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벌집 건드린 주호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07 10:41:54
  • 호수 14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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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필요 없고 내 자식만 소중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주호민 웹툰 작가가 자폐증을 앓는 아들의 특수교사 A씨를 고소했다. 아들 B군 가방에 숨겨둔 녹음기 속 A씨의 발언이 ‘아동학대’라는 주장이다. 주 작가는 고소에 앞서 협상조차 시도치 않았다. 누가 봐도 보복성으로 읽힌다.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는 대중을 분노케 했다. 1000만 관객 영화 <신과 함께> 원작자의 명성도 추락하고 있다.

주호민 웹툰 작가는 지난해 9월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1년 가까이 쉬쉬했던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러났다. A씨가 주 작가 아들 B군을 훈계하다가 학대 신고로 직위서 해제된 사연이었다. 당시만 해도 B군의 아버지가 ‘웹툰 작가’라는 추측만 돌았다. 곧이어 “아빠가 주호민이고, 부부가 A씨를 고소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교실에선 
어떤 일이…

A씨는 현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A씨는 지난 1월 직위 해제됐다. 앞서 B군은 지난해 9월5일 수업 도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분리 조치됐다. 주 작가는 사건 이후 B군이 불안 증상을 보이자, A씨를 신고했다.

주 작가는 B군 가방에 넣은 녹음기로 증거를 수집했다. 녹음기에는 A씨가 B군에게 짜증을 내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넌 ○반에도, 친구들한테도 못 가” 등의 발언을 했다. 공소장에는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 급식 못 먹지. 친구들을 못 만나니까” 등의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상 제3자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한다. 다만, 검찰은 해당 녹음본이 법적 증거로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박지현 법무법인 동광 변호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아동의 연령 및 상태, 학대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있는지, 녹음하는 것 외에는 범행을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건 등에서 부모의 녹음 행위는 공익성이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적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전현민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서 “‘진짜 밉상이네’라는 발언은 B군에게 훈계하듯 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혼잣말로 전후 발언이 생략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공소장에는 B군의 대답이 빠져 있다”며 “(교사의 부정적인 말만 공소장에 나오다 보니)훈육이냐, 학대냐를 다루는 사안에서, 훈육을 입증하는 부분이 아예 제외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과 동료 교사들은 아동학대는 없었다며 A씨를 옹호했다. 지난달 A씨를 위해 나선 탄원인만 300명에 육박했다. 이들은 A씨가 복직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일 A씨를 복직시켰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달 SNS 계정에 “한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복직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폐증 아들 아동학대” 특수교사 고소
등교 가방에 녹음기 넣고 증거 수집도

임 교육감은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청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직위가 해제되면 선생님들에게는 큰 상처가, 다른 특수 아동과 학부모분들은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작가는 교권침해 논란 중심에 서게 됐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사건으로 학교 내 교권에 관심이 집중된 지금 A씨를 직위해제에 이르게 한 탓이다. 녹음기 설치에 고소는 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되자 주 작가는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SNS를 통해 “(아들이)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고, 특수학급에는 장애아동만 수업을 받기에 상황을 전달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며 녹음기 설치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A씨의)직무가 정지돼 다른 학부모님들께 큰 고충을 드리게 되어 괴로운 마음뿐이다. 그래서 탄원도 하셨을 것”이라며 1차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사정을 알려드리려 했으나, 여의치 않더라.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인 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전했다.

그를 향한 비난은 식지 않았다. 주 작가의 아내 한수자 웹툰 작가가 한몫했다. 지난달 13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한씨는 A씨의 처벌 의사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A씨 측 변호사도 “주씨 측에서 교사에 대한 처벌 의사가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주 작가는 “학교 차원의 원만한 해결을 원했다”고 해명했으나, 사실과 달랐다. 피소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A씨가 주 작가 측에 연락했지만 대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000만 작가
명성에 타격

까면 깔수록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자 주 작가는 2차 입장문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일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1일 만남을 청했다”며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A씨와 면담 전에 법적 대응부터 한 이유에 관해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교사 교체 등을 원했으나 학교가 신고를 통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를 대면해서 차분히 얘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서 만났다가 오히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고 해명했다.

A씨를 향한 사과는 없었다. 오히려 A씨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주 작가는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다”며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A씨가 다른 아이도 학대했다는 주장이다.


고소 과정서 주 작가 부부가 학교에 성교육 강사로 자신의 지인을 추천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는 교권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거센 비난
늦은 반성

A씨는 피소된 이후 작성한 탄원서를 통해 “지난해 9월5일(B군이) 학교 오기가 무섭다고 분리 조치를 원한 ‘학교폭력’이 발생해 15일 개별화교육지원팀 협의회를 통해 통합 시간 조율, 성교육 등 해결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B군이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받는 여부를 성교육 이후 정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결국 전교생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서 주 작가 부부는 친한 성교육 강사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는 B군이 속한 2학년만 주 작가가 원하는 강사로 섭외했다. 지인 강사 섭외를 요청한 주 작가 부부를 향한 비난은 거셌다.

지난달 누리꾼들은 “당시 A씨가 피해자 학부모가 반발할 정도로 B군을 감싸며 선처를 구했다” “특히 주 작가의 아내가 학교나 A씨를 상대로 주말이나 밤까지 요구하는 연락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가 제출한 녹취록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다. 특수교육 전문가 류재연 교수는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도구를 개발한 인물이다. 그가 분석한 의견서는 12쪽 분량에 달한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서 쓰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B군이 “(A씨가)너야, 너,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는 표현에도 즉각 대답한 것을 두고 아동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봤다. 

“강력 처벌” 요구한 부부
해명 기회조차 주지 않아

A씨가 “너희 반 못 간다”고 말하자 B군은 “왜 못 가?”라고 질문한 내용도 언급했다. 당시 A씨는 B군이 신체를 노출한 일을 언급하며 이유를 말했다. 이에 류 교수는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당시 상황서 불필요한 잔소리는 없었다고 봤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존대어를 유지한 점 등도 아동학대와 연관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비판 여론에 못 이긴 주 작가는 A씨에 관해 ‘선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지금 이 상황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씨에 대한 3차 공판은 오는 28일 수원지법서 예정돼있다. 이날 공판에는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몰래 녹취한 것을 두고 재판부가 증거 능력으로 인정할지, A씨의 아동학대가 인정될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다.

주 작가는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하나다. 군 복무 이전에 단순 취미 삼아 만화를 시작했다. 2005년 자신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짬>을 연재하면서 만화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짬>으로 그는 2006년 독자만화대상 신인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어 88만원 세대의 꿈과 현실을 다룬 <무한동력> 등을 연재해 호평받았다.

이후 불교적 세계관과 한국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를 연재해 스타덤에 올랐다. 이 작품으로 2011년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대상(대통령상)까지 거머쥐었다. 영화화된 <신과 함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주씨는 영화 <신과 함께>가 흥행하자 수십억원대 판권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2~3년 이내에 출시된 웹툰의 영상화 판권료는 전체 제작비의 5% 수준으로 책정된다. <신과 함께>의 총제작비는 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주 씨는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수입에 대해 “다음 만화를 준비할 때까지 일 안해도 살 수 있는 정도”라고 말한 바 있다.

교권침해
논란 와중에…

웹툰 작가들의 억대 연봉은 다수의 팬을 확보한 작가들에 국한된 사례다. 주 작가는 대중들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데뷔작 <짬>은 현역병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냈다. <신과 함께>는 사후세계에 대한 묘사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단순한 그림체 대신 섬세한 표현 능력은 웹툰 작가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주 작가가 방송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배성재의 텐>은 주호민 고정 코너의 방송을 보류했다. 지난 4일 방영 예정이었던 tvN <라면꼰대 여름캠프>도 방영이 불발됐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호민 천안함 그림 재조명

주호민은 2011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조롱한 그림을 그려 9년 만에 사과했다.

그는 <딴지일보>서 출시한 ‘가카헌정달력’에 실린 삽화에 검은색 잠수복을 입은 사람이 북한 인공기가 그려진 어뢰에 탑승한 모습을 그렸다.

그 옆엔 헤엄치는 인어와 ‘판타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딴지일보>는 진보 성향 방송인인 김어준이 만든 매체다.

이후 2020년 9월 주 작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가 과거에 했던 말들이 잘못된 게 당연히 많다. 실수도 너무 많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다. ‘왜 했었나’ 싶은 것도 많다”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잘못한 걸 알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면 좋겠다. 안 그런 사람이 되려고 하는데 종종 실수를 한다”고 간청했다.

당시 전중영 천안함예비역전우회장은 그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당신 김어준한테 이용당한 거야”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그의 과거 행적과 최근 사건을 비교하며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남한테는 사과하는 데 9년 걸리지만 자기 아들한테 뭐라 하면 바로 법적 응징하냐”며 “교사에게 9년 정도 사과할 수 있는 시간을 줘라”고 꼬집었다.

주 작가는 논란 속에서도 인기를 이어갔다. 2017년 한국웹툰작가협회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권위를 공고히 했다.

2018년에는 이말년(본명 이병건) 작가의 200만 유튜브 채널에 얼굴을 비추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해 하반기 무렵부터는 고정 게스트로 자리 잡았다.

매주 월요일에 출연해 토크를 이어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게임 등 다방면에서 이말년과 케미를 보여주며 팬층을 확보했다.

이말년이 언급하길, 주호민이 나온 날은 기본 10만 조회수를 찍는다고 했다.

그해 7월, 온라인 라디오 방송 <펄이 빛나는 밤>을 시작했다.

후원과 광고가 없는 깔끔함이 특징이다. 주로 음악과 주변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진행한다.

생방송 시간은 주로 자정 전후다. 밤에 걸맞은 잔잔한 목소리와 노래들이 특징이다.

신나는 노래보다는 새벽에 듣는 청취자를 배려한 이른바 감성 음악들이 나온다. 노래가 끝나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반응이 좋아 수천명대 시청자가 몰렸다. 이후 시청자들의 신청곡도 섞어 선곡했다. 여타 일반적인 라디오 방송보다 노래가 좋다고 호평이 많다. 배성재 아나운서, 윤태진 아나운서도 출연한 바 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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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