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왕’ 박왕열 수감 필리핀 교도소 가보니…

“데려가라, 한국서 처벌받고 싶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한민국의 마약청정국 지위를 되찾겠다.” 마약범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밝힌 대검찰청의 입장이다. 검찰이 칼을 빼들었으나 마약사범은 오히려 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마약사범들은 대마초, LSD, 코카인, 필로폰 등을 투약하거나 유통한다. 특히 매년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이 들어오고 있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 박왕열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수년간 수십억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유통해왔다.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인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거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참치 유통 등의 사업을 하던 인물로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박왕열의 마약 조직인 ‘전세계 그룹’이 약 50억 상당의 마약을 팔아왔다고 결론냈다. 최근 <일요시사>는 필리핀 현지 취재를 통해 박왕열이 메트로 마닐라 문틴루파에 있는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

상당한
영향력

NBP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에 위치한다. 수감자의 43%가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로 수감돼있다. 특히 연쇄살인범과 마약계 거물 등도 포함돼있다. 이들 대부분이 20년형 이상을 선고받은 재범 범죄자들이다. 이외에도 20년 미만의 복역자를 수용하는 중간 보안시설, 형기를 마치기 직전이나 70세 이상 고령자 및 아보 교도소를 수용하는 최소 보안시설 등 3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11월 기준 수용된 인원은 29000여명이다. 이상적 수용인원이 65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인구 과밀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0명도 되지 않는 필리핀 법무부 산하 수정국 간수들이 낮 동안 출입문을 통제하는 것 외에 별다른 조처에 나서지 않는다.

NBP는 일반적인 감옥과는 다르게 재소자들이 교도소 내에서 물건을 사고팔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고립된 범죄자 마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지 교민들은 NBP 재소자가 돈만 있으면 내부에서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2014년 NBP를 급습한 필리핀 수사기관은 마약은 물론 140만 페소(3354만4000원) 상당의 현금과 스트립바, 최고급 욕조, 에어컨 시설 등을 발견했다.

마약·납치조직 등 강력 범죄조직 두목들이 사용하는 ‘교도소 단지 빌라’에는 몰래 들어오는 스트립 댄서를 위해 전용 무대와 드럼, 기타 등을 갖춘 소형 콘서트 무대도 발견됐다. 고급 주류 등이 가득 들어찬 방에서는 로렉스, 파텍필립 시계와 루이뷔통 지갑 등 고가 명품과 달러화 뭉치까지 들어 있었다. 욕실 바닥과 벽은 대리석으로 치장됐고 고급 욕조에는 평면 TV까지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NBP는 마약 밀매 교도소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9년 당국 묵인하에 지어졌던 가건물에서 마약과 흉기는 물론 TV, 전기 프라이팬, 아이스크림 제조기 등 가전제품과 현금 뭉치, 자위 도구, 건설장비 등이 트럭 짐칸을 가득 채울 만큼 발견됐다.

재소자들은 밀반입한 물품 사용을 숨기려 불법 구조물들을 지었고 영향력 있는 재소자들이 교도소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무려 NBP 직원 353명이 직위해제됐다.

마닐라 외곽 악명 높은 ‘NBP’ 투옥 확인
징역 60년 선고 후 불법무기 소지 재판 중

2016년 10월에는 NBP에서 북한산(産) 마약이 거래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마약 유통을 담당한 장기수 제이비 서배스천은 필리핀 하원이 개최한 청문회에서 NBP에 들어오던 마약의 60~70%가 북한에서 온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교도소 내에 있는 중국인 범죄조직이 외부 중국 조직과 연계해 마약을 교도소 안에 들여와 판다고도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 내 마약 사용이 확산하면서 이외에도 북한산 마약이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로 밀수출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15년에도 한 영국인이 북한산 히로뽕을 태국과 필리핀을 거쳐 미국으로 반입하려다 적발된 바 있다. 미 국무부가 2016년 발표한 ‘2016 국제 마약통제전략보고서’에도 지난 1970년대부터 2004년까지 북한 관리들이 마약 밀매에 관여한 사건들이 있었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한 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전세계 그룹이라는 마약 조직은 국내에도 수십명의 총책과 판매책이 활동했다. 경찰에 이미 붙잡힌 전세계 그룹 관련자만 20명이 넘는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로 전세계 그룹이 유통한 마약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검거된 박왕열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그가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NBP 내부에서 박왕열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NBP 직원 대부분이 그를 알았고 마약·살인 전과가 있는 거물급 재소자들과 인맥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소자 43%
살인·마약범

마닐라의 한 모처에서 만난 NBP 관계자는 “NBP는 악명 높은 교도소다. 내부에서 칼에 찔리거나 총에 맞아 죽는 사람보다 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아 얼른 치우지 않으면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도 유명한 마약 거물급 인사들이 박왕열을 알고 있다. 그가 탈옥에 두 번 성공했어도 여기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세 번째 탈옥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걱정되는 게 있다면 돈의 유혹에 넘어가는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재소자들이 NBP 직원들에게 로비와 스폰 등을 통해 탈옥을 시도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필리핀은 사법 관리와 체계가 선진국에 비해 허술한 편에 속한다. NBP와 같은 교도소에 근무하는 교정당국 관계자들은 한 달에 20000~30000페소(한국 돈으로 50~60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

그러나 징역 20년 이상을 선고받은 재소자 중 마약 조직 보스급에 해당하는 인물들은 NBP 직원들이 버는 돈의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로비를 일삼는다. 이 같은 로비 행위가 수년간 이뤄지다 보니 매년 NBP에서 비위행위로 직위가 해제되는 직원들도 있다.

경찰이 파악한 박왕열의 마약 유통 규모가 50억원인 만큼 NBP에서 로비 행위를 일삼는 데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불법무기 소지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왕열이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사실도 확인했다.

필리핀의 한 현지 교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붙잡힌 이후로 돈이 없을 줄 알았는데 사선 변호사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필리핀에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든다”고 주장했다. 필리핀 현지 교민들은 유통과 카지노 사업에 실패했던 박왕열이 상당한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건 마약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죽지 않은 존재감 과시
거물급 재소자들과 친분


박왕열이 지난 2020년 초까지 국내로 마약을 밀반입, 전국으로 유통하며 매달 최대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그가 동남아에서 보낸 마약은 국제택배, 인편 등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특히 퀵서비스나 고속버스 수화물 등을 이용,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지역에 있는 중간판매책들에게 전달됐다. 이후 중간판매책들은 서울과 대구, 울산, 포항, 김해, 양산, 부산, 대전, 논산, 수원, 의정부 등 여러 곳에 마약이 뿌려졌다.

<뉴스타파>는 한 마약범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왕열이 한 달에 유통하는 필로폰이 약 60kg이라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다. 과거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다른 마약범도 박왕열이 한 달에 30kg이 넘는 마약을 유통한다고 주장했다.

필로폰은 나라마다 도매가가 다르다. 한국은 타국보다 도매가가 수십배 높은 편이라 마약 유통 경유지로 악용된다. 앞서 국정원과 경찰은 끈질긴 추적 끝에 2018년 8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던 마약사범을 체포했고, A씨가 거주하던 서울 소재 임대주택에서 필로폰 90kg(시가 3000억원 상당, 300만명 동시 투약분)을 압수했다.

조사 결과 A씨가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은 총 112kg이었고, 이 중 22kg은 일본 야쿠자 조직을 통해 국내 마약 조직에 판매됐다. 국정원과 경찰은 판매된 필로폰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국내 마약 조직인 대구 거점 ‘성일파’ 총책 등 9명을 추가 검거했다.

감방 내부
VIP 대접?


국정원은 일본 야쿠자·대만 삼합회 등 국제 범죄조직들이 한국 마약 시장을 고수익 사업으로 인식하고, 국내 마약 밀반입·유통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한 마약류는 1295kg으로, 2020년 321kg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154kg의 마약을 적발했던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이상 폭증했다. 통상 필로폰의 1회 투약량은 0.03g이다. 쉽게 말해 43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박왕열이 판매했던 필로폰은 당시 시가로 1g에 60만원 가까이 됐다. 한 달에 유통한 마약이 최소 30kg이라고 가정한다면 약 200억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수수료를 뗀 마약 판매 수익률이 절반이라고 해도 박왕열의 손에 들어가는 자금은 한 달에 최소 50억원이 넘는다.

<일요시사>는 박왕열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NBP를 찾아 접견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NBP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왕열은 교도소에서 거물급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여전히 로비하고 마약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접견 요청은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왕열은)차라리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박왕열에게 직접)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데려가라, 한국에서 처벌을 받고 싶다고 전해 들었다”고 알렸다.

경찰은 마약범죄 수사에 위장 수사기법 도입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최근 도박과 함께 마약범죄 위장 수사 법제화를 위한 판례와 해외 사례, 부작용, 법령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9월24일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가능한 위장 수사의 범위를 넓히는 조치다.

마약 유통 수익 수백억대…사선 변호인 선임
마피아 인맥 통해 여전히 판매망 관리 의혹도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 후 일선에 배포한 ‘23대 경찰청장 전략과제 및 주요 정책과제’ 문건에서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만 제한적으로 가능한 위장 수사를 마약류 및 불법 도박 수사에도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장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성범죄 때문에 도입됐는데 마약도 한 번 해보면 어떠냐는 의견 제시로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라며 “실무에서는 오히려 수사를 어렵게 한다는 우려도 있어 말 그대로 검토단계”라고 한발 물러섰다.

경찰청은 영화 <신세계>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마이 네임>처럼 마약 조직에 일원으로 잠입해 수사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우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부 위장 수사를 법제화하는 정도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경찰은 일반인인 척 마약상에 접근해 범행 현장을 잡는 기회 제공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현재 진행 중인 위장 수사 법제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이 취임 이후 언급한 마약범죄 위장 수사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돼왔다. 유통 과정이 지능·고도화돼 검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유통경로 인터넷·SNS와 다크 웹·가상자산을 이용한 사례는 각각 2544명과 832명이다.

다만 단순히 검거 건수 증감 통계만으로 범죄가 팽배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마약범죄 수사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간부는 “수사팀이 열심히 하면 건수가 많아지는 것일 뿐 만연하다고 볼 수 없고, 줄어든다고 일을 안 한다고 비판받을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언더커버 수사
검토 나선 경찰

그러나 판매책 검거는 두드러지게 감소해 지능·고도·익명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실이 경찰청 등에서 받은 서울지역 마약사범 검거 인원에 따르면 2019년 951명으로, 2020년에는 668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420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는 164명이다.


필리핀 마닐라 = 오혁진 기자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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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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