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여의도 장관들 막전막후

수도권 사수 점령군이 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최근 현직 장관들의 여의도 컴백설이 제기되면서 여러 하마평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자꾸 거론된다. 내년 총선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선 수도권 승리가 필수다. 이들을 얼굴로 앞세워 국민의힘은 수도권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까?

여의도 출신 장관들이 슬슬 총선 채비에 나서는 모양새다. 조만간 이들이 여의도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으로 이번 소폭 개각서 유일하게 교체됐다. 권 장관은 국회로 되돌아오는 1호 케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윤석열정부 출범과 동시에 인선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9개월
앞두고…

그런 그가 예상보다 빠르게 국회로 되돌아오는 점을 미뤄봤을 때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로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의 역할 재정립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었다. 권 장관은 이 같은 기조에도 북한과 대화, 타협 이야기를 많이 해왔던 인물이다. 

즉, 윤 대통령의 국정 콘셉트와 잘 맞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결국 윤 대통령과 권 장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원포인트’ 개각으로 평가된다. 권 장관은 국민의힘 전략통으로 당내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연착륙하도록 진두지휘해왔다.

실제로 그는 대선 기간에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을 맡았다가 당내 분란이 발생하자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전략을 짰다. 당내서 권 장관에게 내리는 평가는 온건, 신중한 성격으로 보수 진영의 대표적 전략가로 통한다. 국회 컴백 후 당장 존재감을 발휘하기보다는 스페어 타이어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의 구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도 권 장관은 김 대표 체제를 측면서 지원하며, 총선 전략을 짜는 등 대통령실과 당의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민의힘 내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인재 영입에도 활약할 예정이다. 앞서 권 장관은 중량감 있는 역할을 도맡아 해왔던 만큼 이번 총선서도 어떤 인물들을 발굴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권 장관은 외부 인사 영입을 맡았던 바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빨리 총선 준비에 몰두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그의 지역구 민심이 심상치 않아서다. 권 장관의 현 지역구는 서울 용산으로 앞서 지난 총선서 그는 적은 표 차이로 신승했었던 만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용산은 대통령실 이전 문제와 이태원 참사 문제로 한참 뒤숭숭한 상황인 데다 권 장관과 호흡을 맞췄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직무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점차 박 구청장을 넘어 권 장관에게도 향하고 있는 만큼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구청장은 권 장관의 정책특보 출신으로 아주 밀접한 관계다. 이른 복귀를 타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줄줄이 복귀, 새로운 가교 역할?
험지 출마로 내년 총선 힘 보태기

특히 용산은 대통령실이 위치한 핵심 지역으로 윤정부를 상징하는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관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당 복귀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서 권 장관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지역민심을 다져놔야 유리할 수밖에 없다. 권 장관을 필두로 여의도 출신 장관들도 하나둘 복귀 시점을 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이 빠르게 국회로 되돌아오는 이유 중 하나도 여의도 출신 장관들의 복귀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가에선 권 장관에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는 9월, 혹은 연말에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이들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1월11일 전에는 모두 돌아와야 한다. 선거 3개월 전이다. 

원 장관은 윤정부의 스타 장관 중 한 명으로 대선 기간 동안 ‘이재명 저격수’ ‘대장동 1타 강사’로 인지도를 끌어올렸으며 윤 대통령의 부름으로 국토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후 현장을 자주 찾으면서 일하는 장관이라는 수식어도 함께 얻기도 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유임됐지만, 차기 개각에선 원 장관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내년 4월 총선서 판세를 뒤흔들 수 있을 인물로 거론된다. 이른바 ‘조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원 장관의 출마 지역을 두고서도 여러 하마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도권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못 해도 출마설이 도는 지역구가 최소한 15군데에 이를 정도다. 대표적으로 서울 동작구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있는 고양시다. 동작구는 재개발 이슈로 원 장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최근 해당 동작구 상도동 일대의 재개발 사업은 인가 처리까지 완료된 상태다. 고양시 공천도 재개발과 자객 공천을 통해 심 의원을 잡겠다는 의도서 나온 말이다. 자객 공천은 낙선시킬만한 핵심 인물과 지역을 골라 선수를 내세우는 전략이다.

자객 공천
조커 역할

이 같은 자객공천설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에는 최근 대곡소사선 개통식 하루 전날, 국토부가 심 의원에게 참석하지 말라고 통보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심 의원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서 원 장관에게 고양시에 출마하느냐고 질의했던 바 있다.

이 밖에 본래 국회의원직을 했던 양천구 지역에도 경쟁자로 이름을 올린다. 현재 조수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최근 조 최고위원은 설화 등 다수의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자신 있게 출범했던 민생특위 역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소지를 일찌감치 양천구로 옮겼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못하다.

이렇듯 원 장관이 여러 하마평에 오르는 이유는 국민의힘 출신 인물 중 험지에 출마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마지로 거론되는 지역들에 대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선 총선 전략 카드로 분류하고 있다. 

또 다른 카드로 내세울 인물은 이 장관이다. 이 장관은 윤심(윤 대통령의 마음)에 속한 대표적인 3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수도권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 장관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데뷔전도 무난히 치렀다. 당시 정무위원회 첫 업무보고 당시 전체회의서 국무조정실장에게 문재인정부의 코로나 뉴딜에 대한 문제를 지적해 이목을 끌었다. 이후 윤정부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돼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굵직한 성과도 내놨다. 납품대금 연동제를 비롯해 ▲복수의결권 ▲챗GPT를 개발한 오픈 AI와 국내 스타트업 간 협업 정례화 등의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IT·벤처 사업가 출신임을 고려해 수도권·중원 벨트에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 역시 지역구 도전을 고심한다고 전해졌지만, 이 장관 측은 당분간은 장관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새 창구

그는 최고위원 출마 당시 “청년 인재의 이력, 경력을 데이터·플랫폼화해서 맞춤형 인재를 필요한 곳에 활용하겠다”며 미래 싱크탱크 구축 구상을 내놓는 등 청년정책에 방점을 찍었던 바 있다. 그만큼 청년층의 인재 영입도 감안하고 있는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총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 장관은 이르면 오는 9월, 늦어도 연말 무렵에 국민의힘에 복귀할 태세다. 박 장관이 노리는 지역구도 서울이나 수도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정치 1번지로 거론되는 종로나 자신의 본래 지역구인 강남으로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광진·중랑구 등 수도권 험지로 불리는 지역 중 탈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는 지역에도 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에 자리를 오래 비워왔던 만큼 당 복귀 후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이 지키려 했던 인물로 앞서 해외순방 기간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비속어 논란 당시 책임론이 불거진 바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윤 대통령이 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장관 역시 윤 대통령에게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여겨진다. 

이 밖에 현직 국무위원 중 총선 출마가 가시화된 인물엔 추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있다. 그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으로 대구 달성군에 출마해 당선됐다. 21대 국회 들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활동했고 지난해 3월 원내 수석부대표까지 지냈다. 

정통 관료 출신인 그는 야당과 예산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적임자로 선택돼 지난해 4월 경제부총리로 임명됐다. 보수 핵심 지역인 대구 달성구가 지역구다. 현재 TK(대구·경북)는 과거 친박(친 박근혜) 세력부터 보수 정치인들이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내부 공천 경쟁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으로 추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후 지역구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나온다. 일각에선 현 정권의 경제기조를 상징하는 인물인데 교체에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다. 

공천 파동 겪었던 인사들 결과 안다?
몇 명 나간다고 민심 바뀌지 않는다?

추 장관 역시 “출마는 대통령의 뜻”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TK 역시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일정 부분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들이 오간다. 

이들이 여의도로 복귀하면 곧바로 국민의힘도 총선 모드로 전환된다. 윤 대통령도 차기 총선서 스타 장관이 필요하다고 밝힌 만큼 총선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총선 결과는 공천과 맞물린다. 현역 장관들이 어떻게 총선을 이끄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거론되는 장관들이 아무래도 정치를 오래 하던 인물들이다. 박근혜정권 때부터 공천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냈는지 잘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국민의힘도 공천 과정서 보다 더 섬세하고 세련되도록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이 여의도로 컴백한다고 하더라도 당내 분란을 의식해 당장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현재 당내서 신구 윤핵관의 불안한 기류도 흐르는 만큼 이들 역시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당내 구도가 변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내년 총선은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만큼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려고 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수도권 민심이 심상치 않은 데다, 수도권임에도 강남 등 전통적으로 보수당에게 유리한 지역구에 출마할 수도 있는 탓이다. 

반면 이들이 나선다고 해도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몇 명 출마한다고 수도권 민심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솔직히 본인들이 다른 지역구 하나를 빨리 잡아서 지금부터 관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구 윤핵관
불안한 기류도

이들은 윤정부서 일했던 윤 대통령의 사람들로 원하는 지역에 공천할 경우, 오히려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장관까지 지냈던 인물들에게 좋은 지역구를 줄 리가 없다”며 “대통령실 혹은 측근들을 심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장관들이 힘을 발휘하기에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한 달 만에 총선 행보?

최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의 총선 출마설이 제기된 가운데, 당사자인 박 장관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뜻에 따르는 게 운명”이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보훈부 수장으로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한 후의 발언이었던 만큼 총선 출마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박 장관은 “내 의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니즈라는 게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장관이 차기 총선에 출마할 경우, 6개월짜리 단명 장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킨 뒤 박 전 의원을 초대 장관으로 임명했던 바 있다.

정치권에선 정치자금 수수 의혹, 사생활 논란으로 탈당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의 지역구로 출마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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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