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벌집 건드린 주호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0:41:54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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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 없고 내 자식만 소중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호민 웹툰 작가가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특수교사 A씨를 고소했다. 아들 B군 가방에 숨겨둔 녹음기 속 A씨의 발언이 ‘아동학대’라는 주장이다. 주 작가는 고소에 앞서 협상조차 시도치 않았다. 누가 봐도 보복성으로 읽힌다.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는 대중을 분노케 했다. 1000만 관객 영화 <신과 함께> 원작자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주호민 웹툰 작가는 지난해 9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년 가까이 쉬쉬했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났다. A씨가 주 작가 아들 B군을 훈계하다가 학대 신고로 직위서 해제된 사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B군의 아버지가 ‘웹툰 작가’라는 추측만 돌았다. 곧이어 “아빠가 주호민이고, 부부가 A씨를 고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실에선 
어떤 일이…

A씨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A씨는 지난 1월 직위 해제됐다. 앞서 B군은 지난해 9월5일 수업 도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 작가는 사건 이후 B군이 불안 증상을 보이자, A씨를 신고했다.

주 작가는 B군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증거를 수집했다. 녹음기에는 A씨가 B군에게 짜증을 내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넌 ○반에도, 친구들한테도 못 가” 등의 발언을 했다. 공소장에는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등의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상 제3자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다만, 검찰은 해당 녹음본이 법적 증거로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아동의 연령 및 상태, 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지, 녹음하는 것 외에는 범행을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부모의 녹음 행위는 공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적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전현민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진짜 밉상이네’라는 발언은 B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공소장에는 B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훈육이냐, 학대냐를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은 아동학대는 없었다며 A씨를 옹호했다. 지난달 A씨를 위해 나선 탄원인만 3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A씨가 복직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일 A씨를 복직시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SNS 계정에 “한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폐증 아들 아동학대” 특수교사 고소
등교 가방에 녹음기 넣고 증거 수집도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청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가 해제되면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분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작가는 교권침해 논란 중심에 서게 됐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학교 내 교권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A씨를 직위해제에 이르게 한 탓이다. 녹음기 설치에 고소는 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주 작가는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아들이)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특수학급에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며 녹음기 설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A씨의)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되어 괴로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탄원도 하셨을 것”이라며 1차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사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더라.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를 향한 비난은 식지 않았다. 주 작가의 아내 한수자 웹툰 작가가 한몫했다. 지난달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한씨는 A씨의 처벌 의사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도 “주씨 측에서 교사에 대한 처벌 의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주 작가는 “학교 차원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고 해명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피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주 작가 측에 연락했지만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0만 작가
명성에 타격

까면 깔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주 작가는 2차 입장문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1일 만남을 청했다”며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A씨와 면담 전에 법적 대응부터 한 이유에 관해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교사 교체 등을 원했으나 학교가 신고를 통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해명했다.

A씨를 향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A씨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주 작가는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A씨가 다른 아이도 학대했다는 주장이다.


고소 과정서 주 작가 부부가 학교에 성교육 강사로 자신의 지인을 추천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는 교권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거센 비난
늦은 반성

A씨는 피소된 이후 작성한 탄원서를 통해 “지난해 9월5일(B군이) 학교 오기가 무섭다고 분리 조치를 원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15일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통해 통합 시간 조율, 성교육 등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군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받는 여부를 성교육 이후 정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결국 전교생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서 주 작가 부부는 친한 성교육 강사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B군이 속한 2학년만 주 작가가 원하는 강사로 섭외했다. 지인 강사 섭외를 요청한 주 작가 부부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지난달 누리꾼들은 “당시 A씨가 피해자 학부모가 반발할 정도로 B군을 감싸며 선처를 구했다” “특히 주 작가의 아내가 학교나 A씨를 상대로 주말이나 밤까지 요구하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가 제출한 녹취록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특수교육 전문가 류재연 교수는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도구를 개발한 인물이다. 그가 분석한 의견서는 12쪽 분량에 달한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서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B군이 “(A씨가)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표현에도 즉각 대답한 것을 두고 아동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강력 처벌” 요구한 부부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아

A씨가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하자 B군은 “왜 못 가?”라고 질문한 내용도 언급했다. 당시 A씨는 B군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언급하며 이유를 말했다. 이에 류 교수는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당시 상황서 불필요한 잔소리는 없었다고 봤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존대어를 유지한 점 등도 아동학대와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비판 여론에 못 이긴 주 작가는 A씨에 관해 ‘선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서 예정돼있다. 이날 공판에는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몰래 녹취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A씨의 아동학대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주 작가는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하나다. 군 복무 이전에 단순 취미 삼아 만화를 시작했다. 2005년 자신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짬>을 연재하면서 만화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짬>으로 그는 2006년 독자만화대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어 88만원 세대의 꿈과 현실을 다룬 <무한동력> 등을 연재해 호평받았다.

이후 불교적 세계관과 한국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를 연재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영화화된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씨는 영화 <신과 함께>가 흥행하자 수십억원대 판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2~3년 이내에 출시된 웹툰의 영상화 판권료는 전체 제작비의 5% 수준으로 책정된다. <신과 함께>의 총제작비는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주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에 대해 “다음 만화를 준비할 때까지 일 안해도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교권침해
논란 와중에…

웹툰 작가들의 억대 연봉은 다수의 팬을 확보한 작가들에 국한된 사례다. 주 작가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데뷔작 <짬>은 현역병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냈다. <신과 함께>는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단순한 그림체 대신 섬세한 표현 능력은 웹툰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주 작가가 방송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배성재의 텐>은 주호민 고정 코너의 방송을 보류했다. 지난 4일 방영 예정이었던 tvN <라면꼰대 여름캠프>도 방영이 불발됐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호민 천안함 그림 재조명

주호민은 2011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조롱한 그림을 그려 9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딴지일보>서 출시한 ‘가카헌정달력’에 실린 삽화에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사람이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어뢰에 탑승한 모습을 그렸다.

그 옆엔 헤엄치는 인어와 ‘판타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딴지일보>는 진보 성향 방송인인 김어준이 만든 매체다.

이후 2020년 9월 주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잘못된 게 당연히 많다. 실수도 너무 많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다. ‘왜 했었나’ 싶은 것도 많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잘못한 걸 알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좋겠다. 안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종종 실수를 한다”고 간청했다.

당시 전중영 천안함예비역전우회장은 그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당신 김어준한테 이용당한 거야”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행적과 최근 사건을 비교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남한테는 사과하는 데 9년 걸리지만 자기 아들한테 뭐라 하면 바로 법적 응징하냐”며 “교사에게 9년 정도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고 꼬집었다.

주 작가는 논란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2017년 한국웹툰작가협회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권위를 공고히 했다.

2018년에는 이말년(본명 이병건) 작가의 200만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해 하반기 무렵부터는 고정 게스트로 자리 잡았다.

매주 월요일에 출연해 토크를 이어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게임 등 다방면에서 이말년과 케미를 보여주며 팬층을 확보했다.

이말년이 언급하길, 주호민이 나온 날은 기본 10만 조회수를 찍는다고 했다.

그해 7월, 온라인 라디오 방송 <펄이 빛나는 밤>을 시작했다.

후원과 광고가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주로 음악과 주변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행한다.

생방송 시간은 주로 자정 전후다. 밤에 걸맞은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들이 특징이다.

신나는 노래보다는 새벽에 듣는 청취자를 배려한 이른바 감성 음악들이 나온다. 노래가 끝나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응이 좋아 수천명대 시청자가 몰렸다. 이후 시청자들의 신청곡도 섞어 선곡했다. 여타 일반적인 라디오 방송보다 노래가 좋다고 호평이 많다. 배성재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도 출연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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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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