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09:46:09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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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던 사람이 건설사 대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의 취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로 취업한 기업과 무관한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잘 이해되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그 힘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농협캐피탈은 경영공시를 통해 이계연씨가 사외이사·감사·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중도퇴임’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 그 다음날 이씨는 SM그룹이 인수한 삼환기업의 대표이사가 됐다. SM그룹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생절차 종결 결정으로 이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보험맨의 변신
건설 수장으로

앞서 같은 달 8일, 이씨는 두산그룹이 최근 매각한 HSD엔진(두산엔진 전신)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임한 것은 ‘사외이사 겸직 금지’ 규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직은 상장사나 비상장사 구분 없이 2곳까지만 겸직이 허용된다.

그런데 이씨의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은 그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업종인 만큼 자격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는 20년 가까이 보험업에 종사한 ‘보험맨’이다. 


실제로 그는 ▲삼성화재보험 기획조사실, 상품개발 팀장 등(1986.8∼2005.3) ▲코리아크레딧뷰로 기획실장(2005.3∼2007.1) ▲한화손해보험 법인영업 총괄 상무(2007.2∼2010.1)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2010.8∼2016.8) 등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한국보험학회, 한국리스트관리학회 등 보험과 관련된 학술 단체에도 소속돼있다. 관련 논문도 세 차례나 썼다.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무역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외래교수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건설업서 일한 경험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SM그룹에 인수된 삼환기업을 이씨가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HSD엔진 사외이사도 전문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 HSD엔진은 선박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로 이 또한 이씨의 경력과 무관하다.

이 총리 동생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
20년 가까이 보험업…무관한 경력 도마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7남매(4남3녀)의 장남이고, 이씨는 이 총리의 셋째 동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생 보험업계 있던 사람이 건설업 대표이사로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실세 총리 친동생이기 때문에 영입한 게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며 “SM그룹 우 회장과 이 총리는 같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씨의 선임 이유가 뭘까. 먼저 삼환기업 측은 ‘회장님(우오현 SM그룹 회장) 판단’이라고 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삼환기업은 72년 된 회사다.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은 기업이 됐다. 그러다 보니깐 역동적인 회사가 필요하다고 회장님이 판단했다”며 “이번에 취임한 대표이사는 전남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한화에 근무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HSD엔진 측은 ‘다양성을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HSD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선임됐다. 전남신용보증재단, 중앙대 교수, 농협캐피탈 사외이사 경력 등이 있었다“며 “금융전문가라고 판단했다. 전문성보다는 다양성 때문에 영입했다. 총리 친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기업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권력자와 가까운 인사를 대표·사외이사로 영입해 ‘로비용’이나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개혁연구소도 “기업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전문성 없는 로비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정치권서도 비판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
 

이씨의 농협캐피탈 ‘취직’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씨는 2016년 8월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했지만, 지난해 4월1일 취업 제한 기업인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퇴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취업 제한 기업의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제대로 이끌까
사내외 의문도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그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 또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전남신용보증재단은 전라남도청 소관 유관단체로 이사장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다. 농협캐피탈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제한대상 기업이며, 전남신용보증재단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다. 

이씨는 적법하게 취업심사를 거쳤지만, 고위공직자 취업제한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심사는 무의미하다. 심사 대상자 684명 중 취업 제한을 받은 사람은 5%도 안 된다”며 “같은 업종인 만큼 적절한 취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오를 당시 이 총리와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출신의 한 보좌관은 “박 전 지사와 이 총리는 같은 호남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둘은 정치적 동지다. 전남지사 선거 때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고비 때마다 함께했다”고 귀띔했다. 

공직 퇴직 1년 되지 않아 사외이사
심사 통과…취업제한 유명무실 지적

실제로 이 총리는 2004년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이 총리가 박 전 선거를 돕다가 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 성대결절 수술까지 받은 건 유명한 일화다. 

이외에도 2006, 2010년 지방선거 때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지지유세에 나서는 등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3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지사 역시 이 총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일조했다. 2014년 3월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후 박 전 지사는 측근들을 이 총리의 선거 캠프로 보내 선거운동을 도왔다. 당시 박 전 지사는 이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감수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박 전 지사가 2010년 6월 3선에 성공한 직후인 그해 7월 선임됐다. 박 전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기간 이씨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한편 이 총리는 동생 이씨 때문에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총리 임명 당시 이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 회피 의혹으로 발목이 잡힐 뻔한 것.

지난해 5월 청문회 때 이 총리가 실제 거주하지 않은 모친 명의의 부동산을 거래해 2억원 이상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총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씨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식사과까지 했다. 

‘셋째 동생 이씨가 시골의 모친을 서울서 모시기 위해 모친의 명의로 (서울 강남 소재)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화재보험에 근무하던 셋째 동생이 모친을 모시겠다고 했으나 모친이 서울 생활을 거부했다. 2004년 총선 과정서 동생에게 조기 매각토록 권유해 2005년 3월에 매각했다.’

당시 이씨는 시세차익 1억5000만원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형으로서 동생의 위법사항을 파악해 조기 매각 권유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총리 형님 덕분? 
“능력 있어서 선임”

이씨 아들이 병역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 아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간 후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씨 측은 “아들이 오래 전부터 외국서 살았고 개인의 선택이었다”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동생에 물었더니… “양아치 같은 질문 하지 마라”

이낙연 총리의 셋째 동생 이계연씨는 자신의 자격 논란에 대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다음은 이씨와 일문일답이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를 사임했다.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올 때 사표를 내고 왔다. 일정이 겹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환기업 대표이사 등기랑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법상 두 군데 못하게 돼있다. 뭘 그런 걸 취재하고 그럽니까. 그게 중요한 내용입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건설 경력이 없는데 건설사 대표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여보세요. 그게 지금 내 신상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이런 걸 취재하고 다니는 사람이요? 정상적인 거 하세요. 이상한 거 하지 말고. 끊으세요. 어떤 ○○이 제 번호 알려줬어요. 그건 그룹이 알아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거지. 그런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똑바로 쓰세요. 이상하게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깐. 

-혹시 큰형인 이낙연 총리와 상관이 없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니깐. 어디 신문이라고 그랬죠? 쓸 데 없는 그런 신문 만들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왜 해요. 그건 주주가 알아서 선정한 거지. 국무총리랑 무슨 상관있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세요. 쓸 데 없는 그런 짓이나 하고 있어. 그게 언론이 할 짓이에요?

-과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때도 말이 많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들었어. 어디서 이런 사이비 취재만 배웠소? 전공이 사이비요? 되지도 않는 거 하지마세요. 국민들이 누가 그런 거 알고 싶겠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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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