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60세 정년 연장은 시대적 흐름⋯당근도 제시해야

현재 법으로 규정된 근로자의 은퇴 시기는 만 60세이며, 이 기준은 2016년 전면 도입된 이후 약 1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적 기준은 사회 구조의 급진적인 변화, 특히 기대수명 증가와 큰 격차를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이미 84세를 넘어섰지만, 공적 연금(국민연금)의 수령은 출생 연도에 따라 만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늦춰지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근로자들이 만 60세에 직장을 떠나게 되면, 연금 수령 시점까지 무려 5년이라는 긴 소득 공백기를 겪게 됨을 의미한다. 이 기간 동안 퇴직자들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본인의 경력과 무관한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 수없이 목격된다.

이처럼 숙련된 인력이 비자발적인 퇴직 후 재취업 시장에서 불안정한 형태로 내몰리는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입법기관은 이 문제를 단순히 ‘근무 기간 확대’를 넘어 전체 고령화 노동시장 시스템을 혁신하는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축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풍부한 경륜을 가진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청년 세대의 취업 기회를 저해하지 않는 새로운 고용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노동 정책 이슈 중 하나인 근로자 연령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올해의 대한민국은 국민연금 수령 개시 나이의 지속적인 상향 조정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아래에서, 현행 만 60세인 법적 퇴직 연령을 만 65세까지 늘리려는 법안은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의제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발의한 정년 연장 법안은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부터 청년 구직자까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이다.


이 법안은 단순히 퇴직 시기를 늦추는 것을 넘어 임금체계 개편, 청년 일자리 대책, 연금개혁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다. 정년 연장 65세 법안은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발의됐다.

이 대통령은 현행 60세 정년 제도가 평균수명 증가와 건강한 노년층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정년 연장 법안 발의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며, 정부 내부에서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구체화됐다.

이 대통령은 정년 연장이 개인의 노후 소득 보장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단순히 정년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 개선, 세대 간 일자리 나눔, 직무 재설계 등을 포함하는 종합대책이고 정년 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보완책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핵심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며 단계적 시행 방식을 제안해 급격한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으며, 오는 2027년을 목표 시행 시기로 제시하고 있다. 법안 통과 후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우선 적용하고, 2028년에는 100인 이상 기업으로, 2029년에는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으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순히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상승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직무 가치와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로 개편해 정년 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것이고 임금피크제도 함께 개선해 만 55세 이후 임금 조정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년 연장 65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몇 년생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이 법안은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해당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부터 적용된다. 예정대로라면 1967년생부터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1967년생은 2027년에 만 60세가 돼 정년을 맞이하는 해이므로, 법안 시행과 동시에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1968년생 이후 출생자는 모두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게 되며,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 출생자가 정년 연장 법안의 최대 수혜 세대가 된다.

이 법안은 소급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미 정년퇴직한 근로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60세에 퇴직할 수 있어 강제성은 없지만, 기업은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정년 연장 65세 법안은 발의 이후 사회적으로 큰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청년층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반응으로 온도 차가 상당하다.

노동계와 중장년층은 이 법안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선 시대에 60세 정년은 너무 이르며, 건강한 노년층이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대통령 법안 지지자들은 정년 연장이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의 공백을 해소하고 노후 빈곤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생산인구 감소 시대에 숙련된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계와 일부 청년층은 이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와 조직 경직화를 우려하며, 특히 중소기업은 재정적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청년층은 정년 연장으로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승진 적체가 심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들은 정년 연장보다는 재취업 지원과 사회안전망 강화가 더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 실제 논의 과정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위에서 언급했듯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의 첨예한 입장 차 때문이다. 사용자 측(기업)은 고령 인력 증가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을 우려하며 매우 신중한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 측은 단순히 은퇴 나이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의 근본적인 개혁, 특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임금피크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연장된 근무 기간 급여가 삭감되는 구조로 인해 근로 의욕을 저해하고 실질적인 소득 안정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받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미 10여건이 넘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퇴직 나이 상향을 ‘임금 구조 합리화’와 반드시 함께 추진해야 할 사안으로 보고 논의의 방향을 설정했다. 실질적인 정년 단계적 확대의 구체적인 시간표는 이 같은 노·사·정(노동계, 사용자, 정부) 간의 합의 도출 여부에 달려있다.

그래도 정년 연장 65세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현재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 대통령 법안은 정부가 직접 발의한 법안이므로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하며, 특히 청년 일자리 대책과 기업 지원 방안에 대한 보완이 요구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법안을 수정해 정년을 단계적으로 63세, 65세로 나눠 연장하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다. 법안의 통과 시기는 정치 일정과 사회적 합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빠르면 올해 말에서 2026년 사이에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 연장 65세 법안이 시행되면 한국 경제와 노동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증가를 가져오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가 클 것으로 평가된다. 법안 시행 시 약 300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5년간 추가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소비 진작과 세수 증대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으며,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근로 기간이 늘어나면 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이 늘고 수령 기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총 인건비는 연간 수십조원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세제 지원과 보조금 지급 등의 보완책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정년 연장 65세 법안은 한국 사회의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법안의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정년 연장은 시대적 흐름이므로, 모든 세대가 함께 준비하고 적응해 나가야 할 과제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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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