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람 잡는’ 부모들 진상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1:27:33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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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갑질 성지된 맘카페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내 아이 예쁘지 않고 귀하지 않은 부모는 없겠지만, 부모의 갑질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소아과,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은 학부모 갑질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소아과나 어린이집은 맘카페 갑질로 폐업 사태마저 발생한다.

한국은 저출생·고령화가 심각하다.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가임기 15~49세 여성이 낳을 거라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8명으로 역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 수준인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저출생에 시달리는 이웃 나라 일본도 합계출산율이 1.26명이라는 점에서 한국 저출생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

통계청은 향후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국회예산정책처(NABO)는 2021년 3월 공표한 ‘내국인 인구 시범 추계: 2020~2040년’서 출산율이 2020년 0.87명서 2025년 0.75명, 2030년 0.73명으로 지속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정서도 이에 한몫한다. 한국 국민 절반은 결혼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다. 결혼·출산 적령기인 30대도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54.7%에 그쳤다. 특히 10~20대의 경우 과반수가 결혼 후에도 자녀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녀가 있는 가정은 자녀 양육을 위해 전심을 다 하다 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생긴다. 이를 겪는 것은 주로 영·유아들이 이용하는 교육·의료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빅5’라고 불리는 서울의 대형 병원들은 올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상급년차 레지던트 모집에 실패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미달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아 진료 공백 대란 현실화가 코앞으로 도래한 셈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마감한 ‘2023년도 하반기 상급년차 레지던트 모집’ 결과,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의 2~4년 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인원은 0명이었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2년 차 10명, 3년 차 10명, 4년 차 3명 등 전국 8개 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총 23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0명이었다. 세브란스병원 역시 2년 차 8명, 3년 차 11명 등 총 19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0명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각각 6명과 3명을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전무했다. 서울대병원은 올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상급년차 레지던트를 모집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023년 상반기 전공의 1년 차 모집서도 빅5 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서 전공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원율은 역대 최저인 16%대로 떨어졌다. 이 같은 전공의 지원 감소는 결국 정상적인 진료를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의 인기가 왜 이렇게 떨어진 것일까? 일각에선 소아청소년과가 겪고 있는 악성 민원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맘카페 갑질’에 힘들어하는 경우는 많다. 한 병원 원장은 폐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과는 다른 진료과목에 비해 보호자 민원이 과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일선 현장의 의사들 사이에선 “안 그래도 의사가 부족한데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충남 홍성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맘카페 회원의 갑질에 시달려 소아청소년과를 폐업하고 성인 진료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병원에 공지문을 붙였다.

“보호자 악성 허위 민원으로 폐과”
“소청과 문 닫고 성인진료병원으로”

9세 초진인 환아가 보호자 연락 및 대동 없이 내원하자, 병원에서는 14세 미만은 보호자와 동반해야 한다는 내부 방침에 따라 보호자와 함께 오라며 아이를 돌려보냈는데, 맘카페 회원인 아이 엄마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라며 악성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해당 아이의 엄마는 39도의 열이 나는 아이를 진료도 보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냈고 5분 이내로 올 수 있느냐고 했는데 민원을 넣고 싶다는 글을 맘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엄마의 주장 중 일부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5분이 아닌 30분 정도의 시간을 줄 테니 보호자와 함께 오라고 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이후 해당 엄마는 맘카페에 게시했던 글을 삭제하고 민원을 취하했다. 

광주에서는 지난 6일, 악성 민원으로 폐과를 선언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있다. 이 의원은 “박모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으로 지난 5일로 폐과한다.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공지했다.

대학병원 의사도 민원에 시달린다. 한 국공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불친절하다는 등의 이유로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민원을 제기해 힘들게 하는 부모가 있다. 돈보다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일하고 있지만 이런 민원이 있을 때는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임현택 소아과의사회 회장은 “맘카페나 네이버 리뷰란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이 많다. 이런 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힘들어한다. 이런 일로 망하는 병원도 있고 그러면 몇 억원씩 손해 보고 정신적으로 힘들다. 한 의사는 악성 민원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이 아픈 걸 낫게 해주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네이버 리뷰는 없애고 맘카페에 올라온 악성 글을 그대로 게시되게 놔두는 운영자에 대해서는 페널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 대학 A 교수는 출산율과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한 것은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발합니다”
합의금 강요

A 교수는 “출산율이 낮아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부모들은 아이가 점심을 평소보다 덜 먹거나, 트림을 평소보다 많이 해도 병원에 데려온다. 이마에 물린 모기 자국 때문에 응급실도 온다”며 “절대적인 출생아 수는 적지만 미숙아, 선천성 질환, 만성 질환자는 급증해서 환자군의 크기와 필요한 진료 양의 규모는 적지 않다”고 밝혔다. 


즉, 출산율이 낮다고 해서 진료를 원하는 환자 수가 적지 않다는 것.

이어 “소아 인구가 줄어서 소아청소년과가 비전 없다는 말은 15년 전부터 나왔지만, 마니아 층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뭘까? 소아청소년과 의사를 하면서 보호자한테 폭행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폭언과 무례함은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고 소청과의 현실을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환자 보호자에게 폭행과도 같은 폭언을 듣는 게 일상이며, A 교수는 이런 상황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 교수는 “부모에게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가해자, 사기꾼, 돌팔이, 저임금 노동자 정도의 포지션인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리 무례한 행동을 해도 ‘부모 마음에 걱정이 돼서’라는 한 마디만 붙이면 온갖 무례, 갑질, 폭언, 폭행이 용인된다”며 “보호자가 던진 약봉지나 처방전에 맞아봤고, 멱살잡이 직전까지 여러 번 가봤으며, 소리 지르며 협박당하는 일도 겪는다”고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폭언보다 심각한 상황도 있다. 이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만 겪는 일은 아니지만, 환자가 어리기 때문에 다른 과보다는 훨씬 자주 겪는 일이다. 게다가 의사는 정상적으로 진료 행위를 했지만 형사소송에 걸리는 일도 많다. 

A 교수는 “고의적 위해가 아닌 일반적인 진료 행위의 결과에 의사에게 형사 재판을 거는 나라는 전 세계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동료, 선배, 아무것도 모르는 전공의까지 형사소송에 휘말리고 하루아침에 감옥에 간다. 이런 상황이니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씁쓸해했다.


일상적인
폭언 폭설

어린이집 교사가 겪는 부모 갑질도 이에 못지 않다. 깁스한 아이가 혼자 넘어진 것을 두고 학부모가 보육교사 잘못이라고 얼굴에 물을 뿌리고 뺨을 때리거나, 아이가 잘못 말한 내용을 맘카페에 작성해서 어린이집이 폐업한 경우도 있다.

임신 중이었던 10년 차 어린이집 보육교사 B(32)씨는 지난 4월 학부모로부터 얼굴에 물을 맞으면서 “무릎 꿇으라고. 이 X아, 서서 하는 사과는 안 받아. 무릎 안 꿇으면 경찰 부를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 

B씨는 원생들을 데리고 야외 활동 지도를 하던 중 다른 아이들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이때 양쪽 팔에 통깁스를 한 아이가 혼자 넘어져 얼굴을 다쳤다. 다음 날 아이의 엄마와 외할머니는 어린이집으로 찾아와 얼굴에 물을 뿌리며 “아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폭언을 퍼부었다.

원장과 동료 교사들이 나서서 CCTV를 보여주며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득해도 소용없었다. 이들의 괴롭힘은 석 달 동안이나 이어졌다. 감정이 격해진 날엔 교사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B씨는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끝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B씨는 이 일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했다.

지난해 7월 경기도 남양주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C(30)씨는 2년 동안이나 악성 학부모에게 시달렸다. C씨가 거짓말을 한 아이에게 “자꾸 거짓말하면 엉덩이에 뿔난다”고 교육했던 것을 구실로 “(아이가) TV에 ‘엉덩이 탐정’(만화 캐릭터)만 보면 경기를 일으킨다”고 아동학대로 민원을 넣었다.

C씨는 “우리 아이에게 피해를 줬으니까 너도 자살하게 만들어 줄게”라는 폭언까지 들었다. 그는 2년간 해당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어린이집을 떠났다. 어린이집은 학부모의 화를 달래기 위해 120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제안했고, 이후로 해당 학부모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충분한 해명과 증거를 보여줘도 생떼를 부리며 사실상 합의금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돈을 목적으로 “맘카페에 글을 올리겠다”며 작정하는 학부모의 민원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의정부 한 어린이집의 교사는 급식 메뉴에 나온 시래깃국을 아이가 부모에게 “점심으로 쓰레기국이 나왔다”고 잘못 전달하는 바람에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 합의금을 요구하는 듯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학부모는 지역사회 맘카페에 저격 글을 올렸다.

이 가짜 뉴스로 어린이집은 나쁜 어린이집 낙인이 찍혔고, 결국 원아 부족으로 폐업했다.

하지도 않은 아동학대 신고 받아
충분한 해명·증거 보여줘도 생떼

2018년 세종시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있었다. 보육교사가 원생을 아동학대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어린이집 학부모는 보육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아동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역겨워. 시집 가서 너 같은 새끼 낳아” “싸가지 없는, 개념 없는 것들” “웃는 것도 역겹다. 아주 XX같이 생겨가지고” 등의 폭언과 폭행을 했다.

보육교사가 아동학대를 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됐고 오히려 아이가 보육교사를 때리는 CCTV를 확인하자, 학부모는 “애들이 교사를 때릴 수도 있다. 애들이 뭘 안다고 그러냐? 아동학대는 없는 것 확인했으니 조심해달라”고 돌아갔다.

하지만 학부모는 경찰서로 가 보육교사를 향한 고소장을 제출하고 어린이집 주변 동네 주민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법원과 전문가들은 CCTV 분석과 아동학대 기관의 의견을 들어보고 “아동학대 피해 아동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아이가 보육교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 아동학대는 없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해당 학부모는 지속적으로 신고하고 민원을 넣었다. 해당 구청은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확인했는데, 이때마다 보육교사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일반 보습학원도 마찬가지다. 학원강사 13년 차 D씨는 “원생의 나이가 어릴수록 학부모 진상이 심해진다. 고등학교 3학년이 자녀를 둔 진상 학부모는 없다. 유명 종합병원 근처 밀집 지역서 학원을 한 적이 있는데 부모가 대부분 의사, 간호사였다”며 “학생이 학원을 1년 다녔는데 성적이 안 좋다고 1년 치 학원비를 환불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맘카페에 글을 올리겠다, 사기죄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가출한 학부모는 강사한테 아이를 찾지 않는다고 신고하겠다고 하고, 학원비가 밀리면 연락두절되거나 도망치기도 한다. 무단결석한 학생에게 보충수업을 잡아달라고 하는 학부모는 계속 있다. 코로나19가 심해서 학원 영업정지 기간일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강사가 집에 와서 과외해달라고 한 학부모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이들이 좋아서 학원 강사 일을 시작했는데, 초반엔 진상 학부모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오히려 학원에 혼자 상담받으러 오는 애들이 공부도 잘 한다. 학부모가 애들을 놔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원 많은
학원에선…

모든 학부모가 갑질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심스러워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갑질하는 학부모를 많이 본 또 다른 학부모는 “갑질하는 학부모가 정말 많다. 소아과,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아이들이 다니는 곳에는 모두 있다. 아이를 보다 보면 엄마들이 예민해져서 더 그런 것 같다. 특히 지역 맘카페서 갑질하는 것은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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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