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정중동 행보’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1.01.11 10:49:14
  • 호수 1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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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대선판 커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의 ‘정중동’ 행보가 심상찮다. 고요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바로 대권이다. <일요시사>는 ‘제3후보론’의 중심에서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정 총리의 노림수에 대해 취재했다.
 

▲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국무총리가 여권 제3후보론의 중심에 있다. 제3후보론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더욱 탄력받았다.

대선 구도
흔들흔들

이 대표의 사면론은 민주당을 뒤집어놨다. 사면 제안 이후 여권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돼있지 않다”고 지적했고, 안민석 의원은 “촛불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사면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낸 민주당 의원만 10명이 넘는다. 권리당원 중 일부는 이 대표의 ‘재신임’까지 요구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사태는 이 대표의 민주당 내 입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함께 여권을 대표하는 대선주자임에도 사면론 한 번에 재신임 문제까지 수면 위로 올랐다. 사면론에 대한 반발은 특히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강성 친문(친 문재인)계에서 심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들의 반발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것.

친문계 지지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이 대표의 약점이 노출된 순간이다.


사면론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제3후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제3후보론 역시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낙연-친문’ 간 시한부 동거가 곧 종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문계는 이 대표가 지난 8·29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민주당 권리당원으로부터 63.73%의 득표율을 얻었다.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인 권리당원의 상당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민주당에 입당한 친문 성향 유권자들이다. 이 대표가 친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와의 동거는 친문계 입장에서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다. 이 대표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친문적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받아 대권은 물론 정치 생명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동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사면론이라는 친문계의 ‘역린’을 건드렸다. 여권은 뒤집어졌고 “사면은 국민 공감대와 당사자 반성이 중요하며 국민과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홍보활동 대부분 중단 이유?
‘장관 교체’ 내각 중심 잡아

친문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3후보론은 이 대표 대안찾기의 성격이 짙다. 친문계 비공계 모임인 ‘부엉이 모임’이 해체되고 난 후 당시 회원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민주주의4.0’에서는 “언제든 새 인물과 손잡을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 인물로는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의원, 유시민 작가 등이 있다.


제3후보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인사는 정 총리다. 정 총리의 정세균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범친노의 최대 계파로 불렸다. 이후에도 정세균계는 친노(친 노무현)와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으로 연합해왔다.

▲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정세균계를 ‘호남 친노’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의원 등 친노 직계 인사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정 총리의 정치적 뿌리가 호남이기 때문이다. 친노의 정신을 계승한 친문계 입장에서는 이 대표보다 정 총리와 정치적 거리가 가까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4.0 회원인 홍영표 의원은 앞서 “현재는 두 분(이 대표, 이 지사)이 경쟁하고 있지만, 상황 변화가 온다면 제2, 제3, 제4의 후보들이 등장해서 경쟁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대권주자로서 충분한 자격과 비전을 가진 분들’ 중 한 명으로 정 총리를 꼽았다.

문제는 정 총리의 지지부진한 지지율이다. 복수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정 총리의 지지율은 2%대에 머물고 있는 수준이다. 10~20%대를 기록하는 이 대표의 지지율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본다. 앞서 취임 300일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시대정신’을 언급하며 대권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또 정 총리는 총리실 산하에 특별보좌관과 자문위원단을 꾸리며 보폭을 조금씩 넓혔다. 각 분야 관련 연구단체 관계자와 대학 교수가 주축이다. 정 총리는 이들을 위촉하는 자리에서 “총리의 또 다른 눈과 귀, 입이 돼 총리와 국민 사이에 가교 역할을 잘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문위원단 등을 ‘차기 대선 캠프’라고 해석한다.

여의도
풍향계는?

정세균계도 정 총리와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세균계가 주축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해 10월26일부터 서울 여의도에서 매월 공부 모임에 돌입한 상태다. 광화문 포럼은 50여명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대권 도전이 예상되는 정 총리는 이번 달 내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등에 대한 하마평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정 총리는 ‘정중동’(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음)을 선택했다. 당분간은 총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지지부진한 지지율이 그 이유로 꼽힌다.
 

▲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총리는 최근 홍보활동을 대부분 중단했다. 지난해 12월8일부터 매주 진행을 계획했던 정 총리의 정책 토크쇼 ‘총리식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초대를 끝으로 더 이상 방영되지 않고 있다.

정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이름을 빼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대선주자라기보다는 총리”라고 전제한 정 총리는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대권의 꿈을 접었다기보다 정국 상황을 지켜보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읽힌다. 4월로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와 코로나19 백신 도입이 정 총리 대권 도전의 최대 분수령이다.

4월 보궐 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린다. 인구 1000만명의 서울시 행정을 지휘하는 서울시장 당선인이 어느 진영에서 나오느냐는 여권이 정권 연장에 성공할지, 야권이 정권 심판을 이룰지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현대 정치사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다. 부산·경남 지역 학생과 시민들이 유신독재에 항거해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은 유신 체제를 쓰러뜨린 도화선이었다. 이 같은 정신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바뀐 분위기
4월 분기점

1987년 5월 문 대통령이 변호사이던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광주의 실상을 담은 비디오를 부산 시민들에게 보여준 일화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광주MBC와의 인터뷰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광주의 진실을 알려 또 다른 민주화 운동인 6월 항쟁의 불씨를 당기는 데 함께한 ‘동지’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느덧 국민의힘에게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보궐 선거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부산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 ⓒ공동사진취재단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KBS부산과 부산MBC의 의뢰로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조사하고 같은 달 4일 발표한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민주당 후보군과의 1대 1 가상대결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서치앤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만약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게 되면 ‘정권 심판론’이 서울·부산으로부터 시작돼 걷잡을 수 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정 총리의 대권가도에도 악영향이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으로서 코로나19 방역을 총지휘하고 있다. 방역의 성과가 정 총리의 대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총리의 책무가 너무 막중한 상황에서 한눈을 팔면 안 되는 입장”이라고 말한 점은 코로나19의 상황을 마무리 한 이후 대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핵심은 백신 도입이다. 백신 도입 후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안정세로 전환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야 총리직을 사임하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정 총리의 사임 시기는 자연스레 해외 백신이 도입된 후로 전망된다. 문재인정부는 2021년 1분기부터 1000만명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제출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등 심사 자료를 기반으로 허가·심사 작업에 착수했다. 이에 2월 말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후임자 물색 난항에…
지지율 부진 정면돌파?

얀센(600만명분) 백신은 2분기에 도입되며, 모더나 백신 2000만명분 또한 2분기 공급이 예상된다. 문정부는 화이자 백신의 도입 시기를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정 총리의 4월 사임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이는 정치 일정을 고려한 분석이다. 여야가 4월 보궐선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 총리가 이를 앞두고 사임할 경우 후임 총리 인선에 유권자들과 언론 매체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후임 총리의 비리 등이 터질 경우 민주당이 이번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등 새로운 장관이 입각한 상황에서 내각의 중심을 잡아야 할 정 총리가 사임한다면 부처 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당장 정 총리를 이을 후임자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복수의 언론은 추 장관이 ‘자진 사퇴’가 아닌 사실상 ‘경질’ 당했다는 법조계 안팎의 얘기를 보도했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추 장관은 지난 7일 법무부를 통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주기 바란다”고 경질설을 부인했다. 친문 일각에선 추 장관을 차기 대선주자로 세우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4일 교체됐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으로 여론의 비판이 높았던 점이 교체 이유로 꼽힌다. 이에 경질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청와대 측은 당시 김 전 장관 경질설에 대해 “새로운 정책 변화에 대한 수요도 있기 때문에 변화된 환경에 맞춰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한 변화”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국민적 공분을 산 김 전 장관이 당장 후임 총리로 임명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성과 중심
전략 통하나?

과연 정 총리는 총리직을 무사히 마치고 차기 대권의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6선 국회의원,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을 거친 정 총리에게 남은 한 자리는 대권뿐이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이후 정 총리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등판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울시장 차출론 왜?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력 인사 차출론이 제기됐다. 주인공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이는 인물난에서 비롯됐다. 7일을 기준으로 민주당 진영에서 출마선언을 한 인사는 우상호 의원이 유일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지만, 장담할 순 없다.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내각에서 물러난 이후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10여명 안팎의 후보가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뒤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출마 선언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의 출마도 예상된다.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제3의 후보가 민주당 진영에서 절실해졌지만, 실제 정 총리와 김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민주당 선거기획단 측은 김 전 부총리 출마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고, 정 총리 역시 이미 서울시장 불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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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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