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반쪽 대통령의 한계

혈투 끝 후유증 ‘외다리 집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 9일 있었던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절반으로 갈라졌다. 1번을 찍은 국민과 2번을 찍은 국민의 차이가 고작 25만명이었던 것이다. 유독 박빙이었고, 유독 심한 혐오를 양산해낸 이번 대선은 당선인에게 수많은 숙제를 안겼다. 그중 하나가 ‘국민 통합’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갈라진 대한민국을 이제 ‘하나’로 통합해내야 한다. 시작부터 상처 입은 반쪽짜리 당선인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 당선증을 받은 윤 후보는 현재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기다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오는 5월10일, 대한민국의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48.6 vs 47.8
양분된 표심

정부 인수위원회 구성에 한참 힘을 쏟고 있는 윤 당선인은 지금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 인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이제 경쟁은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선거운동부터 윤 당선인은 각종 비리 의혹에 상처가 이미 많이 나 있다. 갈라치기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국민은 분열돼있으며, 여소야대의 현재 정치 구조상 힘 있는 정책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수많은 기록을 깨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진영이 번갈아 두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던 이른바 ‘정권 10년 주기설’이 깨졌고, ‘서울법대생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정치권에서만 돌던 암묵적인 징크스도 깨졌다.

또 항상 대통령을 맞혀왔던 제주도민의 대선 기록도 이번에 깨졌다. 제주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2.59%를 득표하며 윤 당선인을 앞질렀으나, 이 후보는 끝내 낙선했다.

충청도와 제주도는 그동안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선거철마다 민심은 요동쳤고, 충청도와 제주도 유권자들은 진보 진영의 후보와 보수 진영의 후보를 번갈아가며 투표해왔다. 이들은 꽤 정확한 판단을 내리며 그동안의 대통령 당선을 모두 견인했다. 

반면, 호남과 영남은 항상 같은 진영의 후보만을 뽑아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들은 특정 후보에 몰표를 찍어주며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라는 공식을 공고히 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번 선거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영·호남 지역주의 여전
여 버리고 남 택해 신승

지난 9일 오후 7시경, 방송 3사와 종편 보도 채널 등은 각자가 실시한 출구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1% 포인트 남짓의 차이로 윤 후보의 승리였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본 국민의힘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초 10% 포인트 내외의 차이를 보이며 낙승할 것이라 예상했던 당 내부의 여론조사와 크게 차이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가 말 그대로 오차범위 내의 차이였기에, 승리를 확신했던 지도부는 당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내부 조사와 크게 달랐던 점은 호남 민심의 향방이었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20% 중반대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측했으나,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10% 초반대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와 달리 본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몰표를 찍어준 것이다. 윤 당선인은 그나마 영남에서 70%와 60%의 표를 챙겨와 이 후보와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대선 성적표를 받아듬과 동시에 윤 당선인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그가 말한 ‘하나’가 되기 위해선 지역주의를 최우선으로 타파해야 한다.

지난달 광주를 찾은 윤 당선인은 “제게는 지역주의 자체가 없다”며 국민 통합을 이뤄 호남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호남 민심 사기에 열중했다.

윤 당선인은 그간 호남에 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기간 내 무려 8번이나 호남에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선거운동 중간에는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도 내걸었다.

그는 “대전·대구·부산 어디를 가도 있는 복합쇼핑몰이 광주에만 없다”며 ”어떨 때는 복합쇼핑몰에 가기 위해 대전도 올라 가신다“고 쇼핑몰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당선된다면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에 많은 호남 유권자들이 열광했다. 지역 주민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섬세한 공약이라는 찬사가 이어지며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윤 당선인은 이때 “호남에서 잘하면 30%도 받을 수 있겠다”며 상기된 기분을 전한 바 있다.

비록 기대만큼의 득표율을 채우진 못했으나, 10%대의 비교적 준수한 득표율을 받은 윤 당선인은 이제 호남과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가 되기 위해선 그가 그동안 공언한 약속들과 지역주의를 없앨 다양한 정책 실현이 시급하다.


쫙쫙∼
갈라지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뿐 아니라 ‘이대녀’에게서도 외면받았다. 일찌감치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집중한 선거 유세를 시작한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의도적으로’ 이대녀를 외면한 채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70년대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역을 갈라놨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남자와 여자를 반으로 갈라놨다. 

젠더 갈등을 부추긴 가장 큰 사건은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초 SNS에 올린 일곱 글자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다.

뚜렷한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면 특임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젠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약에 이른바 이대남은 열광했고, 이대녀는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 이준석 당 대표의 강한 주장으로 실현됐다고 전했다. 정계 정문가들은 지난해 5월 치뤄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이대남들의 화력을 경험한 이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이대남들의 결집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된 원인이 됐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은 각종 내홍과 논란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지지율이 50%가 넘어갈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과 페미니스트 출신 인사들의 영입, 그리고 김종인 대표의 사퇴 논란 등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빠져나가는 지지율에 당황한 윤 당선인은 황급히 이 대표와 재결합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를 선대위에 다시 불러들였다. 이 대표가 돌아오자마자 단행한 것이 이대남들에 대한 결집 시도였다.

돌아온 이 대표의 활약 덕분에 이대남 중심의 국민의힘 지지자 결집은 손쉽게 이뤄졌다. 주효하게 먹혀 들어간 지지층 결집은 윤 당선인의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하게 만들었다. 

물론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략이었으나, 이대녀들에게 상처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윤 당선인은 이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동안 외면해온 이대녀들에 대한 정책과 비전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윤 당선인이 직면한 문제는 반쪽짜리 지지율에서 그치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가족들의 비리 의혹도 풀어야 할 문제다. 예비 영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현재 3회 공판기일까지 열려 있고, 윤 당선인의 장모 최모씨는 잔고 위조 공모 등 여러 가지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가시지 않은 
각종 의혹들

현직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지에 의문을 품는 국민들에게 윤 당선인은 해명부터 해야 한다.  

김씨는 윤 당선인이 대선 운동 내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혹에 휩싸인 김씨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면 불리할 것이라는 선대위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 한 번 국민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본인의 허위 경력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나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본인의 허위 경력을 인정하면서 향후 영부인이 되어도 겸손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씨는 유튜브 영상 기사와의 통화 녹음이 유출되며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르게 된다.

약 7시간가량 녹음된 파일에는 김씨가 미투 운동을 비하하고 선대위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담겨있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화가 유출된 뒤, 오히려 통화를 녹음한 촬영 기사의 의도가 뭇매를 맞으며 큰 피해는 없이 넘어갔지만, 그간 본적 없던 대선후보 배우자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경험한 국민들은 아직도 김씨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부인 없이 홀로 입성?
여소야대 돌파 해법은?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씨는 지난 9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입성이 기정사실화되자 <뉴스1>과 인터뷰 갖고 “당선인이 국민께 부여받은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곁에서 조력하겠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당선인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윤 당선인의 당선 확실 소식이 전해지는데도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선인과 함께 투표하고 당선 감사 인사를 하는 그동안의 관습을 깨버린 것이다.

또 윤 당선인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와 ‘영부인 호칭을 미사용’을 공약 했다. 공약이 이뤄진다면 김씨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적은 수준의 의전을 받게 된다.

현재 정치구조 또한 윤 후보의 편이 아니다. 지금 제21대 의회는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재보궐선거에서 4석이 늘어난 국민의힘이지만 170석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 의회는 2024년까지 계속 이어진다.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역할은 극도로 제한된다. 앞으로 있을 행정부와 입법부의 마찰은 정계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는 사태다. 

2022년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윤 당선인은 적어도 3년간 이 같은 민주당 다수의 의회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온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임기의 절반가량이 지나간 시점이다.

지금 같은 여소야대 형국은 반쪽 대통령으로 시작한 윤 당선인에게 더욱 부담을 가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현재 산재해있는 가족 비리와 본인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구체적으로 진척된다면, 국회에서 탄핵안까지 거론될 수 있다.

지역이 반으로, 성별이 반으로, 영부인의 역할이 반으로, 그리고 권력도 반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 우위였던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25만표 차까지 따라잡힌 윤 당선인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분열, 갈등…
통합 최우선

국민들 또한 임기 시작부터 상처가 많이 난 대통령을 이제는 국민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본인이 뽑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반대나 무의미한 비난을 보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유권자의 자세다. 국민 통합은 당선인이 책임져야할 숙제가 맞지만, 통합을 해야 할 당사자들은 국민 본인들이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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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