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눈속임 패딩’ 팩트 체크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2.17 09:53:02
  • 호수 1562호
  • 댓글 0개

불신 키우는 표기 오류의 함정…결국 공정위행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최근 ‘눈속임 패딩’ 뉴스가 도배되고 있다. 올겨울 한파를 막아줄 패딩 한 벌을 사려는 시민들의 입장은 어떨까? 두툼한 충전재가 채워져 판매되는 패딩 특성상 소비자들은 실제 품질을 알기 어렵다. 소비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만 믿고 구매를 결심하는 게 대부분이다.

“구스다운인줄 알고 구매했는데…환불 되나요?”

소비자들이 노스페이스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 1위 온라인 쇼핑 플랫폼 무신사에서 시작된 노스페이스 다운의 혼용률 오기재 사태에서 비롯됐다. 노스페이스는 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날카로운 의심까지 받고 있다.

믿고 샀는데…

한국소비자연맹(이하 소비자연맹)은 지난달 16일, 노스페이스의 다운 제품 충전재 표시가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연맹은 나흘 전인 12일, 접수한 신고에서 해당 행위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소비자 기만 행위로 규정했다.

논란은 최근 무신사에서 판매된 노스페이스 ‘남성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패딩 충전재가 거위털로 오기재된 채 판매된 사실이 고객 문의를 통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같은 달 4일, 노스페이스의 운영사 영원아웃도어는 일부 패딩 제품의 충전재를 거위털(구스다운)로 잘못 표기해 공식 사과했다. 이미 판매된 해당 제품 구매자에게는 전액 환불 조치를 약속했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모든 유통 채널의 다운 제품 판매 물량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제품 13종을 확인하고 수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영원아웃도어는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충전재 혼용률 오기재 발생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제품을 믿고 구매한 고객께 실망을 안긴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오기재 기간 구매 고객에게 문의 번호를 포함한 환불 절차를 순차적으로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스다운은 덕다운보다 보온성이 우수해 프리미엄 소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해당 상품은 판매 페이지에 ‘우모(거위) 솜털 80%, 깃털 20%’로 표기됐고, 실제 리사이클(재활용) 충전재가 사용된 제품이었다.

공개된 오기재 제품은 ▲남성 리마스터 다운 자켓 ▲남성 워터 실드 눕시 자켓 ▲1996 레트로 눕시 베스트 ▲1996 레트로 눕시 자켓 ▲눕시 숏 자켓 ▲노벨티 눕시 다운 자켓 ▲1996 눕시 에어 다운 자켓 ▲로프티 다운 자켓 ▲푸피 온 EX 베스트 ▲클라우드 눕시 다운 베스트 ▲아레날 자켓 ▲스카이 다운 베스트 ▲노벨티 눕시 다운 베스트 13개 품목이다.

무신사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12월2일부터 3일 노스페이스 전 제품 검수 및 소명 절차에서 ‘남성 1996 레트로 눕시 자켓(블랙)’ 외 13개 스타일의 상세 페이지 혼용률 오기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무신사는 “노스페이스 새 시즌 제품 발매 후 외주 판매 대행사가 기존 충전재 정보를 제대로 업데이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거위 털 빠진 패딩?
혼용률 오기재 사태


그러나 사과문은 불신만 키웠다. 국내 아웃도어 1위 노스페이스의 ‘구스다운’ 간판 이미지가 되려 역풍을 불렀다. 공식 홈페이지와 무신사 내 노스페이스 제품 페이지마다 “표기 오류는 업체 탓이고, 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느냐?”는 항의가 쇄도했다.

영원아웃도어가 공개한 13종의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품 구매 기간이 2025년이지만, ‘1996 눕시 에어 다운 자켓’의 경우 2023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혼용률이 잘못 기재된 상태로 판매된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제품의 제조연월은 2023년 10월로, 제품이 출시된 직후부터 현재까지 오기재된 상태로 판매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올해 노스페이스 일부 패딩은 충전재를 변경했음에도 가격 조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의 핵심인 ‘1996 레트로 눕시 자켓’은 2022년 33만9000원에서 지난해 41만9000원으로 8만원 인상된 뒤, 충전재가 리사이클 다운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동일한 가격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소재 변경 시 가격이 연동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운의 품질은 달라졌는데, 소비자가 마주하는 가격은 그대로인 셈이다. 

한편 모든 의류 제품에는 소비자가 정보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케어 라벨(품질표시 라벨)이 부착돼야 한다. 이는 법적으로 규정돼있으며 그 내용 역시 정확해야 하는데, 산업통상자원부의 ‘가정용 섬유 제품의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라벨에 섬유 혼용률, 제조자, 세탁법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특히 패딩류는 한국산업표준(KS) 규정에 따라 솜털·깃털 비율과 동물명(구스·덕)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다운의 충전재는 겉감·안감과 별도로 솜털 80% 이상 기준을 충족해야 ‘구스다운’으로 표기가 가능하다. 라벨 미부착이나 내용 부정확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과태료 최대 1000만원 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공정위는 소비자연맹 측이 신고한 내용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16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해당 신고에 대해 “피해자 수가 상당하지만, 현재는 사안의 진위를 공정하게 확인하는 단계가 우선”이라면서 “신고는 15일 공정위에 인계됐으며, 사안의 성격과 업무량에 따라 조사 착수의 기간이 유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공정위는 사전조사 전 법률적 개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최종 판단에 따라 향후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속임수 라벨 보니…
“표시광고법 위반”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의 지난 9일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 패션 플랫폼 4곳에서 판매 중인 구스다운 24종을 평가한 결과, 5개 제품이 거위털 함량 기준에 미달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해당 제품들의 거위털 비율은 6.6%~57.1%에 그쳤다.


또 2개 제품은 온라인 페이지에선 ‘구스’로 표시됐지만, 실제 제품 라벨에는 ‘덕’으로 표기돼 온라인 정보와 실물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소비자원은 부적합 제품 판매 플랫폼에 대해 제품 정보 수정·판매 중단·환불 조치를 권고하고, W컨셉,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들은 모니터링 강화 등 후속 대책을 내놨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에 집단분쟁조정 신청 등 피해구제 절차를 추진 중이며, 참여연대도 관련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가 된 리사이클 다운은 기존 거위·오리털 제품 생산 후 남은 우모를 수거·세척·재가공해 만든 충전재로, 패션 업계의 ESG 경영 트렌드에 힘입어 지속 가능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실제 글로벌 다운 시장에서 GRS(Global Recycle Standard, 재활용 인증)를 받은 리사이클 다운 비중은 2023년 15%에서 2025년 28%로 급증했으며, 노스페이스뿐만 아니라 파타고니아 등 다양한 브랜드가 이를 ‘지속 가능한 패션’ 마케팅으로 활용 중이다.

다만 프리미엄 다운 전문 브랜드 ‘프라우덴’의 분석 보고서는 리사이클 충전재는 다운이 부풀어 오르는 복원력을 말하는 필 파워(Fill power)와 보온성이 버진 구스다운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의류 업계 경력 20년의 B씨는 “리사이클 다운의 특성상 대량 발주로 남은 원료를 모아 재가공하는 경우가 많아, 개별 제품의 정확한 혼용률을 사후에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리사이클 다운은 구조적으로 모든 제품을 ‘구스’로 통칭하기 어려워, 기업이 다운을 제작할 때 이를 포괄적으로 의미하는 ‘우모’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벤더 업계 관계자 C씨는 “경우에 따라 리사이클 다운이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사례도 존재한다”며 “(충전재가) 구스가 아니면 반드시 덜 따뜻하다는 통념은 과장된 면이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다운 제품은 충전재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표시 정보의 정확성이 생명”이라며 “온라인 정보와 실물 표기가 다를 수 있으니 배송 후 품질 표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뢰 빨간불

영원아웃도어는 이번 사태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문제가 된 제품군이 광범위하고, 상품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표기해 소비자가 상표 라벨을 세부적으로 확인하지 않을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기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jen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