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09:46:09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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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던 사람이 건설사 대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의 취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로 취업한 기업과 무관한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잘 이해되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그 힘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농협캐피탈은 경영공시를 통해 이계연씨가 사외이사·감사·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중도퇴임’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 그 다음날 이씨는 SM그룹이 인수한 삼환기업의 대표이사가 됐다. SM그룹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생절차 종결 결정으로 이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보험맨의 변신
건설 수장으로

앞서 같은 달 8일, 이씨는 두산그룹이 최근 매각한 HSD엔진(두산엔진 전신)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임한 것은 ‘사외이사 겸직 금지’ 규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직은 상장사나 비상장사 구분 없이 2곳까지만 겸직이 허용된다.

그런데 이씨의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은 그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업종인 만큼 자격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는 20년 가까이 보험업에 종사한 ‘보험맨’이다. 


실제로 그는 ▲삼성화재보험 기획조사실, 상품개발 팀장 등(1986.8∼2005.3) ▲코리아크레딧뷰로 기획실장(2005.3∼2007.1) ▲한화손해보험 법인영업 총괄 상무(2007.2∼2010.1)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2010.8∼2016.8) 등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한국보험학회, 한국리스트관리학회 등 보험과 관련된 학술 단체에도 소속돼있다. 관련 논문도 세 차례나 썼다.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무역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외래교수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건설업서 일한 경험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SM그룹에 인수된 삼환기업을 이씨가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HSD엔진 사외이사도 전문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 HSD엔진은 선박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로 이 또한 이씨의 경력과 무관하다.

이 총리 동생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
20년 가까이 보험업…무관한 경력 도마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7남매(4남3녀)의 장남이고, 이씨는 이 총리의 셋째 동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생 보험업계 있던 사람이 건설업 대표이사로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실세 총리 친동생이기 때문에 영입한 게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며 “SM그룹 우 회장과 이 총리는 같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씨의 선임 이유가 뭘까. 먼저 삼환기업 측은 ‘회장님(우오현 SM그룹 회장) 판단’이라고 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삼환기업은 72년 된 회사다.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은 기업이 됐다. 그러다 보니깐 역동적인 회사가 필요하다고 회장님이 판단했다”며 “이번에 취임한 대표이사는 전남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한화에 근무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HSD엔진 측은 ‘다양성을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HSD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선임됐다. 전남신용보증재단, 중앙대 교수, 농협캐피탈 사외이사 경력 등이 있었다“며 “금융전문가라고 판단했다. 전문성보다는 다양성 때문에 영입했다. 총리 친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기업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권력자와 가까운 인사를 대표·사외이사로 영입해 ‘로비용’이나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개혁연구소도 “기업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전문성 없는 로비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정치권서도 비판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
 

이씨의 농협캐피탈 ‘취직’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씨는 2016년 8월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했지만, 지난해 4월1일 취업 제한 기업인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퇴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취업 제한 기업의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제대로 이끌까
사내외 의문도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그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 또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전남신용보증재단은 전라남도청 소관 유관단체로 이사장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다. 농협캐피탈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제한대상 기업이며, 전남신용보증재단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다. 

이씨는 적법하게 취업심사를 거쳤지만, 고위공직자 취업제한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심사는 무의미하다. 심사 대상자 684명 중 취업 제한을 받은 사람은 5%도 안 된다”며 “같은 업종인 만큼 적절한 취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오를 당시 이 총리와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출신의 한 보좌관은 “박 전 지사와 이 총리는 같은 호남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둘은 정치적 동지다. 전남지사 선거 때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고비 때마다 함께했다”고 귀띔했다. 

공직 퇴직 1년 되지 않아 사외이사
심사 통과…취업제한 유명무실 지적

실제로 이 총리는 2004년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이 총리가 박 전 선거를 돕다가 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 성대결절 수술까지 받은 건 유명한 일화다. 

이외에도 2006, 2010년 지방선거 때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지지유세에 나서는 등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3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지사 역시 이 총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일조했다. 2014년 3월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후 박 전 지사는 측근들을 이 총리의 선거 캠프로 보내 선거운동을 도왔다. 당시 박 전 지사는 이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감수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박 전 지사가 2010년 6월 3선에 성공한 직후인 그해 7월 선임됐다. 박 전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기간 이씨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한편 이 총리는 동생 이씨 때문에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총리 임명 당시 이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 회피 의혹으로 발목이 잡힐 뻔한 것.

지난해 5월 청문회 때 이 총리가 실제 거주하지 않은 모친 명의의 부동산을 거래해 2억원 이상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총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씨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식사과까지 했다. 

‘셋째 동생 이씨가 시골의 모친을 서울서 모시기 위해 모친의 명의로 (서울 강남 소재)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화재보험에 근무하던 셋째 동생이 모친을 모시겠다고 했으나 모친이 서울 생활을 거부했다. 2004년 총선 과정서 동생에게 조기 매각토록 권유해 2005년 3월에 매각했다.’

당시 이씨는 시세차익 1억5000만원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형으로서 동생의 위법사항을 파악해 조기 매각 권유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총리 형님 덕분? 
“능력 있어서 선임”

이씨 아들이 병역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 아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간 후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씨 측은 “아들이 오래 전부터 외국서 살았고 개인의 선택이었다”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동생에 물었더니… “양아치 같은 질문 하지 마라”

이낙연 총리의 셋째 동생 이계연씨는 자신의 자격 논란에 대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다음은 이씨와 일문일답이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를 사임했다.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올 때 사표를 내고 왔다. 일정이 겹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환기업 대표이사 등기랑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법상 두 군데 못하게 돼있다. 뭘 그런 걸 취재하고 그럽니까. 그게 중요한 내용입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건설 경력이 없는데 건설사 대표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여보세요. 그게 지금 내 신상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이런 걸 취재하고 다니는 사람이요? 정상적인 거 하세요. 이상한 거 하지 말고. 끊으세요. 어떤 ○○이 제 번호 알려줬어요. 그건 그룹이 알아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거지. 그런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똑바로 쓰세요. 이상하게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깐. 

-혹시 큰형인 이낙연 총리와 상관이 없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니깐. 어디 신문이라고 그랬죠? 쓸 데 없는 그런 신문 만들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왜 해요. 그건 주주가 알아서 선정한 거지. 국무총리랑 무슨 상관있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세요. 쓸 데 없는 그런 짓이나 하고 있어. 그게 언론이 할 짓이에요?

-과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때도 말이 많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들었어. 어디서 이런 사이비 취재만 배웠소? 전공이 사이비요? 되지도 않는 거 하지마세요. 국민들이 누가 그런 거 알고 싶겠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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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