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

‘M&A 큰손’ 덩치만 크지 속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기업의 간판을 달고 있으나 사실상 수입이 없거나 재무구조가 엉망인 회사들이 있다. 이른바 좀비회사. 그룹 계열사에 이 같은 기업이 많다면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몰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재계에선 이런 점 때문에 좀비기업의 퇴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M&A로 덩치를 키운 SM에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룹에 숨어있는 ‘좀비기업’ 17곳을 확인했다.
 

SM그룹은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M은 지난 5월말 기준 6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 기준 8조6160억원 수준으로 어엿한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경영난 계열
20개에 육박

1988년 광주서 우오현 회장이 삼라건설을 창업하면서 SM그룹의 모체가 탄생했다. 당시 우 회장 나이 36세 불과했다. 삼라건설이라는 사명은 삼라만상서 가져온 것으로 우 회장이 불교 집안에서 자란 영향이라고 전해진다. 

법인 설립을 마칠 무렵 광주서도 아파트 붐이 크게 일었고 이에 따라 삼라건설도 승승장구했다. 1997년 외환 위기가 닥치며 극심한 불황이 찾아왔지만 보수적인 경영을 해왔던 SM그룹은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헐값에 나온 수도권 택지를 집중적으로 인수해 사업을 확장했다.


외환위기는 M&A 기회를 줬다.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이전에 잘 나가던 많은 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나왔다. 이런 매물 가운데 우량 기업을 골라내서 그룹을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우 회장은 기업 사냥에 나섰다. 

첫 M&A는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이었다. 기존의 삼라건설이 아파트 분양의 강자였다면 진덕산업은 강남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자유의다리-판문점 간 도로공사 등 기반시설과 대형 건축물을 주로 다뤄온 만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의 진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이후 3년간은 제조업에 집중했다. 건전지 브랜드 벡셀, 화학 회사 조양, 유리·건설자재 회사인 경남모직, 알루미늄 전문업체 남선알미늄, 스판덱스·화학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등을 이 시기에 인수했다. 

활발한 인수합병에 힘입어 2008년 그룹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 티케이케미칼 인수가 특히 결정적이었는데 6000억대 수준이었던 SM그룹은 매출 8000억의 티케이케미칼을 인수하며 단숨에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돈 못 버는 계열사
방치되는 친족기업

2008년 이후에도 꾸준히 인수합병을 계속해 부실기업 전문회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5년 6월 말에는 자산총액이 4조원에 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요건인 5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SM그룹의 폭풍성장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지배구조 상 계열사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SM그룹에는 그룹의 경쟁력을 낮추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얼마나 될까. 공정위 대규모기업집단 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SM그룹 계열사 가운데 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거나 매출액이 없는 곳은 17곳으로 조사됐다.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곳은 11곳으로 재무구조가 부실한 계열사가 많다는 점도 리스크다. 

2009년 설립된 경남티앤디는 매출액이 전무한 데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섬유제품 제조업을 주요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자본총액은 ?19억3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8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우 회장은 이곳 지분 46.29%을 가지고 있다(지난해 9월 기준). 이 외에 임원이 38% 지분을 가지고 있어 총 동일인과 관계있는 지분은 84.29%에 달했다.

자본잠식 허덕
전무한 매출

그루인터내셔널 역시 자본총액 -4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놓여있다. 자산총액은 2억9900만원 수준. 이 회사는 2013년 6월14일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주 사업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종업원수는 4명이다. 

지난해 매출액 13억4100만원, 당기순이익 6200만원을 각각 시현했다. 이곳은 오너 일가의 친족이 1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델라노체도 사실상 기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델라노체는 도매 및 상품중개업을 영위업종으로 2014년 12월8일 설립됐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무했다. 기업규모를 살펴보면 자산총액, 자본총액, 자본금이 각각 2000만원씩이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곳은 우 회장의 친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제품 제조업이 주사업 목적인 메디원 역시 경영 사정이 좋지 않다. 2011년 10월14일 설립돼 2014년 7월10일 계열사에 편입된 메디원은 지난해 자본총액이 -3억9400만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매출액도 전무했다. 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을 나타내고 있다. 종업원은 단 1명이다. 10억원의 자본금이 투입됐지만 현재까지는 그룹 내에서 손해만 끼치고 있는 상황. 메디원의 주식은 에스엠생명과학이 70%의 지분율을 가지고 SM그룹에 편입됐다.

바로코사도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00년 설립된 바로코사는 2016년 11월1일 SM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은 10명 규모다. 지난해 기준 부채총액 111억9400만원, 자산총액 86억2200만원으로 자본총액은 -25억7200만원이다. 매출은 75억6200만원을 올렸으나 3억94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라농원 역시 자본잠식 상태다. 2013년도에 설립된 삼라농원은 농업을 사업목적으로 영위하고 있다. 자산총액 65억6400만원, 부채총액 70억44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자본총액은 -4억8000만원이다. 매출액은 1억6100만원을 기록했지만 1억93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원은 단 1명이다. 

삼라농원은 우 회장의 딸 우연아씨가 대표로 있다. 이 곳 지분은 우 회장의 친족이 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스씨파워텍은 매출액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115억원 수준. 재무상태도 긍정적이지 않다. 10억원의 자본금이 들어갔지만 현재 자본총액은 2억5500만원 수준으로 자본잠식 상태. 

에스씨파워텍은 전문직별 공사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2007년1월3일 설립됐다. 우방건설산업이 에스씨파워텍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SM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은 3명 규모로 크지 않다.
 

온양관광호텔도 자본이 바닥을 드러냈다. 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 459억3900만원, 부채총액 514억27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자본총액은 -57억88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액은 60억3100만원을 기록했지만 270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숙박업을 영위하는 온양관광호텔은 종업원 64명 수준이다. 2003년 7월29일 설립된 온양관광호텔은 지난해 10월30일 SM 계열사에 편입됐다. 온양관광호텔은 현재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SM그룹은 온양관광호텔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울코퍼레이션 역시 완전자본잠식 상황.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1억800만원, 부채총액 1억43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은 3500만원으로 자본이 바닥을 드러낸 셈. 지난해 3억8500만원의 매출액을 시현했지만 11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울코퍼레이션의 종업원은 한 명도 없다. 친족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우 회장의 친족이 한울코퍼레이션의 지분 50%를 쥐고 있다. 30%는 임원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통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액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경영에 대한 성과가 전무한 것. 1억32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으로 경영 사정이 긍정적이지 않다. 자산총액 50억6200만원, 부채총액 27억8300만원을 각각 기록했으며 종업원은 없다. 

1981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2007년6월18일 SM그룹에 편입됐다. 2010년에 매각을 추진한 바 있으나 매각이 무산된 뒤 현재까지 SM그룹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분 구조는 우 회장이 19.96%를 가지고 있고, 삼라 39.93%, 동아건설산업 39.93%를 각각 기록했다.

기원토건도 매출이 전혀 없었다. 당기순이익도 7000만원 적자. 재무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자산총액 7억900만원, 부채총액 500만원으로 부채가 거의 없는 상황. 전문직별 공사업을 하는 기원토건의 종업원은 0명으로 사실상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쉽지 않은 매각
더 어려운 회생

삼라산업개발은 자본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 9억9800만원, 부채총액 28억9700만원을 기록했다. 자본총액 -18억9900만원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삼라산업개발은 임대업(부동산 제외)을 사업목적으로 1997년 설립돼 SM그룹과 함께 했다. 

우 회장이 지분 47%를 가지고 있으며, 임원 등이 41.33%의 지분을 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의 지분만 88.33%를 기록할 만큼 지분율이 높다.

우방토건도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처해있다. 자산총액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부채총액은 1억2200만원이다. 자본총액 -1억1900만원으로 자본이 바닥을 드러냈다. 2004년 12월1일 설립된 우방토건 역시 2013년 5월29일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다. 경영 상황도 우호적이지 않다. 매출액은 전무하며, 1억2300만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사주류도 자본 상황이 좋지 않다. 자산총액 18억3000만원, 부채총액 202억7500만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월등히 많은 상황이다. 자본총액 -201억1200만원 완전 자본잠식 상황을 맞은 것. 

이코사주류 역시 2016년 12월8일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됐으나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나마 매출액이 위안이다. 매출액 170억5600만원, 당기순이익 8000만으로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 이코사주류는 바로코사가 지분 100%로 자회사로 두고 있다.

물고 물리는 계열사
커져가는 리스크

부동산업체 일산프로젝트 역시 재무구조가 부실하다. 2008년7월 설립돼 2016년 11월29일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자산은 1억6300만원인데 반해 부채가 202억7500만원에 달한다. 자본총액은 -201억1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매출액은 전무하다. 7억9200만원의 당기순손실로 실적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인프라개발도 회사에 돈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1000만원, 부채총액 5억3500만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웃돌았다. 자산총액은 -5억2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2016년 계열사에 편입됐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없었다. 당기순이익은 -4200만원으로 적자. 한국인프라개발은 SM계열사 동아건설산업이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한류우드개발에이엠 역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자산총액 6700만원, 부채총액 2억4900만원으로 부채 규모가 자산총액보다 크다. 자본총액은 -1억8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황이다. 

수익성도 높지 않다. 지난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4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현재 동아건설산업이 87.20%로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설립된 한국인프라개발은 2016년 M&A를 통해 SM그룹에 편입됐다. 직원은 4명이다.

궤도권 순항
연쇄 경영난

재계의 한 관계자는 “SM그룹은 미래를 보고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성과가 궤도에 오른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부채 비율이 전체적으로 높은 많큼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연쇄적으로 경영난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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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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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