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몸통’ 김영홍 검찰 놔두는 이유

“필리핀서 대포폰 쥐고 호의호식”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역대급 펀드 사기로 불린 ‘라임 사태’ 이슈가 다시 등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재조사를 언급하면서부터다. 아직 잡히지 않은 ‘진짜 몸통’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에 관한 검찰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필리핀으로 도주한 그는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폰 여러 대로 측근들과 소통하다 보니 추적도 쉽지 않다. 제보자와 피해자들은 김 회장을 잡지 못하면 라임 사태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건인 라임 펀드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사건 핵심 인물이던 청와대 전 행정관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은 김영홍 회장의 ‘일꾼’에 불과했다. 검찰은 필리핀 당국과 김영홍 회장의 행방을 쫓고 있으나 구체적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측근들과
소통 이어가

라임의 돈은 2018년부터 움직였다. 수조원대 자금으로 리스크가 큰 투자가 시작된 것이다. 먼저 라임은 ‘플루토 FI D-1호’를 통해 메트로폴리탄 계열에 투자했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당시 투자가 이뤄진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은 김영홍 회장의 메트로폴리탄 관계사 14곳과 필리핀 리조트, 파주 프로방스마을 인수,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개발, 맥주 수입 사업, 라임이 투자한 회사들의 전환사채(CB)를 다시 매입하는 데도 쓰였다. 투자금 중 80%에 해당하는 2300억원이 회수 불가 상태가 됐다.

부실이 확정되자 이 펀드는 5500억원이라는 라임 펀드 중 가장 큰 손실을 냈다. 그러나 피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영홍 회장은 라임 투자금 수천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6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 회장의 정체가 뭐였길래 수많은 사람이 믿고 투자를 진행했을까?

김영홍 회장은 경남종합건설 사주이자 과거 <동남일보> 회장, 마산 지역 성안백화점 실질 사주, 경남종합금융 대주주였던 김인태 회장의 장남이다. 김인태 회장은 문민정부의 정치 자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1999년 2월 국회 IMF 환란특위 청문회서 자민련 김칠환 의원은 “경남종금 대주주인 김 회장이 1992년 대선 자금 수백억원을 지원했다”고 했다. 5년간 도피생활을 하던 김인태 회장은 2년형을 살고 2004년 출소했다. 수배 중이던 당시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장남의 명의로 고급 한식당을 매입한 전력도 있다.

김인태 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김영홍 회장의 동생인 김모씨는 최근까지 국회의원의 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처럼 김영홍 회장은 금융권과는 동떨어진 건설업계 출신이었다. 배우 신은경의 전 남편인 김모 전 테트라 사장과의 연으로 2017년 말에 테트라 건설의 시행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사무실을 서울 역삼동의 라움아트센터 바로 옆에 두고, 라움 부회장을 겸했다.

김영홍 회장은 2018년 김 사장의 소개로 라임 이 전 부사장을 만났다. 같은 해 메트로폴리탄을 설립하고 사무실은 라임자산운용이 있는 IFC 건물에 냈다.

해외 곳곳으로 이동한 자금…리조트 인수에 활용
한국 지우고 중국 국적 획득? “추적 더 어려워”


메트로폴리탄은 3000억원 운용을 위해 앞서 말한 관계사 14개를 만들었다. 이 전 부사장은 이 시기에 대신증권 1년 후배인 채모씨를 김 회장에게 소개했다. 이후 채씨는 메트로폴리탄 관계사 중 8개사의 대표이사 명함을 팠다. 김영홍 회장은 증권업계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이 전 부사장을 통해 인맥을 넓혀갔다.

이후 김영홍 회장은 메트로폴리탄의 관계사에 모두 지인을 앉혔다. 이 전 부사장과 김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김영홍 회장도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그는 메트로폴리탄이 운영했던 금액 3000억원 중 300억원으로 필리핀 세부 막탄 섬에 위치한 이슬라리조트를 인수했다.

현재 이슬라리조트와 카지노 업장은 휴업 중이지만 ‘아바타 온라인 카지노’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기준, 이 리조트의 온라인 카지노 매출은 2400억원이다.

검찰은 온라인 카지노 매출 중 일부가 김영홍 회장의 생활비로 쓰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세부서 마닐라, 클락 등 여러 지역서 봤다는 소문만 무성하다”며 “지난해까지 본인이 인수한 이슬라리조트에 머물렀던 건 확실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6월 말부터 이 카지노와 계약한 국내 코인업체에 관한 수사에 들어갔다. 코인업체는 발행한 코인을 카지노서 운영하는 온라인 도박사이트서 칩으로 쓸 수 있도록 환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은 이 코인업체가 “라임 사태 주범인 김영홍과 공모해 이슬라 리조트의 온라인 카지노를 통해 한국서 코인을 발행하고 투자금을 편취했다”며 “CCC 코인이 불법 자금을 세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행됐을 수 있다”고 했다. 코인을 통해 칩을 구매할 경우 도박 자금 거래 추적이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김영홍 회장의 불법 아바타 카지노 운영 사실은 측근 A씨가 수사기관에 붙잡히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영홍 회장과 함께 이 카지노를 운영했던 A씨는 지난해 도박공간개설죄로 서울남부지법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건설업 출신
금융 발 들여

검찰 수사 결과 2018년부터 2022년 초까지 카지노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수익은 775억원에 달한다. 김영홍 회장 역시 도박 공간을 개설한 혐의를 받았지만 현재 해외 도피 중인 상태라 기소 중지 처분을 받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계약서에 따르면 해당 코인업체는 2021년 7월 설립 직후 이슬라카지노와 계약을 맺었다. 업체가 발행한 코인 10억개를 이슬라카지노가 운영하는 온라인 도박사이트서 칩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CCC 코인 백서에 따르면 회사 재무담당자(CFO)는 2015년 이슬라카지노 개발을 담당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고 회사의 고문 역시 카지노를 운영하는 법인의 대표로 등록됐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라임 사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영홍 회장은 현재도 그의 측근들과 대포폰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이슬라 리조트 인수 과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의 전화가 오는 번호가 다 다르다. 검찰과 인터폴도 그래서 추적이 불가하다”며 “하루에 여러 대의 핸드폰을 쓰고 버리고 새로 사기를 반복하니 연락을 취할 방법은 무한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홍 회장의 최측근인 한 관계자도 “번호가 다 달랐다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말에 텔레그램으로 연락이 온 게 전부”라며 “그 이후로는 ‘잘 지내냐’는 연락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홍 회장을 출국 전 잡을 수 없었던 이유로는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된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라임 사태 수사 이전인 금융당국 조사에서부터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 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시기는 2019년 10월이다. 회계법인에 부실 관련 실사를 의뢰한 라임은 4개월 후 구체적인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계획 범죄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국회를 통해 공개된 보고서는 요약본이다. 원본 소유권은 라임에게 있어 공식적으로 공개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라임 실사 보고서 원본을 수사 과정서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에 따르면 라임의 자(子)펀드 173개 중 실사가 진행된 펀드는 157개뿐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자금 흐름 감지와 라임 사태를 촉발한 ‘IIG펀드 거래 손실’ 배경은 누락됐다. 이 밖에도 라임의 아바타운용사인 라움자산운용과 자금 운반 조직도에 속해 있는 쌍방울, 필룩스 등 코스닥 기업 등에 관한 실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라임 사태에 밝은 한 회계사는 “구조부터 불법적이다. 환매 불가능 구조로 설정돼있는데 펀드 판매가 가능해질 수 있게 방치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펀드가 아닌 특정 단체나 인물에게 자금이 이동하게 되는 기이한 펀드”라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지난 8월24일 라임이 투자한 5개 회사에서 2000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 이 중 약 300억원은 김영홍 회장이 유용했다고 밝혔다. 유용자금 중 276억원은 2018년 12월 필리핀 이슬라리조트를 차명으로 매입하는 데 썼고, 25억원은 각각 장모씨와 전모씨에게 건네진 정황이 있다고 했다.

장씨는 민노총 출신으로, 이재명의 외곽 조직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고 전씨는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을 지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2000억원의 횡령 정황을 발견하고 검찰에 통보했다”며 “해당 자금이 어떻게 악용됐는지는 수사당국이 확인해야 할 수사의 영역”이라고 했다.

검찰은 금감원 발표 이전인 3년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2020년 1월부터 고소가 접수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슬라리조트와 채권 추심을 벌이던 고소인은 당시 김영홍 회장을 특경법상 횡령·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도박개장죄, 범죄수익은닉죄 등으로, 장씨와 전씨는 강제집행면탈죄로 수차례 고소했다.

행방 묘연? ‘아바타 카지노’ 수천억 생활비 마련
수사 4년 “현금화하고도 남을 시간…진상규명 끝”

고소인은 “라임 돈 300억원이 김영홍 개인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자금이 민노총 장씨,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 전씨 등에게 건네진 정황과 이들의 인적사항, 자금흐름도 및 차명계좌 등 증거자료를 모두 제출했지만 전혀 수사가 되지 않았다”면서 “이 정부 들어 이제야 계좌를 들여다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영홍 사건의 경우 2020년 11월 남부지검으로 이관됐는데, 3년간 손을 대지 않아 지난해 5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영홍 회장은 2015년 한국 국적이 말소됐다. 그의 최측근들에 따르면 현재 그의 국적은 중국이다. 그러나 당시 남부지검은 그가 외국인 신분인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캄보디아 해외 은닉 자산은 인지하고 있었다.

금감원서 처음 발표한 횡령 금액에는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사업에 투자된 1억달러(1279억원)도 포함돼있다. 라임은 2018년 10월 상장사 S사와 공동으로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사업을 진행했는데, S사 임원 등이 투자금을 조세피난처 소재 법인 등에 이체해 횡령한 정황이 확인됐다.

라임은 이때 자신의 아바타운용사이자, 김영홍 회장이 대주주인 라움자산운용에 주문자위탁생산(OEM) 펀드 설정을 맡겼다.

검찰은 이 자료도 3년 전부터 확보하고 있었다. 2020년 10월 해당 사업의 이해관계자가 라임이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홍콩 소재 특별목적회사(SPV)인 위 탈렌트(We Talent)에 1억달러를 송금한 기록 등 횡령 내역을 제보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20쪽에 달하는 ‘해외 은닉자산 제보서’에 김영홍 회장, S사 대표이사 등 피제보인 11명의 인적사항과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S사 공시자료 및 위 탈렌트 홍콩 주주명부 등 20개 증거자료도 함께 첨부하며 “위 탈렌트로부터 제3국으로 빠져나간 돈의 흐름을 쫓아가며 조사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적었다.

김영홍 회장의 측근들과 제보자들은 금감원의 발표가 “뒷북”이라고 강조한다.

한 제보자는 “이미 검찰이 다 입수한 자료고 직접적이지도 않은 ‘이재명 라인’을 부각해 총선 직전 이목을 끌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고소인도 “굳이 저렇게 발표해야 하나 싶다. 금감원 발표로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에 명분이 만들어졌지만 또 정치권에 대한 수사만 할 것 같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봐주기?
의지 제로

라임 수사팀 멤버였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재인정부 당시 라임 사태를 검찰이 덮어줬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넘겨받은 모든 자료를 수사했다”며 “‘김봉현 편지’와 정치권 등 여러 의혹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문제를 놓쳤을 수는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과 관련된 모든 계좌가 파나마, 동남아 지역서 끊긴다. 4년이면 이미 돈이 현금화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며 “현재의 합수단이 모든 자금흐름을 추적할 수 있다? 말도 안 된다. 솔직히 말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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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