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국내 최대 농수산물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시끄럽다. 가락시장과 구리시장이 동시에 시범 휴업을 진행하면서다. 이를 계기로 주5일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붙는 분위기다. 농민들과 중도매인들 사이 갈등 역시 격화되고 있다. 농수산물도매시장은 특성상 지금까지 주6일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중도매인들은 “하루만 더 쉬게 해달라”며 근무 여건 개선을 호소하는 중이다.
가락시장을 비롯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은 개장 이후 40년 가까이 주6일 운영체제를 유지해 왔다. 일요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경매가 열리는 구조로, 설과 추석 등 일부 명절을 제외하면 사실상 연중 대부분 운영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시 휴업
후폭풍
이 같은 운영 방식은 농산물의 특성 때문에 형성됐다. 농산물은 하루가 다르게 생육이 진행되는 ‘생물’인 만큼, 일정 기간 보관하거나 출하를 미루는 데 한계가 있다. 산지에서 수확된 물량을 제때 소화하기 위해서는 도매시장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개장일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매 중심의 유통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도매시장은 하루 단위로 반입되는 물량을 경매를 통해 소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특정일에 거래가 중단될 경우 물량이 다음 날로 집중되거나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도매시장 개장일은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은 상대적으로 개선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락시장의 주5일제 논의는 최근 들어 갑자기 등장한 사안은 아니다. 시장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개장일을 줄이자는 논의는 수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근무 환경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를 계기로 개장일을 줄이자는 논의가 본격화됐다.
특히 인력 고령화와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시장 운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는 하루 12시간 이상 이어지는 야간 근무와 부족한 휴식으로 인해 신규 인력 유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 문제였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시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이하 공사) 도매시장 개장일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사는 2023년 시장관리운영위원회와 협의체 등을 통해 개장일 감축 방안을 검토한 뒤, 같은 해 11월과 12월 첫 번째 시범 휴업을 실시했다. 동절기와 비수기를 중심으로 토요일 경매를 월 1회 중단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2024년에도 시범 사업으로 이어졌다.
3월 추가 휴업이 진행됐지만, 산지에서 출하 지연과 품질 저하 우려가 제기되면서 4월 예정됐던 시범 휴업은 보류됐다. 당시 농민단체들은 “피해 대책 없이 추진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부 차원의 개입으로 휴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루 더 쉬자” VS “출하 막힌다”
주5일제 두고 농민·상인 갈등 격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하반기에는 휴업 요일을 조정한 2차 시범 사업이 다시 추진됐고, 공사는 휴업 요일 시범 운영 결과 농수산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농민단체는 이를 “비수기와 기상 영향에 따른 착시효과”라고 반박하며 갈등은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해 들어서는 3차 시범 사업이 시행됐다. 그해 11월과 12월, 이달과 내달에 걸쳐 월 1회 토요일 휴업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쪽은 산지 농민들이다. 최근 가락시장과 구리시장이 첫 동시 시범 휴업을 했지만 여전히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시장 종사자들의 근무 여건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장일 감축이 현실화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농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출하 시기’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생산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고, 수확 시기를 놓치면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특히 딸기, 오이, 토마토, 참외와 같은 과채류는 하루만 지나도 품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어, 일정 기간 출하가 막히는 상황 자체가 곧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가락시장과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같은 날 시범 휴업에 들어가면서 일부 산지에서는 이틀 연속 출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토요일 경매가 중단된 데 이어 일요일은 원래 휴장일이기 때문이다. 전남 담양에서 25년째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가는 이틀간 수확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한 줄기에 달린 딸기 중 일부만 익은 상태에서 선별 수확을 진행하지만, 출하가 막히면서 수확 시기를 놓치자 줄기에 달린 딸기가 한꺼번에 익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숙된 딸기는 외관상 멀쩡해 보여도 유통 과정에서 쉽게 무르기 때문에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산지유통센터(APC)에서도 피해는 그대로 드러났다. 선별 과정에서 폐기되는 물량이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루 폐기량이 기존 12~14㎏ 수준에서 24㎏까지 증가했다. 농가 입장에서 가격 하락은 둘째치고, 애초에 판매 자체가 불가능한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출하 지연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휴업일 이후 출하가 재개되면 그동안 쌓였던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몰리면서 ‘물량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곧 가격 하락으로 직결된다.
매일같이
야간 근무
실제 해당 시기 가락시장 딸기 반입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고, 가격은 약 2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품목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구리시장에서도 딸기와 참외 반입량이 크게 증가하는 등 유사한 문제가 확인됐다.
농민들은 이런 결과를 두고 “하루 쉬는 것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시범 사업은 주로 동절기와 비수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하절기로 확대될 경우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름철에는 작물 생육 속도가 빠르고 저장성이 낮아 하루만 출하가 지연돼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민단체들은 “시범 사업 자체가 단계적으로 주5일제로 가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월 1회 휴업 형태로 시작된 시범 사업이 반복되면서, 결국 전면적인 개장일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일부 농민단체는 “월 1회 휴업이 누적되면 사실상 주5일제와 다를 바 없다”며 정책 방향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주6일을 고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수십년간 이어져 온 주6일 근무체제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휴식권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현재 가락시장의 운영 구조는 일반적인 산업 현장과는 다른 형태를 띤다. 대부분의 경매가 저녁부터 시작해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야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중도매인들은 통상 오후 늦게 시장에 출근해 경매에 참여하고, 낙찰받은 물량을 정리·배송하는 작업까지 마친 뒤에야 퇴근한다.
이 과정에서 하루 근무 시간은 12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근무 방식이 주6일 내내 이어진다는 점이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사실상 일주일에 하루만 쉴 수 있는 구조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현장 종사자들의 설명이다. 경매 일정에 맞춰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생활이 고착화돼있고, 휴일에도 수면 패턴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물러버린
딸기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중도매인들은 “몸이 망가지는 게 먼저인지, 일을 그만두는 게 먼저인지 모를 정도”라고 토로했다. 수십년간 같은 일을 해온 고령 종사자일수록 무릎·허리 통증이나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단순히 ‘힘들다’는 차원을 넘어 건강 문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 같은 환경은 인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락시장 중도매인의 상당수가 5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층 유입이 거의 없는 이유 역시 근무 환경과 직결된다.
장시간 야간 노동과 낮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로 인해 신규 인력이 시장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기존 종사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도매인들이 주5일제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로지 “하루 더 쉬고 싶다”는 요구가 아니라, 현재 구조로는 시장 기능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한 중도매인은 “이대로 가면 10년 뒤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중도매인들 역시 개인적으로는 주5일 근무를 선택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시장은 경매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일부 점포만 휴무를 선택할 경우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의 특성상 참여자가 줄어들면 낙찰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남아 있는 중도매인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쉬는 점포는 거래 기회를 잃게 된다. 결국 ‘남들 다 일할 때 나만 쉬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있는 셈이다.
거래처 문제도 있다. 중도매인들은 도매시장 내 경매뿐만 아니라, 외부 소매상이나 유통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특정 요일에 쉬게 되면 거래처를 경쟁업체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로 개인 단위의 주5일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 때문에 중도매인들은 개별 선택이 아닌 ‘시장 전체 차원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특정 점포만 쉬는 방식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동일하게 휴업해야 공정한 경쟁 환경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노동 강도의 문제다. 중도매인의 업무는 경매 참여에 그치지 않는다.
고령화·구인난 심화…주6일 체제 한계
시범만 3년째…대책도 없는 휴업 시행
낙찰받은 물량을 직접 운반하거나 하역 작업을 돕는 경우도 많고, 상품 상태를 확인하고 가격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특히 과일이나 채소처럼 신선도가 중요한 품목은 짧은 시간 안에 상품 가치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높다. 여기에 새벽까지 이어지는 노동까지 더해지면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동시에 누적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 근무는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시장 종사자들이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주5일제가 정착된 상황에서, 특정 산업만 여전히 주6일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문제의식이다.
다만 중도매인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취급 품목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다. 상대적으로 저장성이 높은 품목을 다루는 중도매인들은 주5일제 도입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면, 과일이나 일부 신선 채소를 취급하는 중도매인들은 거래 공백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흐름은 ‘근무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고령 종사자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할 때, 더 이상 기존의 운영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중도매인들은 주5일제 도입이 복지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쟁력과도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인력 유입이 끊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유통 기능 자체가 약화될 수 있고, 이는 결국 소비자와 산지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함께 농민단체들은 대안으로 시장 개장일을 유지한 채 인력을 확충하거나, 종사자들이 교대로 휴무를 갖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또 정가·수의 매매 확대나 저장시설 확충 등 유통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부담과 운영 효율성 문제로 인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보장도 없고
대안도 없고
익명을 요구한 한 가락시장의 도매인 A씨는 “농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를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대로 주6일제를 하는 것도 더 이상은 무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쪽도 피해를 입지 않는 절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도매인 B씨는 “주 4.5일제 논의까지 나오는 시대지만 시장 종사자들은 공휴일도 쉬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우리의 고통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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