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박왕열 수감 필리핀 교도소 가보니…

“데려가라, 한국서 처벌받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한민국의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 마약범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밝힌 대검찰청의 입장이다. 검찰이 칼을 빼들었으나 마약사범은 오히려 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마약사범들은 대마초, LSD, 코카인, 필로폰 등을 투약하거나 유통한다. 특히 매년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이 들어오고 있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 박왕열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수년간 수십억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해왔다.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인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거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참치 유통 등의 사업을 하던 인물로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박왕열의 마약 조직인 ‘전세계 그룹’이 약 50억 상당의 마약을 팔아왔다고 결론냈다. 최근 <일요시사>는 필리핀 현지 취재를 통해 박왕열이 메트로 마닐라 문틴루파에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

상당한
영향력

NBP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에 위치한다. 수감자의 43%가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로 수감돼있다. 특히 연쇄살인범과 마약계 거물 등도 포함돼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재범 범죄자들이다. 이외에도 20년 미만의 복역자를 수용하는 중간 보안시설, 형기를 마치기 직전이나 70세 이상 고령자 및 아보 교도소를 수용하는 최소 보안시설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용된 인원은 29000여명이다. 이상적 수용인원이 6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과밀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명도 되지 않는 필리핀 법무부 산하 수정국 간수들이 낮 동안 출입문을 통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는다.

NBP는 일반적인 감옥과는 다르게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고립된 범죄자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들은 NBP 재소자가 돈만 있으면 내부에서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14년 NBP를 급습한 필리핀 수사기관은 마약은 물론 140만 페소(3354만4000원) 상당의 현금과 스트립바, 최고급 욕조, 에어컨 시설 등을 발견했다.

마약·납치조직 등 강력 범죄조직 두목들이 사용하는 ‘교도소 단지 빌라’에는 몰래 들어오는 스트립 댄서를 위해 전용 무대와 드럼, 기타 등을 갖춘 소형 콘서트 무대도 발견됐다. 고급 주류 등이 가득 들어찬 방에서는 로렉스, 파텍필립 시계와 루이뷔통 지갑 등 고가 명품과 달러화 뭉치까지 들어 있었다. 욕실 바닥과 벽은 대리석으로 치장됐고 고급 욕조에는 평면 TV까지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NBP는 마약 밀매 교도소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9년 당국 묵인하에 지어졌던 가건물에서 마약과 흉기는 물론 TV, 전기 프라이팬,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가전제품과 현금 뭉치, 자위 도구, 건설장비 등이 트럭 짐칸을 가득 채울 만큼 발견됐다.

재소자들은 밀반입한 물품 사용을 숨기려 불법 구조물들을 지었고 영향력 있는 재소자들이 교도소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무려 NBP 직원 353명이 직위해제됐다.

마닐라 외곽 악명 높은 ‘NBP’ 투옥 확인
징역 60년 선고 후 불법무기 소지 재판 중

2016년 10월에는 NBP에서 북한산(産) 마약이 거래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마약 유통을 담당한 장기수 제이비 서배스천은 필리핀 하원이 개최한 청문회에서 NBP에 들어오던 마약의 60~70%가 북한에서 온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교도소 내에 있는 중국인 범죄조직이 외부 중국 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교도소 안에 들여와 판다고도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내 마약 사용이 확산하면서 이외에도 북한산 마약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로 밀수출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에도 한 영국인이 북한산 히로뽕을 태국과 필리핀을 거쳐 미국으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바 있다. 미 국무부가 2016년 발표한 ‘2016 국제 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도 지난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북한 관리들이 마약 밀매에 관여한 사건들이 있었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한 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전세계 그룹이라는 마약 조직은 국내에도 수십명의 총책과 판매책이 활동했다. 경찰에 이미 붙잡힌 전세계 그룹 관련자만 20명이 넘는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로 전세계 그룹이 유통한 마약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검거된 박왕열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그가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NBP 내부에서 박왕열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NBP 직원 대부분이 그를 알았고 마약·살인 전과가 있는 거물급 재소자들과 인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소자 43%
살인·마약범

마닐라의 한 모처에서 만난 NBP 관계자는 “NBP는 악명 높은 교도소다. 내부에서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도 유명한 마약 거물급 인사들이 박왕열을 알고 있다. 그가 탈옥에 두 번 성공했어도 여기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세 번째 탈옥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걱정되는 게 있다면 돈의 유혹에 넘어가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재소자들이 NBP 직원들에게 로비와 스폰 등을 통해 탈옥을 시도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필리핀은 사법 관리와 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허술한 편에 속한다. NBP와 같은 교도소에 근무하는 교정당국 관계자들은 한 달에 20000~30000페소(한국 돈으로 50~60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

그러나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재소자 중 마약 조직 보스급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NBP 직원들이 버는 돈의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로비를 일삼는다. 이 같은 로비 행위가 수년간 이뤄지다 보니 매년 NBP에서 비위행위로 직위가 해제되는 직원들도 있다.

경찰이 파악한 박왕열의 마약 유통 규모가 50억원인 만큼 NBP에서 로비 행위를 일삼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왕열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도 확인했다.

필리핀의 한 현지 교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붙잡힌 이후로 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선 변호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필리핀에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든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현지 교민들은 유통과 카지노 사업에 실패했던 박왕열이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건 마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죽지 않은 존재감 과시
거물급 재소자들과 친분


박왕열이 지난 2020년 초까지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 전국으로 유통하며 매달 최대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동남아에서 보낸 마약은 국제택배, 인편 등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특히 퀵서비스나 고속버스 수화물 등을 이용,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지역에 있는 중간판매책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중간판매책들은 서울과 대구, 울산, 포항, 김해, 양산, 부산, 대전, 논산, 수원, 의정부 등 여러 곳에 마약이 뿌려졌다.

<뉴스타파>는 한 마약범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왕열이 한 달에 유통하는 필로폰이 약 60kg이라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다. 과거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다른 마약범도 박왕열이 한 달에 30kg이 넘는 마약을 유통한다고 주장했다.

필로폰은 나라마다 도매가가 다르다. 한국은 타국보다 도매가가 수십배 높은 편이라 마약 유통 경유지로 악용된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끈질긴 추적 끝에 2018년 8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마약사범을 체포했고, A씨가 거주하던 서울 소재 임대주택에서 필로폰 90kg(시가 3000억원 상당, 300만명 동시 투약분)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가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은 총 112kg이었고, 이 중 22kg은 일본 야쿠자 조직을 통해 국내 마약 조직에 판매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판매된 필로폰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국내 마약 조직인 대구 거점 ‘성일파’ 총책 등 9명을 추가 검거했다.

감방 내부
VIP 대접?


국정원은 일본 야쿠자·대만 삼합회 등 국제 범죄조직들이 한국 마약 시장을 고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국내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한 마약류는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154kg의 마약을 적발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0.03g이다. 쉽게 말해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왕열이 판매했던 필로폰은 당시 시가로 1g에 60만원 가까이 됐다. 한 달에 유통한 마약이 최소 30kg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20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수수료를 뗀 마약 판매 수익률이 절반이라고 해도 박왕열의 손에 들어가는 자금은 한 달에 최소 50억원이 넘는다.

<일요시사>는 박왕열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NBP를 찾아 접견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NBP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왕열은 교도소에서 거물급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여전히 로비하고 마약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접견 요청은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왕열은)차라리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박왕열에게 직접)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데려가라, 한국에서 처벌을 받고 싶다고 전해 들었다”고 알렸다.

경찰은 마약범죄 수사에 위장 수사기법 도입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최근 도박과 함께 마약범죄 위장 수사 법제화를 위한 판례와 해외 사례, 부작용, 법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가능한 위장 수사의 범위를 넓히는 조치다.

마약 유통 수익 수백억대…사선 변호인 선임
마피아 인맥 통해 여전히 판매망 관리 의혹도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후 일선에 배포한 ‘23대 경찰청장 전략과제 및 주요 정책과제’ 문건에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 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 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장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성범죄 때문에 도입됐는데 마약도 한 번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 제시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실무에서는 오히려 수사를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어 말 그대로 검토단계”라고 한발 물러섰다.

경찰청은 영화 <신세계>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마이 네임>처럼 마약 조직에 일원으로 잠입해 수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부 위장 수사를 법제화하는 정도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경찰은 일반인인 척 마약상에 접근해 범행 현장을 잡는 기회 제공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위장 수사 법제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이 취임 이후 언급한 마약범죄 위장 수사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돼왔다. 유통 과정이 지능·고도화돼 검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유통경로 인터넷·SNS와 다크 웹·가상자산을 이용한 사례는 각각 2544명과 832명이다.

다만 단순히 검거 건수 증감 통계만으로 범죄가 팽배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마약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간부는 “수사팀이 열심히 하면 건수가 많아지는 것일 뿐 만연하다고 볼 수 없고, 줄어든다고 일을 안 한다고 비판받을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더커버 수사
검토 나선 경찰

그러나 판매책 검거는 두드러지게 감소해 지능·고도·익명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경찰청 등에서 받은 서울지역 마약사범 검거 인원에 따르면 2019년 951명으로, 2020년에는 668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420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는 164명이다.


필리핀 마닐라 = 오혁진 기자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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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