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9.03 01:01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경선은 5자 대결 구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서 발표된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위의 중징계 결정은 후보들의 주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2일 진행될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은, 유력 후보였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4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5자 구도로 정리되고 있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출마했고, 찬탄(탄핵 찬성) 진영에선 조경태·안철수 의원이, 중립지대에선 주진우 의원이 출마했다. 이 외에도 장성민 안산시 갑 당협위원장과 양향자 전 반도체특위 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김문수 선두권 는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조 의원이 23.5%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김 전 장관(16.8%) ▲안 의원(10.7%) ▲장 의원(9.1%) ▲주 의원(4.2%) ▲장 위원장(2.0%) ▲양 전 위원장(1.6%) 순으로 확인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선 김 전 장관이 34.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장 의원(19.8%) ▲조 의원(11.0%) ▲주 의원(8.8%) ▲안 의원(8.0%) ▲양 전 위원장(2.8%) ▲장 위원장(1.7%) 순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엔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각각 80%와 20% 비중으로 합산 반영될 예정이다. 한 전 대표의 불출마 이후 조 의원의 지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김 전 장관이 선두를 달리고, 조 의원·안 의원·장 의원·주 의원 순으로 추격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서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5월 발생한 대선후보 교체 사태를 주도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에 대한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지난달 25일 결정했다. 당무감사위가 밝힌 징계 이유는 “경선으로 선출된 대선후보를 절차 없이 강제로 교체하려고 한 것은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이란 것이었다. 이 징계는 윤리위서 다시 심의한다. 윤리위가 징계를 유지하더라도, 재심을 거쳐 취소할 수 있고,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가 맡는다. 만약 중징계가 확정되면, 두 사람은 차기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도 행사할 수 없다. 밀어닥친 광풍에 어떤 맞바람 선택? 후보 교체 시도 중징계…인적 청산? 당무감사위는 권성동 전 원내대표 징계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일준 당무감사위원장은 “다른 비대위원과 달리 특별히 책임질 만한 행위를 한 일은 없다고 논의됐다”고 밝혔다. 반면 권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의적이고 편향된 결정”이라며, “나도 함께 징계에 회부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위원장의 ‘내가 봐준다’ 식 자의적 면죄부 뒤에 숨지 않겠다”며 “표적 징계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도 “반드시 바로잡힐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런 파당적인 결정을 주도한 사람들이야말로 반드시 합당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반발은 유 위원장이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명 중 2명만 징계하려는 당무감사위의 의도를 놓고, 일각에선 “지역구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권 전 비대위원장과 무게감이 미약한 이 전 사무총장을 정리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5선 의원이지만, 지역구 서울 용산서 총선을 2회 치렀고, 각각 890표와 6110표 차이로 어렵게 승리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지역구(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기반이 탄탄한 3선 의원이지만, 지명도가 낮다. 따라서 권 전 원내대표에 대해선 “징계 대상에선 제외하되, 조용히 고사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윤리위가 징계를 확정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권 전 위원장이 재임 중 임명했고,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기다. 이들에 대한 징계는 다시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한(친 한동훈)계의 갈등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다만 당 대표 경선을 앞둔 현 상황에선 당권 주자들이 각자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갈등 암시 당무감사위는 김 전 장관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약속해놓고, 대선후보 확정 후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태도를 바꿔서 다수가 배신감을 느낀 건 사실이고, 비난받을 여지도 다분하다”면서도 “단일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당헌·당규상 처벌 규정이 없어서 넘어가기로 했다”는 결정 이유를 밝혔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당원 투표서 부결돼 성립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면, 김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피해자 입지를 굳힌다.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가장 어려웠던 상대를 피할 수 있게 돼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그렇다고 김 전 장관이 두 사람에 대한 징계 여파를 확대하려고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지위를 지키는 과정엔 친한계 의원·당원들이 결집해 당원 투표에 참여한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고,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부담을 던 김 전 장관으로선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아울러 김 전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 독재 저지’를 당 대표 출마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세력을 모두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성해 대정부투쟁을 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입장에서 굳이 양 계파가 소모적으로 갈등하는 상황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과의 인터뷰서 “일당 독재를 막고, 당이 어려울 때 하나로 단합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은 이재명 정부의 ‘총통 독재’를 저지하는 게 제1의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무감사위의 징계 결정에 대해서도 “따지고 보면 나는 승자였고, 사건 당사자들도 자기반성을 하면서 개선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라며 “꼭 칼질할 필요도 없고, 당원의 민주적 역량을 통해 이미 해결된 일”이란 의견을 밝혔다. 또한 전한길씨의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선 “전씨가 나름대로 역할을 잘 해준다면 당에도 좋은 일”이라면서, 자신에게 득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진 않는 일이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국민의힘 밖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복절 1천만 집회’를 목표로 ‘자유마을 대회’ 전국 집회에 나서고 있다. 전씨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도 전 목사와 따로 광복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으로선 경쟁 관계인 두 세력을 양손에 쥐고, ‘보수 빅텐트’의 수장으로 등극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얽히고설킨 5자 구도 다만 김 전 장관은 당내 혁신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단 맹점이 있다. 김 전 장관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시했던 5대 개혁안에 대해서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의 구상은 국민의힘 내 강경보수 성향 당원들에겐 환영받을지 몰라도, 지방선거 등 선거서 국민의힘의 혁신 여부를 지켜보는 중도층 유권자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으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조경태 의원은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인적 청산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당시 대통령 체포 시도 때 서울 한남동 관저 근처에 모여 체포 저지를 시도한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인적 청산도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조 의원은 지난달 22일 당 대표 출마 선언 이후 대구를 방문해 강력한 혁신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자 ▲전 목사 추종 세력 ▲윤 어게인 추진 세력 등과의 절연을 주장했다. 아울러 “의원 45명도 청산의 기본”이라며, “우리 당서 먼저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만약 조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실제로 인적 청산을 시도하면, 분당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차기 총선은 오는 2028년 진행된다. 국민의힘 대표 임기는 2년이어서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다. 차기 대표가 인적 청산을 시도할 경우, 그 도구는 제명·출당이다. 조 의원도 “체포 저지를 시도한 의원 45명은 제명하거나 나가주셔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45명을 제명·출당시키면, 이들은 제명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있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제명 효력이 바로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께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45명 중 15명은 대구·경북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11명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들 중엔 지역구 기반이 매우 탄탄해서 일명 ‘언더 찐윤’으로 분류될 만한 의원들도 많다. 이들을 제명·출당하면, 국민의힘의 지역 기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전신 한나라당 시절 공천권을 매개로 한 인적 청산을 시도했으나,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창당한 민주국민당·친박연대 등과 경쟁하는 홍역을 치렀다. 또한 조 의원은 현재 진행되는 3대 특검(내란·채 상병·김건희)에 대해서도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필요한 특검은 진행해야 국민적 의혹이 해소된다”라며 “내란에 동조했거나 관여했던 세력이 있다면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인적 청산 시도의 명분을 다지고 있다. 빅텐트냐 인적 청산이냐 두 가지 선택지⋯어디로? 조 의원은 지난달 27일엔 안철수 의원을 상대로 “당의 혁신에 뜻을 같이하는 혁신 후보끼리 손을 맞잡아야 한다”면서 혁신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이는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김 전 장관에 대한 견제구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안 의원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안 의원도 조 의원과 비슷하게 인적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인적 청산은 조 의원의 주장보다 폭이 좁다. 일단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직 사퇴 당시부터 인적 청산 범위를 ‘쌍권(권영세·권성동)’으로 좁혔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과의 인터뷰서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후보 바꿔치기 미수에 대한 조치는 쇄신의 시작이자 최소한”이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관심은 당 대표 당선 이후 진행할 혁신 작업과 지방선거 승리에 집중돼 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1일 과의 인터뷰서 “내 얼굴로 지방선거를 치르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다”며 “내가 가진 중도 확장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우리가 총선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위원 명칭을 부대표로 바꾸고, 최고위원회의를 대표단 회의로 바꾸는 등 당 대표가 되면 추진할 혁신안을 구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주장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의원은 김 전 장관보다 더 강경한 보수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달 29일 진행된 과의 인터뷰서 당 차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이유로 ‘선거 패배’를 잡았다. 장 의원은 “선거 패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한번 한 후, 하나로 뭉쳐서 제대로 대여 투쟁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당으로 거듭나는 게 진정한 쇄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에 대해서도 “탄핵 국면 당시 열심히 싸웠던 사람들의 발언 중 당의 입장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고 해서 극우 몰이를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이유는 김 전 장관과 비슷하게 ‘빅 텐트 구성’으로 요약된다. 지난달 21일엔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특검법에 찬성한 조 의원과 안 의원을 겨냥해 “내부 총질자들에 의해 당이 온통 극우 프레임에 빠지고 있다”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 당과 당원을 모독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진우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선 “갑작스럽다”는 평이 돌아다닌다. 주 의원은 김민석 총리가 후보자였을 당시 김 총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국민의힘서 홀로 검증 공세를 주도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선 강득구 의원을 필두로 주 의원의 병역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주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일각에선 주 의원의 당 대표 출마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달 23일 “주 의원이 특검 수사를 피해 도피성 출마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주 의원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재직 당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채 상병 순직 사건 경찰 이첩은 보류됐다. 이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위원? 부대표? 한 전 대표 불출마 이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구도는 갑자기 재편됐다. 후보 5명 모두 각자의 의견에 따라 정국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불어닥칠 수많은 바람을 모두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서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정리를 시작했다. 이들이 일으킬 맞바람의 방향은 정해진 것 같다. 대여 투쟁을 위한 빅텐트와 과감한 인적 청산, 국민의힘은 무엇을 선택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강선우 후폭풍’이 잦아들 틈도 없이 이재명정부에 또 다른 난관이 닥쳤다. 최동석 인사혁신처 처장의 과거 발언들이 ‘파묘’ 되면서 그가 논란의 한 운데에 선 것이다. 품어도, 내쳐도 인사 논란은 불가피하다. 일단 함께 가는 길을 택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달 20일 이재명 대통령은 인사혁신처 처장에 최동석 최동석인사조직연구소 소장을 임명했다.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최 소장에 대해 “인사와 조직관리에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각종 저술을 통해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의 필요성을 국민께 알리는 데 기여했다”며 “공공과 민간에서 축적한 인사·조직관리 경험을 활용해 국민을 위해 유능하고 충직하게 일할 수 있는 공직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입조심 그러나 임명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최 처장의 과거 행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아 종내에는 계파 간의 갈등이 불거질 조짐도 보였다. 앞서 최 처장은 지난달 한 유튜브 채널에서 “문 전 대통령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천”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패배하자 우상호 현 대통령실 정무수석 등을 겨냥해 “민주당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이낙연 전 총리와 김부겸 전 총리, 강훈식 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의 사진을 올리고 “여기 있는 얼굴들을 다시는 정치판에 얼씬도 못 하도록 하면 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밖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을 “기획된 사건”이라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처장이 만든 ‘APM(역량진단지수)’로 주요 정치인의 점수를 매긴 것도 화제다. 그는 ‘한국 문명을 발전시킨 사람들’로 이재명 대통령(96%)을 언급한 데 이어 ▲추미애 의원(78%) ▲송영길 전 의원(62%) 등을 상위 인사로 꼽았다. 반면 ‘문명을 퇴보시킨 사람’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113%) ▲문재인 전 대통령(-70%)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60%) ▲조국 전 의원(-47%) 등을 언급했다. 이에 친문계(친문재인)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화가 많이 난다. 치욕스럽기까지 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는 최 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최 처장이 한 말들은 경박하고 거칠기 짝이 없다. 하필 이런 사람을 꼭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더는 정부 수반에 부담을 주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고통 원인” “조, 문명 퇴보시켜” 쏟아지는 막말들⋯직격 친문계 ‘부글’ 내부 갈등이 불거지자 국민의힘은 기세를 몰아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최 처장에 말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신 장·차관들은 다 문재인 같은 인간들, 무능한 인간들”이라며 “그런데 지금 관세협상을 주도하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조현 외교부 장관 모두 문재인정부 시절 차관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무능한 인간들이 대한민국의 국운을 건 관세협상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 된다”며 “이런 모욕을 듣고도 대통령에게 최동석 처장의 경질을 건의하지 못하는 비서실 내 고위직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까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용산의 고민도 깊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이진숙·강선우 전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오광수 민정수석과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등 낙마자가 발생하면서 이 이상 불미스러운 일은 정부에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실은 최 처장을 둘러싼 논란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강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최 처장의 거취에 대해 “아직 특별한 대응 혹은 답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역시 “최 처장에 대한 우려는 당에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과거 언행을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처장을 향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만 정작 장본인과 용산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 처장이 버틸수록 여당서는 불편한 기류가 강하게 흐르지만 이 대통령이 임명을 거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일 하나하나 전부 꼬투리 잡아서 낙마시키고 임명 철회하면 누가 공직자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당시 강 의원의 거취를 놓고 용산은 고민이 많았다. 한번 낙마하기 시작하면 이 사람 저 사람 다 끌어내리려고 할 텐데, 국정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 의원 같은) 선례를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시간 내에 장차관급 후보가 타격을 입은 이후에 용산은 인사 검증에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 시점에서 최 처장까지 사퇴한다면 이 대통령에 대한 인사 부실 검증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 부실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큰 흠결이 없는 한 낙마자를 최소화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 말 끊더니 “유명해 죄송” 급 사과문에도 멈추지 않는 공세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지면서 민주당에서도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 처장이) 너무 험한 말들을 많이 해서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며 “(최 처장이) 과거에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태도와 철학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처장이 자진해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라는 사회자 질문에 딱 떨어지는 답은 피하면서도 “여론이 안 좋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을 강조하시고 또 공무원의 적극 행정과 면책도 강조하시는 측면에서 보면 인사혁신처장의 직위는 차관급이지만 그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최 처장이 대통령에게도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또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통령이 발언하던 중 잠시 말을 끊더니 자신의 논란에 대해 “요새 유명해지고 있어 대단히 죄송스럽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국민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국민을 조롱하고 갖고 노는 거냐”고 질책했다. 결국 최 처장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은퇴한 경영학자로서, 나아가 인사조직론 전공자로서 우리 사회와 고위공직자들의 여러 문제점을 직시해왔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비판해왔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온 일부 거친 표현이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쳤다. 다시 한번 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제가 인사혁신처장 직무를 맡은 고위공직자가 됐으니 여러분의 비판을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제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여러분의 비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논란이 된 막말 사건에 사과를 표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일축한 셈이다. 기름 붓기 국민의힘의 최 처장 흔들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강 의원을 통해 낙마의 맛을 봤기 때문에 이 기세를 쭉 이어갈 것”이라며 “한 사람 때문에 계속해서 지지율이 깎이면 이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 국민의힘이 꽃놀이패를 쥔 이상 조금 덜 리스크를 안는 쪽을 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통일교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신천지에 대해선 “20년 넘게 유착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본 정계를 뒤흔들었던 통일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유착 의혹이 있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의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장으로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그의 별장서 만났다”며 “대선후보 경선 당시 신천지 신도 10만여명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가입시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도왔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원 투표 압승 비결? 이어 “검찰총장 재임 당시 코로나 사태 관련 신천지 압수수색을 2번이나 막아준 은혜를 갚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도왔다고 들었다”며 “지금도 신천지 신도 상당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달 28일엔 “그 땐 일시적으로 1개월 당비 납부자에게도 투표권을 줬다”며 “신천지 교인들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9월까지 집중적으로 입당했다”고 덧붙였다. 홍 전 시장은 통일교도 언급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의 대선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당원 투표서 압승한다고 큰소리친 배경이 신천지·통일교 등서 가입한 수십만 집단 책임당원 가입이었다는 걸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윤석열 정권은 태어나선 안 될 정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홍 전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송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 입당 원서엔 자신의 종교를 적는 항목이 없다”며 “당원 명부서 특정 종교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고, 홍 시장이 제기한 의혹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신천지의 관계는 약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국민의힘의 전신 중 하나인 새누리당의 당명에 담긴 의미는 신천지와 똑같다. 이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혹이 제기된 지 오래다. ‘산 옮기기’ 이골 난 신천지 대선후보 경선 개입 의혹 폭로 시작은 신천지 전국청년회장을 맡았던 차한선씨가 지난 2002년 한나라당 내 ‘이회창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소속 청년위원회 직능단장과 2030 위원회·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사실이 알려진 시점이었다. 기독교 전문 매체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신천지 전 교육장이었던 신현욱씨는 “이만희씨가 이 후보의 당선을 꿈으로 계시받았다고 여러 번 말했다”며 “신천지 신도들은 이 후보 유세에 박수 부대로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차씨의 한나라당 내 활동은 계속 이어졌다. 신천지 내부에선 지난 2003년 4월7일 ‘서청원 대표 최고위원 경선 시 지원사항 및 향후 계획’이란 문건이 작성됐다. 이에 따르면, 신천지는 신도 2500여명을 동원해 50만 유권자에게 전화 선거운동을 하고, 인터넷 카페 ‘청원사랑’을 개설해 2주 안에 회원 1만명을 가입시킬 계획이었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구당 227개에 각각 30명씩 당원으로 가입해 관련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차씨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신천지 안드레 지파 신도 400명을 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들은 한나라당 서청원 전 의원을 당 대표에 이어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당 대표 경선에선 고 최병렬 전 대표가 당선됐다. 서 전 의원과 차씨는 계속 끈끈한 관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9월24일엔 ‘신천지 20주년 수장절 기념 예배’가 경기 과천시 관문체육관서 진행됐고, 그 직후엔 차씨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주례는 서 전 의원이 맡았고, 최 전 대표와 당시 한나라당 인천시지부 이경재 위원장 등의 화환이 식장 앞에 장식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훗날 한나라당 안상수 전 대표의 비서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엔 한나라당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재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는 지방선거서도 한나라당을 도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신천지는 지난 2006년 1월24일 한나라당 맹형규 당시 의원 출판기념회와 관련해 “요셉·시몬·성북 야고보 지파서 각각 200명 이상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인터넷 여론조사서 맹 의원에게 투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지난 2006년 12월부터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본격 등장한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 전 대통령은 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가 개최한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관련 행사에 참석해, 황 전 비서·이씨와 같이 앉아 대화했다. 이어 다음 해에 진행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엔 신천지도 본격 참여해서 12개 지파서 총 1만여명의 신도를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 의미 따졌다 낙천 당시 신천지에선 신도들을 한나라당에 대거 입당시켰고, 경선에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가 박 전 대통령을 도왔던 이유는 “신천지가 이방 바벨론의 교단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고, 복음 전파·전도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2년엔 당명을 한나라당서 새누리당으로 바꾼다. 이 당명은 곧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의미상 신천지와 똑같기 때문이다. 신천지서 12년 동안 활동하면서 섭외부장을 지냈다가 탈퇴한 김종철씨는 지난 2017년 2월17일 CBS 팟캐스트 방송 ‘싸이판’에 출연해 “이씨가 설교 중 ‘그 당명은 내가 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며 “모든 교인이 흥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경북 청도 출신이라서 한나라당의 골수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신천지를 합법적인 종교 단체로 만들려고 했다”며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 과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과천시장을 신천지 교인으로 선출하려고 했다가 과천 땅값이 비싸서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란 당명에 대해선 당 내부서도 반발이 있었다. 새누리당 정미경 전 의원은 지난 2016년 11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새누리는 신천지가 아니냐고 우회적으로 따졌다가 국회의원 공천서 떨어졌다”며 “당 내부서 유승민 전 의원만 내 의견에 동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당명서 종교적 냄새가 난다”고 반대했고, “누가 무슨 뜻으로 지은 당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소문마저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서도 “우리와 새누리당 당명은 무관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신천지는 “신천지는 성경의 ‘새 하늘 새 땅’이란 의미”라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새누리당과 연계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반박이 무색하게 새누리당 기독교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이경재 전 의원이 지난 2004년 9월18일 ‘제4회 신천지 전국체전’서 축사를 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008년엔 박 전 대통령이 이만희씨에게 연하장을 보낸 것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불거진 국민의힘과 신천지 관련 의혹은 주로 ‘인력 동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은 지난 2016년 11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서 “반사회적 종교집단은 정치권과 결탁해 표심과 인력을 동원해주고, 정치권이 필요로 하는 것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천지는 ‘산 옮기기 작전’ 혹은 ‘가나안 정복 작전’을 통해 기성 교회를 잠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천지는 기성 교회에 ‘추수꾼’으로 알려진 전도자들을 잠입시킨다. 추수꾼들은 기성 교회에 신도로 가장해 들어가 정탐한 후 목사와 신도들을 이간시켜 신도들을 포섭한다. 이 과정을 거쳐 목사를 축출하고 교회를 장악하면, 이들은 “수확한다”고 한다. 이들은 심지어 천주교·불교를 상대로도 신도들을 포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같은 신천지의 포교 방식은 각종 선거·경선서 조직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정치인이 목말라 하는 표심·인력 및 조직 동원 모두 ‘전문적으로’ 해결해줄 수 있다. 아울러 홍 시장이 통일교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통일교는 이미 일본서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사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교는 과거에 정치 문제에 깊숙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미국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재미 교포 사업가 박동선씨 등 로비스트들을 내세워 미국 의회에 불법 로비를 한 일명 ‘코리아 게이트’ 사건을 일으켰다. 당시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시도했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유신헌법을 불쾌하게 여겼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비스트들을 앞세웠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1976년 10월 “박 대통령이 박씨와 중앙정보부 등을 앞세워 미국 공직자들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서 로비 의혹 연루 여부를 의심했던 미국의 상·하원 의원은 100명이 넘었다. 미국 내 수사 기관들이 총동원돼 수사에 착수했고, 하원에선 프레이저 위원회가 구성돼 청문회가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과 결별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도 이 청문회에 출석했다. 미국 의회가 정리한 청문 보고서에 따르면, 로비에 동원된 실무진 중 상당수는 통일교 신자들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가 통일교를 일컬어 “중앙정보부가 가진 또 하나의 팔”이라고 판단했을 정도였다. 보고서엔 ▲통일교 소유 기업들을 통한 한국 정부의 비자금 조성 의혹 ▲통일교와 일본 우익단체의 유착 의혹 ▲5·16 쿠데타 일부 주역과 통일교의 각별한 관계 ▲통일교와 박 전 대통령의 유착 의혹 ▲통일교를 통한 미국 정치 영향력 행사 시도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중 ‘통일교와 일본 우익단체 유착 의혹’은 훗날 아베 전 총리 암살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 암살범 야마가미 데쓰야는 통일교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가정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자녀들을 버리고, 통일교에 헌금하기 위해 외조부가 물려준 재산과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모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야마가미는 수사기관서 “우리 집안을 망친 단체를 일본에 불러들인 사람이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란 사실을 알았다”면서 “그 손자인 아베 전 총리를 노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코리아 게이트 미국 뒤흔들어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21년 통일교 행사서 축사했다. 그러자 통일교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은 여러 차례 아베 전 총리에게 “통일교를 지원하는 듯한 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베 전 총리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도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유착설은 간간이 제기됐지만, 비중 있게 다뤄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아베 전 총리 사후 아베 전 총리와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의 손녀사위 오츠카 히로타카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당사서 찍은 사진이 공개돼, 큰 파문으로 연결됐다. 아베 전 총리 일가와 통일교의 관계는 외조부 기시 전 총리 때부터 시작됐다. 리처드 새뮤얼스 MIT 국제학연구소장이 지난 2001년 일본정책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기시 전 총리는 지난 1968년 문 전 총재를 소개받았고, 문 전 총재가 설립한 국제승공연합을 높이 평가했다. 통일교 일본 본부는 기시 전 총리가 보유한 도쿄 소재 토지에 설립됐다. 이후 통일교는 자민당이 치르는 각종 선거에 동원됐고, 그 대가로 일본 내 포교를 용인받았다. 통일교의 평화 사절단 리틀엔젤스의 1971년 도쿄 공연 당시엔 기시 전 총리가 미치코 당시 황태자비를 초청해 단원들을 소개해줬다. 아울러 문 전 총재가 지난 1984년 탈세 혐의로 미국서 수감됐을 당시엔 기시 전 총리가 미국에 직접 탄원서를 제출했다. 문 전 총재도 자신이 지닌 일본 정계서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지난 1993년 발간된 ‘문선명 어록’에 따르면, 문 전 총재는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와 가깝게 지냈고, 정치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 자민당 의원 약 180명이 우리와 관계가 있다”며 “이들은 모두 공산당과 싸우고 있고, 그 많은 패거리를 내가 만들어놨다”고 강조했다. 끝나지 않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 일본 정계 뒤흔든 통일교 국내서도? 실제로 일본 내 통일교 조직 국제승공연합은 1970년대 후반 자민당의 스파이방지법 제정 등과 관련해 재정 지원과 여론 형성을 도왔다. 이어 지난 1986년 진행된 중·참의원 선거서 통일교의 지원을 받은 130명이 당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카케 마사시의 논문 <일본국제승공연합운동의 역사적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통일교의 교리를 학습하고 통일교를 지지하는 조건을 수용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 1991년엔 통일교 신자 70명이 국회의원들의 비서로 파견돼 선거를 도왔단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자민당이 지난 2012년 마련한 개헌안 초안은 국제승공연합이 마련한 초안 내용과 일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통일교 신자들이 특정 후보 지원을 위해 신분을 속인 채 자민당 후보 당선을 위해 부정 투표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심지어 지난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의 제2차 내각 각료 등 약 30명이 통일교 관련 단체에 회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교는 국내에선 직접 정치활동에 뛰어들어 평화통일가정당을 창당해 제18대 총선에 후보자 258명을 출마시켰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당선자는 1명도 배출하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됐다. 이후에 정치활동에 직접 참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있었던 홍 전 시장의 주장 이후 신천지와 똑같이 통일교가 국민의힘을 매개로 배후서 정치활동에 참여했단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홍 전 시장의 주장에 따르면, 신천지의 활동은 통일교가 일본서 자민당을 매개로 전개했던 정치활동과 비슷하다. 국민의힘에선 이미 이단 시비가 불거지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의 개입 의혹이 크게 드러났다. 전 목사는 이미 대선후보서 교체될 뻔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도운 적이 있다. 손 목사와 깊이 연결된 전한길씨는 이미 국민의힘에 입당해 오는 22일 진행될 전당대회에 개입할 의사를 밝혔다. 이단 시비 유착 의심 지금까지 국민의힘엔 이단 시비가 불거진 종교와 유착했단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홍 전 시장의 폭로가 이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단계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미 두 목사와 전씨의 활동으로 인해 극우 성향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서 신천지·통일교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진 것은 국민의힘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느덧 ‘정치 개입 프로’ 단계에 진입한 두 종교가 정말로 국민의힘을 좌지우지했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