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리스크’ 이낙연의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14 10:23:57
  • 호수 1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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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도 저럴 수도 ‘사면추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사면‘추’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임에도,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빗대 표현한 말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 ▲ 최근 아들 병역 문제로 연일 야권으로부터 맹폭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포연이 자욱하다.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 중이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쟁터는 추 장관 아들의 ‘황제 병가’ 논란이다.

잇따른 의혹
수세 몰렸다

“소설을 쓰시네”라는 추 장관의 발언 이후 2개월여 만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됐다. 지난 7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서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시절 휴가 미복귀 의혹으로 여야가 맞붙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통합당) 윤한홍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서 해당 사건을 뭉개고 그 대가로 법무부 차관 자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추 장관은 “소설을 쓰시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야 의원이 충돌했고, 법사위는 파행됐다. 다시 속개된 회의서 추 장관은 “(아들이)특권을 누린 적은 없으며, 1시간도 탈영한 적이 없고, 특혜 병가도 받은 적 없다”며 “다리 치료가 덜 끝나 의사 소견과 적법 절차에 따라 군생활을 다 마쳤다”고 해명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후 뇌관이 또 다시 터졌다.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에 참석한 추 장관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발끈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인 서씨에 대한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고 추 장관을 몰아세웠다. 

질의를 한 통합당 전주혜 의원은 “병무청으로부터 2016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카투사 4000명에 대한 기록을 받았는데, (추 장관 아들 성씨인)서씨 중에 진료 목적으로 휴가를 간 사람 4명의 기록은 모두 2017년 6월25일 이후여서 추 장관 아들과 무관하다”며 “군대 미복귀 시점인 2017년 6월25일 이전인데, 병가 기록이 전혀 없다. 장관이 위증을 한 건가, 아니면 병무청과 국방부가 자료를 은폐한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추 장관은 현장서 “수사를 하면 밝혀질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황제 병가’ 논란에 ‘보좌관 전화’ 논란이 더해졌다. 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추 장관의 보좌관이라고 밝힌 인물이 서씨의 휴가를 전화로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이어 터지는 아들 논란…
선배 대표에게 고언 힘들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추 장관에게 질의가 이어졌고, 추 장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역시 해명자료를 내 “현재까지 수사 결과 당시 추 의원 보좌관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사실에 대한 부대 관계자의 진술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해명은 하루 만에 위기를 맞았다. 신 의원은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 부대 관계자의 녹취를 공개했다. 서씨의 병가가 연장되는지 문의하는 전화였다는 것.


신 의원은 “‘보좌관이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 추 장관과 동부지검의 해명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대국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 의원 측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서씨를 통역병으로 선발하라는 청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중앙일보>를 통해 “해당 청탁은 민주당 당 대표실로부터 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추 장관은 민주당 당 대표였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병역 논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고성준 기자

통합당은 추 장관 아들 서씨와 추 장관의 보좌관, 군 관계자 등 5명을 군형법상 군무이탈과 군무 기피 목적 위계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추 장관 측은 반격에 나섰다. 서씨의 법률대리인 측에서 무릎 수술 관련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변호인단이 내놓은 자료는 ▲ 2015년 4월7일 왼쪽 무릎 수술 기록지 ▲(군 복무 중인) 2017년 4월5일 ‘오른쪽 무릎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서 ▲2017년 6월21일 ‘수술 후 회복 중으로 약 3개월간 가료(휴식)가 필요하다’는 진단서 등 3종이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서씨는 병원 소견서를 부대 지원반장에게 보여주며 군 병원의 진단을 신청했고, 2017년 4월12일 국군양주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를 근거로 같은 해 6월5일부터 14일까지 병가를 냈다. 이어 23일까지 병가를 연장하고, 여기에 더해 나흘간 개인 휴가를 쓴 뒤 27일 부대에 복귀했다.

서씨는 2차 병가가 끝나는 날인 23일 휴가 연장 승인을 받지 못했는데도 부대에 복귀하지 않았고, 외압 등으로 이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퇴 촉구
특임검사도?

대립이 첨예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의혹이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추 장관의 사퇴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추 장관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아들 의혹을 수사하는 동부지검 수사팀의 수사 관련 보고를 앞으로도 받지 않을 것이며, 검찰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치권은 추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을 낮게 본다. 

국민의힘은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추 장관 본인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특임검사나 특별검사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부지검의 수사에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8개월 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었음은 물론, 수사팀이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 관련 진술을 조서에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진 결과다.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추 장관 엄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야권은 전임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처럼 추 장관도 가족 비리가 드러난 이상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은 ‘조국 아빠 찬스’의 데자뷔로 느낀다”며 추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서 “지금 추 장관과 관련한 무차별적 폭로와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로 사회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내 현안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을 언급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민주당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 내부에선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상대로 조사하고 10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4.1%포인트 떨어진 33.7%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8%포인트 상승한 32.8%로 나타났다. 

엄호 총력
말실수는…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이다. 특히 남성과 20대, 50대 등에서 지지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은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예견한다. 주변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방부 문건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 ▲고발이 난무하는 진흙탕 싸움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지난 10일 추 장관 부부가 서씨의 휴가에 관해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의 국방부 자체 문건이 확인됐다. 최근 국방부 인사복지실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을 보면, 서씨의 부모(추 장관 부부)가 병가 연장 방법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국방부에 민원을 넣었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야권은 이를 외압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무리한 엄호로부터 비롯된 실언이 쏟아졌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카투사는 육군처럼 훈련하지 않는다.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카투사서 휴가를 갔느냐 안 갔느냐, 보직을 이동하느냐 안 하느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카투사서 복무했다. 


카투사 현역 및 예비역 장병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카투사 예비역 모임은 성명을 통해 “우 의원이 국방 의무를 수행 중인 수많은 장병과 수십만 예비역 카투사들의 명예와 위신을 깎아내렸다”며 “카투사 내에서도 업무 강도는 제각각이고, 육군 일부 부대보다 힘들게 군 생활을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카투사 비하’ 논란에 결국 우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김남국 의원은 일련의 야당 공세의 이유로 국민의힘에 군대를 안 다녀온 의원이 많아서라고 말해 파장을 낳았다. 그러나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 중 군 미필자는 민주당 34명, 국민의힘 12명으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3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민주당 지지율 추락
탈출구 보이지 않아

설훈 의원은 ‘국방부 문건’과 관련해 “오죽하면 민원을 했겠나”라고 발언, 정청래 의원은 보좌관의 전화 논란에 “우리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 빨리 좀 주세요, 그럼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두둔해 질타를 받았다.

서씨 변호인단은 지난 9일 서씨의 부대 배치와 관련한 청탁 의혹을 제기한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과 해당 내용의 녹취를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추 장관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추 장관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호기롭게 출범했던 이낙연 대표 체제는 난감할 따름이다.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민생 입법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국회 상임위 회의와 대정부 질문, 기자회견 등에서 추 장관 아들 논란이 거듭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 악수 나누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야권의 공세에 이 대표는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그 이유로 ‘직분에 맞는 언행’이라는 이 대표의 지론을 든다. 당 대표로서 장관의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선수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는 국회의 불문율 때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추 장관은 여성 최초 5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대표까지 지냈다. 그런 추 장관에게 4선인 이 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공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은 지난 7월15일 법정 시한을 넘겼다. 여야의 지난한 협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추 장관이 낙마한다면 야권과의 파워 대결서 밀릴 수 있다. 추 장관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다. 민주당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 장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야권을 의심하는 이유다. 

공수처 출범
저지하려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당 차원서 진상조사를 하자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나, 검찰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당 진상조사가 이뤄진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은 점도 문제다. 출범 초부터 ‘추미애 리스크’라는 악재를 떠안은 이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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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