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합의금 시달리는 교사 사연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7.28 16:33:38
  • 호수 1438호
  • 댓글 4개

선생님에 거짓말 탐지기 들이댄 이유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이초 사건이 남 일 같지 않아요. 자살 시도하고 이틀 만에 깨어났어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함명규씨의 고백이다. 졸지에 아동학대 교사로 몰린 그는 충격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초등학생 제자의 폭력 행위를 제지한 것이 화근이었다. 신고가 접수된 후부터 그는 이미 피의자였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교내서 숨졌다. 타살 정황이 없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다. 원인을 놓고 학부모의 갑질 등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관련 학부모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교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서이초등학교 사건이 남 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을 겪은 함명규 교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새내기 교사가 아닌 저처럼 늙은 교사가 죽었어야 했다”며 “억울한 교사들이 합심해 교권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무고함을 증명할 기회는 ‘거짓말 탐지기’가 유일했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집단지성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야 할 시기다.

“죽어야 
끝난다”

함 교사는 지난해 경기도 파주시 한 초등학교서 2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해 5월20일 자신의 제자 A군이 4학년 B군을 놀이터서 때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관계를 묻자 A군은 ‘형들이 모함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B군의 담임은 물론, 교감까지 진상 규명에 나섰다. 경찰 입회하에 양측 부모는 CCTV 확인 후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그때까지도 A군을 자식처럼 여겼던 함 교사는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법령에만 맞춰진 학폭위는 교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어린 나이를 감안해 교사의 지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함 교사는 B군 부모에게 학폭위 구성만큼은 참아달라고 애원했다.


자신을 탓하며 거듭 사과했다. 돌이켜보면 가장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B군의 부모는 재발 방지와 사과만을 요청했다. 함 교사의 진심이 통한 건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함 교사는 A군에게 사과 편지를 작성하게 했다. 당사자 간의 손편지를 통해 화해를 유도한 것이다. A군은 3일 동안 사과 편지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참다못한 함 교사는 A군에게 교실 뒤에서 편지를 쓰게 했다. 당시 A군은 스스로 무릎을 꿇은 채 편지를 썼다.

무릎을 왜 꿇냐고 묻자 A군은 “잘못했으니 무릎 꿇어야 한다”고 답했다. 가학적 태도를 미뤄보아 학대가 의심됐지만 넘어갔다. 

마지못해 A군이 쓴 편지에는 “4학년 형(B군)이 놀려서 그랬다. 앞으로 놀리지 말라”는 내용이 담겼다. 5개월 후 A군과 부모의 태도는 돌변했다. 이들은 함 교사가 A군을 훈계하면서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담임 교체를 요구했지만, 목 조른 사실이 없어 이뤄지지 않았다.

급기야 국민신문고에 함 교사가 아동학대 교사라는 글이 올라왔다. 장학사까지 나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아동학대 교사로 의심받으면서 A군을 보호 조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분리조치된 함 교사는 병가를 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경찰 출동
‘누가 거짓말 하나’ 극단적 선택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군 부모는 “아이에게 사과 편지를 쓰게 했고, 수업서 배제했다”며 함 교사를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을 무릎 꿇게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동학대범 피의자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A군이 스스로 무릎 꿇는 모습을 본 동급생 C군은 함 교사가 시킨 것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조사 과정서 경찰은 “5개월 전 사건이고, 초등학생이 한 말은 효력이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A군의 일방적인 주장과 달리 함 교사의 유리한 증언들은 묵인됐다. 지난해 10월 함 교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1차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경기북부경찰청은 “A군을 무릎 꿇린 적 없다”는 주장을 믿지 않았다. 경찰은 함 교사에게 ‘거짓말탐지기’로 판단하자고 했다.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함 교사의 존엄성마저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함 교사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함 교사는 재차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거짓말탐지기는 피검자의 생리적 변화를 기계로 측정·기록한 후, 진술의 진위 여부를 추론하는 심리분석 기법이다. 그만큼 오차범위도 넓다. 거짓말탐지기 결과가 아동보호재판서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고를 증명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몰려왔다. 함 교사는 유서를 작성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틀 만에 깨어난 함 교사는 12월 경기북부청서 2차 조사를 통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파주교육지원청은 함 교사를 두고 경징계 위원회를 열었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동학대 교사로 간주했다. 다행히 그간의 공로와 적극적인 해명으로 경고에 그쳤다. 함 교사의 죄목은 정서학대 및 수업 배제였다. 함 교사는 상담 기록과 녹음,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돈 노리고
고의 신고

하지만, 아동학대 교사를 향한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아동보호재판을 앞둔 함 교사는 당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아동학대 신고 피해 교사를 위한 모임’ 카페를 운영 중이다. 

함 교사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제 실명을 거론해달라. 이 기회를 통해 무고한 교사들의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겨우 살아났지만, 여전히 깊게 잠들지 못한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일부 교사들은 함 교사 사건을 보며 공감했다. 이들은 “무죄를 입증하는 건 증거가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의 한 교사는 아동학대 피의자로 몰려 학부모에게 합의금 1000만원을 줬다. 

문제는 합의금을 주면 혐의를 인정한 꼴이 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다. 변호사를 선임한 교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가해자로 인식돼 재판서 불리하다. 아동학대 신고는 여러 모로 교사에게 불리하다. 이에 따라 합의금을 노리고 무작정 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동학대 교사라는 오명과 싸워 이긴 교사도 있다. 지난해 4월 광주 한 초등학교의 윤수연 교사는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다. 

윤 교사는 학생 간 싸움을 멈추고자, 책상을 고의로 넘어뜨리고 성의 없는 반성문을 찢었다. 경찰은 이를 정서적 학대로 보고 불구속 송치했다. 이에 검찰은 공개심의위원회 판단까지 거쳐 윤 교사를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학부모는 이에 항고장까지 냈다. 광주고검은 “학부모가 낸 추가 증거를 검토해도 지검의 판단이 정당했다”며 ‘항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윤 교사를 상대로 학부모가 낸 3200만원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기각됐다. 1년3개월 만에 아동학대 교사라는 낙인을 지울 수 있었다.

윤 교사는 “오랜 고생을 견디고 싸웠는데 서이초 교사 소식을 들으니 ‘내가 지금까지 한 게 뭐였나’라는 허탈함이 느껴져 힘들었다”고 말했다. 

잠재적
가해자

학부모로부터 민형사상 고소를 당했을 때 주위에선 적당히 합의하라고 윤 교사를 설득했다. 교권 붕괴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는 끝까지 싸웠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교단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사례들로 넘쳤다. 교사가 학부모에 건네는 합의금으로 조용히 덮어졌다.

윤 교사는 뜯어고치기로 했다. 법정 다툼을 택한 윤 교사는 “고소당한 뒤, 아이들을 지도할 때면 계속 자기 검열을 하게 됐다”며 “‘괜히 또 그런 얘기를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억울함은 풀렸지만, 여전히 악성 민원이 무섭다. 학생 생활지도도 자신이 없어 당분간 담임을 맡지 못할 것 같다고도 했다. 윤 교사가 누명을 벗기까지 주변에서 보낸 많은 지지가 있었다. 제자, 학부모, 동료 교사들이 그를 위해 1800건 이상 탄원서 제출과 연명에 나섰다.


6학년 제자들은 재판부와 검사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학부모와의 법정 공방서 교사는 불리한 입장이다. 

윤 교사는 지금도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동료 교사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윤 교사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을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학부모의 민원 녹취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진이 민원을 접수하고 처리하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의 일탈, 폭력 행위까지 제지하는 건 교사에게 무리한 처사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발생한 문제로 합의금을 제시하는 관행도 없어져야 한다. 대다수의 학교장들은 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학부모에 합의금 주고 사과하라”고 대답한다. 교사를 보호해야 할 학교장이 ‘학교 평판’에만 몰두한 결과다. 

형식적으로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들은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를 개최해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교보위 개최 권한은 학교장에게 일임돼있다. 대부분 학교장은 교보위를 열지 않고 민원인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한다. 교사 월급에 합의금까지 내면 당장 생활고에 시달린다.

서이초 교사도 생전에 동료 교사들에게 악성 민원으로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가정폭력도 담임 책임이라고?
싸움 말리면 학대 놔두면 방임

황봄이 경기교사노조 교권보호국장은 “학교장 등 관리자들이 선제적으로 민원 내용을 듣고 먼저 중재해줘야 ‘서이초’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다”며 “학교장 등은 고연차라 악성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교사들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단체 등도 학부모 악성 민원을 교장·교감이 적극 개입해 해결하도록 하는 ‘민원 창구 통일’ 등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지난 26일,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현장 교사들과의 간담회 직후 “악성 민원 접수 체제를 정비하고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27일, 교사들은 교권침해의 원인은 잘못된 아동학대법에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지도를 해도, 학대 신고를 남발해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열린 간담회서 이 장관은 “교권침해를 제때 막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현장 교사들의 첫 번째 요구는 아동 학대법 개정이었다.

이날 10년 차 초등 교사는 “선생님, 학부모님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어떠한 보완장치 같은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교사노조가 최근 나흘간 접수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제보는 1848건이다. 서울 교사들은 교권침해는 제도적인 문제라며 폭넓은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학교폭력 발생 장소의 무한정성에 관한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을 지적했다. 해당 법은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행위에 의한 피해’를 의미한다. 학교 ‘외’가 포함되면서 교사의 개입 권한이 모호해진다.

‘방학 중 아파트 놀이터서 싸운 사례’ ‘학원서 학생끼리 싸운 사례’ ‘집에서 부모와 학생이 싸운 사례’도 학폭 신고 대상이 된다. 

장소보다 ‘학생’이라는 주체 및 객체를 기준으로 뒀다. 교사가 볼 수 없는 상황서 일어난 사건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간 학교 ‘외’는 제외해야 한다는 수많은 의견이 제기됐다. 청원인은 현재의 아동학대법은 신고당한 교사에게 ‘유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악법으로 규정했다. 현행 아동학대법서의 학대 행위는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로 나뉜다. 

압박하고 
괴롭히고

정서적 학대에 관해 청원인은 “의미가 모호해 학부모가 교사를 압박하고 괴롭히는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적었다. 이는 명백한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다.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원칙을 무시하는 반헌법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해당 청원은 지난 23일,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접수 요건을 충족했다. 국회 교육위원회서 채택될 경우, 본회의에 부의돼 심의 의결을 거치게 된다.

한 교사는 <일요시사>와 한 인터뷰서 교권 붕괴에 관해 “싸움 말리면 학대, 놔두면 방임, 뛰지 말라고 말하면 학대, 뛰다 넘어져서 다치면 방임, 큰소리 내면 학대, 작은 소리로 말하면 방임”이라고 토로했다. 교사들이 권위를 되찾겠다는 게 아니다. 훈육도 중요하지만, 법에 오점이 있다는 의미다. 아동학대법 개정으로 교권회복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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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시청역 참사’ 엇갈린 전문가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시청역 7번 출구 앞 교차로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사고 이후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급발진이 아니라는 정황만 계속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급발진일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급발진 여부와 상관없이 운전자 A씨는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은 밤 시청역 교차로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말 급발진이 맞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 해당 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갈리고 있는 상황에 경찰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der) 분석 결과는 1~2개월 뒤에 나온다. 죽음의 역주행 지난 1일 밤 서울 중구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서 가해 차량 운전자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급발진’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G80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갑자기 튀어나왔다. 이 차량은 빠르게 달려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차례로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후에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야 멈춰 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운전자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이날 현장 브리핑서 “운전자도 다쳤기 때문에 아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진술이 가능한 시점에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음주 여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를 했는데 음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에 대해 A씨와 그의 아내 B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사고 다음 날 <조선일보>와 인터뷰서 “호텔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량 상태가 좀 이상했다”며 “내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갑자기 튀어 나갔다”고 주장했다. 교차로서 9명 사망 7명 부상 커지는 의문, 밝혀지는 정황 게다가 A씨는 사고 이후 자신의 직장인 버스 운수업체 관계자에게 전화 걸어 “사고가 나서 이튿날(2일) 출근을 못 할 것 같다”고 사정을 이야기하며 급발진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B씨도 “제동장치가 안 들은 것 같다”고 1차 진술 때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급발진에 대해 “현재까지 피의자 측 진술뿐”이라며 “추가 확인을 위해서 차량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국과수 차량 감식 결과가 사고 원인 규명과 급발진 여부를 파악할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과수의 차량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는 통상적으로 1∼2개월가량 소요된다. 이 때문에 급발진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EDR은 사고 직전 5초간 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기록하는 장치다. 급발진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고 급가속하면, EDR에는 차량 가속페달이 조작되고 브레이크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운전자가 직접 밟았는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다. 목격자 증언과 주변 폐쇄회로(CCTV) 정황으로는 급발진이 아니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웨스틴조선호텔서 나오면 자연스레 우회전할 수밖에 없는 도로 구조”라며 “길 건너편으로 역주행하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급발진 차량 특유의 회피 동작 징후를 보이지 않고 횡단보도로 돌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대체로 차량이나 사람을 치지 않으려는 회피 동작을 하는데 가해 차량에서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1~2달 뒤 EDR 발표 CCTV서 가해 차량은 뭔가에 추돌한 후 멈춘 것이 아니라 사람을 친 후 스스로 멈추는 장면도 포착됐다. 사고 목격자 C씨도 “급발진할 때는 발진이 끝날 때까지 박아야 했는데 그 자리서 딱 멈췄다”고 주장했다. 또 주변 CCTV를 분석한 결과 사고 차량이 역주행할 때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브레이크와 바로 연결된 브레이크등은 페달을 밟으면 바로 점등되는 구조여서 급발진과 오조작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유용한 방법으로 꼽힌다. 보통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등(후미등)과 보조브레이크등이 모두 켜진다. 다만 후미등은 야간 주행 시에도 켜지기 때문에 감속했는지를 보려면 보조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차씨의 차량은 호텔 주차장서 나와 역주행 후 사고로 이어지기까지 보조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생기는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인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급발진이 아니라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2시경 시청역 역주행 대형 교통사고와 관련해 2차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정 과장은 ‘현장서 스키드마크가 발견됐느냐’는 질문에 “(차량의)마지막 정차 지점과 사고 지점서 스키드마크를 확보했다”며 “스키드마크는 제동 장치가 작동해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브리핑이 종료된 뒤 30분 만에 경찰은 발언을 뒤집었다. 노면에 남은 유류물 흔적을 스키드마크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당황한 목소리? 경찰은 “현장에 스키드마크는 아예 없었다”며 “(노면에 남은 타이어 자국은)유류물 흔적이며, 이는 부동액이나 엔진오일 냉각수가 흐르면 나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사고 지점서 교통섬 방향으로 기름이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타이어 자국이 남아있을 뿐, 스키드마크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키드마크는 자동차가 제동하기 전의 주행속도를 알 수 있는 등 교통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서 스키드마크는 제동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스키드마크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는 통상 급발진일 때의 긴박한 오디오도 찾아볼 수 없었다. 통상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차가 왜 이러느냐’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하냐’ 등처럼 운전자나 동승자의 당황한 목소리가 담긴다. 그런데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에선 이같은 음성이 들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두고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오디오가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중요하다”며 “‘이 차 미쳤어’ 이런 생생한 오디오가 없으면 꽝”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황에 전문가들도 사실상 급발진일 확률은 없다고 보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시청역 사고의 급발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일단 급발진 가능성은 저는 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급발진은 급가속이 이뤄진 후 구조물을 추돌 또는 충돌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 보통 급발진 차량들은 차량의 전자장치 이상으로 인해서 속도에 오히려 가속이 붙고, 속도가 줄어든다든지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전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영상을 봤는데(가해 차량이) 아주 속도를 서서히 낮춰서 정확하게 정지했던 장면이 보였다”고 말했다. 급발진 여부 놓고 갑론을박 홧김에? 고의 사고 의혹도 염 교수는 “(급발진의 경우)브레이크가 밟아지지 않아 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가속이 붙기 때문에 요리조리 차량과 보행자를 피하려다가 어떤 구조물에 받혀서 속도가 멈추는 상황(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가 주장하는 급발진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차량이 아마 더 가속하고 더 나아갔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가능성이 있지만, 차량이 역주행 진입을 해버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헷갈려서 과속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동승자와의 다툼으로 운전자가 홧김에(가속에) 들어가는 그런 경우들도 과거에 종종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급발진 여부 조사에)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될 것”이라며 “급발진 차량 결함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2002년 한국 첫 자동차 정비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 박앤장기술로펌차량기술연구소 대표는 “사고 크기와 상태, 충격의 정도를 보면 급발진의 가능성이 꽤 높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급발진해 분당 회전수(RPM)가 급상승하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량이 밀린다”며 “요즘 차량에 쓰이는 전자식 브레이크는 기계식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전자적 결함이 발생하면 브레이크가 강하게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급발진이 아니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급발진은 전자제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데, 이상이 발생했다가 충돌로 인해 없어질 수도 있다”며 “예전 사례를 보면 어딘가에 부딪친 뒤 급발진하는 차량도 있고, 그 반대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고처럼 정지하는 모습은 급발진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운전자의 주장에는 매우 불리한 정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누리꾼이 직장인 커뮤니티에 “부부싸움으로 인한 홧김 풀악셀 맞다. 호텔서부터 싸웠고, 호텔 CCTV에도 고스란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서도(증거 CCTV 영상을) 가져갔다”고 적으면서 고의 사고 의혹도 불거졌다. 경찰은 부부가 사고 전 머물렀던 호텔서 싸우는 CCTV의 영상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한다는 입장이다. 급부상한 부부싸움 정 과장은 고의사고 의혹에 대해 지난 3일 브리핑서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법원서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법원은 “(피의자가)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A씨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경찰의 근거리 신변 보호를 받는 점 등을 들어 체포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