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새 생명 주고 떠난 김창민 감독

비참한 죽음 뒤 충격적 사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한 영화감독의 죽음 뒤에, 충격적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그의 죽음은 ‘집단폭행’으로 인한 억울한 희생이었다.

고 김창민 감독은 지난해 11월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장기기증을 통해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나누고 생을 마감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마지막 선택에 깊은 감동을 표했지만, 그가 왜 뇌사 상태에 이르렀는지는 한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질질 끌고
다니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사망 약 5개월이 지난 뒤였다. 김 감독이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가 다른 손님들과의 시비 끝에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특히 당시 현장에는 아들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충격은 더욱 커졌다. ‘아이 앞에서 벌어진 집단 구타’라는 점에서 공분이 확산됐다.

비극은 지난해 10월20일 새벽,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24시간 식당에서 벌어졌다. 김 감독은 중증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

유가족에 따르면 아들이 갑자기 돈가스를 먹고 싶다고 해 늦은 시간에도 운영하는 식당을 찾은 것이었다. 평범한 외식이었다. 하지만 식사 도중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인근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일행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일단 상황은 한차례 가라앉는 듯했지만, 식당 밖에서 다시 충돌이 이어졌다. 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이후 김 감독이 자리로 돌아와 식탁 위에 있던 식사용 나이프를 집어 드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일행이 이를 제지하며 충돌이 격화됐고, 결국 폭력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상대 일행에게 주먹으로 가격당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 증언은 사건의 잔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상 속 김 감독은 여러명의 남성들에게 둘러싸인 채 위협을 받는다.

한 남성이 뒤에서 목을 조르는 이른바 ‘백초크’를 걸었고, 김 감독은 식당 안에서 이미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밖으로 나온 김 감독이 두 손을 들며 저항하기를 포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해자들은 그를 강제로 끌고 이동했다.

CCTV 사각지대로 향하는 동안에도 폭행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골목까지 약 10m가량 끌려간 뒤에도 주먹과 발로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 쓰러진 이후에도 폭행이 이어졌다. 김 감독이 뒤늦게 의식을 되찾은 뒤 “그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장에는 최소 4명에서 많게는 6명 이상의 일행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목격자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둘러싸고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수준이었다”고 증언했다. 더 충격적인 건, 이 장면을 지켜보던 일부 일행이 이를 말리기는커녕 웃거나 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김 감독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고, 약 1시간이 지난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행 직후 쓰러진 김 감독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지지 못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건 현장 인근에는 대학병원이 있었음에도, 실제 이송까지 약 1시간가량이 소요됐다.

아들 앞에서 벌어진 ‘집단 폭행’
현행범인데 귀가…부실 수사 논란

그 사이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119구급대에 의해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김 감독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의료진은 곧바로 중환자실로 이송했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즉 뇌출혈이었다.

유가족은 “조금만 빨리 병원에 도착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친 점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사건의 참혹함은 이후 공개된 응급실 사진을 통해 드러났다. 사진 속 김 감독의 눈두덩이와 콧등, 관자놀이 곳곳에 검붉은 멍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왼쪽 귀 안쪽에는 피가 고여 있었고,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이 사진은 당시 병원으로 급히 달려온 아버지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의 아버지 김상철씨는 “의식이 없는데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며 “억울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통도 느꼈을 것이고, 아들 걱정도 했을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치명적 구타의 흔적이었다.

김 감독은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사고 약 보름 뒤인 11월7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마지막까지 기적을 기대했지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유가족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장기간 연명 상태를 유지할 경우 장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김 감독의 장기기증을 결정한 것이다. 그의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은 각각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됐다. 총 네 명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가족들은 “본인이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사람”이라며 그의 생전 성격을 떠올렸다. 김 감독과 함께했던 지인들도 비슷한 기억을 전했다.

그가 다니던 교회의 한 목사는 “자신이 힘들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며 “누구에게든 100%를 내주던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비극적인 죽음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은 또 다른 삶을 이어주는 결정이 됐다.

김창민 감독은 오랜 시간 영화 현장에서 묵묵히 경력을 쌓아왔다. 2013년 영화 <용의자>에서 소품 담당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이후 <대장 김창수> <마약왕> <마녀> <비와 당신의 이야기> <소방관> 등 다수 작품에서 작화팀으로 참여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연출자로서도 활동했다. 2016년 단편 <그 누구의 딸>로 경찰 인권영화제 감독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구의역 3번 출구>를 연출했다. 특히 <그 누구의 딸>은 성범죄자의 딸이 사회적 시선을 피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 주목받았다. 그는 연출자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에 있었다.

골든타임 놓쳐
범인도 놓쳐

유작이 된 작품 <회신>은 전주국제단편영화제와 서울한강국제영화제 상영이 예정돼있었지만, 고인은 영화제 측 처우에 문제를 제기하며 상영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해당 작품은 결국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았다. 유가족은 “오랜 시간 힘들게 버티며 기반을 쌓아왔고, 이제 막 인정받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며 “완성된 시나리오도 여러 편 있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감독 죽음의 진상이 알려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와 대응이 부실했다는 것이다.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가해자들을 즉시 체포하지 않았다. 대신 인적사항만 확인한 뒤 귀가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피해자인 김 감독이 스스로 구급차에 올라탔다는 이유 등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현장에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가 존재했음에도, 초기 대응은 그 심각성에 비해 지나치게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의 핵심 쟁점은 ‘가해자 특정’ 과정이다. 경찰은 사건 직후 확보한 식당 내부와 인근, 골목 CCTV를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에는 단 한 명만 가해자로 특정해 입건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영상과 유족 측 주장,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최소 4명에서 많게는 6명 이상의 일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CTV에는 김 감독이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하고, 목이 졸린 채 끌려가는 장면까지 담겼다. 그럼에도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일부 인물에 대해 “싸움을 말렸다”는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명백한 집단폭행을 단독 범행으로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서 경찰은 재조사를 진행했고, 그제야 또 다른 인물이 가해자로 추가 특정됐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입건된 인원은 2명에 그쳤다. 유족 측은 “CCTV상 최소 6명이 있었는데도 단 2명만 입건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일행은 김 감독을 둘러싸고 위협하거나 폭행 상황을 방조한 정황이 있음에도, 공동상해 또는 방조 혐의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인 역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다른 일행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라고 지적했다.

“양아치
같은 놈”

심지어 초기 수사에서 피해자인 김 감독이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됐던 사실도 논란을 키웠다. 경찰은 김 감독이 식당에서 나이프를 집어 들었다는 종업원의 진술 등을 근거로, 사건 초기에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판단했다.

물론 이후 폭행의 강도와 결과가 명확해지면서 사건의 중심은 가해자 쪽으로 옮겨갔지만, 수사의 시작점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가해자들에 대해 여러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일부 영장을 반려했고, 이후 법원은 두 차례 모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판단은 같았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특히 법원은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 자체가 구속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약 5개월 만에 가해자 2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이 직접 움직였다.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사건을 넘겨받은 뒤 형사2부장을 팀장으로 검사 3명,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전담 수사팀을 꾸렸다. 검찰은 과학수사 기법과 의학적 분석을 포함해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초기 수사의 미흡이 있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 가해자들이 엄정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알려지며 여론이 크게 들끓은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가해자 중 한 명이 사건 이후 힙합 음원을 발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곡에는 “순수했던 나는 없어졌어 벌써” “양아치 같은 놈이 돼” 등의 가사가 담겨있었고,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특히 이 음원이 고 김창민 감독 사망 약 4~5개월 뒤 발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성은커녕 상황을 희화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음원은 일부 플랫폼에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의 사건 이후 행적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과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사건 이후에도 별다른 제약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1시간 이송 지연 ‘뇌사 판정’
장기기증 4명 살리고 떠나

한 명은 배달 업체 운영을, 또 다른 한 명은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헬스장에 나타나 운동하거나 러닝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문신 때문에 평소에도 눈에 띄던 사람들인데 사건 이후에도 그대로 생활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온라인상에서는 가해자들의 발언을 둘러싼 주장까지 확산됐다. 일부는 가해자가 주변에 “한 대 치니까 쓰러지더라” “내 주먹 아직 녹 안 슬었다”는 식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공분이 커졌다.

가해자들의 신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조직폭력배 연루설도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특정 조직 소속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한 매체에서 직접 확인한 결과 해당 조직과 가까운 관계일 뿐 실제 조직원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유족의 분노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김 감독의 아버지는 방송을 통해 “지금까지 전화 한 번 없고 사과 한마디 없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한편 가해자 중 한 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뒤늦게 사과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김창민 감독님과 유가족에게 죽을 죄를 지은 것을 안다”며 “유가족의 연락처를 알 수 없어 수사기관을 통해 여러 차례 사과와 합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조서에도 관련 내용이 기록돼있을 것”이라며, 직접 사과할 기회를 얻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어 “어떤 말로도 유가족의 상처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지만, 고인을 해할 의도는 없었고 싸움을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다”면서도 “지금은 유가족의 아픔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유족 측의 입장은 달랐다. 유족은 “언론을 통한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직접 연락이나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연락처를 몰랐다는 설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며, 가해자가 실질적인 사과 의지가 있었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가해자들과 유족은 같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가해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족은 “가해자들이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어 가족들이 극심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경찰은 유족 보호 조치로 긴급 호출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버튼을 누르면 위치 정보와 함께 즉시 신고가 접수되는 장치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보호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제서
사과를?

특히 이 사건이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당시 현장에 김 감독의 발달장애 아들이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다.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아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을 듣기로 했다. 경찰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던 조사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해자 측 시각에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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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