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투성이' 반쪽 대통령의 한계

혈투 끝 후유증 ‘외다리 집권’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지난 9일 있었던 대선에서 대한민국은 절반으로 갈라졌다. 1번을 찍은 국민과 2번을 찍은 국민의 차이가 고작 25만명이었던 것이다. 유독 박빙이었고, 유독 심한 혐오를 양산해낸 이번 대선은 당선인에게 수많은 숙제를 안겼다. 그중 하나가 ‘국민 통합’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갈라진 대한민국을 이제 ‘하나’로 통합해내야 한다. 시작부터 상처 입은 반쪽짜리 당선인이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향후 5년을 책임질 대통령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당선됐다. 지난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 당선증을 받은 윤 후보는 현재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기다리고 있다. 윤 당선인은 오는 5월10일, 대한민국의 정식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48.6 vs 47.8
양분된 표심

정부 인수위원회 구성에 한참 힘을 쏟고 있는 윤 당선인은 지금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 인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서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이제 경쟁은 끝났고,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에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대통령선거운동부터 윤 당선인은 각종 비리 의혹에 상처가 이미 많이 나 있다. 갈라치기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국민은 분열돼있으며, 여소야대의 현재 정치 구조상 힘 있는 정책 추진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수많은 기록을 깨며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의 당선으로 진영이 번갈아 두 번씩 대통령을 배출했던 이른바 ‘정권 10년 주기설’이 깨졌고, ‘서울법대생은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정치권에서만 돌던 암묵적인 징크스도 깨졌다.

또 항상 대통령을 맞혀왔던 제주도민의 대선 기록도 이번에 깨졌다. 제주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52.59%를 득표하며 윤 당선인을 앞질렀으나, 이 후보는 끝내 낙선했다.

충청도와 제주도는 그동안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선거철마다 민심은 요동쳤고, 충청도와 제주도 유권자들은 진보 진영의 후보와 보수 진영의 후보를 번갈아가며 투표해왔다. 이들은 꽤 정확한 판단을 내리며 그동안의 대통령 당선을 모두 견인했다. 

반면, 호남과 영남은 항상 같은 진영의 후보만을 뽑아왔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들은 특정 후보에 몰표를 찍어주며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라는 공식을 공고히 했다.

뿌리 깊은 지역주의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번 선거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영·호남 지역주의 여전
여 버리고 남 택해 신승

지난 9일 오후 7시경, 방송 3사와 종편 보도 채널 등은 각자가 실시한 출구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1% 포인트 남짓의 차이로 윤 후보의 승리였다. 실시간으로 결과를 본 국민의힘 지도부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당초 10% 포인트 내외의 차이를 보이며 낙승할 것이라 예상했던 당 내부의 여론조사와 크게 차이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가 말 그대로 오차범위 내의 차이였기에, 승리를 확신했던 지도부는 당선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내부 조사와 크게 달랐던 점은 호남 민심의 향방이었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20% 중반대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측했으나,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 10% 초반대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와 달리 본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몰표를 찍어준 것이다. 윤 당선인은 그나마 영남에서 70%와 60%의 표를 챙겨와 이 후보와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대선 성적표를 받아듬과 동시에 윤 당선인은 ‘지역주의 타파’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그가 말한 ‘하나’가 되기 위해선 지역주의를 최우선으로 타파해야 한다.

지난달 광주를 찾은 윤 당선인은 “제게는 지역주의 자체가 없다”며 국민 통합을 이뤄 호남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호남 민심 사기에 열중했다.

윤 당선인은 그간 호남에 큰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기간 내 무려 8번이나 호남에 찾아가 지지를 호소했고, 선거운동 중간에는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도 내걸었다.

그는 “대전·대구·부산 어디를 가도 있는 복합쇼핑몰이 광주에만 없다”며 ”어떨 때는 복합쇼핑몰에 가기 위해 대전도 올라 가신다“고 쇼핑몰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 ”당선된다면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당 공약에 많은 호남 유권자들이 열광했다. 지역 주민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섬세한 공약이라는 찬사가 이어지며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 윤 당선인은 이때 “호남에서 잘하면 30%도 받을 수 있겠다”며 상기된 기분을 전한 바 있다.

비록 기대만큼의 득표율을 채우진 못했으나, 10%대의 비교적 준수한 득표율을 받은 윤 당선인은 이제 호남과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하나’가 되기 위해선 그가 그동안 공언한 약속들과 지역주의를 없앨 다양한 정책 실현이 시급하다.


쫙쫙∼
갈라지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뿐 아니라 ‘이대녀’에게서도 외면받았다. 일찌감치 ‘이대남(20대 남성)’에게 집중한 선거 유세를 시작한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의도적으로’ 이대녀를 외면한 채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70년대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역을 갈라놨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남자와 여자를 반으로 갈라놨다. 

젠더 갈등을 부추긴 가장 큰 사건은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초 SNS에 올린 일곱 글자 공약, ‘여성가족부 폐지’다.

뚜렷한 설명 없이 급작스럽게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윤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면 특임 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젠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약에 이른바 이대남은 열광했고, 이대녀는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 공약이 이준석 당 대표의 강한 주장으로 실현됐다고 전했다. 정계 정문가들은 지난해 5월 치뤄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이대남들의 화력을 경험한 이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상한 것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이대남들의 결집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주된 원인이 됐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은 각종 내홍과 논란으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렀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지지율이 50%가 넘어갈 정도로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이 대표와의 갈등과 페미니스트 출신 인사들의 영입, 그리고 김종인 대표의 사퇴 논란 등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빠져나가는 지지율에 당황한 윤 당선인은 황급히 이 대표와 재결합을 추진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표를 선대위에 다시 불러들였다. 이 대표가 돌아오자마자 단행한 것이 이대남들에 대한 결집 시도였다.

돌아온 이 대표의 활약 덕분에 이대남 중심의 국민의힘 지지자 결집은 손쉽게 이뤄졌다. 주효하게 먹혀 들어간 지지층 결집은 윤 당선인의 지지율을 빠르게 회복하게 만들었다. 

물론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한 전략이었으나, 이대녀들에게 상처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윤 당선인은 이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그동안 외면해온 이대녀들에 대한 정책과 비전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윤 당선인이 직면한 문제는 반쪽짜리 지지율에서 그치지 않는다.

끝나지 않은 가족들의 비리 의혹도 풀어야 할 문제다. 예비 영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현재 3회 공판기일까지 열려 있고, 윤 당선인의 장모 최모씨는 잔고 위조 공모 등 여러 가지의 죄목으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가시지 않은 
각종 의혹들

현직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지에 의문을 품는 국민들에게 윤 당선인은 해명부터 해야 한다.  

김씨는 윤 당선인이 대선 운동 내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의혹에 휩싸인 김씨를 전면에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면 불리할 것이라는 선대위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단 한 번 국민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데, 그것은 본인의 허위 경력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나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진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며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만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 회견을 통해 본인의 허위 경력을 인정하면서 향후 영부인이 되어도 겸손할 것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김씨는 유튜브 영상 기사와의 통화 녹음이 유출되며 다시 한번 홍역을 치르게 된다.

약 7시간가량 녹음된 파일에는 김씨가 미투 운동을 비하하고 선대위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담겨있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화가 유출된 뒤, 오히려 통화를 녹음한 촬영 기사의 의도가 뭇매를 맞으며 큰 피해는 없이 넘어갔지만, 그간 본적 없던 대선후보 배우자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경험한 국민들은 아직도 김씨를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영부인 없이 홀로 입성?
여소야대 돌파 해법은?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씨는 지난 9일 윤 당선인의 청와대 입성이 기정사실화되자 <뉴스1>과 인터뷰 갖고 “당선인이 국민께 부여받은 소명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미력하게나마 곁에서 조력하겠다.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그늘진 곳에 당선인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윤 당선인의 당선 확실 소식이 전해지는데도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선인과 함께 투표하고 당선 감사 인사를 하는 그동안의 관습을 깨버린 것이다.

또 윤 당선인은 지난 선거운동 과정에서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와 ‘영부인 호칭을 미사용’을 공약 했다. 공약이 이뤄진다면 김씨는 역대 영부인 중 가장 적은 수준의 의전을 받게 된다.

현재 정치구조 또한 윤 후보의 편이 아니다. 지금 제21대 의회는 민주당이 과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재보궐선거에서 4석이 늘어난 국민의힘이지만 170석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 의회는 2024년까지 계속 이어진다.

대통령의 업무 특성상 의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역할은 극도로 제한된다. 앞으로 있을 행정부와 입법부의 마찰은 정계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는 사태다. 

2022년부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윤 당선인은 적어도 3년간 이 같은 민주당 다수의 의회와 불편한 동거를 해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더 많은 의석을 가져온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임기의 절반가량이 지나간 시점이다.

지금 같은 여소야대 형국은 반쪽 대통령으로 시작한 윤 당선인에게 더욱 부담을 가하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현재 산재해있는 가족 비리와 본인이 연루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구체적으로 진척된다면, 국회에서 탄핵안까지 거론될 수 있다.

지역이 반으로, 성별이 반으로, 영부인의 역할이 반으로, 그리고 권력도 반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다.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 우위였던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25만표 차까지 따라잡힌 윤 당선인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겸손한 자세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분열, 갈등…
통합 최우선

국민들 또한 임기 시작부터 상처가 많이 난 대통령을 이제는 국민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본인이 뽑지 않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반대나 무의미한 비난을 보내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유권자의 자세다. 국민 통합은 당선인이 책임져야할 숙제가 맞지만, 통합을 해야 할 당사자들은 국민 본인들이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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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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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