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30 09:46:09
  • 호수 11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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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던 사람이 건설사 대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 동생의 취업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로 취업한 기업과 무관한 경력이 도마에 올랐다. 잘 이해되지 않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일까. 아니면 그 힘을 이용하려는 것일까.

지난달 25일, 농협캐피탈은 경영공시를 통해 이계연씨가 사외이사·감사·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중도퇴임’했다고 밝혔다. 퇴임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 그 다음날 이씨는 SM그룹이 인수한 삼환기업의 대표이사가 됐다. SM그룹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회생절차 종결 결정으로 이씨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보험맨의 변신
건설 수장으로

앞서 같은 달 8일, 이씨는 두산그룹이 최근 매각한 HSD엔진(두산엔진 전신) 사외이사로도 선임됐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퇴임한 것은 ‘사외이사 겸직 금지’ 규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사직은 상장사나 비상장사 구분 없이 2곳까지만 겸직이 허용된다.

그런데 이씨의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은 그의 경력과 전혀 무관한 업종인 만큼 자격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씨는 20년 가까이 보험업에 종사한 ‘보험맨’이다. 


실제로 그는 ▲삼성화재보험 기획조사실, 상품개발 팀장 등(1986.8∼2005.3) ▲코리아크레딧뷰로 기획실장(2005.3∼2007.1) ▲한화손해보험 법인영업 총괄 상무(2007.2∼2010.1)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2010.8∼2016.8) 등으로 근무했다.

이씨는 한국보험학회, 한국리스트관리학회 등 보험과 관련된 학술 단체에도 소속돼있다. 관련 논문도 세 차례나 썼다.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무역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대학교 산업창업경영대학원 외래교수기도 하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건설업서 일한 경험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SM그룹에 인수된 삼환기업을 이씨가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HSD엔진 사외이사도 전문성이 의심되기는 마찬가지. HSD엔진은 선박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로 이 또한 이씨의 경력과 무관하다.

이 총리 동생 삼환기업 대표이사 선임
20년 가까이 보험업…무관한 경력 도마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씨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총리는 7남매(4남3녀)의 장남이고, 이씨는 이 총리의 셋째 동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생 보험업계 있던 사람이 건설업 대표이사로 가는 건 말도 안 된다. 실세 총리 친동생이기 때문에 영입한 게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며 “SM그룹 우 회장과 이 총리는 같은 호남 출신이라는 점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씨의 선임 이유가 뭘까. 먼저 삼환기업 측은 ‘회장님(우오현 SM그룹 회장) 판단’이라고 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삼환기업은 72년 된 회사다. 보수·진보라는 표현이 그렇지만, 너무 움직이지 않은 기업이 됐다. 그러다 보니깐 역동적인 회사가 필요하다고 회장님이 판단했다”며 “이번에 취임한 대표이사는 전남신용보증기금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삼성, 한화에 근무하면서 경영에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HSD엔진 측은 ‘다양성을 위해 영입했다’고 밝혔다. 

HSD 관계자는 “주총을 통해 선임됐다. 전남신용보증재단, 중앙대 교수, 농협캐피탈 사외이사 경력 등이 있었다“며 “금융전문가라고 판단했다. 전문성보다는 다양성 때문에 영입했다. 총리 친동생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기업들은 정부 고위직이나 권력자와 가까운 인사를 대표·사외이사로 영입해 ‘로비용’이나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제개혁연구소도 “기업의 사외이사 상당수가 전문성 없는 로비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정치권서도 비판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
 

이씨의 농협캐피탈 ‘취직’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이씨는 2016년 8월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서 퇴직했지만, 지난해 4월1일 취업 제한 기업인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퇴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취업 제한 기업의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제대로 이끌까
사내외 의문도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나 그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민간업체 또는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전남신용보증재단은 전라남도청 소관 유관단체로 이사장은 공직자윤리법 적용 대상이다. 농협캐피탈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취업제한대상 기업이며, 전남신용보증재단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다. 

이씨는 적법하게 취업심사를 거쳤지만, 고위공직자 취업제한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현재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심사는 무의미하다. 심사 대상자 684명 중 취업 제한을 받은 사람은 5%도 안 된다”며 “같은 업종인 만큼 적절한 취업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에 오를 당시 이 총리와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호남 출신의 한 보좌관은 “박 전 지사와 이 총리는 같은 호남이며 언론인 출신이다. 둘은 정치적 동지다. 전남지사 선거 때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고비 때마다 함께했다”고 귀띔했다. 

공직 퇴직 1년 되지 않아 사외이사
심사 통과…취업제한 유명무실 지적

실제로 이 총리는 2004년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이 총리가 박 전 선거를 돕다가 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 성대결절 수술까지 받은 건 유명한 일화다. 

이외에도 2006, 2010년 지방선거 때 박 전 지사의 당선을 위해 지지유세에 나서는 등 박 전 지사의 전남도지사 3선에 큰 역할을 했다.

박 전 지사 역시 이 총리의 전남도지사 당선에 일조했다. 2014년 3월 이 총리가 전남도지사 출마 선언을 한 이후 박 전 지사는 측근들을 이 총리의 선거 캠프로 보내 선거운동을 도왔다. 당시 박 전 지사는 이 총리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감수했다.
 

공교롭게도 이씨는 박 전 지사가 2010년 6월 3선에 성공한 직후인 그해 7월 선임됐다. 박 전 지사가 도지사로 있는 기간 이씨는 연임에도 성공했다.


한편 이 총리는 동생 이씨 때문에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총리 임명 당시 이씨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아들 병역 회피 의혹으로 발목이 잡힐 뻔한 것.

지난해 5월 청문회 때 이 총리가 실제 거주하지 않은 모친 명의의 부동산을 거래해 2억원 이상 차익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총리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이씨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식사과까지 했다. 

‘셋째 동생 이씨가 시골의 모친을 서울서 모시기 위해 모친의 명의로 (서울 강남 소재)아파트를 2억6500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삼성화재보험에 근무하던 셋째 동생이 모친을 모시겠다고 했으나 모친이 서울 생활을 거부했다. 2004년 총선 과정서 동생에게 조기 매각토록 권유해 2005년 3월에 매각했다.’

당시 이씨는 시세차익 1억5000만원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형으로서 동생의 위법사항을 파악해 조기 매각 권유 등 조치를 취했지만,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총리 형님 덕분? 
“능력 있어서 선임”

이씨 아들이 병역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씨 아들은 캐나다로 유학을 간 후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씨 측은 “아들이 오래 전부터 외국서 살았고 개인의 선택이었다”며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 동생에 물었더니… “양아치 같은 질문 하지 마라”

이낙연 총리의 셋째 동생 이계연씨는 자신의 자격 논란에 대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라”고 발끈했다. 다음은 이씨와 일문일답이다. 

-농협캐피탈 사외이사를 사임했다.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올 때 사표를 내고 왔다. 일정이 겹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삼환기업 대표이사 등기랑 겹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법상 두 군데 못하게 돼있다. 뭘 그런 걸 취재하고 그럽니까. 그게 중요한 내용입니까. 앞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세요. 

-건설 경력이 없는데 건설사 대표로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여보세요. 그게 지금 내 신상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당신은 지금 이런 걸 취재하고 다니는 사람이요? 정상적인 거 하세요. 이상한 거 하지 말고. 끊으세요. 어떤 ○○이 제 번호 알려줬어요. 그건 그룹이 알아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한 거지. 그런 거랑 무슨 상관있어요. 똑바로 쓰세요. 이상하게 쓰면 가만히 안 있을 거니깐. 

-혹시 큰형인 이낙연 총리와 상관이 없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라니깐. 어디 신문이라고 그랬죠? 쓸 데 없는 그런 신문 만들어가지고, 그런 식으로 왜 해요. 그건 주주가 알아서 선정한 거지. 국무총리랑 무슨 상관있어. 그런 양아치 같은 질문하지 마세요. 쓸 데 없는 그런 짓이나 하고 있어. 그게 언론이 할 짓이에요?

-과거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때도 말이 많았는데?

▲당신은 머릿속에 그런 생각만 들었어. 어디서 이런 사이비 취재만 배웠소? 전공이 사이비요? 되지도 않는 거 하지마세요. 국민들이 누가 그런 거 알고 싶겠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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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