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09:46:09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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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던 사람이 건설사 대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의 취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로 취업한 기업과 무관한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잘 이해되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그 힘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농협캐피탈은 경영공시를 통해 이계연씨가 사외이사·감사·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중도퇴임’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 그 다음날 이씨는 SM그룹이 인수한 삼환기업의 대표이사가 됐다. SM그룹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생절차 종결 결정으로 이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보험맨의 변신
건설 수장으로

앞서 같은 달 8일, 이씨는 두산그룹이 최근 매각한 HSD엔진(두산엔진 전신)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임한 것은 ‘사외이사 겸직 금지’ 규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직은 상장사나 비상장사 구분 없이 2곳까지만 겸직이 허용된다.

그런데 이씨의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은 그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업종인 만큼 자격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는 20년 가까이 보험업에 종사한 ‘보험맨’이다. 


실제로 그는 ▲삼성화재보험 기획조사실, 상품개발 팀장 등(1986.8∼2005.3) ▲코리아크레딧뷰로 기획실장(2005.3∼2007.1) ▲한화손해보험 법인영업 총괄 상무(2007.2∼2010.1)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2010.8∼2016.8) 등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한국보험학회, 한국리스트관리학회 등 보험과 관련된 학술 단체에도 소속돼있다. 관련 논문도 세 차례나 썼다.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무역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외래교수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건설업서 일한 경험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SM그룹에 인수된 삼환기업을 이씨가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HSD엔진 사외이사도 전문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 HSD엔진은 선박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로 이 또한 이씨의 경력과 무관하다.

이 총리 동생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
20년 가까이 보험업…무관한 경력 도마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7남매(4남3녀)의 장남이고, 이씨는 이 총리의 셋째 동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생 보험업계 있던 사람이 건설업 대표이사로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실세 총리 친동생이기 때문에 영입한 게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며 “SM그룹 우 회장과 이 총리는 같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씨의 선임 이유가 뭘까. 먼저 삼환기업 측은 ‘회장님(우오현 SM그룹 회장) 판단’이라고 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삼환기업은 72년 된 회사다.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은 기업이 됐다. 그러다 보니깐 역동적인 회사가 필요하다고 회장님이 판단했다”며 “이번에 취임한 대표이사는 전남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한화에 근무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HSD엔진 측은 ‘다양성을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HSD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선임됐다. 전남신용보증재단, 중앙대 교수, 농협캐피탈 사외이사 경력 등이 있었다“며 “금융전문가라고 판단했다. 전문성보다는 다양성 때문에 영입했다. 총리 친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기업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권력자와 가까운 인사를 대표·사외이사로 영입해 ‘로비용’이나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개혁연구소도 “기업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전문성 없는 로비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정치권서도 비판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
 

이씨의 농협캐피탈 ‘취직’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씨는 2016년 8월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했지만, 지난해 4월1일 취업 제한 기업인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퇴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취업 제한 기업의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제대로 이끌까
사내외 의문도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그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 또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전남신용보증재단은 전라남도청 소관 유관단체로 이사장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다. 농협캐피탈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제한대상 기업이며, 전남신용보증재단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다. 

이씨는 적법하게 취업심사를 거쳤지만, 고위공직자 취업제한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심사는 무의미하다. 심사 대상자 684명 중 취업 제한을 받은 사람은 5%도 안 된다”며 “같은 업종인 만큼 적절한 취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오를 당시 이 총리와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출신의 한 보좌관은 “박 전 지사와 이 총리는 같은 호남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둘은 정치적 동지다. 전남지사 선거 때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고비 때마다 함께했다”고 귀띔했다. 

공직 퇴직 1년 되지 않아 사외이사
심사 통과…취업제한 유명무실 지적

실제로 이 총리는 2004년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이 총리가 박 전 선거를 돕다가 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 성대결절 수술까지 받은 건 유명한 일화다. 

이외에도 2006, 2010년 지방선거 때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지지유세에 나서는 등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3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지사 역시 이 총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일조했다. 2014년 3월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후 박 전 지사는 측근들을 이 총리의 선거 캠프로 보내 선거운동을 도왔다. 당시 박 전 지사는 이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감수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박 전 지사가 2010년 6월 3선에 성공한 직후인 그해 7월 선임됐다. 박 전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기간 이씨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한편 이 총리는 동생 이씨 때문에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총리 임명 당시 이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 회피 의혹으로 발목이 잡힐 뻔한 것.

지난해 5월 청문회 때 이 총리가 실제 거주하지 않은 모친 명의의 부동산을 거래해 2억원 이상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총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씨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식사과까지 했다. 

‘셋째 동생 이씨가 시골의 모친을 서울서 모시기 위해 모친의 명의로 (서울 강남 소재)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화재보험에 근무하던 셋째 동생이 모친을 모시겠다고 했으나 모친이 서울 생활을 거부했다. 2004년 총선 과정서 동생에게 조기 매각토록 권유해 2005년 3월에 매각했다.’

당시 이씨는 시세차익 1억5000만원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형으로서 동생의 위법사항을 파악해 조기 매각 권유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총리 형님 덕분? 
“능력 있어서 선임”

이씨 아들이 병역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 아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간 후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씨 측은 “아들이 오래 전부터 외국서 살았고 개인의 선택이었다”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동생에 물었더니… “양아치 같은 질문 하지 마라”

이낙연 총리의 셋째 동생 이계연씨는 자신의 자격 논란에 대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다음은 이씨와 일문일답이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를 사임했다.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올 때 사표를 내고 왔다. 일정이 겹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환기업 대표이사 등기랑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법상 두 군데 못하게 돼있다. 뭘 그런 걸 취재하고 그럽니까. 그게 중요한 내용입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건설 경력이 없는데 건설사 대표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여보세요. 그게 지금 내 신상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이런 걸 취재하고 다니는 사람이요? 정상적인 거 하세요. 이상한 거 하지 말고. 끊으세요. 어떤 ○○이 제 번호 알려줬어요. 그건 그룹이 알아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거지. 그런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똑바로 쓰세요. 이상하게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깐. 

-혹시 큰형인 이낙연 총리와 상관이 없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니깐. 어디 신문이라고 그랬죠? 쓸 데 없는 그런 신문 만들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왜 해요. 그건 주주가 알아서 선정한 거지. 국무총리랑 무슨 상관있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세요. 쓸 데 없는 그런 짓이나 하고 있어. 그게 언론이 할 짓이에요?

-과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때도 말이 많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들었어. 어디서 이런 사이비 취재만 배웠소? 전공이 사이비요? 되지도 않는 거 하지마세요. 국민들이 누가 그런 거 알고 싶겠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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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