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북풍 조작설' 논란 추적

북한도 "남측 자작극"이라 하는데…

[일요시사=정치팀] 6·4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북풍 논란'이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북한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을 향해 해상사격훈련을 한데 이어 정찰용으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된 것이 기름을 부었다. 특히 보수언론들은 무인기에 주목해 '북 핵폭탄 무인기 몰려온다' '북한에 정찰사진 이미 보내졌다' 등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남측 자작극'이라는 해명과 당국의 오락가락 해명에 '북풍 조작설'도 동시에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경기 파주, 서해 백령도, 강원 삼척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3대가 추락한 채 발견됐다. 가장 먼저 지난달 24일 발견된 파주 무인기에는 청와대를 비롯한 서울과 경기북부의 주요시설물이 찍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당시 무인기를 조사했던 군 당국과 정보기관 등으로 구성된 지역합동심문조사단(이하 지역합조단)은 북한제 무인기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무인기 수사' 기류변화

그런데 지난달 28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측의 요구에 따라 지역합조단에서 국정원 주관의 중앙합동심문조사단(이하 중앙합조단)으로 수사권이 넘어간 이후 미묘한 기류변화가 나타났다. 국방부와 군은 제대로 보고를 받지도 못했고, 31일 백령도에서 추락한 무인기가 추가 발견된 이후에는 북한의 소행으로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군을 책임지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일 파주 무인기 발견 9일 만에야 1차 조사결과를 파악할 정도로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6일 삼척에서는 시민 A씨의 신고로 세 번째 추락 무인기가 세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0월 무인기를 발견했지만 단순한 장난감으로 생각해 그간 신고를 하지 않다가 파주, 백령도에서 북한제 추정 무인기가 발견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신고했다.

이 무인기들은 공통적으로 하늘색 바탕에 구름무늬가 있으며, 정찰목적의 카메라가 장착됐다. 또 주민의 신고로 안보당국이 수거해갔다.


안보당국이 파악한 북한제 무인기라는 근거는 ▲무인기에서 발견된 지문 6개가 내국인 것이 아니라는 점 ▲ 배터리에 쓰인 '기용날자' '사용중지 날자' 등에서 '날짜'의 북한식 표기법인 '날자'가 들어 있었다는 점 ▲ 군에서만 사용하는 낙하산이 장착됐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부분은 지역합조단 조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지역합조단은 최초 수사에서 대공용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앙합조단으로 수사가 넘어간 이후 북한제 무인기로 기류가 급변했고, 보수언론에서는 '북 핵폭탄 무인기 몰려온다' '북한에 정찰사진 보내졌다' 등 확인되지 않은 근거 없는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무인기가 3대 추락했는데 추락비율을 5%로 잡아도 총 60대"라며 "파주 무인기가 8회 사용됐으니 적어도 총 480회 우리 영공을 정찰한 것"이라고 북한제 무인기 위협을 키웠다.

나아가 한 보수매체는  "정보 당국은 무인기에 GPS 교란장치를 탑재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군 무기 대부분에 GPS 기술이 적용되기 때문에 GPS 교란장치를 북한이 무인기를 이용해 터뜨릴 경우 100km 이상 범위의 전파를 교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른바 '북풍 몰이'가 사실상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일 국방과학원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이 무인기 소동을 벌이면서 주의를 딴 데로 돌아가게 해보려고 가소롭게 책동하고 있다"며 "남한의 상투적인 모략 소동"이라고 무인기 정찰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또 지난 14일에는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이 무인기 사건을 북한과 연관시키는 것은 대북 모략선전과 비방중상의 대표적 사례"라며 "(남측이) 결정적 근거는 찾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기어코 우리와 관련시켜 제2의 천안호 사건을 날조해낼 흉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무인기, 국정원 수사 주도 후 기류급변
북한식 표기, 낙하산, 지문 등 북한제 근거
당국, 지난해 이미 무인기 20여대 수거?

민간 전문가들도 무인기의 낮은 수준과 촬영된 사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구글에서 확인이 가능한 구글어스(구글이 제공하는 위성 영상지도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 정찰용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에서 이륙했다면 북한지역의 사진도 담겨있어야 하지만 아직 중앙합조단은 북한지역 사진을 찾지 못했다. 때문에 중앙합조단은 무인기의 GPS코드에 입력된 복귀 좌표를 해독해 무인기가 북한으로 귀환토록 사전 설정된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좌표를 추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일각에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고, 북측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된 북풍몰이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최대 위기에 직면한 국정원을 구하기 위한 자작극, 혹은 지방선거를 노린 북풍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미 20여대의 추락한 무인기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상급기관이 관련사실을 묵살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안보당국은 최근 추락한 무인기와 관련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숨기고 있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특정한 시점에 북풍 공작을 벌인 것이라는 논리가 성립돼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하지만 군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미국 최대 뉴스 채널인 CNN도 국방부와 보수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북한 정찰용 무인기 주장에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CNN은 지난 9일 '북한의 것으로 의심되는 무인비행기, 한국에 위협이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이 비행물체가 북한의 정찰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표식으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무인비행기들은 실제 위협은 거의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이런 비행체는 장난감 가게에서 살 수 있는 원격조정 비행기와 매우 유사하게 만들어졌으며 그저 '군대 버전'의 장난감 원격조정 비행기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조작설 대두

이에 대해 야권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과오를 덮고, 오는 지방선거에서도 활용하기 위해 앞으로 더 큰 북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북풍이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거센 북풍이 불었고, 여권도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했지만 전체 16개 시·도 광역단체 가운데 6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조작설과 함께 다시 불기 시작한 북풍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제 추정 무인기 '대학 수준'
한국 무인기는 '세계 일류'

최근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3대 발견된 가운데, 이 무인기의 기술 수준이 수년 전 국내 대학에서 제작한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김재무 박사는 지난 9일 미래창조과학부 기자단 아카데미에서 "최근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기는 몇 년 전 우리나라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한 독도 왕복 무인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충남대 전기공학과 무인항공기팀이 경북 울진에서 무인기를 띄워 독도까지 450여㎞를 왕복 운항하며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임무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당시 독도를 다녀온 무인기는 날개길이 2.9m, 중량 11kg에 48cc의 엔진, 항법 센서, 카메라 등을 갖췄었는데, 최근 발견돼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와 무게 등이 비슷하다.

김 박사는 "국내 무인항공기 기술은 '세계 일류'로 분류될 만큼 앞서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리서치업체인 프로스트&설리번이 2009년 '무인기시장 트렌드와 전망'에서 한국을 무인기 기술보유국 1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한편, 항우연은 2002년부터 스마트무인기 개발에 들어가 세계에서 2번째로 틸트로터 기술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틸트로터 무인기를 실용화했다. 또 스마트무인기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직이착륙 무인기 비행을 시연하기도 했다. <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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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