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들킨 우오현 SM그룹 회장 ‘보복성 줄고소’ 막전막후

실패로 돌아간 언론 길들이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속이 빤히 보였던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가 수포로 돌아갔다. 회장님의 치부를 들춰낸 죄를 묻고자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본인들이 원했던 결말은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던 속내만 여지없이 들통난 꼴이다. 

최근 들어 언론을 대하는 대기업의 대처법은 이전과 많은 부분에서 다른 양상을 나타낸다. 기사에 주목하기보단, 기사에 담긴 사실 자체에 불편함을 쏟아내며 언론중재위원회를 찾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언중위를 거치는 수순은 그나마 양반이다. 몇몇 대기업은 앞뒤 정황을 따지기보다는 사법적 판단을 앞세우려 한다.

빤히 보이는
불편한 속내

이렇다 보니 언론사와 기자는 꼼꼼해질 수밖에 없다. 취재 과정에서 사실 여부를 몇 번이나 검토해야 하고, 상반된 입장에 대한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고자 애쓴다. 거의 모든 기사 속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에 담긴 표현의 어긋남을 인정하고 반론보도를 수용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기사를 사이에 둔 언론사와 대기업 간 시시비비는 끊이지 않는다. 이쯤이면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은 대기업 입장에서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여부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본인들의 치부를 공개한 언론과 기자의 펜을 어떻게든 길들이겠다는 목표만 강해질 뿐이다.

<일요시사>에 대한 SM그룹의 노골적인 괴롭힘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일요시사>는 2019년 10월18일 ‘<단독>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해당 기사는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모씨에 초점을 맞췄고, 한발 더 나아가 우 회장과 김씨 사이에서 태어난 우기원씨가 그룹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김씨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한 인물치곤 노출된 정보가 극히 미미했던 까닭이다. 어떤 계기로 SM그룹과 인연을 맺었고,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일요시사>는 SM그룹 전·현직 관계자를 비롯한 다수의 취재원과 접촉해 취합한 증언을 토대로 김씨와 우 회장의 사실혼 관계를 파악했다. 당시 우 회장은 본처인 신모씨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수년 동안 ‘두 집 살림’을 해왔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었다.

경영 개입 ‘사모님 실체’ 단독 보도
그동안 게시된 기사 모두 모아 고소

물론 우 회장의 사생활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SM그룹 총수의 이야기를 보도하는 데 열중하기보다는, 우 회장의 사생활이 후계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지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실제로 당시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김씨는 SM그룹 승계 작업의 큰 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씨는 ▲동아건설산업 ▲삼라 ▲삼라산업개발 ▲경남디앤티 등 SM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김씨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신씨와 그의 딸들보다 많았고 <일요시사>는 이를 두고 김씨에 대한 우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인식했다. 당시 신씨의 경우 SM그룹 관련 지분이 단 1주도 없었다는 점에서 김씨와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씨의 세 딸이 보유한 SM생명과학 지분 역시 기원씨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었다.

우 회장과 김씨의 관계를 조망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승계 구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지 주목한 해당 기사에 대해 SM그룹 측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는 데 인색했다.

당시 SM그룹 관계자는 “회장님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도, 확인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승계에 관한 질의에도 “후계구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했을 뿐이었다.

사실혼 들통
개념은 어디로…

이처럼 <일요시사>의 질의에 명확한 답변을 꺼렸던 SM그룹은 정작 해당 기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자 상식 밖의 행동을 꺼내 들었다. 의도가 뻔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5월 SM그룹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및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을 이유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기사가 온라인에 공개된 지 7개월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9년 7월1일자로 송출된 ‘<단독>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와 2019년 12월2일 <일요시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단독>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 2018년 7월30일 보도한 ‘<단독>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 역시 같은 이유로 고소 절차를 밟았다.

‘SM그룹 우오현 회장, 총리 동생에…대통령 동생도 품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남동생 문재익씨가 2018년부터 SM그룹 계열사인 KLCSM에서 선장으로 근무 중이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총리 동생의 이상한 취업’은 이낙연 전 총리의 셋째 동생인 이계연씨가 2018년 삼환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지난 30년 동안 건설업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던 계연씨가 삼환기업의 적임자인지 의문을 표한다.

의도 뻔한
꼬리물기

‘SM그룹-한미동맹친선협회-K사 기막힌 동거 내막’은 과거 김씨의 개인회사로 인식됐던 K사에 관한 기사였다. 이 회사는 우 회장의 친여동생 우현의씨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한미동맹친선협회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사가 작성될 무렵 K사의 대표이사는 이모씨였고, K사는 이씨의 개인회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일요시사>는 취재를 통해 K사가 SM그룹의 영향력 아래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을 다뤘다. 


<일요시사>는 K사(2009년)와 한미동맹친섭협회(2010년)는 설립할 때부터 같은 사무실을 썼다는 점을 주목했다. 한미동맹친선협회는 SM그룹의 특수관계사였고, 현의씨는 한미동맹친선협회 회장이자 SM그룹 대외협력 총괄사장을 맡던 상태였고, 우 회장은 한미동맹친선협회 고문이었다.

앞에서 열거한 기사들은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던 SM그룹 내부 사안을 다룬 <일요시사> 단독 보도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국민의 알 권리에 충분히 부합할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SM그룹이 고소를 앞세웠다는 건, 최대한의 압박을 통해 어떻게든 기사의 생명을 단절시키겠다는 의도기 자명했다. 이 같은 SM그룹의 의도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에서 또 한 번 여지없이 드러났다.

SM그룹은 앞서 열거한 네 편의 기사 이외에도 ▲17개 SM그룹 좀비기업 대해부(등록 2018년 6월15일) ▲우오현 SM그룹 회장, 1인 36역(등록 2018년 6월1일 겸직왕) ▲<탄핵 후폭풍> 좌불안석 친박기업 백태(등록 2017년 3월10일) ▲박근혜와 특별한 SM그룹, 왜?(등록 2016년 12월19일) 등 SM그룹을 언급한 대다수 <일요시사> 기사를 문제 삼았다. 작성 시기가 4년을 훌쩍 넘긴 기사를 걸고넘어지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자본 권력 앞세운 대기업 무리수
노골적인 ‘재갈 물리기’ 수포로

이 과정에서 해당 기사를 작성했던 기자들은 물론이고, 편집인과 발행인까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나타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 ‘SM그룹 후계열쇠 쥔 회장님 내연녀의 정체’를 작성한 기자에게 ‘이 기사로 인해 다른 기자들마저 송사에 휘말린 것’이라는 심적 부담을 짊어지게 하려는 얕은 수마저 엿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구나 소송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소송은 단순 횡포에 불과하다. 의도가 뻔한 겁주기식 고소와 소송 돌입을 계획했던 SM그룹의 행위야말로 ‘전략적 봉쇄 소송’의 본질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행위는 커다란 위험요소를 내포한다. 무엇보다 힘을 가진 자의 심기를 거슬렀을 경우 적잖은 고초가 뒤따른다는 공포심을 조성할 수 있다.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다 오히려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약자가 되레 범죄자로 전락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당연하게도 SM그룹의 <일요시사> 길들이기는 수포가 돼 버린 상황이다. 지난달 13일 서울방배경찰서는 SM그룹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안에 대해 일제히 ‘불송치(혐의 없음)’결정을 내렸다. 법률상 범죄가 성립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SM그룹이 지난 1년간 <일요시사>에 재갈을 물리고자 심혈을 기울였던 모든 작업이 소득 없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공은 SM그룹으로 넘어갔다. 단지 본인들이 불편하다는 속내를 내비치며 언론을 상대로 무력행위를 거듭해 온 SM그룹이 자정의 노력을 갖지 않는다면 지금껏 불거진 구설 이상으로 세간의 의혹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당연했던
‘혐의 없음’

언론계 관계자는 “바른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들은 대기업 입장에서 언제나 위협의 대상이다. 덕분에 기자를 향한 고소·고발이 일상화되는 양상”이라며 “재력이 펜을 꺾으려는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SM그룹이 벌인 이번 행동 역시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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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