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특별한 SM그룹 '왜?'

  •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6.12.19 10:08:55
  • 호수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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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통하는 대통령과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박근혜 게이트’에 낀 재계가 좌불안석인 가운데 유독 한 기업이 숨을 죽이고 있다. 바로 ‘SM그룹’. 일반에 다소 생소한 이 기업은 왜 엎드려 있을까. 그 이유를 짚어봤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거침없이 몸집을 불려온 SM그룹은 현 정부와 인연이 깊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과 오버랩 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SM그룹이 요즘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궁합이 맞다

건설에서 화학, 제조, 화장품, 헬스케어, 리조트 등으로 사세를 확장해 재계 50위권 중견그룹으로 성장한 SM그룹. 자산 5조원. 거느린 계열사만 30여개에 이른다. 대부분 법정관리(회생절차) 기업들이 먹잇감이 됐는데, 현 정부 들어 더욱 왕성한 ‘식욕’을 드러냈다.

▲2013년 대한해운 ▲2014년 동양생명과학 ▲2015년 솔로몬신용정보 ▲2016년 성우종합건설·동아건설산업

이쯤 되면 특혜 의혹이 불거지는 게 당연할 정도. 관련 업계에선 뒤에 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막연한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해마다 한 기업씩 ‘포식’한 SM그룹은 강릉 동계올림픽특구에 SM호텔까지 짓고 있어 의심을 더한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현 정부 들어 급성장했기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며 “최순실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TK서 맹활약

우연일까. SM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 곳은 다름 아닌 대구·경북, 이른바 ‘TK’ 지역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박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지역서 호남기업인 SM그룹은 훨훨 날았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SM그룹의 총매출액의 절반가량이 대구경북지역에 본사를 둔 계열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SM그룹은 2015년 총 2조45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이 가운데 49.3%에 해당하는 1조2075억원을 지역에 본사를 둔 계열사에서 올렸다. SM그룹 산하 대구경북지역에 기반을 둔 계열사는 중견 건설업체인 우방을 비롯해 모두 4개사.

이들 4개사의 매출액을 합하면 지난해 기준 2조450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대구 북구 침산동의 우방과 TK케미칼이 각각 1532억원과 6590억원을 기록했다. 달성군의 남선알미늄은 3503억원, 구미공단의 벡셀은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방 단골동행

같은 맥락에서 SM그룹이 박근혜정부 들어 경제사절단에 단골로 참석한 것도 이상하게 보는 시각이 많다. 경제사절단은 기업의 영향력을 드러내는 지표로 비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특혜 의혹과 무관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직간접 인연 눈길
‘불똥 튈라’ 바짝 엎드려 몸조심

정상외교 경제활용포털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한 이후 같은 해 5월 미국을 시작으로 지난 9월 라오스까지 총 21차례 경제사절단을 운영했다. 이 가운데 SM그룹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횟수는 15차례나 된다.

우오현 회장이 참가한 경제사절단은 ▲2013년 미국·베트남·인도네시아·유럽 ▲2014년 인도·스위스·독일·중앙아시아·캐나다 ▲2015년 중남미 4개국 ▲2016년 이란·몽골 등이다.
 

2014년 10월 이탈리아부터 그의 딸 우연아 부사장도 따라가기 시작했다. 우 부사장은 2015년 미국·체코, 2016년 아프리카·프랑스 등에 동행했다. SM그룹은 대기업 자격으로 경제사절단에 포함되기도 해 뒷말이 적지 않았다.

우주로 통하다

SM그룹과 박 대통령이 통하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우주’란 뜻과 의미에서다.

우 회장은 양계장을 운영하다 우연한 계기로 건축업에 뛰어들어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8년 삼라건설을 설립하면서다. SM그룹의 원이름은 ‘삼라마이더스’. 삼라의 영문 첫 글자 S와 마이더스의 영문 첫 글자 M이 합쳐져 지금의 SM그룹이 됐다.

우 회장이 불교집안서 자란 영향 탓에 삼라란 사명은 ‘삼라만상(森羅萬象)’에서 따왔다. 우주에 있는 온갖 사물과 현상을 말한다. ‘우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우 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우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기업이란 게 결국 하나의 우주”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주란 단어는 국민들에게 익숙하다. 어린 아이들까지 농담으로 주고받을 정도. 탄핵 정국을 맞아 각종 패러디도 쏟아지고 있다. 진원지는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우주의 기운이 돕는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그런 기운이 온다” 등의 추상적인 발언을 했는데, 국민들로선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국가 원수가 할 말이냐는 의구심도 잠시. 문제의 최순실씨가 해당 연설문을 첨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개그 소재로 자주 쓰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당시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오방낭을 행사에 사용했는데, 최씨가 기획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직접 교감도


우 회장과 박 대통령은 직접 교감을 나눈 적도 있다. 2014년 7월 중견기업연합회 출범식에서다. 우 회장은 헤드 테이블에 함께 앉은 박 대통령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고,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즉석 수용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우 회장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지표인 창조경영의 성공은 거창하고 화려한 구호보다 우리 주변의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현안이 해결돼야 한다”며 쪽방촌 거주자들을 위한 아파트와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마련 방안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SM그룹을 비롯한 건설 참여 업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소명의식으로 이익 보지 않고 무료봉사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관련 규제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우 회장의 깜짝 발언을 듣고 “참으로 훌륭한 방안”이라고 칭찬하면서 박수까지 쳤다는 후문. 그리고 옆자리에 배석한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즉시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오현 SM·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인연


건설로 일어선 우오현 SM그룹 회장과 닭으로 성공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은 인연이 깊다. 우 회장은 1971년부터 1978년부터 양계업을 했다. 당시 김 회장과 양계로 돈을 번 우 회장은 건설업에 진출했다. 양계를 계속한 김 회장은 지금까지 닭이 주업이다. 그런데 청년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사람은 지금은 만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을 통해 (김 회장의) 활약을 잘 보고 있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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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