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대장동 특검 관전 포인트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제2의 BBK 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쟁은 끝났지만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여야 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대선이 역대 최소 득표 차로 마무리된 점이 전투 국면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특히 ‘대장동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간 대결이 빅 이벤트로 떠올랐다. 

선거기간 동안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웠다 할지라도 결과가 나온 이후엔 잠잠해지게 마련이다. 모래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모래만 남듯, 선거가 끝나면 승자와 패자라는 결과만 남는 경우가 많았다. 난무했던 고소·고발도 대부분 취하되곤 했다.

선거 후폭풍
여진 남았다

여러 모로 역대급 기록을 남긴 3‧9대선은 선거 이후 모습마저 다른 양상을 띠는 듯하다. 선거기간 내내 이슈로 작용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이하 대장동 사건)이 승패가 가려진 이후에도 힘겨루기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은 성남시가 대장동 인근을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때 등장한 업체가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등이다. 각각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자회사다.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210번지 일원에 5903세대의 공동주택 등을 신축하기 위한 92만㎡(약 28만평)의 택지를 개발하는 사업과 이에 연계해 구 시가지에 위치한 수정구 신흥동의 구 제1공단 5만6000㎡(약 1만7000평) 부지를 공원화하는 사업이 결합된 1조5000억원 규모의 민관공동 도시개발사업이다.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는 5503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환수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들이 챙긴 수천억원 수준의 개발이익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출자금의 수천배에 달하는 배당이익을 챙겼다.

천문학적인 돈이 민간으로 흘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특혜 의혹이 나왔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시기에 처음 불거진 대장동 사건은 선거기간 내내 최대 이슈였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국민의힘은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짓고 맹공을 퍼부었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을 두고 TV토론회에서 후보 간 입씨름을 벌였다.

진실규명 큰 뜻은 같지만
수사 방식·범위 전부 달라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 녹취록’ 등 선거 마지막 날까지 장외전도 치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을 꾸려 수사에 돌입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남욱 변호사(구속)·정영학 회계사·정민용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5인방은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유한기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했다는 ‘50억 클럽’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해 10월, 50억 클럽에 곽상도 전 의원,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이 포함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곽 전 의원만 기소된 상태다.

50억 클럽은 물론 ‘윗선’에 대한 수사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검찰은 대선기간 내내 화두에 올랐다.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이라 검찰이 눈치 보기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 수사 대신 대장동 사건만을 위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특검 논의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바라는 특검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수사 범위, 수사 주체 등에 있어서 극과 극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특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여야 간 줄다리기는 점차 팽팽해지는 모양새다. 

서로 유리
방향 고집

대장동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을 바라보는 두 당의 시각은 천차만별이다. 양측은 이미 대선 때 ‘이재명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로 대장동 사건에 대한 입장 차를 확인한 바 있다.

그렇다 보니 밝히고자 하는 진실의 방향성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쟁점은 수사 주체와 수사 범위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및 이와 관련한 불법 대출·부실수사·특혜 제공 등의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수사요구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2011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를 봐줬다는 의혹을 특검에서 수사하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23일 김기현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 106명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의 대장동 개발 관련 특혜 제공 및 연루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연관된 특혜제공 등 불법행위 ▲성남시‧성남도시개발공사·특수목적법인 시행사 등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누설 등 불법행위 ▲성남시를 포함한 관계기관의 전 현직 임직원 및 자본투자자 등 사건 관계인의 직권남용·횡령·배임 혐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을 특검법에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특검 형식을 두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기존 상설특검 제도를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상설특검으로 진행하게 되면 특검 후보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명씩 추천한 4명에, 당연직인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협 회장 등 7명이 추천된다.

이 추천위에서 2명을 추천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게 되는 구조다. 

반면 국민의힘은 별도의 일반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특검 후보는 대한변협이 4명을 추천하면 여야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정치권에서는 양당이 유불리를 계산해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특검 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처리”
“꼼수 안 돼”

민주당이 이달 중에 국회에서 특검법을 처리할 경우 특검 후보 지명은 문 대통령이 하게 된다. 특검을 해야 한다면 새 정부 출범 전에 진행하는 게 좀 더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일반 특검 방식이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이 검사 출신이라 검찰총장 출신인 윤 당선인에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또 일반 특검으로 진행될 경우 특검 후보 지명은 윤 당선인이 할 가능성이 높다.

수사 기간도 다르다. 상설특검은 60일 수사에 30일 연장할 수 있고, 국민의힘이 제출한 특검법은 70일간 수사하고 30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양측이 내놓은 특검법은 대장동 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큰 틀에서의 대의만 같을 뿐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처리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양측은 특검법 국회 처리를 두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3월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대장동 특검법을 처리할 뜻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도둑이 도둑 잡는 수사관을 선정하는 꼼수는 더 이상 안 통한다”며 “가짜 특검으로 말장난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말길 바란다”고 팽팽히 맞섰다. 

일각에서는 어떤 특검법이 통과되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진행됐던 ‘BBK 특검’처럼 정치적 셈법에 따라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는 것.

문재인정부 들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당시 BBK 특검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책임진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2008년 면죄부 특검
13년 뒤 180도 반전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과정에서 투자자문회사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BBK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던 이 전 대통령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컸고, 대선 사흘 전 ‘광운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이 전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2000년 10월 광운대 특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이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다. 동영상 공개 다음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주가조작 등 범죄 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이 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수사하는 특검이 출범했다.

당시 정호영 특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 이 전 대통령(당시 당선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45일 만에 도곡동 땅과 다스 차명 소유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을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을 나흘 앞두고 나온 특검 수사 결과 덕분에 홀가분하게 대통령 업무에 돌입했다. 

그로부터 13년 뒤인 2020년 10월 대법원은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고 판결했다. 이 전 대통령은 1992~2007년 다스를 실소유하면서 비자금 약 339억원을 조성하고 삼성에 BBK 투자금 회수 관련 다스 소송비 67억7000여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4월 구속 기소됐는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처리까지
산 넘어 산

결국 대장동 특검이 발의되기 위해선 정치적 고려, 이벤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대선에서 진 상황이라 단독처리를 하기엔 부담스럽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합의 없인 아예 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6월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터라 여야 모두 강하게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자루 쥔 박범계 “대장동 특검 찬성”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사건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수사의 결론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논쟁으로 지속되고, 그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안 돼”

이어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언제까지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각도는 다르지만 대동소이하게 얘기되고 있는 개별특검이나 상설특검도 검토해볼만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아직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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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