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01 14:44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사유지 불법점유로 대법원에서 패소하자, 해당 토지에 대한 강제수용 절차에 착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의 시설물 철거 명령에도 한전은 이행을 미루며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A씨는 2022년 부지를 매입한 뒤 진행한 측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실을 마주했다. 토지 전면부에 설치돼있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연소방지시설 일부가 자신의 소유지 안쪽으로 약 11㎡가량 넘어와 있었던 것이다. 사업장 침범 매입 당시 A씨는 매도인에게 “국공유지 위에 설치된 시설”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이를 그대로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 경계 측량을 하기 전까지는 시설물이 사유지를 침범한 상태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설물 일부가 경계선을 넘어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A씨는 한전에 시설 철거와 원상회복을 요구하게 된다. A씨는 “그 땅이 소유지에 포함돼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애초에 매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계약금이 지급된 뒤였고, 이때부터 한전과의 분쟁이 시작됐다. 문제의 시설은 한전 지중 전력구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토지 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정부가 창업기업이 만든 제품을 사서 돕겠다며 만든 ‘창업 기업 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는 매년 꾸준히 실적을 쌓아왔다. 지난해 공공기관이 보고한 창업 기업 제품 구매 규모만 해도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 창업 기업에는 생산한 제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막대한 실적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정부는 청년 창업 활성화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 수년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중에서도 공공기관이 창업 초기 단계의 기업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구매하도록 의무화한 ‘창업 기업 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는 대표적인 판로 지원 정책이다. 판로 지원? 이 정책은 시장에서 입지가 약한 창업 기업이 안정적인 첫 매출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특히 공공기관이 초기 매출 기반을 만들어주면 민간 판로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제도 설계 당시부터 “창업 기업의 생존 기반 마련”이 중요한 목표로 제시돼왔다.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38조에 따라 연간 총 구매액의 8% 이상을 창업 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용역·공사로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년 일정 비율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재난적 의료비 지원금이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재난 수준’으로 재정 지출이 치솟은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원 범위가 확대된 영향으로 보이지만,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오는 중이다. 재난적 의료비 제도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의료비 지출로 가계가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돕기 위해 도입됐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도 감당되지 않는 고액 의료비 문제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직접 의료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의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재난적 의료비 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고액 의료비 부담 문제가 있었다. 당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단계적으로 추진돼왔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급여 항목과 고액 치료비는 여전히 가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암이나 희귀질환처럼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물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시술·검사 비용이 수백만 원 단위로 누적되면서 가계가 단기간에 경제적 위기에 처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심지어 의료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지역 먹거리 축제가 성황이다. 매년 지역마다 의례적으로 열리던 행사였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이전 축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문객이 몰리며 “뭔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 시작된 변화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축제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경북 김천의 김밥축제가 15만명 넘는 인원 방문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축제에 다녀온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올해 축제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달라진 분위기 2025년 김천시가 개최한 김밥축제는 운영 방식이 기존 지역축제와 확연히 달랐다. 축제에 불필요한 구성은 제외하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김천시는 축제 시작 전 진행하던 내빈 소개, 축사, 환영사 등을 공연으로 대체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조치였다. 개막식이 사라지면서 지역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지역 정치인의 의전도 함께 없앴다. 이번 에는 ‘김밥’ 노래를 부른 자두 등이 공연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전 김천지역의 가을 축제는 주로 시청이 주도하는 문화예술제 형태였다. 당시 행사는 시청과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중국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활기를 되찾은 곳도 있지만 곳곳에서 나오는 불안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인 범죄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가 기우일까? 앞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시행했던 나라들을 살펴봤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논의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위축된 관광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본격화됐다. 정부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3인 이상 단체·15일 체류·여행사 명단 제출’이라는 조건부 무비자 입국을 지난 9월 말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명암 이는 코로나19 이전 한국 관광의 핵심 시장이었던 중국 관광객 수를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2019년 600만명에 달하던 중국인 방한객 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감해 2024년 기준 250만명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고, 명동·동대문·제주 등 주요 상권의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관광진흥법상 무비자 제도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예외 규정으로, 한국은 그동안 일본·대만·홍콩 등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시행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과거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10원짜리 동전 수천개’로 지급해 논란을 일으켰던 PC방 업주 김씨가 10년 만에 또다시 등장했다. ‘갑질 업주’로 불렸던 김씨가 이번에는 지인 명의를 이용한 대출 사기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따금 만나 술 한잔도 하던 친구였어요.” 피해자 A씨는 울분을 토했다. <일요시사>가 만난 A씨는 김씨와 고등학교 동창이다. 서로 가정사까지 털어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A씨에 따르면 2021년 가을, A씨는 김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의 연락이었다. 김씨는 “PC방 세금 문제로 명의를 바꿔야 한다”며 “3년만 이름을 빌려주면 1800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A씨는 과거 김씨가 운영하던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고, 그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는 ‘잘나가는 사업가’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인천 재력가? 결국 A씨는 고민 끝에 명의를 빌려주기로 했다. 김씨는 곧장 A씨를 부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불렀다. 계약서에는 ‘시설대여(리스) 계약’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었다. 캐피털을 통한 장비 리스 계약이었다. 리스 계약은 캐피털사가 창업자 대신 장비 대금을 먼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7분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나란히 악수를 나눴다. 3개월 넘게 이어진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 타결하며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협상에서 일본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요시사>는 한일 양국의 정상회의 성적표를 비교해 봤다. 지난달 29일 오후,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국제회의장. 이날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 중 가장 주목받은 날이었다. 87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를 이뤘으며 무역 협상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말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상호 이익의 균형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속에서 한국은 마지막 협상국으로 남아 있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이미 협상을 마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내는 국가에는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정무역(Fair Trade)’을 내세운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 정책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중국 등을 대상으로 25%의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가상의 캐릭터와 대화를 할 수 있는 ‘AI 캐릭터챗’이 유행이다. 캐릭터들과 재밌는 상황극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성인 인증을 하면 은밀한 대화까지 나눌 수 있어 인기다. 하지만 이 기능이 음란물 제작 도구로 악용되면서, 성인물을 무분별하게 찍어내고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 ‘AI 캐릭터챗’은 제작자가 직접 만든 인공지능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제작자는 캐릭터의 이름과 말투, 성격, 외모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AI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캐릭터챗 AI 캐릭터챗은 가상의 인물과 상황극을 하며 감정을 주고받도록 한다. 이용자는 실제 인물과 관계를 맺듯 대화에 몰입한다. AI는 이전 대화를 기억해 다음 대화에 반영하고, 이용자 반응에 따라 말투를 바꾸기도 한다. 사용자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AI 플랫폼에 등록하거나, 다른 사람이 만든 캐릭터를 선택해 대화를 시작한다. 캐릭터를 만든 사람은 플랫폼 안에서 ‘크리에이터’로 불린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 세계관을 설정해 공개하면 다른 이용자들이 그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다. AI 캐릭터챗은 기본적으로 프롬프트(prompt)와 이미지로 구성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일본 정치사 140년 만에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다. 강경 보수 노선을 계승한 그의 등장에 한·일관계에 적신호가 켜지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제104대 일본 총리로 선출됐다. 일본이 1885년 내각제를 도입한 이래 14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140년 만에 처음 탄생 이날 오후 열린 임시국회 중의원 본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 지명 투표에서 재적 의원 465명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을 넘기며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새 내각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선출로 그는 일본 정치사에서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총리 취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해 당권을 잡았지만, 26년간 연정을 유지해온 공명당이 정치자금 문제를 이유로 연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집권 기반이 흔들렸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 속에 자민당 단독으로는 과반 확보가 어려워 총리 선출이 불투명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배달의민족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가 자체 개발한 배차 플랫폼 ‘로드러너’의 전국 확대를 내년부터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둘러싼 폭풍이 거세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행 중이지만 라이더, 음식 점주 등 플랫폼의 실사용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로드러너는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개발한 AI 기반 자동배차·정산 시스템이다. 배민커넥트처럼 배달기사가 콜을 수락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스템이 위치·거리·등급 등을 종합해 자동으로 배차한다. 기사들은 사전에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로그인하고, 배차된 주문을 수행한다. 효율성 때문?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2019년부터 운영해 온 ‘배민커넥트’는 시간제 또는 건당 수당으로 일할 수 있는 단시간 근로형 시스템이다. 일정한 보호장치와 자동 정산 시스템을 갖춰 ‘아르바이트형’ 배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로드러너는 “프리랜서형”을 표방하면서도 통제는 더 강한 구조다. 라이더는 일주일 단위로 근무 스케줄을 예약해야 하며, 등급(그룹)에 따라 좋은 시간대를 배정받는다. 등급은 AI 알고리즘이 결정하며, 수락률·이탈률·근무 태도 등이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졌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 공개된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K-콘텐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중이다. 이 열풍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골든(Golden)’을 만든 작곡가 겸 가수 이재다. 이재는 주인공 루미의 노래 목소리를 직접 맡고, 노래를 만들며 자신이 그려온 ‘K의 정체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골든’은 공개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8주간 1위를 기록했고,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도 같은 기간 정상에 올랐다. 최단 기록 글로벌 톱10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는 발매 2주 만에 재생 수 3억회를 돌파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역대 최단 시간 기록으로 ‘글로벌 톱10’ 1위에 올랐다. 이재는 ‘골든’의 인기에 “하루 종일 울었다. 11살 때부터 꿈꾸던 일이었다. 어린 나에게 ‘우리가 해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작곡하고 직접 부른 ‘골든’은 작품 속 주인공 루미의 서사와 닮았다. 루미가 K팝 스타로서의 화려함과 인간으로서의 외로움 사이를 오가는 인물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북한산국립공원 자락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호텔’이 있다. 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호텔 아카데미 하우스’다. 하지만 호텔은 온데간데없이 ‘교회’와 ‘카페’만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지난달 19일, 버스를 타고 4·19 민주묘지를 지나 종점에 도착했다. 버스 기사는 “내리세요. 여기가 종점입니다”라고 말했다. 내린 곳은 차고지였다. 가파른 언덕을 한참 올라 숨이 턱까지 차오르자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120억짜리 ‘유령 호텔’ 입구에 들어서자 큼지막한 글씨로 적힌 ‘호텔 아카데미 하우스’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간판 옆에는 금세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경비실이 있었는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에는 누구도 지키고 서 있지 않았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자 붉은색 지붕의 주택이 보였다. 창문에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하얀 외벽을 따라 검은 물자국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십자가 두 개가 단상 위에 놓여있었고 양옆으로는 예배용 벤치가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영락없는 예배 공간이었다. 그곳을 나와 위쪽으로 좀 더 걷자, 4층짜리 건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그동안 자신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왔던 한 총재가 교단 자금 로비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교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학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의 2대 총재다. 통일교 창설자 문선명의 배우자이자 후계자인 그는, 남편 사망 이후 교단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모태 신앙 기독교 집안 한 총재는 1943년 2월10일 평안남도 안주군 안주읍 신의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통일교에 몸을 담게 된 건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 홍순애는 장로교 신앙을 가진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었다. 외동딸이었던 한 총재는 어머니의 영향 아래서 자연스럽게 신앙 생활에 젖어들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가족은 피란길에 올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한 총재는 여러 차례 학교를 옮겨 다니다가 초등학교를 마친 뒤 성요셉 간호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10대 시절, 통일교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처음 문선명을 본 것은 만 14세 무렵이었다. 교단 내부 증언에 따르면, 당시 어린 소녀였던 한 총재는 교단 집회에서 문선명을 멀리서 바라보는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요양병원에서 적용하는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자의 식사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조리사가 아닌 조리원과 영양사가 업무를 떠안고, 이 때문에 환자 식사와 위생 관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환자의 식사 질과 위생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집단 급식소 운영이 법적으로 엄격히 관리되는 만큼, 자격을 갖춘 조리사를 일정 규모 이상 채용한 의료기관에 추가 수가를 지급해 인력 확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돈 때문에? 현행 제도는 환자 식대에 붙는 기본 수가에 ‘가산’을 얹어주는 구조다. 일정 인원 이상의 조리사를 채용하면 병원은 그만큼의 재정적 인센티브를 얻게 된다. 병원들은 조리사 자격증 소지자를 확보해야만 추가 수가를 받을 수 있다. 제도의 취지와 달리 형식적 채용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조리사 채용이 실제 조리 능력이나 위생 관리 역량과 무관하게, ‘자격증 보유 여부’만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영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조리사 가산 수가 제도는 실제 업무 환경과 큰 괴리를 보이고 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소유했던 ‘이태원 단독주택’의 새 주인이 나타나 화제다. 거래 금액은 무려 228억원. 그것도 전액 현금 지불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며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주택은 강나연 태화홀딩스 회장이 228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지난 12일 잔금을 지급하며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다. 매매는 강 회장과 2014년생인 11살의 자녀 공동명의로 진행됐다. 지분은 강 회장과 자녀 각각 900분의 765(85%), 900분의 135(15%)씩 나눠 보유했으며, 거래는 근저당권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최고가 주택 대단한 가치 이 집이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상속세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삼성 일가는 대규모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다. 국세청은 이건희 전 회장의 유산에 대해 약 12조원의 상속세를 산정했으며, 삼성 일가는 이를 6년 동안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종 납부기한은 2026년 4월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서는 금융자산과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일부도 처분해야 했다. 이태원 자택 역시 이 과정에서 매각 대상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문화상품권의 유효기간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소비자가 돈을 주고 산 상품권의 권리가 사라지고, 그 돈은 발행사의 몫이 된다. 발행사들은 회계상 부채 관리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낙전수입’이 적자 보전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문화·도서상품권은 백화점 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과 달리 유효기간이 명확히 설정돼있다. 이는 발행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백화점 상품권은 결국 자사 매장에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기한 사용을 허용해도 회계상 위험이 크지 않고, 온누리상품권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발행하는 수단이라 소비자 신뢰를 우선해 사실상 무기한 사용을 인정한다. 회계상 위험? 문화상품권과 도서상품권은 발행일로부터 5년의 유효기간을 두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금을 주고 구입한 만큼 현금과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유효기간이 지나면 상품권은 이내 휴지 조각이 된다. 소비자들은 상품권이 선불 결제수단인 만큼 현금과 동일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효기간이 끝나면 잔액이 기업에 귀속되는 구조 때문에 소비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은 상품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K팝의 개척자였던 박진영이 이제 나랏일까지 맡게 됐다.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는 K팝의 인기에 정부가 직접 노를 젓기 시작했고, 노를 저을 뱃사공으로는 박진영을 지목했다. 수많은 명곡과 아이돌을 만들어낸 경험으로 이제는 K팝 국가대표로서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무대에 나서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되는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를 임명했다. 함께 위원장을 맡게 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나란히, 한국을 대표하는 인사로서 대중문화 정책을 이끌어가게 된 것이다. 미국 진출 선두주자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포괄하는 국가적 비전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정책 기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대통령실은 이 조직이 국제 문화 교류 확대와 공동 프로젝트 발굴 등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한류 콘텐츠가 외교·경제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위원회를 신설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임명 배경을 직접 설명하며 “박진영은 가수이자 프로듀서로서 K팝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