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JMS ‘월명동 성전’ 공사 신도 노동착취 현장 포착

장비 없이 비 와도 밤에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가 수십년간 신도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월명동 자연성전’ 돌 작업 과정에서 보호장비 없이 공사가 추진된 정황도 확인됐다. 정명석 총재의 성범죄가 제대로 드러나기 전이었던 터라 공사 동원을 거부하는 이들도 없었다. 심지어 사상자가 발생해도 모르쇠로 일관하기에 급급했다는 증언도 쏟아지고 있다.

‘월명동 자연성전’(이하 성전) 공사는 1990년대 초부터 시작돼 25년 가까이 진행됐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총재의 성폭력 사실을 몰랐던 신도 대부분은 공사 동원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사실상 세뇌됐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탈퇴자들은 누군가 죽거나 다쳐도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나쁜 사람’이라는 낙인의 화살이 꽂혀 침묵해야 하는 순간이 일상이었다고 주장한다.

“모여라”
동원 명령

성전은 수십톤에 달하는 대형 바위로 JMS의 대표적인 상징물이다. 공사에는 여성을 포함한 신도 대부분이 동원됐다. 정명석에게 세뇌됐던 터라 공사 참여를 거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바위를 옮기는 과정서 당연히 적용돼야 할 산재보험과 최소한의 안전 장비 및 교육은 없다시피 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신도들은 주말마다 ‘성전 봉사’라는 명목으로 100여명이 차출돼 성전 주변 풀 뽑기와 정원 관리 등의 업무를 반강제적으로 끝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정명석의 성폭력이 드러난 이후 탈퇴자가 되거나 JMS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과거 성전 공사 동원을 거부하지 않았던 게 세뇌 때문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작업에 참여했다는 한 인사는 “앞산(돌 조경)이 여러 번 넘어졌음에도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했다”며 “안전교육이나 산재 역시 없는 상태로 작업했고, 전문가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성전 바위가 다섯 차례 무너지기도 했다. 2015년 12월13일 JMS 홈페이지에 올라온 ‘정명석 목사의 주일말씀’에는 “(돌 조경이)무려 다섯 번이나 무너졌다. ‘야심작’에 쌓은 돌들은 ‘작은 돌들’이 아니고 몇 십톤씩 되는 ‘큰 돌’이다”고 언급된다.

JMS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8년 4월27일자 설교에는 “월명동 돌은 70~80톤의 완전한 통돌”이라고 나와 있다. JMS 홈페이지 글 중 목사 이모씨의 글에는 돌 조경작업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나도 다급하고 경악스러운 소리를 질렀다. 아악! 어어! 비켜”라며 “돌이 승용차 12대 무게였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표현했다. 또 ‘2014년 4월20일 주일 말씀’에는 “10년 이상 월명동을 만들어 놓고 나서”라고 적혀 있다.

여성 포함 맨몸으로 바위를…위험천만
1990년부터 25년 공사 사실상 단체 세뇌

특히 작업에 참여한 전문가(크레인 사장)의 지적이 무시된 채 작업이 강행되기도 했다. JMS 홈페이지 ‘1997년 10월23일 아침 말씀’에는 “이번에는 칼날같이 날이 보이도록 쌓으라고 말씀하셨다. 납작하게 쌓지 말고 칼날이 보이게 쌓으라고 했다”며 “크레인 사장은 세워서 넘어진 것이라고 이번에는 눕혀야지 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고 소개돼있다.

한 JMS 간부 출신 관계자는 “무리해서 세워둔 돌이 넘어졌고, 이에 대해 크레인 사장은 ‘눕혀야지 세워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는데 다시 돌을 세우기를 시도했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작업이 야간에도 지속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른 JMS 탈퇴자도 “월명동 자연성전 공사는 밤에도, 비가 올 때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밤에 작업할 때 역시 보호장비를 착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무거운 바위를 다루는 작업 역시 밤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월명동 자연성전 돌 조경작업 당시 사망사건까지 있었으나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며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JMS 홈페이지에는 돌 작업 중 다수가 사망할 뻔한 사건이 있었다는 글도 올라와 있다. ‘1998년 7월15일 아침 말씀’에 는 “어제 돌 작업하다가 큰 돌이 떨어져서 4명이 죽을 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무법인 동인 이훈 노무사는 “장기간 가스라이팅을 통해 강제노동을 시켰다. 근로기준법 7조에 따라 강제근로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며 “특히 조경공사의 경우 건설공사로 들어가니 산재라던가 장갑, 안전모 등을 착용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전모?
그게 뭐?

이어 “다만 신안 염전 노예처럼 장기간에 걸친 가스라이팅이나 세뇌가 인정될 경우의 이야기”라며 “해당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서 발효되는 근로기준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JMS의 비상식적 행보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JMS 소유의 어린이집·방과후학교에서 신도 자녀들에게 부당한 종교 행위를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JMS는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를 운영 중이다. 실제 정명석이 부산, 광주, 충남 금산 등 5곳을 ‘JMS 어린이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 탈퇴자는 정명석이 아이들에게 “라면과 과자, 탄산음료를 먹이지 말라”고 지시하자 즉시 제공이 금지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콜라는 안 되고 사이다는 괜찮은, 이상한 기준이었다”며 “이성이 접촉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정명석의 말에 의해 중학생이 되면 이성끼리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JMS 교육기관에서 자행된 여러 행위는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등을 아동학대 범주에 포함한다. 또 2021년 서울시가 발간한 ‘아동학대 예방 및 대처 안내서’에는 종교 강요가 정서 학대의 일례로 나와 있다.

유년기 지속적 세뇌와 정서 학대는 사회 부적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1995년 일본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이후 신도 자녀 110여명이 구조됐는데, 이들은 오랜 기간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야밤에도
영차영차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도 “어머니가 특정 교단에 거액을 헌금해 가장이 파탄났다”며 원한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명석이 교도소 내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다. 법무부는 대전교도소 내 일부 교도관이 정명석의 편의를 부당하게 봐줬다는 의혹에 관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교정당국 관계자뿐만 아니라 반JMS 단체인 ‘엑소더스’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앞서 정명석은 2001~2006년 여신도 4명에 대한 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2009년 4월23일 징역 10년형을 확정 판결 받은 뒤 2018년 2월23일 대전교도소서 출소했다. 이후 그해부터 다른 여신도 2명을 상대로 한 준강간 등의 혐의로 지난해 10월28일 다시 구속 기소됐고,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나상훈)의 재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대전교도소에 갇혀 있는 동안 일부 교도관의 묵인 아래 서신을 통해 여성 신도의 알몸 사진 등을 받아봤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 중이다. 또 정명석이 운동 시간에 운동장서 400m가량 떨어진 아파트에 있는 여성 신도들과 수신호를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법무부는 정명석이 수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도 확보했다. 이외에도 대전교도소 교도관 중 일부가 다른 지역에 근무하는 JMS 신도인 교도관의 부탁을 받고 정명석의 뒤를 봐준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반강제적 동원…무방비 상태였다”
죽어도 은폐…실제 사상자 있어

엑소더스 측은 “해당 JMS 신도인 교도관은 JMS 내에서 ‘인천사(인간 천사)’로 불린다”는 구체적 제보를 법무부 측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감찰에 착수하면서 1인실에 있던 정명석을 다인실로 옮겼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피해자는 계속 늘고 있다. 새로운 여신도 3명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고소장을 내 충남경찰청과 대전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김지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달 31일 여신도 1명이 충남경찰청에 고소장을 냈다.


수사당국은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조력자 등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검찰과 경찰은 수사관 약 200명을 동원해 충남 금산군 월명동 JMS 수련원과 경기 분당구 소재 교회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엔 정명석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JMS 2인자’ 정조은(가명)의 자택 등도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7일 정조은을 소환조사했다. 정조은은 피해 여신도를 정명석에게 유인하거나 알고도 성폭력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조은은 성폭력 방조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를 주장했던 인물 대부분과 친한 관계가 아니었고 잘 알지 못한다. (정명석의 범죄를)말리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2018년 7월부터 수차례 정명석에게 성폭행당한 호주 교인 에이미씨는 자신을 처음 정명석에게 데려간 사람이 정조은이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그전에 있었던 세뇌 교육 때문에 결국은 아무 일도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됐다”고 돌이켰다.

에이미씨는 1년 넘게 극도의 혼란을 겪으며 홀로 자책하다가 2019년 10월22일 정조은을 만났다. 에이미씨가 공개한 대화 녹취에 따르면 정조은은 에이미씨에게 정명석에게 더 잘하라는 조언을 건넸다.

교도소 특혜?
법, 조사 착수

당시 정조은은 “네(에이미)가 빨리 회복하고 이러는 것이 은혜를 갚는 거야. 네가 선생님(정명석)께 죄송하다면 그러면 더 잘해야 돼. 그리고 네 잘못을 정말 뉘우쳐야 돼. 더 열심히 하는 목소리를 보여주는 게 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야”라고 말했다.

이어 “(너를) 딱 붙잡아줄 수 있는 게 여기 선생님이 계시니까. 어느 정도 상황이 괜찮아질 때까지는 한국에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 “선생님 가는 곳 좀 다 데리고 가달라고 그래. 최대한 갈만한 데 조금 붙어 있어. 어차피 혼자 있어봤자 이상한 생각만 할 거고”라고 덧붙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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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