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정리 끝’ 국민의힘 전대 남은 변수들

돌고 돌아 다시 친윤 대 비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후보 등록이 끝나는 등 본격적으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막이 오르자, 당이 다시 시끄러워졌다. 얼추 당권주자들이 정리되는 모양새인데, 이 중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독보적이다. 그러나 이준석계가 대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자 국민의힘에 여러 변수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연대 보증인과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바짝 붙은 인물의 대결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한 달가량 남은 전대는 양측간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앞서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 후보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워낙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안 상승세
김 하락세

그러나 두 인물은 사실상 교통정리를 당했고 비윤(비 윤석열)계로 찍힌 뒤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는 중이다. 실제로 안·김 의원은 양강구도 체제를 형성했으며 비윤 세력은 거의 정리당했다. 관건은 두 인물 중 누가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의 표를 가져가느냐다. 

현재까지 이득을 본 인물은 안 의원이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안 의원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상승해40%대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직전 10% 초반에 머물던 것과는 대비되는 수치다. 나 전 의원의 고정 지지층이 안 의원에게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당내 일각에선 안 의원의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한 이유에 대해 ‘집단린치’라는 표현까지 나왔을 정도로 나 전 의원을 몰아내고 비윤으로 낙인찍힌 인물들을 무릎 꿇리게 한 반발효과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던 바 있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데다, 경쟁력도 가장 높은 인물로 분류됐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까지 연판장을 돌리고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의 잇단 공격이 계속되자, 결국 뜻을 접었다. 그에 반해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에 가려 안·김 의원은 존재감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탓에 안 의원은 꾸준히 중도 표심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안 의원은 지속적으로 당원들을 만나거나 강연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며 전국을 순회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을 개혁할 인물인 것으로 평가된다. 원래 국민의힘 출신도 아닌 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될 경우, 그동안 자리 잡고 있던 국민의힘 세력은 불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는 당 대표가 되면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안 의원은 구태 정치, 사람 모으는 정치 등으로 김 의원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만 안 의원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안 의원을 중심으로 비윤계가 결집하기는 했지만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이 오히려 김 의원에게 쏠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양강구도지만 둘 다 불안한 상황
나경원·유승민 지지율 흡수 관건

지난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안 의원으로써는 친윤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의원에 비해 당내 기반이 취약한 편이다. 안 의원과 제대로 대립각을 세우며 1위를 달리던 김 의원 역시 불안한 모습이다. 오르던 지지율이 더 이상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안 의원에 추월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안 의원에 비해 조직적인 면에서 유리한 조건들을 갖췄다. 우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의 윤핵관으로 평가받는 장제원 의원을 등에 업고,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윤심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선거캠프 개소식서부터 세를 과시했다. 김 의원 개소식을 방문한 인물만 3000명에 달했을 정도다. 전·현직 의원도 40명이 넘게 방문해 김 의원에게 지지를 보냈다. 수도권 출정식에서 김 의원의 조직은 더욱 커졌는데 당시 모였던 인물만 800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이 보수당을 끊임없이 지켜온 정통성 있는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당내 현장 실무선까지 찾아 지속적으로 스킨십을 늘렸다. 이토록 광폭 행보를 갖고, 조직의 지원을 받는 김 의원이지만 지난달 31일, 김연경·남진 인증샷 논란과 최근 안 의원의 지지율 추월 여론조사에 불안감이 감지되기도 했다. 

두 인물은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서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안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청와대(대통령실)가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 등 맹렬히 공격 중인 가운데 김 의원은 “대통령 팔아 표를 모으려고 한 장본인”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안 의원은 김 의원이 먼저 팔았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의원은 안 의원을 비윤 후보로 규정해버렸다. 김 의원은 유일한 친윤 후보지만, 안 의원에게 친윤 타이틀을 빼앗길 경우, 내세울만한 점이 딱히 없어지는 탓이다. 불안하기는 친윤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안 의원에게 비윤 꼬리표를 붙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여기저기
윤심 호소

또다시 2선으로 물러난 장 의원은 직접적으로 안 의원에게 비윤이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나, 안 의원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경선서 거짓말하지 말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본인을 대통령 뜻까지 왜곡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총장직 내정설로 공격 들어오는 것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의원의 부담을 덜어줬다. 장 의원뿐만 아니다. 친윤계 역시 안 의원의 과거 인수위원장 문제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또 다른 친윤계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대선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단일화 정신에 입각해 안 의원에게 정부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며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국정과제 선정을 방기하고 혼란을 야기한 적 있다”고 강도 높게 타격했다.

친윤계는 안 의원을 당의 적으로 규정해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의 전대 불출마 선언이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는 점이다. 유 전 의원은 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출마를 고민했으나, 결국 뜻을 접었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적은 데다, 변경된 룰마저 본인에게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여전하다. 당외에서 유 전 의원이 흔들면 당원들 역시 흔들리기 마련으로 비윤 세력 역시 한층 더 결집하게 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앞서 직전 원내대표 선거서 비윤계는 파란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됐지만, 비윤계 조직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바 있다. 유 전 의원이 이번 전대에 출마하지 않았으나 충분히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존재다. 


그는 당권주자 중 대놓고 비윤임을 드러냈다. 이 같은 유 전 의원의 선언은 안 의원의 지지율에 적잖은 플러스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비록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유 전 의원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나 진배없다. 그로 인해 비윤계가 한층 더 결집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비윤계 파란?

또 다른 변수는 4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이다. 윤 의원이 당선될 확률은 높지 않지만 이번 전대서 안·김 두 인물의 지지율을 가를 캐스팅 보트로 여겨지는 탓이다. 향후 안 의원과 김 의원 중 누가 윤 의원에게 손을 내밀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앞서 윤 의원은 안 의원과 수도권 연대론을 내세웠던 바 있다. 

차기 총선을 염두에 뒀을 때 윤 의원이 끊임없이 설파 중인 수도권 연대론은 김 의원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차기 총선 승리가 간절한 만큼 울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 의원에게는 악수일 수밖에 없다. 

또 수도권 당원이 많이 늘어난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면 안 의원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자 대결서도 현재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서고 있는 만큼, 결선투표까지 가게 될 경우 어느 후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윤심에게 유리하도록 개정한 결선투표제가 오히려 윤심 후보의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선 전대 룰 개정이 오히려 자충수였다는 비판도 나온다. 보수 색채가 옅은 수도권 당원들도 여러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는 까닭이다.


또 다른 변수는 이준석계다. 이준석 전 대표는 당 대표서 물러난 뒤 한동안 잠행을 이어왔다. 그런 그가 후보 등록일(지난 3일)까지 본격적으로 SNS 정치를 재개했다. 이 전 대표는 “책을 다 썼다”며 전국 순회 북 콘서트도 예고하는 등 본격 활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전대에 직접은 아니더라도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대위 가처분으로 인한 효력 정지 이후 잠행에 들어간 지 약 4개월 만이다. 그는 당원권 정지 후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들과 만났고,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등 일찍부터 미래를 대비했다. 

이 전 대표는 연초 이후 모습을 드러냈다. 신년 인터뷰를 갖고,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전대 후보 등록에 앞서 이준석계 인사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졌다. 당 대표 선거에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출생의 천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린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고, 이 전 대표 체제서 혁신위원을 맡았던 바 있다.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전 최고위원, 허은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준석계 다수가 출마 러시
컷오프 통과하면 다시 혼란?

김 전 최고위원은 이미 직전 최고위원 중 한 명으로 이 전 대표 체제서 지도부를 지낸 경험을 가진 인물이며 허 의원 역시 대표적인 비윤계다.

그는 이번 당협 정비 과정 중 당협위원장을 김경진 조직위원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 전 대표는 작정하고 이들을 밀어줄 계획이며 김 전 최고위원과 허 의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았다.

당내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사실상 등판한 것과 다름이 없는 만큼 파괴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역시 전대 룰을 개편한 점이 한몫 차지한다. 이번 전대서 투표권을 갖는 당원은 80만명으로 이 전 대표 측에 따르면 그의 지지자는 15만명 이상이다. 

15만명은 충분히 판을 흔들 수 있는 결코 적지 않은 표다. 투표가 당원으로 한정돼있는 만큼 다시 한번 친윤, 비윤 구도로 전당대회를 끌고 갈 수 있다. 나·유 전 의원의 불출마 이후 비윤에 반발하고 있는 당원 표심이 적지 않은 점도 김 의원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런 계산들을 벌써 끝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적을 윤핵관으로 확실하게 규정한 바 있다. 이런 탓에 비윤 세력 결집 시 김 의원은 물론 안 의원의 지지율에까지 영향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실적으로 천 위원장이 당 대표로 당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컷오프 통과 시 그 자체만으로도 이준석계에겐 파란이다. 천 위원장을 지원하는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비윤계가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이 전 대표의 세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최소 목표는 당 지도부에 이준석계 인사를 입성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고위원 컷오프는 비교적 널널하다. 이준석계가 컷오프서 살아남고, 지도부에 입성하게 되면 김 의원이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친윤 세력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대론 
총선 패배?

이 경우, 비윤 최고위원들이 친윤 당 대표를 공격하는 등 당의 혼란 수습은 물 건너가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국민의힘 혼란은 결국 차기 총선 패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대가 다른 의미에서 흥행은 하고 있다. 다만 흥행이 같은 당 인물끼리의 싸움으로 진흙탕이 됐다”며 “이런 식으로 자꾸 대립이 반복되면 결국 내년 총선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 압박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주변 정리에 나서는 등 안 의원 압박을 통해서다. 

대통령실은 김영우 안철수 캠프 선대위원장을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서 해촉했다.

대통령실이 김 전 의원을 해촉한 이유는 공직자가 중립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선대위원장의 해촉을 두고 일각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이후 또다시 윤 대통령이 당무 개입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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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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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