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보면 다를까?' 민주당 믿는 구석

밀려도 웃는 이유는?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본인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사람들은 술이나 친구, 연인 등을 찾곤 한다. 나약해진 마음을 의존할 어떤 ‘믿을 구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무언가에 의존한다는 안정감은 때때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한다. 출범 이후 계속 위기만 맞아온 더불민주당 선대위는 그동안 계속해서 믿을 구석을 찾아왔다. <일요시사>가 자세히 들어보니 그들이 찾은 그 구석들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누구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하지 못했다. 미 언론이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는 재벌 출신 인기 방송인의 정계 데뷔가 그렇게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다.

못 믿을 지지율

그러나 2017년 1월20일 대통령 취임식 연단에 올라선 건 힐러리가 아니라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일찌감치 힐러리의 승리를 점쳤던 언론들은 당황스러운 속내를 숨긴 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보도해야만 했다. 

두 후보의 희비를 뒤바꾼 건 ‘샤이 트럼프’ 지지층의 존재였다.


샤이 트럼프 층은 인종차별과 각종 시대 역행적인 발언들을 일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외적인 자리에서는 비난했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선거에서는 본심을 드러냈다. 체면상 하지 못했던 말들을 누군가가 대신 해주니 사실은 속 시원했던 것이다.

이른바 ‘샤이 표심’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여론조사에 의도적으로 ‘응답하지 않는’ 지지층의 존재는 정계로 하여금 선거 막판까지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번 2022년 한국 대선에서도 그렇다. 오차범위 내의 차이만 보이고 있는 양강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샤이 표심’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양강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지난달에 비해 많이 좁혀지긴 했다지만, 차이는 아직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계속해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소폭 뒤지고 있는 중이다.

오차범위 내에서의 미미한 차이라고는 하지만,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측의 분위기는 그렇게 어둡지 않다. 민주당 선대위는 마치 어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이다.


‘샤이 표심’이 그 믿는 구석 중 하나다. 본인 비리에 가장 많이 연루돼있는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답하지 못하는 ‘샤이 이재명’이 상당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다.

민주당 측은 몇 달 전부터 ‘인물론’으로 대선 판짜기를 유도하고 있다. 인물 자체의 능력에 집중해 투표해달라고 어필하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유권자들에게 ‘유능함’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란 단어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진행 중이다.

‘샤이 트럼프’ 한국서 재현 기대
“그래도 호남 믿는다” 반전 노려

정치 경험이 상대적으로 없는 경쟁자인 윤 후보에 비해 인물로만 따지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선거전략이다.

코로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국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대통령이 이 후보라는 점을 민주당은 최대한 부각해서 선전하고 있다.

이들의 믿는 구석은 오롯이 이런 막연한 기대에만 근거하지 않는다. 2016 미 대선 때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몇몇 정치평론가들은 그 근거를 인터넷 검색량에서 찾은 바 있다.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트럼프에 대한 검색이 힐러리보다 1.5~2배 많은데, 여론조사는 계속 정반대로 나온다는 주장이다. 선거 전, 아무도 그들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았지만 예측이 들어맞으면서 정치인 검색량에 대한 중요성은 재평가받았다.

이 후보의 검색량 또한 국민의힘 윤 후보의 검색량을 웃돈다.

<매일경제>는 지난달 14일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 트렌드에서 1월9일부터 2월8일까지 이 후보가 윤 후보보다 약 7만건가량 검색이 많이 됐다고 보도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이 후보는 지난 몇 달간 윤 후보에 비해 1.5배가량 더 많이 검색에 노출됐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썼던 반전 드라마를 이 후보도 쓸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또 다른 민주당의 믿는 구석은 ‘호남’이다. 호남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적은 지지를 이 후보에게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강 구도였던 2012년 대선에서 지지율 90% 이상을 받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95% 이상의 지지율을 받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그에 한참 못 미친 지지율을 호남에서 받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호남 지지율은 지금 이 후보의 지지율과 거의 비슷했다”며 “18대 대선 때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한 달 전까지 37%에 그쳤는데, 안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75%로 급격히 상승했다”고 지난 대선에서의 호남 지지율 변화를 회상했다.

이어 “또한,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선거의 최종 결과에서는 호남 지지율이 90%가 넘었지만, 후보일 때 여론조사에서는 6~70%대의 결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금의 지지율이 결코 최종 지지율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여론조사와 사뭇 다른 결과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전폭적인 지지율이 없더라도, 막상 까보면 다르지 않겠냐며 민주당 선대위는 기대했다.

100% 장담

‘샤이 이재명’과 ‘호남에서의 반전’은 실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까? 정답은 선거날 나온다. 대세론이 형성되지 않는 지금의 시점에서 어떤 기대도, 어떤 예측도 100% 들어맞을 것이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양 선대위는 각자의 믿음에 따라 자당 후보가 당선된다는 100% 확신을 갖고 일하고 있는 중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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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