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7 13:54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악재에 악재가 또 겹쳤다. 잇따른 악재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이번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왔다. 한 언론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수십명의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뿌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총장이 2021년 전당대회서 송영길 전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위해 건넨 돈봉투가 최종 표결에까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시 약세 후보였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 전당대회를 기억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친 문재인)계의 지지를 받았던 홍영표 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던 우원식 의원, 그리고 송 전 대표 간의 3파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녹취록 들어보니… 이 관계자는 “친문 세력과 비문(비 문재인) 세력의 대립 구도서 송 전 대표는 다소 생뚱맞게 ‘중도 후보’를 자처하고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당선됐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당원들이 ‘당내 화합’에 지지를 보내준 것인 줄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때 치러진 전당대회로 뽑히는 대표는 20대 대선과 제8회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떠안아야 했다. 어깨가 무거운 자리였던 만큼 눈독을 들이던 인사도 많았다. 다음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각 계파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자리라고 인식했고, 각자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거에 밀어 넣었다. 이 중에서 눈에 띄었던 후보는 홍영표 의원이다. 홍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알려진 친문계의 좌장 역할을 해오던 인물로 당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후보로 점쳐지고 있었다. 홍 의원은 이전 전당대회서부터 당 대표가 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으나 당시 이낙연 전 총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개혁국민정당 출신으로 친문 정치인들과 더러 인연을 쌓아왔고, 2012년 당시 조심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 안철수 의원을 공개 저격하며 대표 친문계로 자리매김했다. 원내대표 시절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을 통과시켜 당내 의원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당시 정계 전문가들은 친문계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홍 의원이 선거전을 잘 치룬다면 대표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송 전 대표는 막강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선거전에 참여했다. 그는 인천시장을 역임한 경력이 있었고, 그 이전에 두 차례나 당권에 도전했던 적도 있었던 만큼 동정표도 존재했다. 또 당시 개혁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당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인식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차기 대선이 힘들다고 판단한 민주당원들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당의 혁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렇다고 강한 비문 노선을 띤 인물은 경계했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마지막까지도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당원들은 문 전 대통령과 지나치게 반기를 들지도, 또 그의 정치적 메시지를 그대로 수용하지도 않을 인물을 찾고 있었다. 그 틈을 송 전 대표가 파고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당초 친노(친 노무현)계에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었으나 분당 사태 당시 문 전 대통령과 힘을 합쳐 민주당을 끝까지 이끈 공적을 인정받았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며 의원들에게 범친문계로 인식돼왔고, 이때 여러 계파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했다. 2021년 당선된 송 전 대표, 어떻게 이겼나? 대의원 영향력 약세였는데…돈발로 역전승? 다만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은 당원들 마음속 깊이 자리했다. 인천광역시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지만, 송 전 대표는 중앙정치서 의원들을 이끈 경험이 전무했던 탓이다. 그가 꾸준히 ‘유력한 당 대표 후보’라고 평가받았음에도, 당원들이 단 한 번도 그를 대표로 뽑아주지 않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우 의원은 민평련계로 오랫동안 손학규계 정치인으로 인식돼온 인물이다. 2016년까지도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비문계의 대표 주자로 당시 전당대회를 뛰어들었다. 당원들이 원하던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원내대표 경험을 바탕으로 당원들에게 리더십을 인정받기도 했다. 친문의 홍영표, 비문의 우원식, 중도의 송영길의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서 압승을 기록한 민주당은 180석의 슈퍼 여당이 돼있었고, 이때 뽑힌 신임 대표에게는 슈퍼 여당의 대통령 후보와 지방선거 공천권 등이 걸려 있었다. 향후 당내 권력, 더 나아가 차기 정부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들의 의견이 40% 반영됐다.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특히 당내 정보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현안을 해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달 당비를 내는 그들은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해왔으며 전당대회서도 막강한 화력을 자랑해왔다. 몇몇 전당대회서 대의원 투표를 이긴 후보가 권리당원 투표로 뒤집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2020년 전당대회 대의원 투표서 미미한 표를 얻었던 김종민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전체 1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바 있다. 2021년 전당대회 역시 권리당원을 얼마나 본인 쪽으로 끌고 오느냐의 싸움이었다. 당시 권리당원은 안철수계가 탈당한 뒤 당에 들어온 이들이 주를 이뤘다. 즉, 적극적인 ‘친문 강성 당원’들이었던 셈이다. 권리당원들이 친문 성향이 강했던 터라 당시 송 전 대표는 사태를 반전시킬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송 전 대표는 방송 토론회에 출연해 “두 분 원내대표가 잘했으면 민주당이 이렇게 (2021년 재보궐선거서)참패했겠는가”며 “원내대표를 해보신 두 분이 아닌 당 지도부를 해보지 않은 제가 해야 쇄신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두 후보를 압박했다. 분위기 뒤숭숭 ‘무계파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들고나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이 메시지는 쇄신을 바라고 있었던 당내 권리당원들에게 큰 울림을 줬고, 송 전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됐다. 점차 당내 이미지가 좋아지더니 홍 의원의 지지율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선거 당일이 찾아왔고, 상승세를 타던 송 전 대표는 홍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최종 득표율에서 송 전 대표는 35.60%를 받았고, 홍 의원은 35.01%를 받았다. 두 사람간의 격차는 약 0.60%p 었으며 우 의원 역시 29.38%를 받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 출범 이래 가장 낮은 1위 득표율이자, 가장 높은 3위 득표율이었다. 그만큼 경선이 치열했다는 사실을 방증한 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당대회서 많은 사람들은 송 전 대표가 드라마를 써내려간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돈봉투 사태는 그런 송 전 대표의 역전 드라마가 비리의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당시 송 전 후보 캠프서 일했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봉투를 의원들에게 뿌려 송 전 대표의 당선을 도왔다는 주장이 터져나온 것이다. 즉, 권리당원들과 대의원들이 송 전 대표의 메시지를 받고 울림을 얻은 것이 아니라, 이 전 부총장이 건넨 돈봉투를 받고 울림을 얻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권리당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갔지만, 당내 세력이 다른 후보들보다 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던 참이었다. 당시 45%의 득표권을 갖고 있었던 대의원들 중 송 전 대표 세력은 거의 없었다는 게 당시 민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이번 돈봉투 사건은 대의원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의원 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통제가 가능한 범위에 있다. 다시 말해, 현역 의원들을 세력 안으로 끌어들이면 전당대회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이다. (송 전 대표 측이)돈봉투를 현역 의원들, 대의원들에게 전달해 전당대회서 반전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약세에도… 결과 영향? 민주당 대의원들은 최소 5명 이상의 권리당원 추천을 받아 2년에 한 번씩 선발된다. 지역위원회서 서류를 받아 신청을 받고 지역위원회와 중앙당서 소정의 심사를 거친 후 뽑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는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며 정치에 뜻이 있는 대의원들은 의원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 전 부총장이 살포했다고 알려진 돈봉투는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인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선 금액이 다소 적은 점을 들어, 국회의원이 통솔하는 대의원들에게 쓰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한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매달 세후 1000만원 이상 받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해당(최대 300만원) 금액에 본인의 정치적 소신을 바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액의 규모를 보아 하니) 전당대회에 이래저래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밥이나 거마비 정도로 쓰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의원실은)실제 받아보지는 못했으나 이 돈봉투가 돌고 있다는 소문은 당시 들어본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전당대회서 이 같은 성격의 돈봉투는 그동안 ‘관행처럼’ 계속 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돈봉투 의혹이’ 이번에 한 번 걸려 들어온 것일뿐 갑자기 생겨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송 전 대표 입장에서는 진짜 황당하고 억울할 것 같다”며 “지난 수십년 간 돈봉투를 돌리는 문화는 계속 행해져온 것으로 안다. ‘다들 그랬는데 왜 나만 잡냐’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있는 판세에서는 돈봉투가 조금 적게 기승을 부렸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2021년 전당대회는 1, 2, 3위 후보의 격차가 매우 적었다. 이 떄문에 돈봉투 살포가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 주장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본인의 통화를 모두 녹음해 핸드폰에 저장했는데 그의 휴대폰서 나온 통화 녹음만 3만건에 달한다. “억울한 것 알지만…”오래된 관행 증언 ‘불똥 튈라’ 이 대표 측 꼬리자르기 결심 폭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이 전 부총장은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과 윤관석 의원 등과의 전화 통화서 돈봉투를 어디서 누구에게 줄지를 긴밀히 상의했고, 이 과정서 송 전 대표의 이름도 수차례 거론됐다. 치열했던 선거, 송 전 대표의 당선, 관련자들의 통화. 3년 전에 벌어졌던 이 3개의 칼날은 현재 송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돈봉투를 송 전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과 돈봉투 스폰서의 자녀가 이재명 대표의 선거캠프서 일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파리 정치대학원에서 특강 등을 이어가고 있던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져나온 뒤 지난 24일, 귀국했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하루빨리 사건 진상을 밝히고 책임이 있으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책임질 사람에는 이재명 대표도 포함된다. 지난 20일 국민의힘 최고회의서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가)3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서로 말 맞춰서 진실을 은폐하기로 모의라도 한 것이냐?”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날 장예장 청년 최고위원은 “저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청년들을 대표해 이 돈봉투를 찢어버리겠다”며 본인이 직접 준비한 돈봉투를 꺼내 들어 찢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돈봉투나 돌리는 민주당의 86운동권은 그만 정치서 퇴장하라”고 요구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아직 송 전 대표를 감싸는 쪽으로 쏠려 있다. 그동안 전당대회서 오랜 관례로 자리 잡아온 돈봉투 건을 그에게만 문제삼아서 되겠냐는 동정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서 “전혀 큰 문제가 아니고 이슈거리도 아니다”라며 “해당 논란이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나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나 언론서 침소봉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계속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송 전 대표 입장도 난처하겠지만, 제일 큰일난 것은 이 대표 쪽”이라며 “이 대표와 송 전 대표의 연결고리까지 의심받고 있는 만큼 사안을 계속 끌면 끌수록 칼날은 결국 이 대표에게까지 향하게 된다. 최근에 터져나온 스폰서 자녀 취업 문제도 현상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자르기? 버티기? 이어 “이 대표 쪽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송 전 대표를 잘라내려 한다고 들었다. 송 전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이 대표 쪽을 이끌어준 것도, 여의도 정치에 영향력이 적었던 그를 도와준 것도 송 전 대표지만, 이번 사건이 크게 문제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을 송 전 대표에게 떠밀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심-송심이라고 불렸던 둘의 관계는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산산조각 날 위기에 처해있다. 최근 이 전 부총장 측 정철승 변호사는 “민주당이 이 전 부총장을 손절하려는 태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과연 이번 사건으로 송 전 대표가 이 대표에게 배신감마저 들게 될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꼬리를 자르려하는 친명계 쪽과, 어떻게든 붙어있으려는 송 전 대표 사이의 수싸움이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ingyun@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통령실을 향한 비판이 거세다.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수출 논란이 단초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뒤틀리면서 외교 갈등까지 자초했다. 최근 미국 정보당국이 작성한 도·감청 문건에 대해 ‘위조’라는 주장도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정작 당사자인 미국 정부가 문건이 진본이라고 시인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결단을 외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 가고 있으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실상은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다. 외교 문제에 자충수를 두고 정작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문건과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수출 문제가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의 대처다. ‘노코멘트’라며 침묵만 지키고 있다. 조작됐다고? 문건은 진본 미 정보당국이 도·감청을 통해 작성한 문건 내용은 지난달 1일, 김성한 전 대통령실 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식을 논의한 게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무기 제공을 압박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다. 당시 김 전 실장은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게 탄약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폴란드에 155mm 포탄 33만 발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하자”고 이 전 비서관에게 말한 것으로 돼있다. 우크라이나에 155mm 포탄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폴란드로 수출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대화가 있기 사흘 전인 2월27일 작성된 또 다른 미국 기밀 문건에는 한국산 155mm 포탄을 운송(delivery)하는 방법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있다. 해당 문건의 제목은 ‘대한민국 155mm 포탄 33만발 운송 일정’으로 돼있다. 문서에는 시행명령(EXORD) 10일(D+10) 이후부터 45일(D+45)까지 매일 항공편으로 4700여발씩을 수송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항공편으로 포탄을 수송하려는 것은 김 전 실장의 대화록에 나온 것처럼 미국이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밀문서에는 이스라엘에 보관 중인 미군 전시비축 포탄 8만8000발을 더해 시행명령 1개월 내에 18만3000발을 목적지에 전달한다는 계획도 포함돼있다. 시행명령 후 27일 이후, 37일 이후에는 경남 진해항에서 수송선 한 척씩을 출항시켜 시행명령 72일 이후까지 모든 포탄 운송을 끝낸다는 일정도 언급됐다. 해당 문건에는 한국 포탄의 운송 목적지는 독일 노르덴함항으로 표시돼있다. 노르덴함항은 독일 브레멘 북부의 항구로 베스터강 하구에 조성된 군사 병참항구다. 미 육군에 따르면 노르덴함항은 2차 대전 때부터 유럽 주둔 미 육군이 사용해온 사설 항구로 설명돼있다. 21전구지원사령부 산하 16여단의 지휘를 받는 곳으로, 강 건너편 브레멘하벤항과 함께 미군의 무기를 유럽으로 반입 또는 반출하는 전략항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보당국 ‘우크라 우회 지원’ 내용 파악 잡힌 문건 유출 당사자 “모두 위조·조작” 독일에 위치한 항구지만 미군이 실질적으로 점유 중인 군사항인 셈이다. 두 문건의 핵심 내용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한국산 155mm 포탄의 구체적인 물량을 할당해 한국에 지원 요청을 했고, 한국은 이를 거절하기 어려워 폴란드로 우회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등 도감청 의혹 정황에 대해 ‘위조된 정보’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도감청으로 드러난 정보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BS는 지난 9일, 국가안보실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걸 고심했다는 내용의 기밀문건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미국 정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에는 기밀 표시와 함께 자세한 수송 계획이 표로 작성돼있다. 한국서 생산한 155mm 포탄 33만발을 수송하는 계획을 명시한 문건으로 추정된다. 전체 기한은 72일, 항공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열흘째에 4700여발, 41일째에는 15만3000발을 전달한다고 적혀 있다. 중간에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보관하고 있는 전쟁물자를 뜻하는 WRSA-I라는 약어와 함께 추가되는 물량도 표시돼있다. 최고 기밀 문건으로 분류된 다른 문건에는 김성한 전 실장이 155mm 포탄 33만발을 폴란드에 판매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내용이 언급된다. 이는 지금까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방침과 대조적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한미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미국 출장에 나서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당시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평가에 한미 양국의 견해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포탄 33만발 수송 계획 김 차장은 이날 오전 한미 국방장관이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양국이 정보 동맹이니까 정보 영역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함께 정보 활동을 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신뢰를 굳건히 하고 양국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강화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대변인실 명의의 언론 공지에서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앞서 도감청 의혹 외신 보도서 함께 언급된 프랑스와 이스라엘 등이 ‘허위 정보’라고 일축하고 있는 것과도 궤를 같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공지에서 “용산 대통령실은 군사시설로, 과거 청와대보다 훨씬 강화된 도감청 방지 시스템을 구축, 운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용산 이전’으로 인한 보안 문제를 지적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대해선 “허위 네거티브 의혹으로 국민을 선동하기에 급급하다”며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행위’이자 ‘국익 침해 행위’”라고 성토했다. 대통령실은 최근까지도 연일 유출된 문건이 조작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1600억원이 넘는 포탄 수십만발이 실제 폴란드에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국내 최대 포탄 제조업체 풍산은 앞으로 2년간 1647억원 상당의 대구경 탄약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공급한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업체다. K9 자주포는 지금까지 10개 나라에 수출됐지만, 포탄을 같이 보내는 건 폴란드가 처음이다. 원칙·방침 또 뒤집기 155mm 포탄은 포신 직경만 같으면 자주포뿐만 아니라 견인포에도 사용할 수 있다. 155mm 포탄은 탄두와 신관, 장약 등이 한 세트인데, 풍산은 고폭탄 탄두만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5mm 고폭탄 탄두는 1발에 40만원 정도다. 계약금액이 약 1600억원인 걸 감안하면 40만발 이상을 폴란드로 보내는 것으로 문건에 적힌 33만발보다 많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폴란드에 K9과 함께 패키지로 수출하기로 한 포탄이 5~10만발이다. 포탄 최종 사용자는 폴란드로 특정됐다. 다만 폴란드가 해당 포탄을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제3국으로 재수출하려면 우리 정부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더 있다. 미국 주방위군 소속 현역군인이 해당 내용이 담긴 기밀문서 유출 용의자로 지목돼 체포된 것이다. 한국의 김성한 전 실장 등 외교안보 부문 고위공직자들의 대화 내용을 미국이 신호정보(시긴트)로 파악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미 현역군인이 유출한 ‘진본’이라는 방증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중진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SNS에 쓴 글에서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내용이 담긴 미 국방부 기밀문건의 유출 용의자가 체포되며 수사가 본격화됐다. 21세의 미국 현역군인”이라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이 미 국방부 보고서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고,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유감을 표명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미국 정부와 언론이 문건 유출을 사실이라고 결론짓고 유출 경위를 밝히고 있는데도, 국가안보실 1차장은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악의적 도청 정황은 없다’는 발언으로 조기 진화에 나섰다”고 김태효 1차장과 대통령실의 대응을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문건의 위조 여부’가 아닌 ‘동맹에 대한 불법감청 여부’”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문건 진위 여부’로 본말이 전도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폴란드 포탄 수출 일정 드러나 ‘한술 더 떠’ 무기 지원 가능성 시사 윤 대통령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 주고 원상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며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 전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6·25전쟁 때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았던 점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방위와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도 당시 “(민간인 학살 등)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러 조건이 붙어 있어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현재로서는 입장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리기에는 충분하다. 전문가 대부분도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것이 입장에 변화를 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 회의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질문에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은 이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를 어찌할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 역시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며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러시아 최신 무기를 보면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는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quid pro quo)”며 보복을 경고했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야권을 중심으로 논의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2개의 문턱을 남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있었으나 갑작스레 정의당이 입장을 뒤집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적어도 4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의당은 이달 초까지 국민의힘과 ‘50억 클럽 특검법’ 협상을 이어왔다. 더불어민주당과의 교감을 중단하고 소통을 이어갔으나 인내심에 한계가 온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직을 방패막이로 추가 회의 일정도 잡지 않는 등 소극적 행보를 보인 탓이다. 민주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계획이다. 소극적 행보 적극적 추진 50억 클럽 특검법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그간 국민의힘과 소통해온 정의당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제85조의2에 따라 긴급하고 중요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정 기간 내에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의원 전체 혹은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 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이나 위원장에게 제출하면 패스트트랙 지정이 가능하다. 이후 표결을 진행해 국회의원 전체 또는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은 패스트트랙이 된다. 앞서 국민의힘은 현재 대장동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특검법 추진이 옳지 않다고 반대해왔다. 정의당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기조를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새다. 민주당이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서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에 동참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4월 임시국회 안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확정했다. 법사위에서 절차를 밟아 특검법을 통과시키려던 정의당이 입장을 바꾼 것은 최근 법안심사1소위에서 일어난 국민의힘 소속 소위원들의 항의성 퇴장의 여파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소속 소위원들은 지난 11일 열린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특검 추천 권한과 수사 대상 등을 문제 삼아 항의한 뒤 퇴장했다. 이로써 50억 클럽 특검법은 민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의결된 특검법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법안에는 비교섭단체서 특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50억 클럽 특검법이 당장 법사위 전체회의서 다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법사위 의결을 위한 전체회의 상정 권한은 국민의힘 소속인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쥐고 있는 탓이다. 정의당 입장이 정리되자 민주당은 이달 중으로 50억 클럽 특검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함께 이달 내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서 “어제(12일) 이정미 대표가 ‘법사위서 50억 특검법이 지체된다면, 4월 임시국회 내에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김 여사 특검법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며 “비록 늦었지만 정의당의 진전된 결단을 다행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검법 법안심사소위 민주당 의결로 통과 국힘 반발 집단퇴장 여파? 돌연 입장 선회 국민의힘의 반대는 여전하다. 여당 소속 법사원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대체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을 배제한 채 50억 클럽 특검법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특별검사 제도는 수사가 미진하거나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못할 경우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조가 확실시되면서 50억 클럽 특검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오는 27일 본회의서 특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큰 편이다.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은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찬성이다. 다만 패스트트랙에 180석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 169석과 정의당 6석 외에도 5석 이상이 더 있어야 한다. 그 때문에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가도 특검이 꾸려지는 데 두세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최장 240일이 지난 뒤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대장동 사건을 화두로 띄울 수 있다. 야권의 쌍특검 맹공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회의론이 나온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50억 클럽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자는 취지의 특검법의 실제 내용이 대장동 의혹 전반을 포괄하는 데다 수사 대상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포함될 수 있어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특검이 직접 곽 전 의원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이 과거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안에는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자금 및 부당한 이익 수수·요구·약속 및 공여 등 의혹 ▲대장동 개발을 위한 사업자금 및 개발수익과 관련된 불법 의혹 ▲천화동인 3호 소유자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부동산 거래 특혜 및 불법 의혹 ▲1~3호까지의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정하고 있다. 보충적이고 예외적으로 수사 대상으로 50억 클럽 의혹을 넘어 대장동 의혹 전반을 포괄하는 식이다. 수사 대상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들어갔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누나는 성남의뜰로부터 배당받은 개발 수익으로 2019년 윤 대통령 부친으로부터 집을 샀다는 의혹을 받는데, 특검법은 이 부분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명시했다. 법안 통과가 현실화된다고 해도 곽 전 의원에 대한 공소 유지는 검찰이 계속 담당한다. 이 같은 한계점 때문에 특검이 직접 곽 전 의원의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특히 법안 통과 직전 검찰이 관련자들을 재빠르게 재판에 넘기거나 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검찰은 뒤늦게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재개했다. 기소 후에는 동일 범죄사실로 압수수색할 수 없기에, 새로 인지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지난 11일 호반건설과 부국증권 사무실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곽 전 의원 부자의 뇌물 및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발부받은 영장이다. 우선 검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새로 적용해 입건했다. 개편 전 수사팀은 곽 전 의원에게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공소장을 구성했다. 다만 1심에서는 이 두 혐의가 무죄로 판단됐다. 이전 수사팀은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는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수사팀이 이 혐의를 새로 인지해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다. 검찰은 화천대유가 2021년 2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성과급 등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공제 후 약 25억원)을 지급한 것은 뇌물과 알선의 대가라고 보고 있다. 또 이 부분은 산업은행 컨소시엄과도 연관돼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을 무마해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하나은행에게 컨소시엄 이탈을 압박했다는 정황 등을 보강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뒤늦은 재수사 검찰은 화천대유가 뇌물 및 알선의 대가를 직원인 병채씨의 퇴직금과 성과급 등 명목으로 가장해 지급한 것은 범죄수익을 은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50억 클럽 관련 혐의로 기소된 인물은 공여 혐의를 받는 김씨를 제외하고는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을 기소할 당시 아들 병채씨는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에는 병채씨가 피의자인 뇌물 혐의 고발 사건 등이 남아있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추가로 입건해서 수사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준 것은 수사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 후부터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왔다. 결국 검찰 수사는 곽 전 의원 부자가 ‘경제 공동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방향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 전 의원 1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배척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결혼한 병채씨가 곽 전 의원과 경제 공동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6년차 대리급 직원에게 세금 공제 후에도 약 25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성과급·퇴직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곽 전 의원과 김씨만 재판에 넘겨졌으나 박영수 전 국정 농단 사건 특별검사와 양재식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50억 클럽 특검 논의를 막으려는 명분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정치권의 특검 논의를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이다. 사실상 ‘적과의 동침’ 4월 내 본회의 마무리 우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박 전 특검과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와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성남금융센터·삼성기업영업본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결재 서류와 은행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김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때 부국증권 배제 등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를 받는다. 양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민간업자와 실무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서 일하면서 2019년 9월∼2021년 2월 11억원을 받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연이율 4.6%, 3년 기한의 정상적인 대출로 회사 회계장부에 대여금으로 처리됐고, 차용증도 있다고 주장했으나 50억 클럽 의혹과 엮이면서 ‘수상한 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의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대장동 업자들과 연결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양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이 대표변호사로 있던 법무법인 강남서 일하며 2016년 특검보로서 박 전 특검을 보좌했다. 대장동 민간개발업체에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한 브로커로 지목된 조우형씨의 변호를 박 전 특검과 함께 맡기도 했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서 대장동 일당은 양 변호사를 영입한 것을 두고 ‘신의 한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검찰은 이달 8일 김씨를 대장동 범죄수익 390억원 은닉 혐의로 기소한 뒤 이 수익이 로비 명목으로 50억 클럽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금 추적을 이어왔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양 변호사와 박 전 특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아울러 곽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다른 50억 클럽 범죄 혐의도 계속 추적할 방침이다. 박영수 제외 수사 제자리 검찰의 빨라진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특검 추진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한 의원은 “지난달부터 50억 클럽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이 갑작스레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충분히 의혹이 제기돼왔음에도 이제 수사를 시작한 부분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관계자도 “민주당과 추가 논의를 거쳐야 하겠지만 이달 내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며 “검찰 수사를 무작정 지켜보기만 하자는 국민의힘과의 대화는 배제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 일가 비자금 은닉 의혹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모양새다. 전씨 일가와 관련된 각종 기업체에서는 수상한 자금흐름이 관측됐다. 전우원씨 발언으로 비밀금고, 미술품 등 10여년 전 제기됐던 비자금 은닉 수법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올해는 전두환씨가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힌 지 20년째 되는 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이나 숨어있던 ‘검은돈’을 이번에는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할아버지의 연희동 자택에는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듯, 계속해서 현금뭉치가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에 구체적 폭로가 덧칠되면서, 점차 비자금 은닉처와 그 수법의 윤곽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비밀금고 현금다발 우원씨는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연희동 자택 내부에 비밀금고가 두 곳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아버지 전재용씨의 둘째 부인이자 자신의 친모인 최모씨에게 들은 이야기와 자신의 경험을 종합해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할머니(이순자씨)가 쓰는 옷장 벽을 밀면 금고가 있고 창고쪽 복도 끝에 가서 벽을 밀면 또 금고가 나왔다고 (제 어머니가) 말하더라”며 “아는 사람이 밀어야지만 금고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금고를 열고 들어가면 1000만원 단위 현금이 묶여서 준비돼있고, 차곡차곡 (방 전체)벽에 쌓여 있었다고 하더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금이 너무 많았던 나머지 비밀금고 밖에도 현금 가방이 놓여 있었으며, 가족들이 연희동 집에 커다란 더블백을 가져와 수억원씩 담아갔다고도 주장했다. 현금 규모에 대해선 “정말 하늘에서 돈이 쏟아져 내려오듯이 비서와 경호원들이 계속 돈다발이 담긴 큰 가방을 들고 와 쌓아놓고 또 쌓아놨다가 아는 분들이나 가족이 오면 가져갔다”며 “상상할 수 없는 규모”라고 회상했다. 다만 지금은 연희동에 돈뭉치가 없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수사가 한 번 진행되고 난 후에는 확 줄어들었고 그 이후부터 (돈가방을 쌓아 놓는 일은) 안 했다”며 “아마 다른 곳에 돈을 챙겨 놓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원씨는 지난달 자신의 해외생활 자금 출처를 비자금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때 그는 자신이 미성년자였을 때 명의를 이전받은 자산 목록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비엘에셋의 지분 20%, 웨어밸리 비상장 주식, 준아트빌 등이 모두 한때 자신의 소유였다. 10년간 지지부진…비자금 찾기 새 국면? ‘수상한 저수지’ 의혹 업체 다시 수면 위 비엘에셋은 전재용씨 가족이 지분 100%를 소유했던 부동산 개발회사며, 웨어밸리는 전재용씨와 전두환씨 측근이 돌아가며 대표직을 지낸 IT보안업체다. 준아트빌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고급 부동산이다. 이들의 가치는 당시에도 수십억원에 달했는데, 이 재산이 비자금을 통해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우원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시절 전재용씨가 비자금을 은닉할 목적으로 명의변경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비엘에셋 지분은 2013년 추징됐고, 비상장 주식은 전재용씨의 ‘황제노역’ 이후 계모 박상아씨에게 양도했다”는 등 구체적인 자금흐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전재용씨는 외삼촌 이창석씨와 함께 27억원 이상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2월까지는 노역형에 처해졌다. 전재용씨는 약 2년 반 동안 노역한 대가로 벌금 38억6000만원을 탕감받았다. 이외에도 웨어밸리는 배당금을 통해 전재용씨의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웨어밸리는 2020~2021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약 15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도 약 4억원을 지급했다. 우원씨는 자신이 박상아씨에게 증여한 비상장 주식을 전재용씨가 사용해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웨어밸리는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했다. 해당 주장대로라면 약 2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 중 일부가 전재용씨 수중에 들어갔을 수 있다. 정확한 기억 손자의 폭로 웨어밸리가 2015년 2억원, 2017년 3억원 이후 배당금 지급이 뜸하다 전재용씨가 출소한 이후부터 3년 연속으로 배당금 지급에 나선 점도 의심을 키운다. 이미 웨어밸리는 2013년 검찰 ‘전두환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에 5억5000만원을 환수당했다. 수사팀이 웨어밸리에 전두환씨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 추징’을 실시한 것이다. 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씨 외에도 장남 전재국씨, 삼남 전재만씨 모두 벌여둔 사업들이 비자금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동안 전재국씨는 출판 사업을 통해 독립생계를 유지 중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2021년에도 전재국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인 시공사에서 3억5000만원을 추징했다. 시공사에도 전두환씨 비자금이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전재국씨는 시공사 외에도 북플러스·리브로 등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세 업체 간의 내부거래 내역에서 20여년간 약 150억원대의 횡령·배임이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각 업체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상호 간 내부거래액이 각기 달랐는데, 이를 모두 합산하면 156억원에 달했다. 전재국씨가 비교적 조작이 쉬운 내부거래액 항목을 이용해 비자금을 횡령·세탁했다는 의심이 나온다. 자금흐름 볼 수 없나 또 전재국씨는 음악 관련 출판사인 ‘음악세계’를 통해 수천억대 규모의 해외 부동산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19년 베트남 노른자위 땅에 약 7500억원 규모의 부동산사업을 벌이려다 실패했다. 음악 출판사가 아파트 공사 시행사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당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토지 비용과 공사비 등으로 7500억원, 이자 등으로 1400억원을 투입해 총 1조4000억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당시 토지 소유자에게선 전재국씨 측이 해당 사업을 먼저 제안했고, 수개월 이내에 약 2000억원을 입금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재국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계획이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전재국씨가 은닉 비자금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계획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전재만씨가 장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과 공동 운영 중인 양조장 ‘다나 에스테이트’ 역시 비자금 창고 의혹을 받고 있다. 우원씨는 지난달 이곳에 관해 “‘검은돈’의 냄새가 난다”거나 “최고의 돈세탁 시설이 아닌가 싶다”고 직격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미국 내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위치했다. 해당 양조장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비교적 고가에 판매된다. 비싼 품목은 한 병에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마저도 회원제로 사전예약을 해야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5월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만찬 테이블에 오른 와인인 ‘바소’ 역시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주다. 이 양조장의 현재 가치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은 이곳에 700억 이상을 꾸준히 투자했다. 2016년 동아원이 무너지면서, 이곳의 경영권이 사조그룹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출판사, IT기업, 양조장… 보여도 이제 못 잡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이 전 회장 측이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전재만씨가 양조장 대표로 활동한 이후로 이곳에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으나,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원씨는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땅값을 확인해보라. 게다가 와이너리는 대규모 최첨단 시설이 필요해 돈이 넘쳐나는 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고 지적했다. 양조장 사업 시작부터 상당한 비자금이 투입됐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우원씨는 일가가 고가의 미술품을 활용해 비자금을 은닉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 전씨 일가에게서 다양한 미술품을 압수해 추징금을 환수한 바 있다. 최씨는 지난 7일 방영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서 우원씨와 통화하며 “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 김환기 화가의 대표작 파란 그림이 있었다. 문짝 두 개만한 크기의 몇 십억원짜리 그림이었다”며 “(전우원씨가)어릴 때 우리 집 식탁 뒤에 걸려 있었는데 아빠(전재용씨)가 액자만 버리고 그림만 말아서 새엄마(박상아씨)에게 갖다줬다”고 증언했다. 전씨 일가는 2013년 9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미납 추징금을 모두 납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두환씨가 2003년 재판서 자신의 예금액이 29만1000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지 10년째 되던 해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약속하면서,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비롯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모두 1703억원(당시 추산가) 상당을 추징할 방침이었다.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살짝 웃도는 액수였다. 하지만 전씨 일가의 반발과 연이은 소송으로 추징금 환수율은 답보상태에 놓였다. 전씨 일가가 자진 납부를 공언했던 2013년에서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도, 환수율은 58.2%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매 수익 추징을 두고 법적 분쟁 중인 오산 땅(55억원 상당)을 포함해도, 미납 추징금은 867억원이 남는다. 부역자들 입 열까? 2021년 11월 전두환씨가 사망하면서 비자금 추적과 추징금 집행은 사실상 요원해졌다. 비자금 조성에 직접 관여한 이의 ‘양심선언’ 없이는 실체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원씨는 앞으로 또 다른 양심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돈세탁을 도와주신 분들은 당연히 얻는 게 너무나 많기 때문에 충성을 다하고 지금도 입을 닫고 있다”며 “대가로 받은 것들이 회사나 아파트 등”이라고 말했다. 우원씨와 최씨는 전두환씨의 비서들이 목동 소재 아파트 등을 보수로 받아갔다고 주장한다. <jeongun15@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가 수십년간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월명동 자연성전’ 돌 작업 과정에서 보호장비 없이 공사가 추진된 정황도 확인됐다.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가 제대로 드러나기 전이었던 터라 공사 동원을 거부하는 이들도 없었다. 심지어 사상자가 발생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기에 급급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월명동 자연성전’(이하 성전) 공사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돼 25년 가까이 진행됐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의 성폭력 사실을 몰랐던 신도 대부분은 공사 동원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사실상 세뇌됐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탈퇴자들은 누군가 죽거나 다쳐도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의 화살이 꽂혀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일상이었다고 주장한다. “모여라” 동원 명령 성전은 수십톤에 달하는 대형 바위로 JMS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공사에는 여성을 포함한 신도 대부분이 동원됐다. 정명석에게 세뇌됐던 터라 공사 참여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위를 옮기는 과정서 당연히 적용돼야 할 산재보험과 최소한의 안전 장비 및 교육은 없다시피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신도들은 주말마다 ‘성전 봉사’라는 명목으로 100여명이 차출돼 성전 주변 풀 뽑기와 정원 관리 등의 업무를 반강제적으로 끝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명석의 성폭력이 드러난 이후 탈퇴자가 되거나 JMS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과거 성전 공사 동원을 거부하지 않았던 게 세뇌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작업에 참여했다는 한 인사는 “앞산(돌 조경)이 여러 번 넘어졌음에도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며 “안전교육이나 산재 역시 없는 상태로 작업했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성전 바위가 다섯 차례 무너지기도 했다. 2015년 12월13일 JMS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명석 목사의 주일말씀’에는 “(돌 조경이)무려 다섯 번이나 무너졌다. ‘야심작’에 쌓은 돌들은 ‘작은 돌들’이 아니고 몇 십톤씩 되는 ‘큰 돌’이다”고 언급된다. JMS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8년 4월27일자 설교에는 “월명동 돌은 70~80톤의 완전한 통돌”이라고 나와 있다. JMS 홈페이지 글 중 목사 이모씨의 글에는 돌 조경작업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도 다급하고 경악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아악! 어어! 비켜”라며 “돌이 승용차 12대 무게였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표현했다. 또 ‘2014년 4월20일 주일 말씀’에는 “10년 이상 월명동을 만들어 놓고 나서”라고 적혀 있다. 여성 포함 맨몸으로 바위를…위험천만 1990년부터 25년 공사 사실상 단체 세뇌 특히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크레인 사장)의 지적이 무시된 채 작업이 강행되기도 했다. JMS 홈페이지 ‘1997년 10월23일 아침 말씀’에는 “이번에는 칼날같이 날이 보이도록 쌓으라고 말씀하셨다. 납작하게 쌓지 말고 칼날이 보이게 쌓으라고 했다”며 “크레인 사장은 세워서 넘어진 것이라고 이번에는 눕혀야지 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돼있다. 한 JMS 간부 출신 관계자는 “무리해서 세워둔 돌이 넘어졌고, 이에 대해 크레인 사장은 ‘눕혀야지 세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는데 다시 돌을 세우기를 시도했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작업이 야간에도 지속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JMS 탈퇴자도 “월명동 자연성전 공사는 밤에도, 비가 올 때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밤에 작업할 때 역시 보호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무거운 바위를 다루는 작업 역시 밤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월명동 자연성전 돌 조경작업 당시 사망사건까지 있었으나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JMS 홈페이지에는 돌 작업 중 다수가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1998년 7월15일 아침 말씀’에 는 “어제 돌 작업하다가 큰 돌이 떨어져서 4명이 죽을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통해 강제노동을 시켰다. 근로기준법 7조에 따라 강제근로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특히 조경공사의 경우 건설공사로 들어가니 산재라던가 장갑, 안전모 등을 착용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모? 그게 뭐? 이어 “다만 신안 염전 노예처럼 장기간에 걸친 가스라이팅이나 세뇌가 인정될 경우의 이야기”라며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발효되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MS의 비상식적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JMS 소유의 어린이집·방과후학교에서 신도 자녀들에게 부당한 종교 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JMS는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다. 실제 정명석이 부산, 광주, 충남 금산 등 5곳을 ‘JMS 어린이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 탈퇴자는 정명석이 아이들에게 “라면과 과자, 탄산음료를 먹이지 말라”고 지시하자 즉시 제공이 금지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콜라는 안 되고 사이다는 괜찮은, 이상한 기준이었다”며 “이성이 접촉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정명석의 말에 의해 중학생이 되면 이성끼리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JMS 교육기관에서 자행된 여러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을 아동학대 범주에 포함한다. 또 2021년 서울시가 발간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안내서’에는 종교 강요가 정서 학대의 일례로 나와 있다. 유년기 지속적 세뇌와 정서 학대는 사회 부적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이후 신도 자녀 110여명이 구조됐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밤에도 영차영차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도 “어머니가 특정 교단에 거액을 헌금해 가장이 파탄났다”며 원한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명석이 교도소 내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법무부는 대전교도소 내 일부 교도관이 정명석의 편의를 부당하게 봐줬다는 의혹에 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정당국 관계자뿐만 아니라 반JMS 단체인 ‘엑소더스’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정명석은 2001~2006년 여신도 4명에 대한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2009년 4월23일 징역 10년형을 확정 판결 받은 뒤 2018년 2월23일 대전교도소서 출소했다. 이후 그해부터 다른 여신도 2명을 상대로 한 준강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28일 다시 구속 기소됐고,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나상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대전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일부 교도관의 묵인 아래 서신을 통해 여성 신도의 알몸 사진 등을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이다. 또 정명석이 운동 시간에 운동장서 400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있는 여성 신도들과 수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수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도 확보했다. 이외에도 대전교도소 교도관 중 일부가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JMS 신도인 교도관의 부탁을 받고 정명석의 뒤를 봐준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반강제적 동원…무방비 상태였다” 죽어도 은폐…실제 사상자 있어 엑소더스 측은 “해당 JMS 신도인 교도관은 JMS 내에서 ‘인천사(인간 천사)’로 불린다”는 구체적 제보를 법무부 측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하면서 1인실에 있던 정명석을 다인실로 옮겼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다. 새로운 여신도 3명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고소장을 내 충남경찰청과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지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31일 여신도 1명이 충남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수사당국은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조력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검찰과 경찰은 수사관 약 200명을 동원해 충남 금산군 월명동 JMS 수련원과 경기 분당구 소재 교회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의 자택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7일 정조은을 소환조사했다. 정조은은 피해 여신도를 정명석에게 유인하거나 알고도 성폭력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교도소 특혜? 법, 조사 착수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를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 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