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21 08:16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최근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자들만 넘쳐난다. 언론은 ‘영남 자민련’이나 ‘영남 소수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더 큰 몰락 가능성을 경고한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을 피할 수 있을까?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있지만, 정가 안팎에선 국민의힘의 패배 가능성을 심각하게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달 15일 쌍특검(통일교 금품수수·더불어민주당 공천 헌금 비리 의혹 특검)을 촉구하면서 단식을 시작했다가 대통령실·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이어지는 패배 경고 그러다 지난달 22일 초라하게 단식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제명에 대해선 강한 의욕을 드러내 친한(친 한동훈)계와 소장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장 대표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과 밀착하는 등 강경 보수와의 밀착을 자신의 정치적 공간 조성 전술로 삼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선 “자신을 지지하는 ‘목소리 큰 집단’과 공명하면서 장 대표의 정치적 의사 청취 폭이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는 사이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5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을 만나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싶은 염려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안 해도 속은 숯검댕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한 전 대표가 제명됐던 지난달 29일에도 “장 대표가 당을 자멸로 몰아넣었다”면서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4일부터 2일 동안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4명 대상 무선 ARS로 진행해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40.3%의 지지를 얻어 50.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성동구청장보다 10.2% 뒤처지는 결과를 얻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대구·경북(이하 TK) 외 지역에선 지방선거 전패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국민의힘의 TK 지지율은 19%로 확인돼 정가에 큰 충격을 줬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지도력의 공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한 이후에도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표를 맡아 수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새로운 미래 구상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 패배 후 물러났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에도 지난해 5월10일 새벽 3시에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기습 교체하려다가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갈등을 매끄럽게 수습·조율할 지도력 공백의 여파였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사했던 정치술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2인자·미래 권력·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1인 지배 체제를 선호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한 정치인은 퇴출하려고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장 디스카운트…현 시도지사 속은 숯검댕이” ‘북적북적’ 넘치는데 다른 지역은 구인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국회법 개정안 관련 갈등을 빚었던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 심판’을 언급하면서 국무회의 도중 강하게 비판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13일 후 원내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3명의 여당 수장에게 ‘격노’ 카드를 부여한 후 퇴출하는 정치술을 구사했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과도한 당내 권위·권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권력 승계에 있어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정치학에선 과도한 권위·권력이 갑자기 무너진 후 진행되는 혼란상을 권력 공백이라고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이 추구했던 권력 형태는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정의했던 가산관료제와 맞닿는다. 막스 베버는 “근대 관료제가 군주제 국가의 관료제보다 진보적·합리적”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군주제 국가 관료제에 가산관료제란 명칭을 붙였다. 군주제 국가의 각종 행정 기구는 군주의 사유재산을 관리하면서 군주의 개인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주는 국가의 가부장이고, 관료는 군주의 가신에 가깝다. 군주의 주관적 의지와 자의적 판단이 법적 절차보다 우위에 있고, 군주와의 친소 관계가 관직 임용의 기준이 된다. 이로 인해 관직은 거래 수단이 되는 등 사유화된다. 두 전직 대통령도 공천권을 사적 충성심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했다.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내 친박(친 박근혜) 계열 정치인을 제20대 총선에서 대거 당선시키기 위해 공천에 개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2018년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단 의심을 받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현대 정당 시스템을 전근대적 가산관료제로 역행시켰다. 권력 공백 상황에서 발생하는 혼란은 민주적 정당성을 토대로 전임자의 권위·권력을 승계받은 후계자가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혼란을 수습할 후계자를 양성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5월 대선후보였던 김 전 후보를 새벽에 기습 교체하려고 했던 것도 권력 공백 상황에서 발생했던 극단적인 혼란이었다. 한 전 총리가 김 전 후보의 대안으로 선택됐던 이유도 당내 영향력이 미약한 인사·외부인을 옹립해 특정 정치 집단의 이권을 유지하려던 것이었다. 12명 중 5명 출마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을 암시하는 현 상황 중 하나는 당내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선언만 이어지고 있단 것이다. 현재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 ▲추경호 전 원내대표(대구 달성군) ▲윤재옥 전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최은석 의원(대구 동·군위갑)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 등이다. 원외 정치인으로는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홍석준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TK 지역신문 <영남일보>는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대구 전체 의원이 12명이니, 절반 가까이 대구시장 선거에 뛰어든 셈이고, 사상 유례없는 출마 러시”라며 “추상적인 슬로건을 강조할 뿐, 대구의 미래에 대한 독자적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씨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하고 있다. 전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전한길을 품는 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고, 향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으며,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며 “저는 공천 같은 건 안 받지만, 만약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받는다면 이 전 위원장에게 무조건 양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을 방문했고, 오는 9일 대구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하면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정치인은 ▲이철우 현 경북도지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김재원 최고위원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있다. 이 지사는 3선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 시장은 포항시장 3기를 채웠기 때문에 더는 포항시장으로 출마할 수 없다. 최 전 부총리는 구 친박계의 핵심으로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지난 2022년 특별사면을 받은 후 재기를 꿈꾸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경북도지사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김 최고위원의 의원 시절 지역구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이었다. 반대로 다른 지역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오 시장에 이어 국민의힘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새누리당 원유철 전 원내대표·심재철 전 국회부의장 등 원외 인사들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선 “과열 양상이 빚어지는 TK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친한계는 “서울 강남·부산의 보수 성향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한계는 십수명 안팎의 국민의힘 의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다. 사라진 2인자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지난달 28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 저널>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창당설에 선을 그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수도권 기반 의원들의 위축을 유발해 국민의힘 전체의 폐쇄적 집단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선 “소장파의 성장 가능성을 완전히 거세할 위험으로 연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당내 견제 장치가 사라져 언더 찐윤의 확증 편향 중심 의사결정 구조가 굳어질 위험으로 이어진다. TK·강원을 주된 기반으로 둔 언더 찐윤이 주도권을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 총선부터 연이어 참패해 국민의힘의 수도권 기반이 축소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치 구도에서 수도권 출마자들은 외연 확장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외연 확장이 가로막히면서 기존 텃밭을 지역 기반으로 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 반대로 외연 확장 실패는 정당의 힘을 약화한다. “언더 찐윤에 해당한다”는 평을 듣는 국민의힘 내 TK 기반 정치인들은 “언론 노출을 꺼리면서 지역구 토호와의 접촉에 열중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외연 확장 실패는 외부와의 경쟁 포기·지역 기반 안주란 결과로 연결된다.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 열기만 이어진단 것은 ‘영남 자민련’ 축소를 자처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내 중앙 정치의 패장들이 중앙 정치에 뜻을 잃고 내부 기반의 요새로 도피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은 현대 정치학에서 거론하는 정치적 부족주의 개념를 뒷받침한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개인이 이성적 정책·이념보다 인종·지역·종교 등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치적 정체성에 자신을 귀속시키면서 동일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에이미 추아 미국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8년 저서 <정치적 부족주의>를 출간했다. 추아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해 “특정 집단의 이익만 대변하는 정체성 정치가 활개를 치면서 증오·대립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이 전 위원장의 대구 출마를 촉구·지지하는 상황은 정치적 부족주의를 넘어 계파적 부족주의로까지 축소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연이은 수도권 참패 후유증…부족주의 강화 눈앞 아른거리는 자민련·자유선진당 뒤안길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에 대해선 “연이은 선거 패배 때문에 이어진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 채 과거 성공했던 지역 기반 승리에 집착하는 경로의존성에 따라 보신주의를 추구한다”는 평이 나온다. 두 전직 대통령은 1인 지배 체제를 선호해 후계자 양성에 소홀했다. 이는 위기를 타개할 정치적 상상력을 가지고 미래 권력이 돼야 할 2인자가 사라졌다는 후유증으로 연결됐다. 이들은 소속 정당이 중앙 정치에서 힘을 잃더라도 지역 기반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일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새로운 모험을 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정치적 성공을 안겨준 지역 기반에서의 승리 공식을 토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경로의존성에 의지한다. 그 결과, 국민의힘의 대구 지역 의원 12명 중 5명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현상에 대해선 당이 “불확실한 중앙 정치를 감당할 역량마저 고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일부 지식인은 거듭되는 난세를 정치적·정신적으로 감당하지 못했다. 이들 사이에선 대나무숲에서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타면서 노장사상을 토대로 구성된 청담을 말하는 풍조가 유행했다. 이들 중 특히 유명했던 선비 7명을 묶어 죽림칠현이라고 한다. 죽림칠현은 모친상 도중 술을 마시고 거문고를 연주하거나, 친구의 모친상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등 기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이들은 현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말년엔 고위 관직을 지내거나, 위나라 황실 사위가 되는 등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들에게 대나무숲은 정치적 실패를 잊기 위한 도피처였다. 사회 전반적로는 5가지 광물을 섞어 제조하는 마약 오석산이 유행했다. 죽림칠현도 술에 오석산을 섞어 마시면서 청담을 논했다. 오석산 복용자들은 환각 상태에서 기행을 저질렀다. 독성 때문에 피부가 약해지기 때문에 새 옷의 반듯함을 감당하지 못해 낡고 헐렁한 옷을 입어야 했다. 그래서 위나라 곳곳엔 낡고 헐렁한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민의힘에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출마만 이어지는 현상은 “텃밭으로 돌아가 연이은 선거 패배와 정권 상실이란 현실을 잊고 자아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언론이 국민의힘을 일컬어 ‘영남 자민련’이나 ‘영남 소수당’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더 큰 몰락을 경고하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연립 정권의 한 축이었던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은 정치적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연이어 선거에 패배한 후 2006년 한나라당에 흡수됐다. 자유선진당은 충청권에서조차 자민련만큼의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해 2012년 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과 합당해 소멸했다. 다가오는 몰락의 길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중도 보수’ 선언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과연 TK만 북적거리는 국민의힘은 자민련·자유선진당의 뒤안길을 걷지 않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박형준 기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보다 길다”며 “협의·협상을 요구해 시간을 끌면서 관세 등 미국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중·한러 관계를 잘 발전시키면, 한일 양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나란히 가져도 문제 될 건 없다”고 전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민의정부·참여정부 등 2회에 걸쳐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1970년대부터 북한 관계자와 만나는 등 대표적인 협상주의 성향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일요시사>는 설을 앞두고 동북아 국제 정세·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미국은 9·11 테러 발생과 테러와의 전쟁 이후 군비 감축을 추진했다. 현재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략 이해와 관련이 있는가? ▲그렇다. 중국은 지난 2010년 G2로 올라섰다. 능력은 상대적인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멱살잡이 할 수 있을 정도로 따라왔다. 미국도 더는 군사력으로 중국을 누르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관세 문제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 못 간다고 본다. 영국·독일도 중국과 가까워지려고 한다. 미국 일극 체제가 30여년 만에 무너지고 있다.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러시아도 아직은 일정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즉, 미국·중국·러시아 삼극 체제로 가고 있다. 대한민국 외교가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삼극 체제가 행사하는 슈퍼 파워가 될 순 없어도 바로 밑 미들 파워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의 밑에 들어가는 미들 파워가 아니다. 우리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외교가 자국 중심 성격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운 좋게 다가오고 있다. -관세·그린란드 등에 대응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선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한다는 평이 많은데…. ▲우리에게 대미 투자 조기 집행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쉽게 항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들도 이 대통령의 지시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029년 1월까지고, 이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2030년 6월까지다. 미국이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면, 협의·협상을 요구해 시간을 끌어야 한다. 이어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한 후 미국의 압력을 상쇄하는 외교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보유가 주한미군 감축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그동안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유력한 경고 카드로 사용했다. 이젠 주한미군 감축 시도가 미국이 우리를 통제하는 수단이란 사실이 많이 알려졌다.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대로라면, 미군이 주한미군을 운용하는 데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이 상황은 우리가 전시 작전 통제권을 찾아오기 위해 빅딜을 시도할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 대통령도 관세·투자 문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킨 후 북한 핑계를 대면서 미국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승인을 받아왔다. -일본도 원잠 보유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일본이 군대를 가진 보통 국가가 되는 것을 지지하는데…. ▲일본이 원잠을 갖게 될 가능성은 있다. 평화헌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미국이 얼마든지 허용해 줄 수 있다. 물론 일본이 원잠을 가진다고 해서 우리가 가질 원잠의 위력이 약해지는 건 아니다. 그리고 일본에선 군대 보유·헌법 개정 반대 여론이 강하다. 이 때문에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근 중일 관계는 대단히 안 좋고, 러시아도 일본과 가까워지기 어렵다. 우리가 이를 잘 활용해서 한중·한러 관계를 잘 발전시키면, 한일 양국이 원잠을 나란히 가져도 문제가 될 거라고 보진 않는다. -한국·일본이 원잠을 보유하면, 북한·중국·러시아는 어떻게 대비할 것으로 보이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북한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기념관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의 희생을 잊지 말고,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우리에 대한 원조를 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러시아에 보내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러시아에 잠수함 저소음 기술·원자로 소형화 기술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러시아가 그렇게 쉽게 내줄 것 같지 않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전작권 반환 빅딜 기회” “북·중·러 뭉친다? 한·미·일 동맹 추진 윤 정부 주장” 북·중 관계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하장도 주고받았다. 그런데 최근엔 한중 관계가 가까워지니까 북한은 이를 불편해하면서 <로동신문>에 시 주석이 보낸 연하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은 1950~1960년대 중국·소련 분쟁 당시 양국 사이를 오가면서 이익을 얻었다. 주체사상은 당시 북한 상황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논리였다. 북·중·러는 한 덩어리가 못 된다. 중국·러시아는 여전히 자존심 경쟁을 하고 있다. 북·중 관계와 북·러 관계가 동시에 성립될 순 있어도, 중·러 관계는 성립되기 어렵다. 북·중·러가 뭉칠 수도 있단 논리는 한·미·일 삼국 동맹 결성에 참여하길 원했던 윤석열정부가 만들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중·러가 뭉쳐 우리의 대북 억지력을 약화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 메이커가 돼 달라면서 스스로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 건가? ▲아직은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생각하긴 어렵다. 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성사시킨 후 그 틀 안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틈새를 열어나가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뒷바라지를 자처한 것이다. 북미 관계를 개선해 동북아를 작은 평화의 마당으로 만든 후 그 평화의 아스팔트 위에서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겠단 구상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진행한 후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조율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뒤집어 진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직접 설득할 수 없으니, 페이스 메이커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UN 제재 해제 등 보따리를 들고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END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측면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 개방 3000과 비슷해 보이는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입구를 이야기하지 않은 채 출구에서 거둘 수 있는 목표들을 연결했다. 그래서 이를 지적했더니, 위 실장은 이 목표들이 상호 작용을 하게 돼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가 지난해 9월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 특임교수는 자신의 유럽 출장 경험을 소개했다. 문 교수는 우리 대통령이 직접 UN 총회에 참석해 END 구상을 소개했기 때문에 이를 우호적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럽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종말론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우리가 END는 한반도 냉전 종식을 의미한다고 얘기해도, 북한·제3국은 북한 체제 종말 시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9·19 군사 분야 합의의 선제적·단계적 복원을 얘기했고, 곧 있으면 6개월이 돼가는데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실행을 위해선 준비할 게 많고, 미국이 안 좋아한다고 주장한다. 미적거리는 장성들을 강하게 지적해야 한다. 민주당도 지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 때문에 정신없다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을 뒷받침하면서 분위기 조성을 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설치됐던 이유는 뭔가? ▲개성공단은 1970년대에 만들어진 마산 수출 자유 공단을 토대로 설치됐다. 우리가 인건비를 보태주는 식으로 노동 집약적 산업부터 시작해 북한의 수출 능력과 자생력을 키우려는 취지로 설치됐다. 아울러 현대의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북한의 관광 산업 성장을 도우려고 했다. 우리가 그렇게 경제를 발전시켰으니 북한에도 적용하자는 취지였다. 북한의 국민 소득을 높여야 이들이 우리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한이 지난 2020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지시했다. 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설치됐다. 북한은 문재인정부가 각종 합의 조치를 이행하지 못하자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미국은 남북 간 수많은 합의 조치를 접한 후 매우 놀랐다. 한미 워킹그룹도 족쇄가 됐다.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미의 모든 일이 결국 북핵 문제와 연결되고, 북미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시도할 땐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에서 설치됐다. KTX 부설 등 각종 합의 이행 조치들이 한미 워킹그룹에서 나온 미국의 반대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자 북한에선 남한과의 합의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연락사무소도 필요 없다면서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2023년 주장한 적대적 두 국가론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2024년 주장한 두 국가론의 공통점·차이점은? ▲노태우정부에서 통일원 장관을 지낸 이홍구 전 총리는 지난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 수립을 주도하면서 1단계 남북 연합 체제를 제안했다. 2개의 국가가 연합해 공존하자는 주장이었다. 남북은 지난 1991년 9월 UN에 동시 가입했다. 그로부터 석 달 후엔 남북 기본합의가 당시 정원식 총리와 연형묵 북한 정무원 총리 명의로 체결됐다. 남북이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면서 한반도 내 두 국가가 됐다. “END 구상? 입구 없이 출구서 거둘 목표만 제시” “남북은 이미 UN 동시 가입…1991년부터 두 국가” 임 전 실장은 남북이 30여년 넘게 두 국가로 살아왔단 것을 인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보수 언론에서 이를 두고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인정한 것처럼 보도했다. 임 전 실장은 ‘적대적’이란 단어를 빼고, 두 국가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북한 정권을 공식 대화 상대로 인정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적당히 구슬려 흡수통일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당 기간 두 국가로 살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후계자들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이야기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평화적 두 국가론을 주장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후 남북 대화가 바늘구멍만큼의 가능성을 뚫고 성사되면, 적대적 두 국가란 말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출 것이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보장해 두 국가 관계를 유지하면, 남북 연합으로 못 갈 것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해·협력 → 남북 연합 → 통일 국가 완성이란 3단계 통일론을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의 두 국가론도 김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과 연계되는 건가? ▲이 전 총리가 이미 당시 3단계 통일론을 초기 구상했다. 이 전 총리가 김대중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를 만나 3단계란 개념을 받아들여 3단계 통일론이 완성됐다. 사실상 여야가 합의한 통일 방안이었다. 문민정부가 주장했던 민족 공동체 통일 방안도 결국 같은 주장이었다. 이를 다시 실현해 남북 연합으로 가자는 게 평화적 두 국가론의 철학적 뿌리라고 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평양 주둔을 제안한 이유는? ▲김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에게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토적 야욕이 있어 믿을 수가 없다면서 이를 막으려면 남북이 손을 잡은 후 미군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군이 한반도에 있어야 중국이 함부로 우리 강토를 넘보지 못한다면서 미군을 이용해 중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김 전 대통령은 매우 놀랐다고 한다. 황원탁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김 전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 김 위원장에게 <로동신문>은 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인민이 아직 그걸 알면 안 된다’면서 ‘공개적으로 표명된 정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외교의 세계는 원래 그렇다. -비무장지대 안엔 태봉국 철원성이 있다. 남북은 지난 2018년 공동 조사·발굴을 합의했다. 진행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은 이를 남한의 대북 공격 시도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무리 평화를 지향하는 역사 복원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은 남한이 장난칠 것으로 의심할 수도 있다. 남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비무장지대를 들락거리면서 무슨 짓을 할지 안심하기 어렵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구상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사상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나 얘기하는 거다.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는 정치인·공무원에겐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평양에 무인기를 띄워 12·3 내란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내란 잔당이 아직도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내란 잔당을 법적으로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인사 조처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탈북자 단체도 처음부터 삐라를 뿌렸던 게 아니다. NED(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는 냉전 시대에 CIA의 비밀 지원을 받던 반공 활동의 대안으로 설립됐다. NED는 지금도 미국 의회의 승인·국무부의 자금 지원을 받아 강경 탈북자 단체를 지원한다. 그래서 삐라를 묶은 풍선 안에 미화 1달러 화폐를 넣어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정보사령부·미국 내 반 북한 세력과 연결돼있었다. 내란 잔당은 매우 넓고 깊게 분포돼 있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설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덕담 한마디를 건넨다면? ▲<일요시사>는 정치·경제 등 우리 국민의 일상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를 놓고 정확한 보도를 해왔다. <일요시사>의 사세가 커질 수 있도록 많이 구독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길 바란다. <hypak28@ilyosisa.co.kr> <ctzxp@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박형준 기자 = 올해 56년 차 기자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거침이 없다. 만나는 사람마다 현 정치권의 문제점을 누구에게나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런 그의 눈에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비칠까? 지지고 볶는 싸움판 한 가운데서 조 대표의 쓴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따끔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윤석열정부를 파멸시켰다. 보수를 분열시키고 국민의힘을 갈랐다. 악의 씨앗이다.” 최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조 대표는 무너지는 보수의 문제점은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설 특집 대담에서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극우와 단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중도층의 거부감이 클 수 있을 것 같은데…. ▲중도를 말하기 전에 우선 보수의 정의를 정확히 해야 한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을 잡은 사람은 보수가 아닌 극우다. 극우는 보수의 반대말이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그 일파는 불법 계엄 옹호자다. 국민의힘은 극우 대표에게 끌려가고 있다. 헌법을 부정하는 보수가 어디 있나? 극우는 보수가 아니다. 극좌에 더 가깝다. -왜 그런가? ▲극우와 극좌에는 세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는 두 집단 모두 법을 무시한다. 둘째는 사실을 무시한다. 셋째는 반일, 반중, 반미 등 인종적 선동을 한다. 말발굽의 처음과 끝이 제일 가까운 것처럼 극우는 극좌에 더 가깝다. 대한민국 정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진보, 보수, 중도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불법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한 국민이 약 70%다. 어중간한 ‘중도’가 아닌 결정적일 때 발언하고 투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들을 ‘국가 중심 세력’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들의 특징은 굉장히 활력이 있다는 점이다.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아닌 ‘바이털 센터(Vital center)’다. 대한민국 사회를 끌어나가는 집단으로서 4050 세대·중산층·화이트칼라가 주를 이룬다.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들이 중심을 잡아 줬다. 이 중심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과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표현하셨다. ▲이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싸운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또 대한민국의 보수가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싸웠다는 게 이 대표의 정치적 자산이다. -한 전 대표도 계엄에 반대했다. 이 대표와 함께 두 사람의 상호 협력과 경쟁을 주문했는데, 두 지지층의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보수의 구명정이라고 본 것이다. 경쟁과 협력을 통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를 보면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은 야당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협력할 때는 극적으로 함께했다. 지지자들이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문제이다. 지도자는 그 지지자를 뛰어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 전 대표는 세가 있는 사람이다. 개인적 실력이 뛰어나고 참모들도 아주 단단하다. -전한길씨와 유튜버 고성국씨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를 만류하지 않았다. 손현보-전광훈 등 기존 극우 세력이 구속된 이후 무주공산이 된 극우 세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셈법일까? ▲국민의힘은 자당을 극우화시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는 게 목표 같다. 가장 좋은 예가 당무감사위원장으로 발탁된 이호선 교수다. 부정선거와 불법 계엄을 옹호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건데, 그런 사람들로 당을 장악해 극우화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극우파는 자기들끼리 더 뭉칠 수 있다. 당권파 입장에서는 좋은 상황이다. 한동훈 빼고 전한길·고성국 투입 “지방선거 지려고 작정했나” 일침 -보수의 수도권 조직이 축소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이 진보 일색으로 변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다. 세계에서 인구의 반이 수도권에 몰려 사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도시화가 되면 좌경화가 되고, 진보 표밭이 된다. 대통령선거는 이야기가 다르다. 1대 1로 붙기 때문에 근소한 차이로 보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역설적으로 살기 좋은 수도권을 만든 건 보수 정권으로, 자기 성공의 희생자인 셈이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한동훈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어떻게 보셨나? ▲논평하고 싶지 않다. 도움이 안 되는 정보를 기사화한다거나, 그런 정보로 논쟁거리를 만들면 그 사람만 키워주는 꼴이 된다. ㅜ부정선거가 그 예시다. 부정선거 ‘선동’이라고 해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의혹’으로 부른다. 부정선거는 100% 거짓말이다. 이를 의혹으로 다루니 여기에 속는 사람이 1000만명 이상이다. -장 대표가 단식을 진행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와 직접 그를 만류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대통합 신호탄을 쏘아올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극우를 몰아내고 나머지가 통합해야 보수 재건이 되는 것으로, 극우와 보수의 통합은 불가능하다. 근본적으로 정치 이념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상징성은 있겠으나 표로 환산되는 영향력은 없다고 본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경우에도 보수 연합 구도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맑은 물에 빨간 점이 하나 딱 들어가면 다 빨갛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법원이 “친위 쿠데타 성격의 내란”이라고 판결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는지? ▲이번 사태는 기존 양형에 해당되지 않았다. 법원이 새로운 기준으로 친위 쿠데타는 더욱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다. 한덕수 피고인의 선고문을 보면 재판장이 “친위 쿠데타에 성공했으면 독재의 길, 장기 집권의 길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재건이 시급해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일까? ▲보수층은 건재하다. 위기에 빠진 것은 보수 세력이다. 지난 3년간 보수 언론, 보수 지식인, 보수 단체가 윤 전 대통령의 팬클럽이 됐다. 진영 논리에 빠져 ‘박수 부대’가 된 것이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과 손잡고 같이 뛰어내렸다. 보수 세력이 궤멸적 타격을 받았고 그런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이 한 몸이 됐다.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다. 여기서 한 전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재건 시나리오 중 한 전 대표의 창당 가능성도 있을까?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한 다음 극우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사람으로 당을 꾸리는 게 맞다. 장 대표의 노림수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당권을 잡는 것이다. 재건 과정서 저항이 있을 테고 극우 색채를 유지하려 할 텐데, 그때는 탈당이나 분당 이야기가 불가피하다. “윤 손잡고 다 같이 나락행” 막막한 보수 재건 시나리오 -정부·여당 상황도 짚어보겠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 자체는 어떻게 평가하시나? ▲이 대통령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실리주의자다. 윤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미련했다. 의료 대란, 탈원전 등의 실수를 하고도 체면 때문에 굽히지 않다가 결국 그 길로 망해버렸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고치려고 한다. 특히 한일 관계에서 이 대통령의 실리주의가 돋보였다. 역사와 영토 문제는 논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으니 “이건 논쟁거리로 남겨둡시다. 그리고 시급한 외교 문제를 먼저 해결합시다”라고 했다. 분쟁의 소지를 제거했다. 국민은 한미 외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한일 외교가 우선이다. 한일 관계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미·한중 관계가 돌아간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사법개혁 때문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직도 그렇다고 보시나? ▲검찰개혁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된다. 지난 80년 동안 검찰이 쌓은 수사 노하우가 흔들리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이 문제점을 느낄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개혁으로 수사 기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장 먼저 국민이, 다음에는 범죄 피해자가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법이 복잡할수록 범죄자들이 잔꾀를 부려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때문이다. 검찰청을 없애는 것부터 잘못된 발상이다. 정치 검사가 편파적인 수사를 했다는 게 검찰청 폐지의 이유인데, 그런 수사는 전체 비중에서 5%도 안 된다. 감기 환자를 상대로 대수술하는 격이다. 후유증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나? 검찰청 폐지로 인한 문제는 천천히, 그러나 광범위하고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기는 다음 대통령선거 때쯤이 될 수도 있겠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이야기가 뜨거운 감자다. 합당이 두 당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까? ▲혁신당의 지지율이 3%고, 조국이라는 브랜드가 절대로 아름답지만은 않다. 지방선거를 명분으로 제시했는데 3% 정당과 합치는 게 어떤 도움이 되겠나? 흐름이 부자연스럽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연임을 위해 합당을 제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도 합당을 정 대표 개인의 야망과 연결하니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정 대표가 1인1표제를 띄우는 등 ‘당원 주권 정당’을 외치고 있다. 당의 주인은 당원인 게 마땅하다는 것인데, 본래 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법적으로 당의 주인은 국회의원이다. 선거를 통해 뽑힌,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사람이다. 당원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다. 따라서 당원 중심의 정당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포퓰리즘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원이 성숙하고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면 괜찮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국민의힘 상황을 보더라도 당원들이 앞서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외치고 있다. 의원들이 당원의 눈치를 보니 국민의힘이 극우가 된 것이다. 당원 민주주의는 위험하다. 수로 밀어붙이는 포퓰리즘의 극치로 치닫게 된다. 1인1표제에 대한 견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좌우를 떠나서 대한민국 정치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대한민국은 항상 위기였다. 그럼에도 위기의 대부분을 스스로 해결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가진 저력이다. 그 힘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에서 나온다. 문제를 덮지 않고 터뜨리고 공론화한다. 민주주의는 실수를 견디는 제도다. -이 시기를 슬기롭게 보낼 수 있도록 <일요시사> 독자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대한민국은 매우 평화롭고 안정된 나라다. 불법 계엄이라는 엄청난 사건에도 사상자 없이 평화롭게 문제를 해결했다. 민주주의 수준은 문제 해결 능력에서 가늠된다. 대한민국은 ‘패스포트 파워 랭킹’ 2위다. 이것이 세계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질서를 잘 지키고 정직하고, 세계의 모범 시민이라는 평가를 만든 게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니겠는가. 그러니 자신을 갖고, 또 자신감에 맞게 행동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hypak28@ilyosisa.co.kr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