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12 15:15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위기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부실 수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비판을 의식한 검찰은 공소 유지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다. 재판부에서 녹취록과 진술 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았기에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물적 증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판부는 대장동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등이 한 주장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난감한 분위기다. 내부서조차 같은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법리를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의미한 진술이라고는 하나 쌍방울·대장동·성남FC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간접 증거라는 게 검찰에겐 치명타다. 비상식 판단 이례적 무죄 검찰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1심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곽 전 의원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에 항소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곽 전 의원의 1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1심 판결 중에 제반 증거와 법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사회통념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항소심서 적극적으로 다툴 방침이라고 밝혔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0억여원, 추징금 25억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지난 8일, 50억원이 알선 대가나 뇌물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재판부가 ‘곽상도 부자(父子)가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다’는 이유로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런 논리가 사회통념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곽 전 의원 부자의 금전 지원 관계, 자금관리 현황을 보면 두 사람의 경제적 공동체를 부인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항소심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에도 재판부가 하나은행이 성남의뜰에 참여할 컨소시엄을 이탈하려는 위기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이는 증거관계 판단 오류라고 주장했다. 성남의뜰은 2015년 대장동 일당의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대장동 사업 시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이 컨소시엄이 와해하지 않게 도움을 준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판단했는데, 재판부는 김씨가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검찰이 판단한 전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대장동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 중 일부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진술’이라며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점도 반박할 계획이다. 김씨가 법정서 당사자들끼리의 대화라고 인정한 부분, 즉 전문이 아닌 부분도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뇌물로 볼 여지 있다”며 “아들 경제적 공동체 아니다” 검찰 전제 자체 무시…김만배 주장 신빙성도 인정 안 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선고 이튿날인 9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1심 판결 분석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대면 보고받고 엄정 대응을 당부했다. 공판팀장인 유진승 국가재정범죄합수단장에게도 공판 업무에 만전을 기할 것을 대면 지시했다. 송 지검장도 이날 오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던 1차 수사팀 4명으로부터 판결 분석 결과와 향후 공소 유지 계획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고형곤 4차장검사와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이 배석했으며, 공소 유지 대책과 ‘50억 클럽’, 곽 전 의원 아들 고발 등 관련 사건 수사 방향을 논의했다. 이는 ‘뇌물 무죄’ 판결 뒤 가열되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50억 클럽엔 곽 전 의원 외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이 거론된다. 곽씨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송 지검장의 지시는 곽씨가 받은 퇴직금 50억원을 뇌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에 일고 있는 국민적 공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곽 전 의원 항소심 재판에 인력을 보충하고 반부패수사3부에 배당했던 이 대표의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 사건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돌려보냈다. 곽 전 의원의 무죄로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곽 전 의원에 대한 기소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1심 때처럼 곽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동일시해 뇌물수수죄(형법 129조 1항)를 적용하는 대신 제3자뇌물제공죄(형법 130조)로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뇌물수수죄 법리를 배척했다. 공무원이 ‘다른 사람’에게 금품을 받게 한 경우 ‘평소 공무원이 그 다른 사람의 생활비 등을 부담하고 있었거나, 그 다른 사람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서 그 다른 사람이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은 그만큼 지출을 면하게 되는 경우’에 공무원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는 판례에 따른 판단에서다. 인정 못 받은 진술 신빙성 그러나 이 같은 판례에 따라 공무원이 처벌된 사례는 드문 편이다. 검찰은 2015년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뇌물수수’ 사건서 STX가 정 총장 장남이 33% 지분을 보유한 요트 회사에 건넨 7억여원의 후원금을 정 총장에게 준 뇌물로 보고 기소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서 최종 무죄 판단을 받았다. 결국 검찰은 파기환송심서 죄목을 제3자뇌물제공죄로 변경했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을 알면서도 검찰은 공소장 내용을 변경하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아들 곽씨가 받은 50억원이 곽 전 의원에게 지급됐다고 볼 수 있는 게 상식”이라며 “추가 수사를 통해 법리구성 논리를 제대로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아들 곽씨를 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검찰이 제3자뇌물제공죄로 수사 방향을 틀어도 ‘정영학 녹취록’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뇌물수수의 경우 대가성이 포괄적으로 인정되지만 제3자뇌물죄는 구체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가 판결 당시 “호반건설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컨소시엄 합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하나은행이 참여하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와해 위기’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점도 검찰의 어깨에 짐을 더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심 재판부서 이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뇌물공여자와 수뢰자의 상호인식조차 인정되지 않아 묵시적 청탁으로 보기도 어렵기 때문에 포괄적 대가성을 인정하는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10일 이 대표를 소환해 대장동·위례 사건 혐의에 대해 추궁했다. 당시 검찰은 각각 150쪽, 200쪽에 달하는 질문지를 바탕으로 이 대표가 결재한 자료까지 제시하며 압박했고,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한방 필요 “추가 수사” 이 대표의 입장은 1차 조사에 출석하면서 검찰과 언론에 공개한 33쪽 분량의 진술서에 담겨있다. 대장동 사업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고, 시의 내부정보가 민간업자들에게 흘러갔다고 해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측근들이 지분을 약속받았다는 천화동인 1호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은 천화동인 1호의 존재 자체를 언론 보도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지난 16일 이 대표에 대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선 배임과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는 부패방지법 위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선 제3자뇌물죄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성남시와 공사의 내부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등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민간사업자는 배당금 4054억원 등 7886억원을 수익으로 가져간 반면에 성남시와 공사는 1822억원의 고정이익만 받아갔다. 검찰은 이 같은 수익배분 방식을 설계한 최종 승인·결재권자가 이 대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조사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여전히 규명이 필요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 반부패수사1부에선 ‘대장동 키맨’으로 불리는 김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다. 검찰은 김씨가 측근인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화천대유 이사와 이한성 공동대표에게 대장동 개발수익 275억원을 은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이사와 이 대표를 먼저 재판에 넘긴 검찰은 최근 김씨를 여러 차례 불러 대장동 개발 배당금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자금흐름 추적이 대장동 수사의 또 다른 갈래인 50억 클럽 의혹 수사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영학 녹취록’ 증거 인정 안 돼도 뇌물죄 직진? “제3자뇌물죄” 목소리…부정 청탁 입증 더 어려워 민주당에 이어 정의당이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까지 포함한 ‘대장동 특검법’ 추진에 힘을 싣고 나섰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대장동 특검을 병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정의당이 정쟁요소가 상대적으로 덜한 대장동 특검에 방점을 찍으면서 국회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의당은 지난 11일, 의원단·대표단 연석회의를 열고 이튿날(12일) 대장동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곽 전 의원 사건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들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거액을 약속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을 특검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회의서 “곽상도 아들의 50억 황제 퇴직금 무죄 판결로 촉발된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온갖 의혹의 해결을 위해 국회 차원의 특검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빼앗아 이득을 챙기는 주가조작에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제대로 된 소환수사로 이번 사건에 대해 명백한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검찰 수사 먼저’를 강조하면서 ‘김건희 특검’에는 일단 선을 그은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맞불 형식으로 김 여사 수사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대장동과 김 여사 의혹을 ‘쌍특검’으로 추진하면 ‘이재명 방탄론’과 맞물려 정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게 정의당의 판단이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서 “국민적 의혹이 밝혀져야 하는데 정쟁으로 사라져버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정의당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도입을 위해선 정의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국회법이 규정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사위를 우회해 본회의로 특검법을 올리려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뜻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169석, 민주당 계열 무소속 5석에 정의당 6석을 보태면 꼭 180석이 된다. 야권이 ‘대장동 특검’에 힘을 합치는 모습이지만, 수사 범위를 놓고는 조율이 필요하다. ‘50억 클럽’ 의혹에 집중하자는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당론으로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에서 ▲이 대표가 연루된 대장동 개발 과정 전반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맡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봐주기’ 수사 의혹 ▲윤 대통령 아버지 자택 매입 의혹 등을 두루 망라했다. 곽 판결과 상관관계? 정의당 측은 “50억 클럽을 수사하다 보면 여타 의혹들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 발의 과정서 수사 범위를 놓고 지나치게 정쟁화하는 것은 배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50억 클럽 특검’ 도입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박영수 전 특검을 언급하면서 우리 당의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지도부와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50억 클럽만 놓고 본다면 크게 거부할 의원들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복수전이 시작됐다. 윤핵관과 이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친윤 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친윤 세력은 여러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적절히 방어해내고 있다. 이런 탓에 전당대회가 이전투구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집안 싸움은 전대 이전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 컷오프 이후 친윤(친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립각이 다시 한번 심화하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대리전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서 친이준석계(이하 친이계) 인물들은 모두 생존에 성공했다. 출마 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를 통과했고, 일반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까지 무난하게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기인 경기도의원 역시 이 전 대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피 튀는 집안 싸움 친이계 후보들은 허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원외 인물들이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평가받는 순천 당협위원장이고, 허 의원 역시 비례대표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경기 광명시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점령 중인 곳이다. 반면 친윤이라고 자임하던 현역 의원들은 줄줄이 컷오프서 탈락하면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이들의 목표는 최고위원 5자리 중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시작도 전에 불발됐다. 대부분 현역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도 타격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모신다는 이용, 국민의힘 내 몇 없는 수도권 의원 중 한 명인 박성중, 대구 경북 텃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만희 의원까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현재 복수의 당 대표 후보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고리로 지도부에 입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조직력이라는 강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 이하로 나왔다. 친윤 그룹의 초기 전략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후보들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실제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배현진 등의 원내 인사들은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인지도는 낮지만 비교적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인물을 등판시켰다. 자연스레 당 대표 후보와 함께 표가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으나 이 같은 전략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살아남은 친윤계 후보들 역시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최근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 사건 발언으로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앞서 태 의원은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제주 지역에서는 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부 살아남은 이준석계 역공 시작 친윤 그룹 분산 막고 선택과 집중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이 번지자 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이 피해자와 희생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 윤 대통령과 상관없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자칫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태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한 몇 안 되는 친윤 현역 의원으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할 경우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친윤 현역 의원들에 대한 비윤(비 윤석열)계의 반발심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친윤과 이준석계의 리턴매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하다. 컷오프만 놓고 봤을 때는 이 전 대표가 한발 앞서 나갔다. 책임당원 1명이 가지게 되는 투표권은 총 4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당 대표, 일반 최고위원 2명, 청년 최고위원까지 골고루 내보냈던 전략이 고스란히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등판 타이밍도 절묘했다. 전당대회 직전 SNS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고, 근래 들어 하루에도 몇 개씩 현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친이계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은 친이계 후보들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들 4인 역시 연대해 친윤과 비윤의 대립구도를 더욱 굳히는 중이다. 친이계 인사들의 컷오프 통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1차전에선 친이계의 승리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당에서 쫓겨난 뒤, 꾸준히 당원을 모아온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친윤계는 빨간불이 켜졌다. 여러 주자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표가 분산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는 상당한 변수로 떠올랐는데, 최고위원에 친이계 인사인 허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이 당선됐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결국 김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다시 한번 세력화에 나선 모양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가 불발된 뒤 나김 연대(나경원-김기현 연대)를 통해 결집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큰 효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면에서 김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적 김기현 결국 김 후보 입장에선 안전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표밭은 보수 텃밭 지역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으로 이를 위해 조경태 의원과 손을 잡았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구을 지역 의원으로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끝내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고배를 마셨던 조 의원과의 김조 연대(김기현-조경태 연대)를 통해 부산 표심 다지기에 나섰지만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텃밭 지역서 지지율을 조금 더 끌어낼 수는 있지만 조 의원이 당내서 친윤, 비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계파색이 비교적 옅어 오히려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자신이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후보임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후 두 인물은 함께 손을 맞잡고 공식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윤핵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김장 연대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장 의원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김장 연대가 부담됐던 김 후보는 슬그머니 장 의원의 손을 놨고, 스리슬쩍 장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났다. 김 후보는 앞으로도 당내 연대를 통해 조직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는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연포탕을 끓여야 한다며 여러 인물과 연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조직력이 상당히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확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여러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과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해서다. 현재 김 후보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세력은 ‘친윤’이다. 관건은 친윤도 비윤도 아닌 그룹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는 이른바 확장성의 여부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후보와 황교안 후보(전 국무총리)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후보 역시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자신의 건재한 세력을 과시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세력이 적지 않다. 현재 황 후보의 지지율은 7% 정도다. 김-안 양강 구도에 비하면 높은 지지율은 아니지만, 결선투표서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탓에 황 후보 자신의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쏠릴까 우려해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김 후보를 향해 “누군가에게 기대는 정치”라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마케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표 뺏기 당장은 황 후보의 지지를 이끌기에 무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김 후보가 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통 당원의 지지를 다져야 한다. 이 전 대표 역시 “김 후보가 (황 전 총리와의)단일화만 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 후보 역시 자신의 입지가 현재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성적표를 우선 받아든 다음, 결선투표까지 가야 김 후보가 황 후보에게 지지를 받아내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다만 김 후보 입장에서 바라볼 때 결선투표까지 가는 게 불안할 수 있다. 마지막 무대서조차 1~2위 간격차가 크지 않으면 승리했어도 상처뿐인 승리다. 이 때문에 친윤계 내부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조수진 후보는 본격적으로 이 전 대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 후보는 국민의힘을 흔든 주범으로 이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앞서 조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여러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전 대표 시절 조 후보는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한 인물이다. 이를 고리로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사퇴 때문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당장은 자칭 타칭으로 거론되는 친윤계 후보가 5명이 있어 안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후보가 5명인 만큼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표가 분산될 경우, 친윤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지역별 표를 분산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 후보가 너무 많아 교통정리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으나 변수를 우려해 친이계처럼 후보를 줄이기보다는 표를 몰아줄 인원을 고심 중이라는 것. 당장은 친이계가 유리한 형국이다. 친이계는 친윤과 안 후보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위치다. 두 인물을 공격할수록 비윤이 결집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급해지는 쪽은 안 후보다.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황상 친이계에 비윤 표심을 뺏기고 있다. 차기 지도부 입성은 친윤, 비윤 그룹 모두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천 후보는 결선투표까지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결집된 표심으로 황 후보처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입지를 이미 확보해놨다. 비윤 김·안 둘 다 때리며 조직화 당정 일체, 분리 두고 대립 격화 다급해진 친윤 측은 ‘당정일체론’을 꺼내 들었는데 전당대회 전까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 당정일체론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윤계 대부분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제주도 및 부산 합동연설회서 당정관계 설정은 이미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다. 특히 김 후보는 직접적으로 당정일체론이라는 워딩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당과 대통령실은 부부관계라는 말로 사실상 당정일체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면 우리가 왜 여당인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정일체론은 앞서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충돌해 정권에 부담이 돼왔다”며 장 의원이 먼저 띄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당정일체가 필요하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언급 자체가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기류가 감지된다. 과연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하는 게 맞느냐는 시선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과거 “당무 개입은 하지 않는다”며 당과 대통령실은 따로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정일체론이 대두되면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안 후보를 향한 경고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친이계 인물들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이 엿보이자, 사전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친윤계 중 핵심 인물이라고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지금까지 당정 분리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때 대통령 후보와 당권을 가진 당 대표가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되려 해당 발언은 오히려 친이계가 친윤 그룹을 공격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친이계 후보들은 하나같이 공천개입 등의 우려가 있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특히 천 후보는 당 대표 핵심 공약으로 공천 자격 시험 의무화와 대통령 공천개입 금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당무 개입 역풍 맞아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비윤 구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며, 당정이 함께 가기 위해 친윤 후보가 당 지도부에 입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당정일체론은 친윤·비윤을 구분하기 위한 말”이라며 “대통령실이 지속적으로 당의 일에 개입하는 모습처럼 비치면 친윤 후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야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온 세상이 시끄럽다. 정치권은 물론 수사기관, 사법부 전부 발칵 뒤집혔다. 이미 측근으로 분류된 사람들 몇 명은 구속됐고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비효과’의 첫 바람을 일으킨 인물은 조용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이야기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사건과 관련해 ‘50억 클럽’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뇌물 의혹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재점화됐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해당 판결에 대해 직접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돈의 성격 뇌물 쟁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벌금 8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는 무죄, 곽 전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공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남욱 변호사는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첫 판결이 나온 터라 관심이 높았다. 쟁점이 된 부분은 ‘50억원’의 성격이다. 곽 전 의원은 2021년 4월 화천대유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돈을 뇌물로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곽상도 피고인이 아들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있지만 결혼해 독립적 생계를 유지한 곽병채가 화천대유서 받은 이익을 곽상도 피고인이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의 50억원 수수 의혹에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여론이 들썩였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그 정도 상황이 있었는데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느냐. 저도 동의하지 못하겠다”면서 “항소심서 바로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곽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자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곽상도 전 의원 ‘무죄’ 다른 사람도 영향 가나? 곽 전 의원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판결이 소위 ‘50억 클럽’ 멤버로 알려진 인물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기 때문. 50억 클럽 멤버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움을 두고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되는 인물은 곽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대통령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전 <머니투데이> 사장 등 6명으로 홍 전 회장을 제외한 5명이 법조계 인사다. 이 가운데 재판까지 간 건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권순일 전 대법관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이후 화천대유서 고문으로 활동하며 월 1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사건보다 권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의혹을 중하게 본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JTBC는 2020년 3월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 정영학 회계사가 만나 나눈 대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내용의 대화였다. 이 대표는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때였다. 6명 가운데 1명만 수사 김씨는 이날 대화에서 이 대표의 재판 정보를 줄줄 꿰고 있는 듯한 말을 한다.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시장은 선거 지나고 한 6, 7월에 선고 나죠?”라고 묻자 김씨는 “선거 끝나야 돼”라고 답했다. 또 “전원합의체 안 가고 소부서 아직 1차 보고서도 안 갔고 인제 형사조 공동연구관이 이번에 바뀌어서. 어쨌든 바뀌면 기록을 보는데”라고 재판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김씨가 언급한 재판 관련 내용은 법원 내부서도 알기 힘든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재판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과정은 모두 비공개다. 그럼에도 김씨는 보고서의 보고 여부, 대법원 연구관 교체 등에 대해 말한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씨가 이 같은 말을 하기 전 권 전 대법관을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서 대법관 7대5로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취지’의 선고가 나왔을 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대선서 윤석열 대통령에 지긴 했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이 대표가 ‘링’에는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셈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대법원 출입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16일부터 지난해 8월21일까지 8차례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대법원 판결 전후다. 고비마다 방문했다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20년 6월15일 이 대표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갔다. 같은 해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 다음 날도 김씨는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마지막 방문 시점은 2020년 8월21일. 이후 같은 해 9월8일 권 전 대법관은 퇴임했다. 권 전 대법관은 두 달 뒤인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았다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임했다. 고문료를 받으면서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었다. 문제를 제기한 전 의원은 “김씨의 방문일자는 이재명 대표(당시 경기도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며 “이 대표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씨 측은 “2019년 2월께 법조팀장에서 부국장 겸 법조 선임기자로 발령나면서 10여년간 출입했던 대법원 기자실을 떠나게 됐는데 그 이후에도 10여차례 대법원 청사를 방문한 적은 있다”며 “방문 목적은 대부분 청사 내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 권 전 대법관과 동향이라 가끔 전화하거나 방문해 만난 적은 있어도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화천대유 고문으로 1500만원 이재명 재판 때 김만배 방문 권 전 대법관은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됐고 2017년 제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선관위원장 취임에 대해서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대법관 임기 종료 후에도 선관위원장직을 유지하려 해 논란을 빚었다. 이를 두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다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일자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선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 뒤로 화천대유 고문 활동을 하다 대장동 사건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말 그대로 ‘두문불출’ 상태로 보인다. 다만 언론 보도를 통해 김씨의 육성이 나오면서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검찰의 칼끝이 아직 권 전 대법관을 향하고 있지 않지만 수사가 본격화되면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기에 50억 클럽 사건을 두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을 함께 진행하자는 입장을 내세우는 중이다. 곽 전 의원 판결을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이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일단 정의당이 먼저 물꼬를 텄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50억 클럽은 전·현직 정권과 유착된 거대 양당의 정치인이 법조계, 언론계와 얽히고설켜 화천대유의 첫 활동자금을 만들었음에도 수사 선상에 오른 건 아들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진 곽상도 전 의원뿐”이라며 “이제 검찰, 사법부의 무능과 제 식구 감싸기로 진실을 감춘 화천대유 50억 클럽에 대한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가나 장관 반대 한 장관은 특검 도입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곽 전 의원에 대해 새로운 범죄사실을 찾는 것이라면 특검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 사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기 위해 특검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수사 의지나 능력이 없을 경우 도입하는 제도”라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수사팀이 수사 능력과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순일 방지법’ 나올까 변호사 등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권순일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을 두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재발을 막기 위해 ‘권순일 방지법’을 제안했다. 앞서 등록심사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권 전 대법관에 대한 변호사 등록 여부를 심의한 후 등록 거부 안건을 부결하기로 결정했다. 등록심사위는 변호사법 10조에 따라 판사·검사·교수·언론인·변호사 등 외부 인사로 구성된 독립기구다. 변협,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돼 위원회에 회부된 사안을 심사·의결한다. 변협은 “권 전 대법관은 두 차례에 걸친 변호사 등록신청 자진철회 요구에도 소명을 하지 않은 채 끝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협회는 부득이하게 등록심사위에 안건을 회부했다”며 “등록심사위의 심사 규정이 제한적이고 법원도 협소한 해석 기준을 적용해 판단하고 있어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협은 변호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사에 대해서는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가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 여러대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의 대포폰으로 파악된 이 핸드폰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물적증거가 부족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박씨는 ‘김성태 그림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김 전 회장이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도록 1년 가까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박씨가 관리해온 대포폰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직접 통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핸드폰 6대 내역 분석 중 이 대표의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서 검거된 박씨를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압송해 조사했다. 그는 현지 체포 당시 무려 핸드폰 6대를 소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중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차명 대포폰이 있다고 보고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통화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핸드폰을 소지한 채 검거돼 귀국한 박씨의 행보에 김 전 회장의 사전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일부러 잡혀 진술을 뒤집은 김 전 회장처럼 박씨도 송환 직전 검찰 수사 대응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박씨는 김 전 회장 등 해외로 도피하는 쌍방울 임원들의 항공권 예매 등을 지시하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때 함께 출국했다. 이후 박씨는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함께 태국서 머물며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 대신 북한에 자금을 보낸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과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대포폰에서 이들 간 통화기록을 확보한다면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앞서 김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통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폰 중에서 김 전 회장이 쓰던 게 있다는 주장도 박씨의 수사 협조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또한 김 전 회장의 의중에 따라 같은 맥락의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씨는 최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것을 봤느냐’ ‘체포 당시 돈과 휴대전화는 누구 것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 차명폰 포렌식…녹취록 증거 인정 가능성 10년 넘은 인연 비선 실세 캄보디아서 붙잡혀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쌍방울 ‘금고지기’로 불린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도 이르면 조만간 국내로 압송된다.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체포된 김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서 재판을 진행해왔는데, 벌금형을 받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강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는 만큼 쌍방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SPC) 두 곳에서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쌍방울그룹 내 자금흐름과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김 전 회장 공소장에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구속영장에 적시된 4500억원보다 훨씬 적은 635억원만 적시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회장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는 게 충분치 않았던 탓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나는 큰 틀의 지시만 했을 뿐 자금흐름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김씨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대북 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 조사를 통해 ▲대북 송금에 사용된 800만달러(약 98억원) 조성 경위와 흐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붙잡힌 그림자 박씨는 2010년 김 전 회장이 SPC인 레드티그리스를 통해 쌍방울을 인수하기 직전부터 비서 역할을 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레드티그리스는 도쿄에셋, 티그리스, 태평양통상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서울 강남 일대서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 등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대주며 레드티그리스가 꿔준 돈만 302억원, 부당이득은 수십억원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같은 해 1월 대한전선의 쌍방울 1대 주주지분 40.86%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김 전 회장 아내 등 4명 이름으로 2대 주주(클레리언파트너스) 지분 28.27%도 90억원에 매수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인수자금을 댔을 것으로 봤다. 박씨가 대표였으나 사실상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그림자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박씨에게 레드티그리스 지분 40%를 맡기고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를 전량 사들인 곳이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20년 2월부터 사들인 CB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한 이후 매각해 10억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착한이인베스트는 대표이사에게 약 70억원의 단기대여금을 지급했는데 검찰은 여전히 이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영수 전 특검 인척에게 전달된 109억원 중 일부 자금의 종착지로도 의심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서 핵심 자금 배후로 보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의 자금 흐름을 쫓아가면 김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배상윤 회장의 KH그룹이 나온다. 그룹계열사인 KH E&T와 장원테크가 이 회사에 빌려준 돈이 50억원 가까이 된다. 잡범서 거물로 착한이인베스트의 쌍방울 CB 인수 대금을 KH그룹이 샀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만큼, 귀국한 박씨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른바 ‘수사기밀 유출’ 사태의 중심에도 착한이인베스트가 있다. 지난해 수원지검서 쌍방울 측으로 넘어간 수사기밀자료 중 착한이인베스트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이 포함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 핵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쌍방울·경기도·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틀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림자 경영을 해온 김 전 회장은 2015년 3월 비등기 임원 회장으로 쌍방울 공시자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쌍방울 지분은 신주인수권 형태로 75만주(0.85%)다. 쌍방울 회장이 되기 전, 김 전 회장에게는 조직폭력배 출신과 강남 사채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씨가 대표였던 레드티그리스의 실체는 미등록 사체업, 불법 대부업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사명을 바꾸기 전인 2007년부터 5년간 30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감행했다. 돈을 빌려 간 이들은 배 회장을 포함해 범LG가 3세, 중견기업 일가, 유망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2년 뒤인 2012년까지 여전히 불법 대출을 해왔고 인수 직전에는 주가조작까지 벌였다. 직원, 가족 및 친인척 명의 계좌를 이용해 가장매매, 고가매수, 물량 소진 매수 등 고전적 시세 조정 방식으로 쌍방울 주식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것이다. 김 매제와 쌍두마차…대부업으로 신뢰 키워 비자금 핵심 착한이인베스트 자금흐름 추적 유가증권 시장 진입 1년 뒤인 2011년 8월엔 코스닥 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범 사이서 선수로 통하는 A씨에게 유비컴 인수자금을 지원했고, 담보로 유비컴 주식을 챙겼다. 저가로 받은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면서 차익을 챙겼고 기업 경영 목적보다는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려는 금융범죄였다.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서 “레드티그리스 실소유주” “전주서 조폭 활동을 하다 상경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 전 회장이 조폭 출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경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관리 대상 조폭 명단’을 확인한다. 관리 대상 명단에 포함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말 그대로 조폭 혐의로 기소됐을 경우다. ‘폭력행위처벌법 4조 단체구성죄’로 기소된 전력을 말한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폭력행위 처벌법 단체구성죄로 재판에 넘겨진 바 없다. 기소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조폭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인물이라면 등록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3년까지 김 전 회장은 명단에 등록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관계자는 “계보에 지금은 등록이 돼있다. 말 그대로 관리 대상이지 실제로 조직 생활을 했었는지 대해서는 그쪽 세계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자 쌍방울 부회장인 B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을 사무실에서 강제로 내보낸 뒤 조직적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증거를 없앴다. 지난 8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 임직원 12명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이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2021년 10월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 검찰은 한 언론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이 제공한 법인카드를 사용해 수천만원을 유용했다고 보도하자 김 전 회장이 토요일인 2021년 11월13일, B씨와 윤리경영실장 C씨에게 “법인카드 사용 자료가 있는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저장 파일 정리했나? 하지만 재경팀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한 게 변수가 됐다. 한 직원이 나서 “오늘은 그만 퇴근하라”고 말했지만, 그는 일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급해진 B씨는 임직원들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고 외치며 내쫓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등은 그 후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이 저장된 모든 PC의 하드디스크를 빼내 파괴하고, 해당 PC들은 전북지역으로 보내 처분했다. 이들은 건물 CCTV 전원까지 끈 채 이틀에 걸쳐 이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hounder@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으며 ‘조국 사태’는 일가의 구속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유죄를 선고받은 조 전 장관 뒤에서 숨죽이며 눈치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벌써 “죽은 조국이 산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무서운 소문까지 돌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친문(친 문재인)계가 문 전 대통령을 내세워 만든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출범한 이후 모든 선거에서 이겨왔다. 출범 직후 치른 2016년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해 원내 1당을 차지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총 180석을 확보해 거대 여당으로 자리 잡았다. ‘장미 대선’으로 불렸던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정권을 되찾아왔다. 이미 정해진 길? 민주당은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승리했다. 16개의 광역단체장 자리 중 14개를 가져왔고, 기초단체장 자리도 151석을 확보했다. 지방의회에서도 민주당 지방의원 대부분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승리를 이뤄냈다.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의회권력까지 모두 휩쓴 민주당은 지난 7년간 한국서 가장 인기있는 정당으로 거듭났었다. 그런 민주당의 전성기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부터다. 문 전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임기 말에도 40%에 육박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민주당의 인기는 이때부터 조용히 빠지고 있었다. 문정부 출범 당시 압도적이었던 민주당 지지율은 점점 국민의힘에 따라잡히기 시작했고, 제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닥칠 무렵엔 수차례나 국민의힘에 역전을 허용했다. 계속해서 국민의힘에게 ‘지는’ 결과를 받아든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우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윤석열정부에 넘겨주게 됐다. 대선 후 얼마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대부분의 광역단체장 자리를 내줬고,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숫자에서도 역시 크게 밀리며 ‘총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주당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정계 관계자들은 민주당의 부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문정부 4년간 서울 집값은 약 15% 올랐고,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전체 집값은 약 17% 올랐다. 그러나 부동산원이 정부 산하 조직인 만큼, 집값 상승률을 너무 보수적으로 조사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민간조사기관인 KB통계에 따르면, 서울 전체 집값 상승률은 약 35%로 집계됐고,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 집거래 중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채로 거래된 곳도 허다했다. 국민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집값 상승률이 문정부가 우려했던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끼리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말은 “권력을 민주당에 몰아줬더니 돌아오는 건 집값 상승 뿐이더라”였고, 국민의힘에선 이 프레임을 선거에 적극 활용했다. 민주당 패착 원인으로 ‘조국 사태’ 거론 조 전 장관, 1심 실형 선고로 다시 각인 부동산정책 실패와 더불어 정계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민주당의 패착은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비리 대응이었다. 대선 당시 만난 국민의힘 청년 지지자는 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도덕적이고 정의롭다’는 항간의 인식을 스스로 내려놨다. 지난 5년간 무능한 정부였던 점은 참아도 저런 내로남불은 참을 수가 없었다”고 국민의힘 지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청년세대들이 민주당에 날선 비판을 가하는 주된 이유는 이른바 ‘조국 사태’ 때문이다. 조국 일가가 저지른 입시 비리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고, 민주당으로부터 마음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문정부의 ‘황태자’라 불렸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임기 초반부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임기 초, 조 전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발탁돼 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그는 20만개 이상의 동의를 받은 글에 민정비서관이 직접 대답하는 이른바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에 매번 등장하며 본인의 이름을 국민에게 알렸다. 당시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이 ‘문정부의 간판’으로 조 전 장관을 키우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검찰개혁’을 국정사업으로 인식하던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을 ‘적임자’라고 지켜세우며 장관직으로 임명할 것이라 공식적으로 밝혔고,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 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문 전 대통령은 별 무리 없이 그가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조국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리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조 전 장관 본인이 연루된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 소송 등이 거론됐고,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건 요청안 공개일로부터 며칠이 지난 시점에 불거진 그의 딸 조민씨의 부정 입학, 부정 장학금 수령 의혹이었다.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조씨는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합부를 졸업한 뒤,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다. 국민의힘은 조씨가 세 학교를 입학하는 과정에서 모두 시험을 치르지 않은 ‘무시험 전형’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한영외고 입학에는 ‘정원 외 귀국자’ 전형으로, 고려대 입학엔 의학 논문 제1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의 방법을 활용한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부산 의전원 입학에선 의학교육 입문검사(MEET)가 없는 면접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것이었다. 한 방에 훅 갔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의혹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며 조씨가 합당한 방법으로 입시를 치렀다고 반박했다. 한영외고 입시에서는 정당한 과정을 치렀고, 고대 입시에서도 의학 논문이 반영되지 않았고, 이는 부산 의전원 입학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해당 의혹을 취재한 언론 매체들은 끊임없이 조씨의 허위 스펙을 파고들었고, 여러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며 조씨 일가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결국 검찰은 해당 의혹들을 취합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월 재판서 대법원은 검찰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는 업무방해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에서 정 교수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면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약 10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도 지난 3일, 1심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는 조 전 장관이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시에서 허위 공문 작성,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등의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정 구속을 피한 조 전 장관은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혐의 중 8~9개 정도가 무죄로 판결났다”며 “이 점에 대해 재판부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법조인’이 ‘자녀 입시 부정 범죄자’로 바뀌는 데 꼬박 4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조국 일가뿐만 아니라 문정부와 민주당은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다. 학교서 청년들에게 공정과 정의를 가르치던 조 전 장관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중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번 재판 결과를 지켜본 여권 관계자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본인의 SNS 등으로 부패한 정치인들을 비판해오던 장본인이 사실은 그들과 다를 게 없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라며 “조 전 장관뿐 아니라 문정부, 민주당 진영 전체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야권 전체가 조 전 장관과 동일시되는 이유는 그와 ‘정의’를 함께 외치던 민주당 진영 전체가 그를 구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속속 제기되자 민주당은 발벗고 ‘조국 지키기’에 뛰어들었다. 검찰개혁을 시행하려 하자 여권서 악의적인 공격을 해댄다는 게 당시 민주당의 논리였다. 흥망성쇠 학습효과 조국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질 때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본 조국 전 장관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아주 크게 마음에 빚을 졌다”며 “이제는(조 전 장관이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이 다 통과됐으니 조 전 장관을 놓아달라”고 그를 옹호했다. 심지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 가족을 ‘안중근’에 빗대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2021년 와의 인터뷰서 “조국을 묻어두자고 하면 뭐하러 정치하고 촛불 광장에 나왔던 것이냐”며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일본 재판관의 재판을 받아 테러리스트가 돼 사형 집행을 당했는데, 그렇게 끝났으니 일본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협조하자는 얘기나 똑같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추 전 장관 외 많은 친문 의원들들도 조 전 장관을 공격할 때마다 그를 옹호하면서 악의적인 정치쇼라고 주장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이때 민주당이 조 전 장관을 버리지 못한 것에 큰 패착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는 ‘민주당의 최대 패착’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바 있다. 조사 대상은 정치·사회학자와 평론가,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20명이었다. 이들 중 과반이 넘는 12명은 민주당의 패배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들었다. 응답자들은 민주당의 실패의 시작이 ‘조국 사태’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 이후에 이어진 민주당의 ‘내로남불’식 논리가 기름을 끼얹었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김만권 경희대 교수는 “이 모든 사태의 시작은 조국 사태였다”며 “가족이 어떻게 계급 재생산, 권력 재생산의 철저한 기반이 되는지 대중에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른 참여자인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이)더한다는 인식을 퍼뜨린 계기”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패착의 원인은 현재 민주당 현역 의원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조국 사태 때 그를 옹호했던 현역 민주당 의원은 와의 인터뷰서 “당시에 높았던 문정부의 지지율에 취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조 전 장관을 옹호한 것을 후회하지 않으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로남불식 민주당 감싸기 이번에도? 현역 의원 “조 트라우마가 이 잡을 것”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여러 동료 의원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민주당이 더 이상 쇄락의 길로 빠지지 않게 국민의 마음을 더 면밀히 지켜보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 대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의원 중 이때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 더러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유죄를 선고하며 여론이 한쪽으로 기운 상황에서 대중은 이제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대표의 상황도 조 전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며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조 전 장관처럼 이 대표는 연일 검찰에 출석하며 언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고 있다. 아직 혐의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그는 민주당 대표로 당선되며 민주당과 동일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조 전 장관과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민주당 인사들이 그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친명(친 이재명)계 몇몇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과 원로들은 조국 사태 때처럼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한 친문계 의원은 에 “조 전 장관 사건 당시 발벗고 나섰던 의원들 중 상당수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직접 질책을 받기도 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잘못된 전략이었다고 이미 결론 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조 전 장관 재판 이후)요즘 당내서 ‘조국이 이재명을 잡고 있다’는 소문도 들어봤다. 오히려 조 전 장관 때의 트라우마가 없었다면 이 대표를 더 적극적으로 도왔을 의원도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일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서고 있는 이 대표를 의원들이 발 벗고 도와주지 못한다는 내부 목소리다. 조국 사태 때처럼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당 차원서 도와준다면 지난해 대선과 지선처럼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친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와 만난 자리서 “개인 비리라고 치부해 (도움을)꺼려하는 분위기인 것을 안다”며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의 경우도 그렇고, 이것은 야권 전체에 대한 검찰의 부당한 탄압이다. 조국 사태 때와는 본질적으로 사안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장관 건은 ‘물리적 증거’가 더러 나온 상황이고 이 대표 건은 다 ‘말’뿐인 상황서 검찰이 무리하게 망신만 주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이 공정함을 내세우려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질적으로 사안 다르다” 조국 학습효과가 내재된 민주당은 현재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구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가 각종 혐의점들로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민심을 크게 잃었던 과거를 되풀이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조 전 장관의 길을 걷게 될지, 또 걷게 된다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며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