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다시 고개 숙인 김선호

사생활 이어 탈세 ‘이번엔 다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성기를 맞은 김선호가 이번엔 탈세 의혹으로 톱스타 반열의 문턱을 밟지 못하고 있다. 주연 배우로서 존재감을 굳히는 듯했지만, 또 다른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제 좀 뜬다 싶었더니,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지난 1일, 배우 김선호를 둘러싼 탈세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소속사 소속 배우 차은우가 가족 명의 법인을 통한 소득 처리 문제로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추징 통보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후였다. 이후 김선호 역시 가족이 관여된 1인 법인을 운영해 왔다는 내용이 잇따라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추락하는
대세 배우

당시 보도에 따르면, 김선호는 2024년 1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 주소지에 공연 기획을 목적으로 한 법인을 설립했다. 해당 법인의 대표이사는 김선호였고, 사내이사와 감사에는 부모가 등재돼있었다.

법인 사업 목적에는 공연 기획 외에도 광고대행업, 미디어 콘텐츠 창작,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및 배급, 부동산 매매·임대업 등이 포함돼있었다. 다만 연예 매니지먼트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주소지는 김선호의 실제 거주지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법인의 운영 방식이었다. 법인의 설립 목적과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해당 법인은 설립 이후 부모에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급여를 받은 부모가 법인 임원으로 등재돼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여 지급 자체가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근로 제공 여부와 급여의 적정성은 별도의 판단 대상이 된다. 여기에 더해 지급된 급여가 다시 김선호에게 이체됐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의문이 커졌다.

또 법인 소유 카드가 생활비나 유흥비 결제에 사용됐고, 법인 명의로 등록된 차량이 사적으로 이용됐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 같은 사용 내역이 사실이라면, 해당 지출이 법인의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었는지가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법인은 대표 개인과는 별개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법인 자금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을 경우 세법상 또는 법률상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되자 김선호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해당 법인은 과거 연극 제작과 연극 관련 활동을 위해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속사는 “현재 김선호의 전속 계약과 활동은 개인 명의로 진행되고 있으며, 법적·세무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의 활동과 문제의 법인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부모 급여 지급이나 법인카드 사용 등 구체적인 운영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명이 법인 설립의 명분에만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법조계와 세무 전문가들의 설명도 잇따랐다. 김명규 변호사 겸 세무사는 자신의 SNS에 “가족이 임원으로 등재된 법인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실제 사업 활동 여부와 자금 사용 내역에 따라 세법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 활동이 없었다고 밝힌 기간 동안 법인카드 사용이나 급여 지급이 있었다면, 해당 지출은 세법상 업무무관 비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이 경우 국세청이 이를 대표자에게 귀속된 소득으로 다시 판단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이후 김선호가 이전 소속사 재적 당시인 2024년 1월, 또 다른 1인 법인 ‘에스에이치두’를 설립했고 이 법인을 통해 연예 활동 정산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졌다. 여기서 정산금이란 드라마, 영화, 광고 등 연예 활동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 시점에 정리돼 지급되는 돈을 의미한다.

가족 관여된 ‘1인 법인’ 운영 의혹
부모에 급여…법카로 생활비·유흥비

일반적으로는 배우 개인 명의의 계좌로 지급되지만, 이 경우에는 김선호가 대표로 있는 법인 계좌로 들어갔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전 소속사 관계자는 정산금 지급 과정에 대해 “배우가 요청한 계좌로 입금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즉 정산 구조 자체는 배우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소속사 역시 법인 설립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법인을 통해 정산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런 방식이 세금을 회피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소득으로 처리될 경우 지방세를 포함해 최고 49.5%의 소득세가 부과되는 반면, 법인 소득으로 처리될 경우 법인세율은 최대 19% 수준이라는 점이 함께 언급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김선호 소속사는 법인 설립 이후 일정 기간 동안 해당 법인을 통해 정산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탈세 목적은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김선호는 같은 소속사 배우 차은우의 탈세 의혹과 함께 거론되며 논란이 확대됐다.

두 사례 모두 가족이 관여된 법인이 존재했고, 이를 통해 소득이 처리됐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일각에서는 동일 소속사 소속 배우들에게서 유사한 문제가 연이어 불거진 점을 두고 소속사의 관리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김선호의 경우 차은우와 달리 국세청의 공식 조사 결과나 추징 통보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 점 역시 함께 전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소속사는 2월4일 추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소속사는 이날 “김선호는 2024년 1월 연기 활동과 연극 제작을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2025년 2월 판타지오와 전속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의 활동에 대해서는 해당 법인을 통해 정산금을 지급받았다”며 “이후 법인 운영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법인 운영을 중단했으며, 최근 1년 이상 법인을 통한 실질적인 활동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관련 법률과 절차에 따라 폐업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또 “김선호는 선제적 조치로 과거 법인카드 사용 내역과 가족 급여, 법인 차량을 모두 반납했고, 해당 법인을 통해 과거에 정산받은 금액에 대해서는 기존에 납부한 법인세에 더해 개인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는 논란이 된 금전적 부분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김선호는 법인 운영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반성의 뜻을 전했고, 소속사 역시 관리에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차은우
닮은꼴

그는 4년 전에도 사생활 논란으로 곤욕을 겪은 적이 있다. 2021년 10월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대세 배우 K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작성자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작성자 A씨는 해당 글에서 전 연인이었던 K 배우와 2020년 초부터 교제했으며, 2020년 7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낙태를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혼인을 약속받았으나 아이를 지운 뒤 태도가 달라졌고, 결국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또 연인 관계 문제 외에도 K배우가 작품과 동료 배우, 감독 등을 험담했고, 방송 현장에서 소리를 질러 문제된 적도 있었다며 인성 문제를 함께 제기했다.

해당 글은 게시 직후 빠르게 확산됐다. 글에는 특정 실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교제 시기와 활동 연도, 출연 작품,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이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일부 누리꾼들은 K배우가 김선호일 가능성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당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가 막 종영한 직후로, 김선호는 주연 배우로서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였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가 예정돼있었고, 광고와 화보, 차기작 관련 일정도 이어지고 있던 시점이었다.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김선호 본인과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10월18일 하루 동안 소속사 측은 취재진의 연락에 응하지 않았고,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이나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을 낳았고,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이 시점에서 기자 출신 유튜버 이진호는 10월18일과 19일 연이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폭로 글에 등장하는 K 배우가 김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방송에서 김선호의 소속사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뿐 아니라 소속사 전반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언론사들이 이미 해당 사안과 관련된 제보와 자료를 확보해 취재 중이었으며, 실명 공개를 두고 신중한 분위기가 형성돼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종영 인터뷰 일정이 임박해 있어, 실명 공개 시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4년 전
폭로 후…

이진호는 자신이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내용과 A씨의 폭로 글에 담긴 구체적인 정황들이 상당 부분 일치했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포함돼있었다며 실명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방송 이후 온라인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K 배우가 김선호라는 인식은 빠르게 확산됐다.

10월19일 오전,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소속사는 “익명으로 올라온 글의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만큼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밝혔다. 다만 폭로 내용에 대한 인정이나 부인, 구체적인 설명은 담지 않았다.

같은 날 김선호의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내부 사정’을 이유로 취소됐다. 이후 신민아, 이상이, 조한철 등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의 인터뷰 일정도 잇따라 취소됐다.

광고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김선호가 출연한 여러 브랜드의 광고 영상이 비공개 처리되거나 삭제됐고, 포스터와 온라인 홍보물에서도 김선호의 모습이 빠지기 시작했다. 예능프로그램 역시 영향을 받았다. 김선호가 고정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는 편집과 하차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고, 결국 출연 중단이 결정됐다.

김선호는 논란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인 10월20일 오전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폭로자와 교제한 사실을 인정하며 “그분과 좋은 감정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나의 불찰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그분에게 상처를 줬다”고 언급하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또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한 상황이라며, 글을 통해서라도 진심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낙태 강요 여부나 폭로 글에 담긴 세부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소속사 역시 같은 날 사과문을 내고,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

사과문 발표 이후 김선호의 활동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이어졌다. 고정 출연 중이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하차가 확정됐고, 촬영을 앞두고 있던 일부 작품에서는 출연진 교체가 결정됐다. 이미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작품의 경우 교체 없이 제작이 이어졌지만, 다른 프로젝트들은 김선호의 하차 또는 캐스팅 변경을 택했다.

논란 초기 여론은 김선호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시선이 우세했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월21일, 폭로자 A씨는 자신의 글을 수정해 “사과를 받았고,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며 글을 곧 삭제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법률대리인을 통해 무분별한 신상 공개와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로 인해 폭로 글의 진위와 작성 경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해명하다 횡령 자백?
논란만 키운 자충수

이후 A씨의 지인이나 동창을 자처한 이들이 작성한 추가 폭로 글들이 온라인에 등장했으나, 졸업 시기나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상당수는 삭제됐다.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김선호 측이나 주변 인물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전환점은 10월26일이었다. 이날 한 연예 매체가 폭로 내용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는 김선호와 A씨의 지인 진술,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 등이 포함됐다.

기사에서는 김선호가 일방적으로 낙태를 강요했다기보다는 두 사람이 합의하에 결정을 내렸다는 정황이 제시됐고, 낙태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김선호가 결혼과 책임을 언급하며 부모에게 A씨를 소개하는 등 결혼 준비를 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이 보도 이후 여론은 눈에 띄게 변화했다.

같은 날 A씨의 전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논란은 또 다른 방향으로 확산됐다. 녹취록에는 과거 이혼소송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이 담겼고, 외도 정황과 금전 문제, 미행 주장 등이 언급됐다. 녹취를 공개한 측은 신원 보호를 이유로 ‘전 남편 추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공개한 유튜버 이진호는 폭로에는 책임이 따른다며, 폭로자의 신뢰성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 A씨와 관련된 추가 정황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초기 폭로 글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커졌다. 여론의 흐름이 바뀌자 광고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비공개 처리됐던 일부 광고 영상이 다시 공개됐고, 김선호의 출연작과 관련된 후속 일정도 점차 재개됐다.

김선호는 추가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활동을 잠정 중단했지만, 이후 연극 무대를 통해 복귀 수순을 밟았다. 2022년 공개된 연극에서는 출연 회차가 모두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과 다시 만났다.

김선호는 연극 무대에서 연기 활동을 시작해 드라마와 예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배우다. 서울예술대학 연기과를 졸업한 뒤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았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방송 연기에 도전했다. 초기에는 조연과 단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여러 작품을 거치며 점차 인지도를 높였다.

브라운관에서는 로맨스와 휴먼 드라마를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상적인 대사와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연기로 대중의 호응을 얻었고,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김선호는 드라마와 예능을 병행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렸다. 2021년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는 주연으로 출연해 작품 흥행과 함께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혔다. 이후 영화와 OTT 작품 등 다양한 플랫폼의 출연 제안을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광고계
손절 시작

한편, 연이은 논란 속에서도 김선호는 출연하는 연극 티켓을 매진시키며 굳건한 인기를 증명했다. 연극 <비밀통로>에서 김선호가 출연하는 전 회차는 예매 시작과 함께 모두 매진되며 흥행을 기록했다. <비밀통로>는 오는 13일부터 3월22일까지 이어지며, 김선호는 총 19회차 동안 무대에 오른다.

<imshar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