다. 원래 국민의힘 출신도 아닌 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그동안 자리 잡고 있던 국민의힘 세력은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당 대표가 되면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안 의원은 구태 정치, 사람 모으는 정치 등으로 김 의원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만 안 의원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 의원을 중심으로 비윤계가 결집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김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양강구도지만 둘 다 불안한 상황 나경원·유승민 지지율 흡수 관건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안 의원으로써는 친윤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안 의원과 제대로 대립각을 세우며 1위를 달리던 김 의원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오르던 지지율이 더 이상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안 의원에 추월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안 의원에 비해 조직적인 면에서 유리한 조건들을 갖췄다. 우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윤핵관으로 평가받는 장제원 의원을 등에 업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윤심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선거캠프 개소식서부터 세를 과시했다. 김 의원 개소식을 방문한 인물만 3000명에 달했을 정도다. 전·현직 의원도 40명이 넘게 방문해 김 의원에게 지지를 보냈다. 수도권 출정식에서 김 의원의 조직은 더욱 커졌는데 당시 모였던 인물만 8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이 보수당을 끊임없이 지켜온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내 현장 실무선까지 찾아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늘렸다. 이토록 광폭 행보를 갖고, 조직의 지원을 받는 김 의원이지만 지난달 31일, 김연경·남진 인증샷 논란과 최근 안 의원의 지지율 추월 여론조사에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두 인물은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청와대(대통령실)가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 등 맹렬히 공격 중인 가운데 김 의원은 “대통령 팔아 표를 모으려고 한 장본인”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안 의원은 김 의원이 먼저 팔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을 비윤 후보로 규정해버렸다. 김 의원은 유일한 친윤 후보지만, 안 의원에게 친윤 타이틀을 빼앗길 경우, 내세울만한 점이 딱히 없어지는 탓이다. 불안하기는 친윤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안 의원에게 비윤 꼬리표를 붙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여기저기 윤심 호소 또다시 2선으로 물러난 장 의원은 직접적으로 안 의원에게 비윤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나, 안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경선서 거짓말하지 말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본인을 대통령 뜻까지 왜곡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총장직 내정설로 공격 들어오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의원의 부담을 덜어줬다. 장 의원뿐만 아니다. 친윤계 역시 안 의원의 과거 인수위원장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또 다른 친윤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단일화 정신에 입각해 안 의원에게 정부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국정과제 선정을 방기하고 혼란을 야기한 적 있다”고 강도 높게 타격했다. 친윤계는 안 의원을 당의 적으로 규정해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이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유 전 의원은 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출마를 고민했으나, 결국 뜻을 접었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적은 데다, 변경된 룰마저 본인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여전하다. 당외에서 유 전 의원이 흔들면 당원들 역시 흔들리기 마련으로 비윤 세력 역시 한층 더 결집하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앞서 직전 원내대표 선거서 비윤계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됐지만, 비윤계 조직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바 있다. 유 전 의원이 이번 전대에 출마하지 않았으나 충분히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다. 그는 당권주자 중 대놓고 비윤임을 드러냈다. 이 같은 유 전 의원의 선언은 안 의원의 지지율에 적잖은 플러스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비록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유 전 의원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진배없다. 그로 인해 비윤계가 한층 더 결집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비윤계 파란? 또 다른 변수는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이 당선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이번 전대서 안·김 두 인물의 지지율을 가를 캐스팅 보트로 여겨지는 탓이다. 향후 안 의원과 김 의원 중 누가 윤 의원에게 손을 내밀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윤 의원은 안 의원과 수도권 연대론을 내세웠던 바 있다. 차기 총선을 염두에 뒀을 때 윤 의원이 끊임없이 설파 중인 수도권 연대론은 김 의원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승리가 간절한 만큼 울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 의원에게는 악수일 수밖에 없다. 또 수도권 당원이 많이 늘어난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면 안 의원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자 대결서도 현재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서고 있는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어느 후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윤심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한 결선투표제가 오히려 윤심 후보의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전대 룰 개정이 오히려 자충수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색채가 옅은 수도권 당원들도 여러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또 다른 변수는 이준석계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 대표서 물러난 뒤 한동안 잠행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후보 등록일(지난 3일)까지 본격적으로 SNS 정치를 재개했다. 이 전 대표는 “책을 다 썼다”며 전국 순회 북 콘서트도 예고하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전대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대위 가처분으로 인한 효력 정지 이후 잠행에 들어간 지 약 4개월 만이다. 그는 당원권 정지 후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만났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등 일찍부터 미래를 대비했다. 이 전 대표는 연초 이후 모습을 드러냈다. 신년 인터뷰를 갖고,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전대 후보 등록에 앞서 이준석계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졌다. 당 대표 선거에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출생의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린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이 전 대표 체제서 혁신위원을 맡았던 바 있다.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 허은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계 다수가 출마 러시 컷오프 통과하면 다시 혼란? 김 전 최고위원은 이미 직전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이 전 대표 체제서 지도부를 지낸 경험을 가진 인물이며 허 의원 역시 대표적인 비윤계다. 그는 이번 당협 정비 과정 중 당협위원장을 김경진 조직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 전 대표는 작정하고 이들을 밀어줄 계획이며 김 전 최고위원과 허 의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았다. 당내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등판한 것과 다름이 없는 만큼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역시 전대 룰을 개편한 점이 한몫 차지한다. 이번 전대서 투표권을 갖는 당원은 80만명으로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그의 지지자는 15만명 이상이다. 15만명은 충분히 판을 흔들 수 있는 결코 적지 않은 표다. 투표가 당원으로 한정돼있는 만큼 다시 한번 친윤, 비윤 구도로 전당대회를 끌고 갈 수 있다. 나·유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비윤에 반발하고 있는 당원 표심이 적지 않은 점도 김 의원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런 계산들을 벌써 끝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을 윤핵관으로 확실하게 규정한 바 있다. 이런 탓에 비윤 세력 결집 시 김 의원은 물론 안 의원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천 위원장이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컷오프 통과 시 그 자체만으로도 이준석계에겐 파란이다. 천 위원장을 지원하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비윤계가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이 전 대표의 세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최소 목표는 당 지도부에 이준석계 인사를 입성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고위원 컷오프는 비교적 널널하다. 이준석계가 컷오프서 살아남고, 지도부에 입성하게 되면 김 의원이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친윤 세력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대론 총선 패배? 이 경우, 비윤 최고위원들이 친윤 당 대표를 공격하는 등 당의 혼란 수습은 물 건너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국민의힘 혼란은 결국 차기 총선 패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대가 다른 의미에서 흥행은 하고 있다. 다만 흥행이 같은 당 인물끼리의 싸움으로 진흙탕이 됐다”며 “이런 식으로 자꾸 대립이 반복되면 결국 내년 총선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 압박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주변 정리에 나서는 등 안 의원 압박을 통해서다. 대통령실은 김영우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서 해촉했다.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을 해촉한 이유는 공직자가 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선대위원장의 해촉을 두고 일각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이후 또다시 윤 대통령이 당무 개입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차>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조, 유비, 손권이 중화를 세 갈래로 갈라쳤던 중국의 역사가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던 민주당 계파는 이제 큰 세 갈래 세력으로 정리됐고, <삼국지>만큼이나 치열하고 재밌는 정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민주당의 세가지 세력은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다. 더불어민주당 계파만큼 복잡한 것도 없었다. 정치 성향에 따라, 가까운 원로 정치인에 따라, 연구모임에 따라 이리도 모이고 저리도 모였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수십년간 수십개의 계파를 형성해왔다. 여의도에 오래 있던 전문가들도 헷갈릴 만큼 다양했던 민주당 계파는 정계에 입문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공부해야 하는 ‘숙제’였다. 여러 계파 단순 정리 그랬던 민주당의 계파가 단순하게 정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출범한 몇 개의 연구모임을 중심으로 계파가 명확히 나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복잡한 계파가 이제 명쾌해졌다”며 “지난달 출범한 계파 모임을 잘 보면 당내서 계파가 어떻게 나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서 초선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며 당 개편의 서막을 올렸다. 수십년간 민주당 헤게모니를 갖고 있던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계열은 주도권을 친명(친 이재명)계로 넘겼고, 그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노선을 다시 짜게 됐다. 기존의 ‘민주주의 4.0’이나 ‘초금회’ 등으로 일컬어지던 친문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전에 다시금 세를 규합해야 했고, 이미 힘이 빠져버린 친노계와 친정세균계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 나설 명분을 쌓아야만 했다. 그런 이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연구모임의 출범이었다. 첫 신호탄은 친문 모임인 ‘사의재’가 먼저 날렸다. 지난달 18일 출범된 이 모임은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친문계의 원로,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박범계·전해철·도종환·정태호·이용선 등 현역 의원들도 이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대엽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사의재의 공동 대표를 맡았고,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친문’계의 좌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고문직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서 방 운영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의 좋은 정책들을 발굴 개선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포럼을 창립한 계기”라며 “윤석열정부는 (민주당 정부의)모든 정책을 왜곡·폄훼하고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합적 위기 극복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심지어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의재 출범 이유를 밝혔다. 친문계 ‘사의재’서 모여 결의 다짐 문정부 인사 친문 원로 현역의원 합세 공개적인 자리서 친문 인사들의 모임 출범을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 이들은 계파 분열을 우려하는 당내의 우려를 의식한 듯 현재 민주당의 현안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의재란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가진 자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으로, 신유박해 당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수년간 머물렀던 유배 거처다.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전남 강진으로 유배 간 다산에게 지역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해댔고, 이 때문에 다산은 당시 머무를 거처 하나조차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 지역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주모는 그런 다산 선생을 안쓰럽게 여겨 작은 방을 하나 내줬는데, 다산은 이 방을 사의재라고 명명했다.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하던 다산 선생은 주모의 배려에 감동받아 이 방에서 다시금 학문에 정진하게 됐다. 다산의 대표 저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바로 이 사의재서 탄생했다. 정치싸움서 패배한 뒤 세를 잃고 유배 갔던 다산의 당시 상황은 현재 친문계와 닮아 있다. 친문계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부터 당원과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든 상태다. 지난 20대 대선 경선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내세우며 정권 재창출의 주인공이 되려 애썼다. 그러나 이들은 주인공은커녕 악역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서 이 대표에게 많이 뒤처져 있었던 친문계는 ‘네거티브’ 전략을 선거전에 활용했고, 이때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거센 공격을 가했다. 현재까지 이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대장동 특혜 의혹’도 이때 친문계에서 내놓은 전략이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 같은)불안한 후보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며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고, 대장동 의혹을 방송 토론에서 언급하는 등 ‘도 넘은’ 네거티브를 연일 이어갔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친문계 의원들은 각종 라디오와 방송 인터뷰서 이 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경선 막바지까지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친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이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해 10월10일 최종 마무리된 경선 결과, 이 대표가 50.3%의 득표율로 과반을 차지했다. 절반이 넘은 득표 수는 결선투표를 노리고 있던 이 전 총리에게 비보였고, 친문계는 좌절감을 그대로 맛봐야 했다. 얽히고 설키다 그러나 최종 결과 발표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좌절감은 엉뚱하게 발현됐다. 이 전 총리가 경선 결과에 불복을 선언한 것이다. 친문 진영 측은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 처리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가 과반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선 경선에 뛰어든 후보 중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총 6명으로 이재명·이낙연·박용진·추미애·정세균·김두관 후보였다. 이 중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하며 논란의 씨앗을 만들었다. 문제는 정 전 총리가 득표한 23731표와 김 의원이 득표한 4411표가 결선투표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표를 모두 무효표 처리해 분모서 뺄 경우 이 대표의 득표율은 당초 발표된 50.29%가 맞으나, 이를 그대로 인정해 분모에 포함시킨다면 과반이 안 되는 49.32%가 된다. 표를 인정하면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친문 진영에선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지자들은 연일 민주당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때 이들이 시위 현장에 들고온 피켓에는 ‘현대판 사사오입’이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때 친명 진영에 행했던 거센 공격들을 친명계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현재는 힘이 빠졌지만, 지난해 민주당 경선서 친명계는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고, 지도부를 현재의 친명계 인사들로 꽉 채웠다.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유배지로 향했던 다산 선생처럼 친문계는 요즘 민주당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추세다. 세간에선 사의재를 두고 암울한 상황인 친문계가 계파를 다시금 규합하기 위해 만든 연구 모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계가)어느 정도 소속감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오래된 연구모임이나 추상적인 ‘친문계’ 같은 용어는 소속감을 주기 부족하다. 새로 출범한 ‘사의재’에 소속돼있다는 사실은 본인의 계파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의재가 당장 정치적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만큼 상황을 보다가 총선 전에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악역? 지난 경선서 보여준 ‘악의적인 네거티브’와 대선 패배의 궁극적 이유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동력을 쉽게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재 평론가들의 시각이다. 사의재가 친문계의 거점이 되려 한다면, 비명계의 거점은 지난달 31일 첫 토론회를 가진 ‘민주당의 길’이 되려 한다. 해당 모임의 출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서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 글자가 틀린데 (그 뜻이)엄청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비전과 전략, 정치개혁과 민생 개혁 등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가 될 것”이라며 비명 모임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자리에 참여한 의원들 대부분이 친명계에 쓴소리를 던지던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미 모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또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 그에 대한 비판과 설득을 했던 비명계 의원들 대부분이 ‘민주당의 길’에 합류했다. 이 중 이인영·홍영표·강병원·김영배·김종민 등이 눈에 띄었으며 친문계의 신동근·윤영찬 의원, 또 지난해 이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던 이원욱·박용진·조응천 의원이 합세했다. 이름만 보면 모두 ‘비명’의 색채를 띄고 있는 의원들 뿐이기 때문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길이 비명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첫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모두발언을 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은 이 대표의 뜻이 컸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가 비명계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비명계니 친명계니 하는 많은 말들이 있는 줄 모르고 참석했다”며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국민의 뜻에도,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고 모임 출범을 축하했다. 이처럼 이 대표도, 민주당의 길을 만든 김 의원도 모두 ‘비명 모임’이라는 단어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이 대표가 두 번이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와중에 ‘비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이 출범했다는 점은 민주당이 사실상 플랜B를 염두해두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피해갈 순 없다. 친명계 비판 ‘민주당의 길’ 털고 기지개 켜는 ‘처럼회’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 모임을 ‘비명 모임’으로 해석하는 건 지양해달라”며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두 차례 선거서 민주당이 왜 졌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름 그대로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모임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나온 발언들로 모임의 성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비명계 의원실 보좌관은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비록 많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현재 민주당의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내년 총선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의원들이 ‘비명’이라는 색채를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러나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많이 바뀔 것이다. 현재 친명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은 대부분 말을 아끼려 하지만 친명계가 와해되면 민주당의 길에 소속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힘을 뭉치려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즉, 상황을 보다가 비로소 세력을 규합할 명분이 생기면 ‘민주당의 길’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성남FC와 관련된 ‘제3자뇌물죄’와 ‘대장동 특혜 의혹’은 현재 검찰 주요 인력 대부분이 붙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기소가 이뤄지고 재판에 넘겨지게 될 경우,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기에 빠진 이 대표를 지키고 있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처럼회’다. 강성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들로 이뤄진 처럼회는 민주당 지도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및 비명계 모임이 잇따라 출범하며 언론의 관심이 이들에게 쏠린 모양새지만 처럼회 세력은 아직 건재하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최강욱·김남국 의원 등이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같은 세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헤게모니를 넘겨받은 친명계는 처럼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지키고 있고, 이 대표도 현재 지도부와 더불어 이들을 가장 많이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세력 과시를 뒤로 했던 이들 모임은 지난달 25일,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의원들 간 교류를 다시 시작했다.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는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세 가지 세력인 것으로 파악된다. 권력을 잡고 있는 처럼회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의재, 그리고 이들의 정치싸움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의 길은 내년 총선 전까지 쉴 새 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쉴 새 없는 자리싸움 <일요시사>와 민주당사 앞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헛발질을 하는데, 민주당의 인기가 그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는 뭔가 민주당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대선서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정권을 국민의힘에 헌납한 민주당은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처럼회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고, 사의재는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반성해야 하며, 민주당의 길은 생산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이들의 변화 여부에 따라 다음 총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