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변곡점’ 한동훈 등판 초읽기

‘몰락한 황태자’ 다시 왕좌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자취를 감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복귀설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윤석열의 황태자’에서 한순간에 ‘배신자’로 낙인찍혔지만, 아직은 심폐소생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여당과 극우가 밀착한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질주하는 국민의힘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16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여의도를 떠났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최고위원들이 줄사퇴하자 정상적인 당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인 한 전 대표는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끝으로 당 대표직을 내려놨다.

부활전

그런 한 대표가 지난 16일 복귀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책을 한 권 쓰고 있다”며 “머지않아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됐지만 보수는 오히려 똘똘 뭉치는 양상을 띠는, 이른바 ‘극우화’ 현상이 한 전 대표의 등판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에서조차 여당이 극우 세력과 극우 유튜버에게 끌려다니느라 닥쳐올 미래를 전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에서다.

‘조기 대선’이 금기어로 여겨지는 상황서 국민의힘에서는 과연 누가 대선후보로 뛰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동안 한 전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여론조사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SNS 활동을 최소화하면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뒀다.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역시 한 전 대표의 등판 시기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성급하게 나서기보다는 정치 동향을 파악한 뒤 정치권의 부름에 응답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워 재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런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설 연휴가 끝난 이후부터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보수 원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하며 복귀 시기를 재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변론기일이 끝난 직후인 2월 말이나 탄핵 결과가 나오는 3월 초 즈음에 한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며 “이 시기를 놓친다면 두 번째 기회는 장담할 수 없다. 지금처럼 어수선할 때 한 전 대표가 꾸준히 밀던 ‘차별화’ 전략이 먹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진짜 보수”다시 뭉치는 친한계
어쩌면 마지막 기회…대권 열차 올라타나

‘2말3초 등판설’에 힘이 실리면서 한 전 대표의 측근으로 이루어진 모임 ‘언더73’의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졌다. 해당 모임은 73년생인 한 전 대표와 나이대가 비슷한 정치인 모임으로 국민의힘 김상욱·김예지·진종오 의원을 비롯해 박상수 인천서구갑 당협위원장·정혜림 전 부대변인·류제화 세종시갑 당협위원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짜기 위해 73년생 이하의 젊고 지적인 정치인들이 뭉쳤다!”는 소개 글을 작성했다. 젊은 정치인을 주축으로 극우 세력과 거리를 두는 ‘건강한 보수’ ‘진짜 보수’를 내세워 세대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언더73은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 도서관을 찾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이사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김영삼 정신은 2025년 오늘, 정통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라며 “기필코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 되는 정치”라고 밝혔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환영하면서도 “소환 1호는 이재명 대표”라고 말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정권교체론에는 공감하면서도 “윤도 싫고 이도 싫다”는 비토 세력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변론기일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강하게 결집했다. 국민의힘 친윤계는 지난 1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탄핵 심판 7차 변론을 방청하는 등 지지층을 향해 지속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친한계도 지지 않고 한 전 대표 복귀설에 부지런히 군불을 땠다.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확정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 최종 변론 이후 2월 하순이 한 전 대표의 가장 빠른 복귀 시점이 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복귀설을 띄웠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가 더는 (복귀를)늦출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광장 정치를 하는 우리 강성보수 지지층들 발언이 보수 전체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로 지금 나오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분명히 그 목소리도 있지만 이걸 걱정하며 ‘이게 아닌데’ 하는 목소리도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가 조기 대선 경선에 임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가 정권을 재창출하고 보수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선 ‘한동훈이 대안이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너무 늦게 나올 수는 없다”고 답했다.

국힘 당내서도 극우화 우려
“계엄 반대” 중도 확장성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역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극우 집회에 참여하는 점을 지적했다.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전 대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일단 정치에 참여한 이상 자기 나름대로 뜻을 펼치려면 한번 큰 뜻을 품고 무대에 출연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전당대회 당시)63%라고 하는 절대적인 다수가 한 전 대표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뿌리가 아직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이 조기에 열린다면 어느 후보보다(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가 제일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 전 대표가 내세울 수 있는 차별점은 비상계엄을 반대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날, 한 전 대표는 메신저를 통해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했으며 “국민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비상계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배신자 프레임’이 한층 두터워졌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거부감을 느낀 보수 지지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길 명분을 만들었다.

국민의힘이 고착화된 상황서 한 전 대표가 복귀하더라도 ‘이재명 대항마’로 자리를 굳힐지 미지수다. 짧은 텀을 두고 비상대책위원장, 당 대표를 역임했지만 번번이 마무리가 좋지 못했던 만큼 정치인으로서의 평가와 당내 세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관문

‘검사 윤석열’에 이어 ‘검사 한동훈’까지, 이어지는 검사 프레임 역시 부담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출마한 데에는 검사 이미지를 빠르게 탈피하고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며 “문제는 그 시기가 너무 짧아 각인이 덜 됐다. 게다가 성공 대신 실패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국민 인식 속 ‘한동훈’이라는 사람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복귀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부름이 필요한데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지난 총선 전략이 차별화였다면 조기 대선에서는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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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