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풀어야 할 중도 방정식

품긴 품어야 하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치권에서는 좌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을 뭉뚱그려 중도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중도층은 세밀하고 촘촘하게 나뉜다. 이들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넓은 선거 연합을 구축해 가동 범위를 최대치로 늘려야 한다. 차기 집권여당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 몸집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최대 난제였던 친명(친 이재명)과 친문(친 문재인) 간의 갈등이 일부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 총선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면서 당의 주도권을 쥐었는데,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정부 탄생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해 친문계의 활동 반경이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평이다.

“내 탓이오”
갈등 봉합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당시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검찰 총장 후보로 지명한 것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이 윤정부 탄생의 가장 단초가 되는 일이기에 후회가 된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에 대해)지지하고 찬성하는 의견이 훨씬 많았고 반대하는 의견이 소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 의견이 수적으로는 작아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 내가 보기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과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기 사람들을 챙긴다는 것 등이 반대 이유로 거론됐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은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오랫동안 공방을 벌여왔다. 친명계에서는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원인으로 꼽았고 비명계는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가 부족하단 점을 부각했다.


진보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MBN <나는 정치인이다>에 출연해 “대선이 끝나고 우리가 왜 졌는지 성찰하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 차원서 백서를 안 낸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후보였기 때문에 후보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말해 아픈 곳을 꼬집었다.

다만 “여러 가지 것들이 종합적인 게 아니겠나”라며 “당시 정부가 했던 것 중에서 부동산 정책 같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고 종합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대표 친문인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도 “지금이라도 지난 대선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성찰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대선 패배 원인은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친명인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SNS에 “2022년 지방선거 때 (남양주)시장 후보로 출마했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욕은 ‘대통령·지방선거·총선까지 몰아줬는데 민주당은 뭐했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세금은 천정부지, 표 달란 염치가 있느냐’였다. 그나마 이재명 후보라 0.73%포인트 석패였다”고 반박했다.

양문석 의원도 비명계를 겨냥해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 출신들의 사유물인가”라고 비판했다.

“윤정부 탄생은 내 책임” 명-문 정당 탄생?
통합 속도 내는 이…초일회·새미래는 아직

문 전 대통령의 인터뷰가 공개된 시기는 이 같은 계파 갈등이 임계점에 다다르기 직전이다. 여기에 이 대표 역시 바로 이튿날 “대선 패배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히면서 양측 모두 총구를 거둬 들였다.


지난 13일 이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회동하면서 통합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회동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당의 통합을 위해 ‘당에서 마음에 상처 입은 분들을 보듬어 줄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도 공감해 ‘통 크게 통합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을 비롯한 오프라인서 당원들이 당원 중심으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론과 숙의가 가능한 참여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이에 공감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민주당이 원외 비명계 조직인 초일회와 새미래민주당(구 새로운미래·이하 새미래)까지 전선을 넓히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 원외 모임인 초일회의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가진 기득권을 어느 시점에서는 내려놓고 누구든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대선 경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통합력과 포용력을 갖춘 유능한 민주 정당으로 다시 한번 환골탈태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새미래 역시 이 대표 1극 체제를 거칠게 비판했다. 새미래 전병헌 대표는 창당 1주년 기자회견서 “가짜 민주당을 확실하게 대체해 정권 창출의 선봉에 나서겠다”며 “‘반 이재명’ ‘이재명 집권 저지’에 총력을 다하겠다. 이것이 윤석열·이재명 동반 청산의 시대정신을 받드는 일이고 새 질서, 새 나라로 가는 위대한 관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일회와 새미래가 빅텐트를 구축해 이 대표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 대표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남서 “초일회가 가짜 민주당의 껍질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는 결단을 한다면 대환영이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날아오는
견제구

지난 4·10 총선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워 제3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호남서 태풍을 일으킨 혁신당이 후보 단일화에 긍정적으로 답해 든든한 우군으로 조기 대선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이 경우 중도보다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층 표를 끌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앞서 혁신당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에 내란 종식과 헌법수호를 위한 원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서 “극우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단단하게 연합해 압도적 승리로 집권해야 한다”며 “그래야 극우 파시즘을 발아 단계서 제거하고 반헌법 내란 세력을 권력 근처로부터 몰아내고 비로소 국민을 통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정 수호, 민주 공화정을 믿는 모든 이들이 ‘새로운 다수 연합’으로 연대해야 한다”며 “혁신당은 내란 세력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름은 무엇이든 좋다”고 말했다.

원탁회의서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을 비롯한 정치개혁 토대와 평등한 정책 연대 추진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역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수파 연합을 만든 뒤 원탁회의를 거쳐 정책연합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며 “선거 구도는 ‘민주헌정수호 세력’과 ‘내란 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다. 다수파 연합을 만들어 진보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여야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도 있는 논의를 제시한 혁신당이 조기 대선서 민주당과 연대를 할지, 독자적 노선을 걸을지는 불투명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혁신당은 대권주자 배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조국 전 대표가 부재인 상황서 새로운 대선주자를 세우자니 마땅한 인물이 없을뿐더러 당의 동력도 이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실제로 후보를 낼 수 있을지는 당원들과 의원들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면서도 “제3당으로서 후보를 낸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를 통해 당을 지속 가능케 하는 안정적인 방법도 거론되는 분위기다. 상황에 휩쓸려 조급하게 후보를 내기보다 조 전 대표의 복귀를 기다리고, 대신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의 덩치를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럴 경우 “대놓고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한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당내 갈등이 불거질 위험이 있다.

아직 노선을 정하지 못한 혁신당은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동시에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혁신당은 이 대표가 띄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제안에 공감하면서도 “이미 논의된 정치개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교섭단체 조건 완화 등이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새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기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혁신당은 “민주헌정수호세력이 힘을 모아 연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의 바탕 위에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며 다시 한번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리저리
꺾이는 핸들

여의도를 벗어난 광장·시민사회·노동계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중도 민심이 잘 드러나는 집단으로 민주당이 가장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응원봉 불빛이 국회대로를 메우면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광장 민심을 확인한 여당 일부가 이탈하면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고, 이후에도 한남동 관저와 남태령 고개 등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가 이어졌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선 촛불을 든 시민들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광장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박근혜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집회를 이끌었던 시민단체 ‘퇴진행동’은 지난 2017년 10월 “촛불이 밝혀진 지 1년이 다 됐고 정권이 교체된 지 6개월여가 지났지만 해결된 과제는 2%에 불과하다”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 진척되고 있으나 아직 미흡한 과제는 52%로 나타났다. 적폐 청산을 위해 내세웠던 100대 과제들이 얼마나 실현됐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뼈아픈 경험을 한 민주당은 정책소통플랫폼을 개설해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시민의 질문에 의원이 직접 답하고 정책을 마련하는 공론 플랫폼 ‘모두의질문Q’를 공개했다. 이는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산하의 플랫폼으로 결과물은 ‘녹서’로 발간된다.

이 대표는 모두의질문Q 출범식서 “광장의 에너지가 정치에 직접 반영돼야 한다”며 “직접 민주주의가 작동해 국민 집단지성이 정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중 하나가 이 녹서다. 국민이 묻게 해야 한다. 민주당도 그걸 알고 안고 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 에너지가 일상적으로 정치에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대표는 “윤정부의 문제가 심각한데 국민을 주체로, 주권자로 인정하지도 않고 이때까지 우리가 수십 년간 쌓아왔던 온갖 성취를 다 망가뜨리고 있는데 왜 우리 국민들은 나서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약간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경험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를 끌어내렸는데 결과는 무엇인지, 그 후 나의 삶은 무엇이 바뀌었는지, 이 사회는 얼마나 변했는지 (국민들은)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호불호’ 강한 이재명표 경제 정책
연타하는 좌·우클릭…커지는 고민

민주당은 광장 민심 포용에 나섰지만 노동·경제 부분에 있어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며 경제회복에 방점을 찍었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는 반도체 특별법의 주 52시간이 대두된다. 52시간제 예외 인정과 주4일제 도입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잠시 주춤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 업계서도 유독 주52시간제 적용 예외를 요구해 온 삼성전자를 위한 특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추진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한국노총은 “이 대표의 노동 유연화가 ‘필요에 따라 120시간 노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윤정부의 노동 유연화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반도체 분야 주52시간 예외 입장 철회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최근 ‘우클릭’으로 표현되는 여러 얘기를 하고 결국 내놓은 반도체특별법이나 국가미래 먹거리 산업 특별법 등 정책은 전혀 전향적 노선이 안 보인다”며 “깜빡이는 오른쪽으로 켰는데 왼쪽으로 돌아가는 그런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주장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여당의 먹잇감이 됐다. 민주당은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등을 위해 총 35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다고도 밝혔는데 여권에서는 “대한민국을 배네수엘라처럼 만들겠다는 것” “뒷일은 생각 않고 당장 눈앞에 놓인 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 야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경제정책은 딜레마의 연속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대표는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 시도하는 것 같다”며 “문제는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최근 이 대표는 새로운 가치로 ‘잘사니즘’을 내걸었는데, 중도층을 끌어올만한 구체적인 비전이 아직 뒷받침되지 않아 국민 피부에 잘 와닿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조기 대선과 관련한 모든 질문에 선을 긋고 있지만 산토끼를 잡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마리 토끼
몽땅 한 편으로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이 대표의 우클릭은 정상적인 것”이라며 “선거가 가까워지면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하게 되는데, 지금은 양쪽이 똑같이 우클릭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을 외면하고 우측으로 치우치면서 민주당이 그 빈 공간을 치고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은 후방에 대한 걱정이 없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며 후방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후방 걱정 없이 쭉 우클릭을 지속할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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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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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