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994년에 설치돼 현재까지 대검찰청을 지키고 있는 상징 조형물 ‘서 있는 눈’ 제작자가 최근 논란이 불거진 이단 종교단체 JMS(기독교복음선교회)의 신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JMS 총재인 정명석은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종교단체의 신자가 만든 작품이 다른 곳도 아닌 대검 정문에 설치돼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검찰 내부서도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조형물은 ‘정의의 편에 서서 깨어 있는 눈으로 불의를 감시감독하겠다’는 의미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있는 눈’ 제작자인 전직 교수 A씨는 지난 8일, 한 언론 인터뷰서 “JMS엔 1990년대까지 다녔고,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건강이 나빠져 나가지 않는다”며 한때 JMS 신자였음을 인정했다.
A씨는 “해당 작품이 JMS 교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건축계 몇 십명, 법조계 몇 십명 심사위원들이 공정한 심사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전을 통해 정상적인 루트로 작품을 제출했고 선정 과정에서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취지다.
일각에선 A씨가 한때 JMS 신자였다고는 하지만 공모전 및 심사위원들을 통해 정상적으로 작품이 선정돼 설치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작품 출품이나 선정 과정에 외부의 힘이 작용해 부정 선정이 되지 않은 이상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정명석이 문제지, 신도가 무슨 죄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 아니냐. 신도가 성폭행에 가담한 것도 아니고 신도에게 문제가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작품 제출자 문제가 아닌 정명석 개인의 문제인데 확대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항변으로 들린다.
다른 누리꾼은 “정명석의 사이비 신도라고 해서 공개 경쟁 공모전 1위 작품까지 폄훼하는 것은 억지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A씨의 발언에선 정명석과 관련된 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그는 “정명석 JMS 총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며 다소 의외의 말을 내놨다. 이어 “제보자들이 거액의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했다. 나이가 80이 돼가고 JMS 교리에 이성 관계를 금지하는데 어떻게 성폭력을 저지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고 같은 혐의로 재판 중에 있는 정명석의 성폭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정명석은 이미 지난 2009년 4월,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2018년 출소했던 바 있다. 이미 사법부로부터 성폭행 혐의가 인정됐으며 여신도 2명을 성폭행(준강간·준유사강간·준강제추행·강제추행)한 혐의로 또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과거에 신자였다고는 하지만 사법부마저 유죄 판단을 내린 정명석의 만행을 여전히 부정하고 있는 점, 정명석에게 성폭력 등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이유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다.
당시 문제가 있던 교주의 신자였다는 것 자체부터가 대표적인 권력기관으로 대표되는 대검 신축 청사 조형물 공모전 출품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요시사> 취채 결과 A씨의 조형물은 대검 정문 외에도 창원시 공설운동장 안의 ‘새천년 조형탑’, 국방부 공제회관 예술 조형물, 한국가스공사 상징 조형물 등 전국 각지에 다양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