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정중동 행보’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0:49:14
  • 호수 1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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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대선판 커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중동’ 행보가 심상찮다. 고요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바로 대권이다. <일요시사>는 ‘제3후보론’의 중심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정 총리의 노림수에 대해 취재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여권 제3후보론의 중심에 있다. 제3후보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더욱 탄력받았다.

대선 구도
흔들흔들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을 뒤집어놨다. 사면 제안 이후 여권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고,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사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낸 민주당 의원만 10명이 넘는다. 권리당원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재신임’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사태는 이 대표의 민주당 내 입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여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임에도 사면론 한 번에 재신임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사면론에 대한 반발은 특히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강성 친문(친 문재인)계에서 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반발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것.

친문계 지지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이 대표의 약점이 노출된 순간이다.


사면론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제3후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제3후보론 역시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친문’ 간 시한부 동거가 곧 종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문계는 이 대표가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와의 동거는 친문계 입장에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다. 이 대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친문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아 대권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사면론이라는 친문계의 ‘역린’을 건드렸다. 여권은 뒤집어졌고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보활동 대부분 중단 이유?
‘장관 교체’ 내각 중심 잡아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3후보론은 이 대표 대안찾기의 성격이 짙다. 친문계 비공계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해체되고 난 후 당시 회원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주주의4.0’에서는 “언제든 새 인물과 손잡을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 인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유시민 작가 등이 있다.


제3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사는 정 총리다. 정 총리의 정세균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범친노의 최대 계파로 불렸다. 이후에도 정세균계는 친노(친 노무현)와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연합해왔다.

▲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정세균계를 ‘호남 친노’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 총리의 정치적 뿌리가 호남이기 때문이다. 친노의 정신을 계승한 친문계 입장에서는 이 대표보다 정 총리와 정치적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4.0 회원인 홍영표 의원은 앞서 “현재는 두 분(이 대표, 이 지사)이 경쟁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가 온다면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해서 경쟁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자격과 비전을 가진 분들’ 중 한 명으로 정 총리를 꼽았다.

문제는 정 총리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이다. 복수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의 지지율은 2%대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10~20%대를 기록하는 이 대표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본다. 앞서 취임 300일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정신’을 언급하며 대권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또 정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꾸리며 보폭을 조금씩 넓혔다. 각 분야 관련 연구단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가 주축이다. 정 총리는 이들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총리의 또 다른 눈과 귀, 입이 돼 총리와 국민 사이에 가교 역할을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문위원단 등을 ‘차기 대선 캠프’라고 해석한다.

여의도
풍향계는?

정세균계도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세균계가 주축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해 10월26일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매월 공부 모임에 돌입한 상태다. 광화문 포럼은 50여명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 총리는 이번 달 내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에 대한 하마평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정중동’(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을 선택했다. 당분간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그 이유로 꼽힌다.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총리는 최근 홍보활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매주 진행을 계획했던 정 총리의 정책 토크쇼 ‘총리식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대를 끝으로 더 이상 방영되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대선주자라기보다는 총리”라고 전제한 정 총리는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대권의 꿈을 접었다기보다 정국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읽힌다.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정 총리 대권 도전의 최대 분수령이다.

4월 보궐 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 행정을 지휘하는 서울시장 당선인이 어느 진영에서 나오느냐는 여권이 정권 연장에 성공할지, 야권이 정권 심판을 이룰지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현대 정치사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부산·경남 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유신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체제를 쓰러뜨린 도화선이었다. 이 같은 정신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바뀐 분위기
4월 분기점

1987년 5월 문 대통령이 변호사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광주의 실상을 담은 비디오를 부산 시민들에게 보여준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광주의 진실을 알려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인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기는 데 함께한 ‘동지’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보궐 선거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공동사진취재단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KBS부산과 부산MBC의 의뢰로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같은 달 4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민주당 후보군과의 1대 1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서치앤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정 총리의 대권가도에도 악영향이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 방역을 총지휘하고 있다. 방역의 성과가 정 총리의 대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말한 점은 코로나19의 상황을 마무리 한 이후 대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심은 백신 도입이다. 백신 도입 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안정세로 전환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총리직을 사임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정 총리의 사임 시기는 자연스레 해외 백신이 도입된 후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1분기부터 1000만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제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등 심사 자료를 기반으로 허가·심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2월 말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후임자 물색 난항에…
지지율 부진 정면돌파?

얀센(600만명분) 백신은 2분기에 도입되며,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또한 2분기 공급이 예상된다. 문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도입 시기를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4월 사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이는 정치 일정을 고려한 분석이다. 여야가 4월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 총리가 이를 앞두고 사임할 경우 후임 총리 인선에 유권자들과 언론 매체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후임 총리의 비리 등이 터질 경우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새로운 장관이 입각한 상황에서 내각의 중심을 잡아야 할 정 총리가 사임한다면 부처 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정 총리를 이을 후임자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복수의 언론은 추 장관이 ‘자진 사퇴’가 아닌 사실상 ‘경질’ 당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얘기를 보도했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추 장관은 지난 7일 법무부를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경질설을 부인했다. 친문 일각에선 추 장관을 차기 대선주자로 세우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4일 교체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이 높았던 점이 교체 이유로 꼽힌다. 이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청와대 측은 당시 김 전 장관 경질설에 대해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맞춰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변화”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국민적 공분을 산 김 전 장관이 당장 후임 총리로 임명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성과 중심
전략 통하나?

과연 정 총리는 총리직을 무사히 마치고 차기 대권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6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을 거친 정 총리에게 남은 한 자리는 대권뿐이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 정 총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등판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장 차출론 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력 인사 차출론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이는 인물난에서 비롯됐다. 7일을 기준으로 민주당 진영에서 출마선언을 한 인사는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지만, 장담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내각에서 물러난 이후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10여명 안팎의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뒤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출마 선언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도 예상된다.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제3의 후보가 민주당 진영에서 절실해졌지만, 실제 정 총리와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 선거기획단 측은 김 전 부총리 출마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고, 정 총리 역시 이미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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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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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