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게이트 문고리부터 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승객 한 사람이 ‘대통령실’이라는 정거장에서 내렸을 뿐이다. 일부 승객은 ‘교도소’라는 정거장에서 하차했다. 버스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계속 돌고 돈다. 버스가 존재하고 운전자가 있는 한 끊임없이 달린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 제기였다. 게이트로 번진 대장동 사건은 현재까지 이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있는 사법 리스크의 시발점이 됐다.

4년 만에
첫 판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민간업자 관련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1년 말 이들이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나온 판결로, 그사이 재판만 190여차례 열렸다. 수사, 공판 자료가 25만쪽에 달하고 1심 판결문도 700쪽이 넘는 초대형 재판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선고공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 이들을 그 자리에서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8년,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이 선고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받았다.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8억2200만원이 선고됐다.


정 변호사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했다.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정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12월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와 실무자가 민간업자와 결탁한 부패 범죄로 규정했다. 공직자로서의 임무 위배와 막대한 경제적 이익 취득 등을 중대하게 본 것이다.

유동규와 민간업자들 중형+구속
판결문에 이 대통령 390회 언급

재판부는 “유동규는 민간업자들을 사업 책임자로 내정했으며 주요 내용마저 민간업자들이 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가 ‘정영학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은 ‘배임 약정 및 이익 분배’라는 대화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했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그 약정의 실행 주체와 과정, 그리고 수뇌부의 관여’라는 공범 관계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동규는 해당 진술로 인해 유죄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진술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4년여 만에 나오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이 들썩였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판은 중지됐지만, 이 대통령 역시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다. 이들에 대한 판결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1심 재판부가 2시간30여분 동안 읽어 내려간 판결문에는 이 대통령의 이름이 400회 가까이 등장한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사건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고, 정진상(전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 법정에 출석했으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을 위해 민간업자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었다고 봤다. 이어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민간업자들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언급했다.

개입 여부
판단 보류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방법으로 성남시의 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재명의 재선을 도왔다”며 “이는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 김만배가 남욱, 정영학을 돕는 사실,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를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하는 대가로 사업 수익을 일부 받기로 민간업자들과 약속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로는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의 진술대로 나중에 이 대통령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도 사실상 이 대통령이 이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428억원 약정 약속’을 한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 돈이 이 대통령의 정지차금으로 흘러가기로 정해졌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이 내용을 알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실장의 공모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판부는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은 이재명의 최측근으로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남욱 등 민간사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재명의 측근으로 성남시의 유력 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해석
정치권 들썩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은 여당인 민주당을 자극했다. 대선 전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반응과 비슷했다. 당시 민주당은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면서 대법관 수 증원 등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른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을 들고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중지법을 의결한 뒤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직전에 연기한 바 있다. 방탄 입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법부가 ‘이론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당내에서 재판중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동시에 대장동 판결이 나오면서 입법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당 차원으로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의 속도전은 대통령실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3일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한 자리에서였다. APEC 정상회의 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야 할 시기에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요청의 대상은 민주당 지도부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중지법 처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여론의 역풍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통령실에서 나온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재판중지법 대통령실 제동
국민의힘, 임기 내내 공격 카드로

법안 처리 예고→대통령실 발언→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2~3일에 불과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민주당 정청래 대표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도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번뿐만 아니라 당 대표가 된 뒤로 사사건건 이 대통령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부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호흡이 역대 최고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인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에 대해 “이유도 명분도 없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결자해지하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될 여러 사안이 임기 내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모두 정지됐지만 주변 인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장동 사건처럼 이 대통령을 제외한 인사들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법조계는 해석하느라, 정치권은 정쟁을 벌이느라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먹히든 안 먹히든 ‘5년 동안 공격이 가능한 카드’를 쥔 상황이고 민주당은 일정 정도의 공격력은 방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대통령이 법정에만 서지 않을 뿐 남은 임기 내내 ‘이재명 없는 이재명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내렸을 뿐
멈추진 않아

대통령 당선 전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대장동 사건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 등 총 5개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판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판결이 이 대통령을 수동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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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